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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7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1화

71화 끝나지 않는 전쟁(1)

 

 

 

 

 

앙부아즈 백작은 불편한 심기를 억누르고서 천막에 모인 지휘관을 둘러보았다.

 

“방법을 제시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입을 꾹 다문 지휘관들을 둘러보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오늘 벌였던 전투를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음성에는 분노의 감정이 묻어났다.

 

“뱅크스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해 왔는지 아시오? 나에게! 우리 5군단에게 2만의 병사를 준 황제 폐하께서 이 일을 아시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소!”

 

[…….]

 

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투기를 발산하는 바람에 지휘관들은 더욱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여섯 대의 대형 투석기를 지급 받았고, 네 대의 시즈 타워, 그리고 성문 파괴 장비를 끌고 왔소. 그것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 거요. 그러나 지금 어떻게 되었소?”

 

[…….]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의 음성에 지휘관들은 더욱 위축될 뿐이었다.

 

“잉젤거 백작!”

 

“네, 사령관 각하!”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앙부아즈 백작이 잉젤거 백작을 불렀다.

평소처럼 그의 이름인 ‘뱅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났군.’

 

잉젤거 백작은 친구의 눈에 검은자보다 흰자위가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싫었던 ‘각하’라는 말까지 해야만 했다. 현재 상황은 친구인 앙부아즈 백작이 반쯤 눈이 돌아간 상태.

저 더러운 성질을 까딱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마법진이 새겨진 캣(Cat)과 시즈 타워 한 대가 파괴되었소.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대형 투석기는 써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오. 이제 어떻게 뱅크스 요새를 공략하면 될지 방안을 내주시오.”

 

앙부아즈 백작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러자 잉젤거 백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사령관 각하께서 사용하시려는 방법은 안 됩니다.”

 

“내가 무슨 방법을 사용하려 한다는 건가!”

 

앙부아즈 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기사단을 이끌고 배터링 램(Battering tam : 성문 파괴용 기둥)으로 장벽의 문을 공략하려는 거잖습니까.”

 

“…….”

 

정곡을 찔렸다는 얼굴로 쓰게 입맛을 다시는 앙부아즈 백작.

 

“사령관 각하께서 직접 전장에 뛰어들었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발루아 공작께 면목이 서질 않습니다.”

 

“끄응…….”

 

앙부아즈 백작이 앓는 소리를 냈다.

잉젤거 백작이 ‘발루아 공작’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난 이제 앙부아즈 가문의 주인이다. 아버님과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제 입장도 생각해 주십시오.”

 

“좋아! 기사단과 출격하는 건 그만두도록 하지. 하지만 나의 출진을 막으려면 방법을 제시해 보게.”

 

크게 떴던 눈을 원래대로 만들면서 앙부아즈 백작이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금 삐뚤어지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포위 공격은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당연하지, 뱅크스 요새는 성이 아니야, 단순히 제국과 제국을 잇는 도로를 막은 장벽에 불과하니까. 결정적으로 뱅크스 요새가 성이었다고 해도 포위 공격은 불가능해.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

 

“다른 군단보다 먼저 뱅크스 요새를 돌파해야만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저들의 농성 전술을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좋은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는 거잖나. 으음…….”

 

뱅크스 요새의 기상천외한 농성 전술을 떠올린 앙부아즈 백작이 앓는 소리를 냈다.

 

“푸아 자작!”

 

“예, 사령관 각하!”

 

“놈들의 농성 전술을 보면서 느낀 게 있을 것이오.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다면 기탄없이 얘기해 줬으면 하오.”

 

“죄송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아공간을 이용한 투석기 탄환 투척은 현재로선 마법적인 대응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령관 각하.”

 

당황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힘겹게 대답하는 푸아 자작.

그렇지 않아도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힘겨운 자리였다. 사령관이 직접 해결책을 물어 오는 게 부담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무려 120개의 투석기 탄환을 쏟아 내는 아공간.

겨우 아공간 하나에 2만이나 되는 프레하 제국의 병력이 별다른 힘도 써 보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황이다.

물론 처음 공격에 대략 10%에 달하는 병력이 죽거나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2만 대군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령관 각하,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오! 배아르 남작! 어서 얘기해 보시오.”

