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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7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8화

78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3)

 

 

 

 

 

“적 지휘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오. 지휘부가 혼란에 빠지면 명령체계가 흔들릴 것이오.”

 

반데라스 자작이 나에게 시선을 던지면서 말을 이었다.

저거 웃기는 인간이다.

눈빛으로 나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암살을 의뢰하겠다는 얘기가 분명하다.

상황 판단 능력이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더니, 얼토당토않은 의견을 자신 있게 내놓는다.

제 정신인가?

아마도 긴박하게 상황이 흘러가는 바람에 머릿속이 왕창 꼬여 버린 모양이다.

이런 대규모 전투를 암살자 하나만 믿고 가겠다?

미치지 않고서야 작전이라고 내놓기도 민망한 의견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머리가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

 

“사령관 각하, 방금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인보다 머리가 훨씬 큰 존슨 자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강경파 출신의 귀족으로 이번엔 뱅크스 요새를 지원하러 온 인물이다.

무려 30명의 기사와 8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와서 가장 큰 전력 손실을 당한 귀족.

반데라스 자작이 일부러 가장 험한 곳에 존슨 자작을 배치했던 이유가 컸다.

전략적인 측면보다는 반대파이기에 세력을 줄이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느껴지는 배치였었다.

기분이 나빴을 것은 당연한 일.

의견을 묻는 존슨 자작의 얼굴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가득하다.

 

“우리에겐 아주 강력한 무기가 있소.”

 

의미심장한 미소를 베어 물고 나를 쳐다보면서 대답하는 반데라스 자작.

그래,

저 인간의 입장에선 새벽에 보여 주었던 나의 모습이 강력한 무기로 느껴졌을 거다.

4,000명이 지키는 뱅크스 요새에 아무도 모르게 잠입한데다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능력을 보여 주었으니까.

반데라스 자작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웠을 것이다.

 

“무엇이 강력한 무기라는 말입니까?”

 

어느새 지휘관들의 대표 비슷하게 되어 버린 존슨 자작이 눈살을 찡그렸다.

 

“놈들이 대형 투석기를 끌고 오지만, 당장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오. 병사를 나누어 다리안 산맥에 투입했다는 게 그 증거요.”

 

“인정합니다. 놈들이 가죽 주머니에 흙을 퍼 담는 모습까지 확인했으니, 당장 사용할 투석기 탄환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존슨 자작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제 탄환보다야 위력이 반감되겠지만, 흙을 담아 무게를 맞춰서 만든 탄환도 위협적이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빨라도 제대로 된 공격을 위해서는 며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그 사이 우리는 야습으로 적을 기만하고, 적 지휘부에 암살을 시도해 명령 체계를 흔들어 놓아야 하오.”

 

[······.]

 

반데라스 자작의 말을 들은 지휘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휘관들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충분히 이해된다.

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과 몇 명을 제외한 귀족들 외에는 전부가 강경파 쪽의 귀족이다.

그런 이들에게 ‘야습’을 하겠다는 발언만으로도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기껏 한다는 얘기가 ‘암살시도’라니, 어이가 없었을 게 뻔하다.

당장 나부터도 어처구니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한 놈을 특정해서 암살하는 것도 아니고 적 지휘관 전부에 대해서 암살 의뢰를 하겠다?

웃기는 인간이다.

내가 하겠다고 대답한 적도 없는 걸로 아는데?

새벽에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는 건 혹시 지금의 작전을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만, 굳이 나서서 반데라스 자작을 까댈 생각은 없다.

나 말고도 저 인간을 공격할 사람은 회의실에 그득하니까 말이다.

 

“사령관 각하.”

 

“말씀하시오. 존슨 자작.”

 

“각하께선 기사도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입니까? 기습에 암살이라니··· 허어!”

 

말을 하면서도 기가 막혔는지 존슨 자작이 끝에 가선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저거다.

야습이나 암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두 가지 작전 모두가 오직 나한테 집중되었다는 게 문제다.

기사도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상에 머리가 굳어 버린 인간들조차 거부하는 작전.

반데라스 자작도 입으로는 야습과 암살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부하들은 투입하려 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왜?

저 인간의 목적은 암살자인 ‘나’를 프레하 제국의 손을 빌어 죽이려 하는 것일 터다.

다시 협박을 당하고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하는 치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거기에 더해 야습 경험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 다시 나와 부하들을 내보내 둘 다 죽어 주길 바라는 거겠지.

자신을 지켜 줄 기사의 전력은 온전하게 보존한 채로 주둥이만 놀려서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심보.

다른 사람이야 뺑이를 치든 말든 상관없이 이득만 챙기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가만히 있으면 엿 되겠다 싶은 마음에 오른손을 들었다.

 

“오! 윌슨 단장! 그래, 기탄없이 얘기해 보게.”

 

반색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반데라스 자작.

존슨 자작의 말 빨에 밀려서 그런지, 아니면 화제를 돌리기 위함이었는지, 손을 들기가 무섭게 발언을 허락한다.

 

“야습한다면 누가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부터도 기사도에 어긋난 행위라서인지 꺼림칙합니다.”

 

“······.”

 

반데라스 자작이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저거 웃기는 인간일세?

그럼 내가 시키면 냅다 OK 할 줄 알았다는 얼굴이잖아?

남작의 작위를 주겠다는 약속으로 얼마나 뜯어먹을 생각이었다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작위를 포기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작위라는 게 반데라스 자작을 통해서만 얻을 필요는 없다.

어제 적 사령관을 해치운 게 나다. 이미 제국에도 소식이 전해진 상태고.

이곳에 있는 지휘관들 역시, 내가 뱅크스 요새의 전투에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똑똑히 보았다.

