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7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2화
72화 끝나지 않는 전쟁(2)
기다렸다는 듯이 시즈 타워의 덮개가 열린다.
터엉!
[프레하 제국에 영광을!]
방패를 앞세운 채 우르르 튀어나오는 기사들.
때를 같이해 뱅크스 요새의 기사와 병사들이 불붙은 기름 단지를 시즈 타워 안에 집어 던졌다.
그러나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대부분의 불붙은 기름 단지를 능숙하게 방패로 튕겨 냈다.
“죽여!”
“꺼져! 비켜랏!”
“뚫리지 마라!”
“밀어붙여!”
프레하 제국의 기사와 뱅크스 요새의 기사들이 격돌하면서 장벽 위에 난전이 벌어졌다.
병사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마나 블레이드를 두른 롱소드가 날아다니는 곳이었기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고기토막이 될 테니까.
“굉장하군!”
기사들이 싸우는 광경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어제 내가 저런 틈바구니에 끼어들어서 휴스턴 백작의 목을 땄다는 거잖아?
그나저나 어째 아군 기사가 밀리는 느낌이 든다.
아니 밀린다는 느낌은 아니다.
싸우는 방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프레하 제국의 기사는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닌듯한 느낌이다. 어떻게든 아군 기사의 포위를 돌파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대체 뭘 노리는 거지?
아예 검을 맞대길 포기하고 실드 차징을 감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뚫렸다! 돌파하라!”
가장 선두에서 싸우던 붉은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쓴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크게 소리친다.
“막아! 막아아!”
뱅크스 요새의 기사가 발작적으로 소리쳤지만, 뚫려 버린 포위망을 좁힐 수는 없었다.
“휴스턴 기사단은 빠져나간 놈들의 뒤를 쫓아라! 나머지 기사들은 포위망을 좁히고 놈들을 밀어내라!”
반데라스 자작이 피를 토하는 듯한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포위망을 구성하며 싸우던 뱅크스 기사 중의 일부가, 프레하 제국의 기사를 따라 빠져나간다.
“저 자식들 설마…….”
나는 좁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프레하 제국군의 모습을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도 용감하군요.”
코너 녀석이 내 옆에서 쫑알거린다.
직접적인 교전이 없으니, 이 녀석 아주 한가하게 나와 대화를 나누려 든다.
아무튼,
프레하 제국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전력을 한곳에 집중시켰는지 알 것 같았다.
포위망을 돌파한 프레하 제국의 기사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달린다. 장벽 뒤에서 대기하던 예비 병력이 기겁해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장벽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허둥댄다.
나는 코너와 함께 그런 모습을 내려다보는 중이다.
“왜 저러죠?”
“왜 그럴 거 같냐?”
나는 피식 웃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데라스 자작에게 장벽 문의 수비를 지시받는 순간, 안쪽에 투석기 탄환을 모조리 퍼부어 놓았다.
밖에서 무슨 짓을 해도 열리지 않게 말이다. 설마 특공대를 조직해 안에서 장벽의 문을 열겠다는 시도를 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안으로 들어온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은 뻘짓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
백 개가 넘는 투석기 탄환으로 꽉 막힌 문을 열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장벽 외부의 융단 폭격을 포기한 건 아니다.
놈들이 못 쓰게 만든 아군 트레뷔셰의 탄환을 아공간에 보충해뒀거든.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여!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라!”
[프레하 제국에 영광을!]
거의 발악에 가까운 음성으로 소리치며 결전을 다지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
뒤를 쫓아 온 삼십여 명의 휴스턴 기사단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두둥, 둥! 둥둥둥둥!
갑작스레 바뀌는 프레하 제국의 북소리.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 듯하다.
뱅크스 요새 안으로 기사가 침투했으니, 장벽의 문이 열릴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게 틀림없다.
긴장감을 잔뜩 고조시키는 박자로 북을 두들겨 대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자식들,
애쓴다.
하지만 결국은 장벽 안쪽에서 싸우던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휴스턴 기사단의 숫자에서 밀려 전멸하고 말았다.
“뭐죠? 왜 문을 포기하고 싸운 걸까요?”
코너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단장님,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합니까?”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시안이 다가와서 기웃거린다.