 

인상을 쓰던 앙부아즈 백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다른 사람과 달리 배아르 남작은 오래전부터 용병술을 공부하던 사람이다.

 

‘여기 있는 돌대가리 중에서 그나마 기대해 볼 만하지.’

 

앙부아즈 백작은 눈을 빛내면서 배아르 남작을 바라보았다.

 

***

 

뱅크스 요새 장벽.

 

“잠은 좀 자 두었나!”

 

나는 기사와 병사에게 물었다.

 

[예, 단장님!]

 

부하들이 일제히 대답하기는 했다.

하지만 보기가 좀 안쓰럽다.

만에 하나 있을 야습에 대비해 장벽 위에서 밤을 지새웠으니까 말이다.

물론 몇 명이 돌아가면서 불침번 형식으로 장벽 너머를 경계하라고 명령하긴 했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게 편히 쉬란다고 쉴 수 없는 법이다. 적이 어둠을 틈타고 화살을 쏜다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으니.

화살 공격에 대비해서 맨틀릿(Mantlet:지지대가 있는 방패)을 세워두긴 했다.

그럼에도 2만 대군이 진을 친 상황이고 보니, 불안감 때문에 선잠을 잔 게 틀림없다.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도 적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살아남는 것에 집중한다.”

 

[예, 단장님!]

 

부하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나 역시 선잠을 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공을 운용하면서 밤을 지새웠기에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윌슨!”

 

단지 옆에서 쫑알대는 코너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가 많이 쌓였을 뿐이다.

 

“넌 사귀어 놓은 인간이 조셉밖에 없었나?”

 

“…….”

 

기가 막혀서 코너를 귀찮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제 전투에서 조셉이 녀석을 지키려다가 목이 달아났다. 덕분에 녀석과 녀석의 친위 기사단인 자이언트 기사단이 내게 편입되었다.

귀찮은 짐 덩이를 맡게 된 셈이다.

왜?

녀석은 뱅크스 요새 유일의 통신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통신이 끊기면 전황을 알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귀찮게도……

 

“윌슨,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 때문에… 조셉이 죽은 걸 알면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으윽! 큽…….”

 

눈시울을 붉히면서 금방에라도 눈물을 떨굴듯한 표정을 짓는다.

젠장!

이 자식 마음 약해지게…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남자놈이 우는 걸 보는 것만큼 끔찍한 게 또 없거든.

 

“네놈이야말로 너무한 거 아닌가? 전쟁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리광부리지 마라. 네 놈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라. 그게 아니라면 어디 안전한 곳에 짱 박히든지.”

 

일부러 냉정하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판인데, 죽은 놈을 생각하다가 애먼 화살에 맞아 죽으면 그것도 황당하니까.

이런 녀석을 지키면서 싸울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공작가에서 귀하게 자란 탓에 생각이 부족하다. 아니, 생각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맞겠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탓에 어찌어찌 3서클의 마나 고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실용마법엔 잼병이라던가?

그나마 통신 마법에 필요한 마나를 지니고 있어서 인간 건전지(?)쯤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놈이라 골치가 아프다.

 

“제길!”

 

코너 녀석이 콧물을 훌쩍이는 걸 무시하고 장벽 너머로 시선을 던지면서 혀를 찼다.

프레하 제국군이 술렁이고 있었다.

 

<놈들이 전열을 갖춘다! 요새의 전 병력은 전투에 대비하라!>

 

때를 같이해 반데라스 자작의 마나를 담은 음성이 뱅크스 요새를 흔들었다.

아침의 나른함에 젖어 있던 뱅크스 요새에 긴장감이 덧입혀졌다.

그렇게 잠시라고 불러도 좋을 시간이 흐르자,

 

둥, 둥, 둥, 둥!

 

절로 심장을 박동케 하는 커다란 북소리.

프레하 제국군의 진영에서 전투를 독려하는 고성이 오간다.

 

“놈들이 진군해 올 것이다. 각자 자리를 지키고 알아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예, 단장님!]

 

부하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씹었다.

그것은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

지금 입에 집어넣는 이 음식이 최후일지도 모르니까.

최소한 먹는 것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게 하고 싶었다. 무림의 삶에서 60년간 벽곡단만 지긋지긋하게 먹고 지내다가 죽은 기억 때문이다.

음식만큼이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으적, 으적……

 

육포와 하드텍을 씹으면서 프레하 제국군의 움직임에 주시했다.

