이세계 최강 군바리 4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40화
40화 불쌍한 녀석(4)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속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들어오기 전에 잠시 위층에 다녀와 부서진 갑옷 따위를 던져서 안전을 확인하는 건 기본.
어지간히 당했어야 믿고 들어가지?
숨겨진 통로의 내부 벽은 매끈하기 이를 데 없다.
대체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손가락 마디로 두들기니 금속성의 소리가 난다. 대체 왜 통로 따위에 이런 미친 짓을 한 거지?
여길 만든 놈은,
또라이 기질에…
변태 기질에…
이건 또 무슨 기질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상당한 거리를 걸어왔는데도 통로가 이어져 있다. 별다른 위험 없는 건 좋지만, 시커먼 어둠에 휩싸인 통로를 걷자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뭐냐…….”
마침내 통로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나는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통로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작은 상자 하나뿐.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자를 열었더니, 역시 나다.
상자 안에는 달랑 열쇠 하나가 들어 있다.
뭐야, 겨우 열쇠 하나 때문에 이렇게 멀리까지 사람을 똥개 훈련시킨 건가?
이렇게 간단한 건 줄 알았으면 굳이 긴장하면서 통로를 더듬더듬 들어올 필요가 없었던 거잖아?
왠지 허탈한 기분이 든다.
그래, 이렇게 똥개 훈련 시켜 놓고 얼마나 대단한 게 들어 있는지 열어 봐야겠다.
통로에 들어올 때는 오래 걸렸지만, 나갈 때는 빠른 속도로 달려 나왔다.
왠지 통로가 미끈미끈한 게 영 꺼림칙해서 오래 있기가 싫다.
“후와!”
밖에 나오니까 그나마 살 것 같다.
드드드드드!
돌로 이루어진 벽이 천천히 닫힌다. 돌문은 생각보다 얇은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짜 웃기는 놈이 아닐 수 없다. 내부는 금속으로 통로를 만들고 정작 입구는 허술하게 만들다니.
어쨌거나 통로를 벗어나니까 살 것 같다. 확실히 꽉 막힌 곳은 불안하단 말이지.
폐쇄공포증 같은 건 없는데 이곳에서 하도 흉악한 함정을 많이 봐서 이런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다시 계단에 올라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 앞에 섰다.
상자 앞에 서니까, 이거 또 은근히 불알이 움찔거릴 정도로 짜릿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 들었기에 이렇게 깊숙이 지하 던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가져온 열쇠를 상자의 구멍에 넣고 돌렸다. 그러면서도 눈은 사방을 살폈다.
결정적인 순간에 엿 먹이는 경우가 많잖아?
철컥!
다행히 열쇠로 상자를 여는 동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상자가 열릴 때 뭔가 위험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곳 주인인 또라이에 변태 녀석의 그간 패턴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상자에서 조금 떨어져서 롱소드로 뚜껑을 열었다.
달칵!
“……!”
상자가 열리기 무섭게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또다시 함정이 발동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상자 안에 든 게 유일한 보물이라는 것인가?
상자에 가까이 다가가 안을 살폈다.
“염병!”
어이가 없어서 신음하듯 욕을 하고야 말았다.
여길 만든 놈…
진짜 개또라이다.
기껏 열쇠로 상자를 열었더니 또 열쇠가 들어 있다.
대체 뭐하자는 짓이지?
황금빛 열쇠가 든 상자를 보면서 쓰게 입맛을 다셨다.
거창하게 이런 함정을 만들어 놓고 고작 황금 열쇠 하나라니…
좀 너무한다 싶다.
그래, 어쨌든 기념으로 챙기자.
이제껏 아무도 정복하지 못했다는 ‘죽음의 대지’를 공략했다는 의미가 담긴 열쇠니까.
비록 누구에게 자랑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아무도 공략을 못 했다고 보기엔 싱거운 던전이었지만 말이다.
상자 안에 손을 넣어 황금빛 열쇠를 잡았다.