저놈도 참 어지간히 신경이 굵은 놈이다. 조금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텐데, 그 새를 못 참고 끼어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투석기 탄환으로 출입문 안쪽을 막아놨거든.”
“역시 단장님의 잔머리는 알아줍니다.”
시안이 피식 웃으면서 엄지를 척 들어 보이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저 자식은 칭찬하는 건지 사람 신경을 긁는 건지, 애매하게 얘기할 때가 참 많다.
“아! 그래서…….”
코너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발한다.
“적이 장벽의 문을 공격할 거란 걸 예측하신 거예요? 와아! 대단하세요. 윌슨!”
녀석이 뜨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존경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니 살짝 부담감이 몰려온다.
프레하 제국군이 밖에서 문을 공격할까 봐, 귀찮아서 투석기 탄환을 몰아넣은 것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소 뒷걸음질에 쥐를 밟아 죽인 격이라고나 할까?
우연히 일어난 일일 뿐이지만, 코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몽롱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표정이 약에 취한 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철없는 어린아이의 동경을 받는 것 같아 아무 느낌도 없다.
“아버지께서 보셨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셨을 거예요.”
“……!”
순간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맞아!
이 덜떨어진 자식의 아버지가 무려 엘튼 제국에 존재하는 두 명의 공작 가운데 한 명이다.
코너를 멍청하다고 비웃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더 멍청했다.
녀석은 멍청하지만, 녀석의 아버지는 멍청하지 않다. 그런 대단한 아버지를 둔 녀석을 무시했다니……
서자이긴 해도 직접 모리스 공작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코너가 지나가는 말로라도 내 얘기를 모리스 공작에게 한다면?
“어제의 전투에서 패했으니, 극단적인 방법을 쓰리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
칭찬을 받을 때일수록 시크하게 대꾸하는 게 더 있어 보이는 법이다.
“여, 역시!”
“훗!”
녀석의 뽕 간 듯한 눈빛에 조금 어이가 없어서 실없이 웃음이 튀어나왔다.
두둥! 두두둥! 두두두둥! 두둥!
프레하 제국군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북소리가 더욱 거칠어진다.
장벽의 문이 열리지 않으니 다급해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장벽 안으로 침투한 프레하 제국의 기사는 전멸한 상황.
놈들이 아무리 북을 쳐봐야 장벽의 문이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앞일을 알 수…….”
“여기까지다. 싸울 준비를 해야 할 때야. 넌 저쪽에 짱 박혀 있어.”
계속 주절대려는 코너에게 정색하면서 말을 끊었다.
내가 가리킨 곳에는 장벽에 존재하는 일종의 대피소가 있다. 비상을 알리는 종이 설치된 곳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대피공간으로 사용하기 안성맞춤이다.
적의 투석기 공격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지금, 적의 화살 공격으로부터 코너를 지켜 줄 것이다.
“왜요?”
“곧 놈들이 진격 명령을 내릴 거다. 잡소리 그만하고 들어가 있어.”
눈을 부라리면서 소리쳤다.
아무래도 이 녀석과는 개인 면담 좀 해야겠다. 피하라면 피할 것이지 잔말이 많아?
<프레하 제국군은 진격하라!>
젠장!
말 끝나기가 무섭다.
“갈게요.”
“통신 들어오는 거 있으면 재까닥 알리고!”
“물론이죠!”
녀석이 대피장소로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모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부하들이 육포 쪼가리를 씹어 대면서도 나의 명령에 반응한다.
쓰파!
진짜 먹는 것조차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데……
이게 다 프레하 제국 놈들 때문이다.
“단 한 놈도 장벽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알겠나!”
[예, 단장님!]
부하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몸을 돌렸다.
프레하 제국 놈들의 진격 명령과 함께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으며 화살이 먼저 날아든다.
“맨틀릿 뒤로 몸을 숨겨라! 방패를 들어라!”
명령을 받은 기사와 병사들이 화살을 막으려고 세워둔 고정용 방패 뒤로 몸을 숨긴다.
그러고는 방패를 들어 머리 위로 들었다.
슈슈슈슝! 슈슈슝!
투다닥! 파바바박!
수많은 화살이 방패를 두들겨 댄다.