심지어 어제 같은 경우엔 홀로 기사들의 전투에 끼어들어 판도를 바꿨다. 거기에 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의 목숨까지 구해 줬고 말이다.

대체 얼마나 더 활약해야 나를 인정할 건데?

양심이 있어 봐라, 반데라스 자작 놈아!

한낱 지방의 기사단장에 불과한 내가 발언권을 요구해도, 다른 귀족들이 별말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일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데라스 자작과 눈을 맞췄다.

 

“그게··· 자네한테 맡길 생각이었는데 말이네.”

 

“지난번에 기습 작전을 시행했던 건, 사령관 각하의 권유에 의해서였습니다. 다른 기사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기습을 감행했던 것은, 사령관 각하께서 남작의 작위를 약속하신 것도 있으나! 오직 제국과 황제 폐하를 위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울분을 토하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기습 당시에는 작위를 약속하지 않았으나, 얼렁뚱땅 끼워 넣었다. 그래야 저 인간의 야비함이 돋보일 테니까 말이다.

 

“아, 아······.”

 

“그랬군. 어쩐지 저런 실력을 지닌 인물이 기사도를 무시할 리가······.”

 

“사령관 각하께서 그런······.”

 

“과해, 과해도 너무 과하군. 작위를 미끼로 그런 일을 시키다니······.”

 

회의실에 모인 귀족과 기사단장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꺼냈다.

딴에는 들리지 않게 한다고 작게 말했으나, 다들 마나의 축복을 받은 몸이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쌍욕만 하지 않았지, 대놓고 불만을 표현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엘튼 제국의 기사들에게 기습이나 야습은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보면 되겠다.

분위기가 내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러나 사령관 각하께서도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셨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맞네, 정면 대결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아무리 적 기사단이 궤멸 상태에 빠졌다고 할지라도 말일세.”

 

약간의 동조를 해주기 무섭게 반데라스 자작이 조금 환해진 얼굴로 대꾸한다.

민감할 수 있는 얘기인 작위 문제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을 게 확실하다.

회의실에 모인 지휘관들이 저마다 눈총을 주고 있었으니까.

이젠 작위를 주기로 한 게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나는 사령관의 강압과 회유에 희생된 피해자로 지휘관들의 뇌리에 박혔을 테고 말이다.

 

“먼저 사령관 각하께서 반데라스 기사단을 투입하신다면 저 역시 뜻에 따를 것입니다.”

 

“으음······.”

 

반데라스 자작의 눈이 가늘어진다.

카운터 펀치를 먹은 기분일 거다.

나 혼자만 지저분하고 기사도 조차 안 지키는 경멸스러운 존재가 되는 건 억울하잖아?

이렇게 태클을 거는 것엔 이유가 있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다.

다 잡은 물고기 취급을 당할 순 없는 일이다.

새벽에 암살자 역할을 한 ‘나’를 통해, 윌슨이 반데라스 자작을 믿고 따른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아껴 주기는 커녕 사지(死地)로 내몰지 못해서 안달하는 꼴을 보니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더러운 놈 취급당하면서 저런 인간과 한통속으로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건 사양이다.

내가 완전히 온건파의 줄을 타지 않았다는 걸 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반데라스 자작이 확실한 아군이 아닌 바에야 강경파를 적으로 돌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니까.

 

“프레하 제국 진영에는 기사 전력이 부족합니다. 그건 아실 겁니다. 차라리 야습으로 우리 측 기사가 전부 돌격한다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소수 정예보다는 오히려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습이라기보다는 야간 전투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래,

나만 다 책임질 순 없다.

이게 나만의 전쟁이냐?

대형 투석기 못 쓰게 만들어서 원거리 공격 막아줬지.

투석기 탄환으로 적병들 대량 학살했지.

적 기사단에 심각한 타격도 입혀 줬고, 적 사령관까지 해치웠다. 심지어 아군 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의 생명까지 구해 줬어.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야?

이 정도면 나 혼자 프레하 제국군과 싸운 거랑 뭐가 달라?

 

“······.”

 

반데라스 자작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뜻밖의 배신에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제 놈이 나한테 그동안 배신 때린 건 생각지도 않는 게 확실하다.

이기적인 자식···

 

“후우··· 다른 분의 생각도 마찬가지요?”

 

“최소한 반데라스 기사단이 움직여야 한다는 건 윌슨 단장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사령관 각하.”

 

존슨 자작이 같은 파벌의 지휘관들과 눈을 맞추고는 약간의 시간을 두고서 대답했다.

‘야습’이라는 말 대신에 ‘야간 전투’라고 명칭을 바꿔준 게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았어!

어영부영 강경파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조금은 무너진 듯한 분위기다.

존슨 자작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유감이라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래, 진작 이랬어야 한다.

썩은 밧줄(코너)을 잡은 것도 억울한데 온건파의 사람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그간 좀 괴롭긴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강경파의 지휘관들이 그 망할 놈의 ‘기사도’에서 좀 헤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소. 내 그대들의 뜻에 따라 반데라스 기사단을 야습··· 아니, 야간 전투에 참가하도록 하겠소. 그러니 그대들 또한 기사들을 투입해 주길 바라오. 이번 야간 전투에 뱅크스 요새의, 그리고 제국 전쟁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무거운 음성으로 말하는 반데라스 자작에게 회의실에 모인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지휘관들의 뜻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느낌이다.

웃긴 건···

그렇게 기사도를 부르짖던 강경파 사람들이 ‘야습’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지휘관들이 반데라스 자작을 궁지에 몰면서 즐기는 사이, 어느새 결정이 그렇게 나버리고 만 것이다.

이 사람들···

진짜 단순하다.

이렇게 단순한 사람들과 이번 야습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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