순간,
쿠구구구구……
“뭐, 뭐야?”
황금빛 열쇠를 집어 든 순간, 진동이 일어난다.
서둘러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지하 전체가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동이 심해지고 있다.
쿠드득! 쿠득!
투둑, 툭! 투두둑……
뭔가 바닥에 자꾸 떨어진다.
“…쓰바!”
깜짝 놀라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이 심하게 흔들린다. 마구 진동을 일으키면서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린다.
올라가는 입구조차 없었던 높은 탑.
불필요하게 넓은 지하 통로는 마치 무너지기 쉽게 해놓은 듯한 구조였었다.
“그럼…….”
천장을 바라보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짓눌린 유골과 갑옷들…
단지 악취미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바닥에 짓눌려 이런 형태가 된 거라면?
아니!
그건 말이 안 된다.
이처럼 거대한 탑이 붕괴 되면 끝일 테니까.
어쩌면 단순한 암시가 아니었을까?
아니!
변태 개또라이 자식이 그렇게 친절할 리가 없잖아!
“으윽!”
지금 한가하게 고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하는 무너지기 쉬운 구조.
땅 위에는 엄청난 높이의 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무너지면 탑이 곧장 주저앉을 거다.
위로는 올라갈 수 없다.
복잡한 구조라서 올라갈 길을 찾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다.
이건 참 당황스럽다!
당장 지하가 무너지게 생겼는데 올라가긴 뭘 올라가!
“어, 어쩌지?”
이거 산 채로 깔려 죽게 생겼다.
빠져나갈 곳이라고는…
“……!”
한군데가 있다!
아까 상자의 열쇠를 얻었던 통로.
한참이나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했던 곳.
어림짐작이지만 탑을 가로질러 가는 거리보다 더 멀리 걸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벽면은 엄청나게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졌다.
최소한 당장 압사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망설일 때가 아니다.
당장 통로를…
통로를…
“아악! 어디지?”
열쇠를 가져오면서 통로가 닫힌 탓에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당장 지하가 무너질 거라는 압박감 때문에 방향감각마저 상실한 느낌이다.
진정! 진정해야 한다.
서둘러 벽에 다가가 손가락 마디로 벽을 때렸다.
퍽, 퍽!
여긴 아니다.
단단하게 꽉 채워진 듯한 소리가 나니까.
쿠르르르르……
으윽!
진동이 점점 더 심해진다.
빠르게 벽을 두들기면서 옆으로 이동해 나갔다. 분명히 이 근처였는데 어째서 이런 소리가 나지?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다.
당황하면 끝장이다.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마구 손가락 마디로 두들기면서 벽을 따라 이동했다.
점점 참담한 심정이 되어 간다.
제단 근처까지 벽을 두들기고 가는 데도 내가 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점점 천장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이 많아진다. 진동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
“씨앙!”
절망감에 사로잡혀 벽을 두드리며 이동하다가 주먹질을 해버렸다.
터엉!
“……!”
절망감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어가려던 찰나에 들려온 소리.
이게 말이 돼?
내가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그렇지.
아까 열쇠를 가지러 갔을 때는 분명 제단 맞은편에서 통로가 열렸다.
그런데 지금 소리가 난 곳은 제단이 위치한 계단 바로 옆이다.
“변태 새끼!”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이곳을 만든 놈의 장난질이 분명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하게 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벽을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
롱소드에 내공을 잔뜩 불어넣고 그대로 벽면을 후려쳤다.
파캉!
벽이 얇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실금만 갈 뿐이다.
쿠구구구……
쿠우웅!
엄청난 충격이 지하 전체를 뒤흔들었다.
심상치가 않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동이다. 그렇다는 것은 탑이 바닥에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얘기?
빌어먹을!
“이야아아아!”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롱소드로 벽을 마구 후려쳤다.
카앙! 카앙! 카앙!