나와 부하들이 지키는 곳은 장벽 유일의 문이다.

반데라스 자작에게 특별히 방어 명령을 받은 결과다. 아공간의 위력에 기대어 성문을 지키라는 거였다.

 

‘지독한 자식!’

 

꽈직! 우지직!

 

반데라스 자작을 떠올리면서 육포를 야무지게 씹었다.

나와 부하들에게 성문을 사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것도 코너라는 혹 덩이까지 붙여서 말이다.

반데라스 자작이 나를 필요로 하는 줄 알았더니, 이런 식으로 사람을 괴롭힐 줄이야…

어제의 전투에서도 장벽의 문을 부수려 프레하 제국군이 얼마나 몰려들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장벽의 문에 약간의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겨우 28명의 기사와 122명의 병사만으로 이곳을 지키라니……

하지만 해낸다.

내가 지키고 있으니까!

어제처럼 부하들과 떨어져 있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설마 밀리는 걸 뻔히 보면서도 우리 양옆의 병사들이 돕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

우리가 무너지면 지들도 괴로울 텐데?

 

두둥, 둥, 두둥, 둥!

 

격해지는 북소리!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적 사령관이 맹수의 포효와도 같은 명령.

 

[우와아! 프레하 제국 만세!]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정렬한 프레하 제국군이 함성을 내질렀다.

 

“쟤네 뭐냐?”

 

허탈한 생각이 들어 코너에게 물었다.

일부러 물어보는 것이기도 했다. 조셉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후읍! 글쎄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녀석이 감정을 추스르면서 대답한다.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이 아니었으니 뭐…….

프레하 제국군은 어제처럼 무작정 돌진해 오지 않았다. 남은 시즈 타워 세 대를 중앙에 집중시켜 천천히 진군하는 중이다.

병사들은 그 뒤를 따라온다.

이래서야 시즈 타워가 성벽에 도착할 때까지 공격할 방법이 없어진다.

물리 방어 마법이 걸린 탓에 시즈 타워를 노리고 캐터펄트로 돌을 날려도 튕겨 나올 테니까 말이다.

적병이 어제처럼 물밀 듯이 밀고 왔더라면 바위가 튕겨나면서 주변의 적병을 공격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놈들이 질서정연하게 나란히 간격을 맞추고 전진하는 시즈 타워의 뒤를 쫓고 있으니 돌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진격해 오는 것인지 이해는 간다. 최대한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도일 터.

어떤 명령이 떨어질지 기대하면서, 지휘부가 있는 뱅크스 요새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쪽도 모르기는 마찬가지군.”

 

입맛을 다시면서 중얼거렸다.

반데라스 자작을 비롯한 지휘관들의 표정에도 의아함이 묻어난다.

저들 역시 프레하 제국군이 저런 식으로 병력을 운용하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앙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인가?”

 

“한곳만 집중적으로 노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시선을 시즈 타워에 집중한 다음에 의외의 곳을 노릴 수도 있어요.”

 

나름 고심한 듯한 코너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여주고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반데라스 자작이 프레하 제국군의 움직임에 맞추어, 중앙에 기사단을 집중배치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거 오늘 전쟁은 조금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중앙에서 신 나게 싸워대는 걸 구경만 하면 되는 셈인가?

팝콘이 있었으면 딱 좋았을 건데 아쉽다.

느릿느릿 이동하는 시즈 타워.

어제 직접 저 끔찍한 물건을 상대할 때는 죽는 줄 알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헤로드 소드를 휘두르고서야 겨우 한 대를 부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번 전투에서 전공(戰功)이 대단한 편이었잖아?

이미 귀족의 작위는 약속받았으니, 어쩌면 영지도 받을 수 있겠다.

저 음흉한 반데라스 자작이 중간에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영지를 하사받을 수도 있을 만큼 큰 공을 세웠다고 봐야 한다.

어제의 전투에서 투석기 탄환을 밑으로 뿌리는 수법을 사용해 프레하 제국군을 학살했으니까.

그렇게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

 

쿠쿠쿵!

 

드디어 세 대의 시즈 타워가 뱅크스 요새의 중앙에 맞닿았다.

그와 동시에,

 

<뱅크스의 기사들이여!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라!>

 

반데라스 자작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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