“니미럴! 새끼들이 무지하게 쏴대는군.”
“조금만 버텨! 어차피 제국 놈들이 접근하면 멈추게 될 것이다!”
시안이 짜증스럽게 소리치자, 프레스카가 다독이듯 말한다.
프레스카의 말 대로다.
프레하 제국이 화살을 쏘아대는 이유가, 아군의 캐터필더를 비롯한 원거리 공격을 방비하기 위함이다.
아울러서 아군의 화살 공격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한 번에 날아오는 화살의 숫자는 적어도 천 단위다. 거의 뱅크스 요새의 인원수와 엇비슷한 숫자의 화살이 날아오는 것 같다.
과장 조금 보태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 증거로 아군은 단 한 발의 화살도 날리지 못하고 방패로 몸을 가리기 바빴다.
장벽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화살.
바닥이 제대로 안 보일 지경이다. 어제 그렇게나 쏘아대고서도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화살을 날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런 와중에도 시즈 타워가 닿은 장벽 위에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적들도 그곳으로는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놈들의 기사와 병사들이 있는 방향이었으니까.
<화살이 멈췄다! 병사들은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화살과 돌을 날려 적을 요격하라!>
프레하 제국의 기사와 싸우는 중에도 명령을 내리는 반데라스 자작.
확실히 내가 보내버린 휴스턴 백작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명령을 내린다고나 할까?
물론 나한테는 더 지나치게 냉정한 건 빌어먹을 일이지만 말이다.
열 받는데 저 자식도 기회 봐서 처리해 버려?
아니, 아직은 좀 놔둬야 한다.
작위를 아직 받지 못했으니까.
“활을 들어!”
크게 소리 지르면서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기사고 병사고 따질 것 없이 나와 부하들은 일제히 활을 들었다.
“쏴라!”
투두두둥!
현악기와 같은 소리가 연달아 튀어나오는 순간, 백여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다.
목표를 특정하지 않는다.
바닥 반 사람 반이다.
놈들이 도착하기까지 최소 10발 이상의 화살을 날릴 수 있다.
자유사격을 명령하면 훨씬 더 많은 프레하 제국군을 처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 사격보다는 일제 사격이 효과적이다.
무더기로 날아오는 화살에는 돌진해 오는 놈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노리고 일제 사격을 하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프레하 제국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서다. 이왕이면 머뭇거리다가 자기네들끼리 뒤엉키면 더 좋고.
그러나 바라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게도 말이다.
[와아아아! 엘튼 놈들을 죽여라! 죽여라!]
악의에 가득한 함성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창을 들어라!”
명령을 내리면서 나부터 창을 들었다.
우리의 상대는 기사가 아니라 일반 병사들이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은 중앙의 시즈 타워에 집중되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적을 찌르기 공격으로 막는 게 효율적이다.
순식간에 어제와 비슷한 상황에 돌입했다.
터더덕! 터덕!
기다란 사다리가 장벽 여기저기에 기대어진다.
“기사들은 장벽 앞으로!”
[장벽 앞으로!]
나를 포함해서 창을 치켜든 기사 28명이 장벽에 섰다.
정확히는 사다리가 걸린 곳에 자리를 잡았다.
튼튼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앞에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까 말이다.
코너 녀석의 호위대 격인 자이언트 기사단의 9명까지 포함된 숫자다.
이제부터는 더 긴장해야 한다.
슈웅!
화살이 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렇게 조준 사격으로 화살이 날아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투캉!
갑옷에 맞아 튕겨나는 화살.
먼 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은 갑옷을 뚫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기사를 앞에 세운 이유다.
놈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길 기다린다.
충분한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면 사다리를 밀어내는 게 의미가 없다.
사다리의 밑부분을 받치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분한 무게가 실려야 사다리를 밀쳐도 효과가 있다.
일단은 대기!
꼬물거리면서 올라오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를 지켜보면서 창을 치켜들었다.
아직이다.
아직은 아공간의 투석기 탄환을 사용할 때가 아니다.
놈들이 밀집되어서 도망칠 공간이 없을 때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다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장벽의 문 입구 근처로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가 자리를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들어 적진을 살폈다.
그리고,
“푸흡! 푸흐흐흐! 푸하하하!”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