벽면에 금이 쩍쩍 갈라지기만 할 뿐, 좀처럼 부서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구드드드드……
“……!”
소리가 심상치 않다.
마치 힘을 잔뜩 응축하는 듯한 느낌의 진동처럼 느껴진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롱소드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 허리춤의 검을 오른손으로 뽑았다.
한 손이 안 되면 양손으로 조진다!
“크하압!”
비명처럼 기합성을 내지르고 새로 얻은 검으로 벽을 후려쳤다.
푸칵!
콰드드드!
“이런 제길!”
허무해서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한 대만 더 때리면 되었을 것을 괜히 시간만 지체한 꼴이다.
쩍쩍 금이 갈라졌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망설일 틈 따위는 없다.
곧장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질주했다.
콰광! 콰과광!
연달아 들리는 폭음.
통로 전체가 마구 흔들린다.
경공을 발휘해 미친 듯이 달렸다.
점점 더 진동이 거세진다.
콰과과광!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폭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급속도로 지하가 붕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으아아아!”
전신의 내공을 모조리 다리에 담아 달렸다.
끄, 끝이 보인다!
비룡보법(飛龍步法) 토룡출세(土龍出世)의 수법을 연속으로 사용해 총알처럼 달렸다.
“와아악!”
쿵!
으윽!
머리에 번개가 번쩍 지나가는 느낌.
내공을 다리에 집중하느라 눈에 보내는 내공이 부족해, 막다른 곳까지 달려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머리가 벽에 부닥치면서 멍해진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나머지는 운에 맡긴다.
콰과광!
콰과과광! 콰앙!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음이 잇따라 터지고 흙먼지가 통로를 가득 채워 갔다.
몸이 들썩일 정도의 엄청난 진동.
군복을 끌어올려 코와 입을 가리고 눈을 감았다.
뿌연 흙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살았다!
폭음이 사라졌음에도 내가 이렇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증거다.
살아도 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살았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하자.
정황상 탑이 지하로 가라앉았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먼지가 걷히면 통로를 되돌아가서 탑의 벽을 깨부수고 들어가면 된다.
그래 실망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자.
조금 늦게 복귀한다고 생각하자.
바닥에 깔려 죽지 않은 게 어디야?
느긋하게 마음을 먹으니까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다. 내게는 물과 육포와 하드텍이 있다.
당장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아껴먹는다면 며칠 정도는 우습게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설마 탑이 쇳덩이로 만들어졌겠어?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코와 입을 군복으로 가린 것은 내리지 않았다.
아직도 먼지가 자욱하니까.
“어?”
시야가 확보되면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통로가 가로막힌 것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 내가 앉아 있는 막다른 곳과는 불과 1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
마탑의 벽으로 예상되는 것이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만약 탑의 둘레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골로 갔을 거다.
세상에…
그렇다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로가 잘리듯이 없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정말이지 똥줄 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먼지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어야 힘을 쓸 수 있는 법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벽을 뚫고 마탑을 통과해 지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서 조금 더 기다렸다.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먼지가 걷혔다.
이제 벽을 뚫는 일만 남았나?
느긋하게 탑의 벽으로 걸어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롱소드를 손에 쥐고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아까는 급한 마음에 새로 얻은 검으로 벽을 후려쳤으나, 지금은 아니다.
좋은 검을 험하게 다루다가 이가 나가면 그것도 웃기잖아?
츠즈즛!
내공을 밀어 넣으니 롱소드에 검기가 일어났다가 스며들었다.
검 자체의 절삭력과 강도는 이것으로 월등하게 강력해졌다. 안정적인 자세에서 위력이 증폭되는 법.
“차앗!”
기합성과 함께 검기를 담은 롱소드를 힘껏 휘둘렀다.
카앙!
검날이 탑의 벽을 후려치는 순간, 금속성과 함께 불똥이 사방에 튄다.
“이거 좀 너무하잖아!”
탑의 벽은 쇳덩이였다.
입이 방정이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