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7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0화
70화 작위를 약속받다.(2)
***
“재미있군.”
반데라스 자작은 하얀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쓰다듬으면서 피식 웃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나타나 휴스턴 백작을 죽였다.
그러고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까지 마구 죽이면서 도주했다.
분명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사령관을 뜻하는 투구를 머리에 쓸 수 있었으니까.
‘정확히 휴스턴 백작만 죽이고 사라지다니…….’
이상한 일이었지만, 나쁘지도 않은 상황.
원래는 시골 영지 출신의 얼치기 기사단장을 시켜 암살을 지시했다.
분위기로 보아선 진짜로 휴스턴 백작을 암살할 것 같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나타나 휴스턴 백작을 처리할 줄이야…
덕분에 조금은 일이 골치 아파졌다.
차라리 촌뜨기 기사단장이 휴스턴 백작을 처리했으면 더 좋았다.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엉뚱한 놈이 끼어드는 바람에 상황이 묘해졌다.
결과적으로 잡음 없이 사령관의 지위를 가로챌 수 있었으나, 뒤처리가 문제다.
어쨌든 사령관인 휴스턴 백작에 대한 암살을 사주한 사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사령관님, 코너 공자와 윌슨 기사단장이 도착했습니다.>
천막 밖에서 들려오는 경계병의 음성.
“오! 어서 들어오라고 하라!”
반데라스 자작은 상념을 접고 얼굴의 표정을 미소로 바꾸었다.
“충!”
“추, 충!”
평온한 얼굴의 윌슨과 달리, 코너가 핼쑥한 얼굴로 군례를 올렸다.
“둘 다 자리에 앉게.”
반데라스 자작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를 권했다.
그러자 윌슨과 코너가 테이블 밑의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늘 그렇듯이 병사 하나가 들어와 차와 간식을 내려놓고 나간다. 그때까지도 코너는 불안한 눈으로 반데라스 자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너,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사령관님.”
“그래, 뭐든 물어보게.”
“정말… 절 죽이려 하신 건가요?”
“마, 말도 안 될 소리를 하는구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데라스 자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코너를 안심시킨 그는, 말과 달리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아 발검술의 원리를 이용해 휘둘렀다.
윌슨과 코너의 목을 동시에 날려 버릴 작정을 하고서.
슈아악!
텁!
하지만 롱소드를 다 휘두르기도 전에 붙들리고 말았다.
“그만하시죠. 먼저 물어보고 싶은 얘기가 있으셨을 텐데요.”
“큽!”
반데라스 자작은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설마 새파랗게 어린 촌뜨기 기사단장이 이렇게나 빠르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목구멍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몸에 화끈한 통증이 몇 군데 느껴진 다음의 일이었다.
“하여간 정치판에선 믿을 놈이 없다니까.”
윌슨이 지겹다는 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어이가 없어서 한숨밖에 안 나온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진짜로 이렇게 나올 줄이야.
반데라스 자작의 천막 주변에 불필요하게 기사들이 배치된 것을 보고 확신하긴 했다.
나와 코너를 죽이고, 우리가 암살을 시도했다면서 떠들어 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코너 녀석이 사고를 치긴 했지만, 상황을 명확하게 만들어 준 격이다.
그래서 일단은 반데라스 자작이 말을 할 수 없게 아혈을 제압해두었다.
물론 움직이지 못하게 마혈도 제압한 건 기본이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
빠악!
“아웁!”
코너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주접을 싸기에 뒤통수를 후려쳤다.
녀석이 뒤통수를 움켜쥐고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적당히 해라.”
나는 귀찮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서 말했다.
이 자식, 진짜 썩은 줄 맞다.
어떻게 자작이라는 놈이 공작가의 아들을 처리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만큼 코너 녀석의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의미일 거다.
휴스턴 백작이 처음에 녀석을 대우했던 건, 반데라스 자작을 의식해서였던 것뿐인가?
지친다. 진짜!
일단 녀석은 놔두고 반데라스 자작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순진해서 말입니다.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반데라스 자작님께서 지시하셨던 일은 제가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
“……!”
나직하게 말하자 반데라스 자작의 눈이 커졌다.
“윌슨 네가?”
“넌 입 다물어, 바보 자식아.”
“…크흡.”
코너가 상처받았다는 얼굴로 입술을 짓씹는다.
그래, 차라리 입 다물고 있는 게 돕는 거다.
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휴스턴 백작을 암살하겠다는 인간이다. 입막음을 할 거란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은 건가?
아니,
어쩌면 같은 온건파 쪽 사람이라 믿은 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느낀 반데라스 자작은 믿을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내게 휴스턴 백작을 암살하라고 지시하면서 뱀처럼 교활한 눈빛을 했던 인간이다.
언제든 나 정도는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이렇게 기사들을 배치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코너 녀석까지 같이 해치우려고 했다는 건 약간 의외긴 했지만……
야망 앞에선 같은 조직의 수장 아들쯤은 해치워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아무리 서자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에라이!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휴스턴 백작을 처리한 것은 제 친구입니다. 물론 프레하 제국의 사람은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분한 음성으로 반데라스 자작에게 말했다.
그의 눈에 놀라움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느껴진다.
그래서 확인사살 하듯 다시 입을 열었다.
“친구가 반데라스 자작님께 신호를 주었다고 하던데, 모르셨습니까?”
“……!”
의아하다는 듯 표정을 짓던 반데라스 자작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내가 직접 휴스턴 백작의 목을 치고서 눈짓과 함께 고개까지 끄덕여줬다.
그걸 모른척하면……
아주 독하게 협박하려 했는데,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와 엇비슷한 실력을 지닌 친구입니다. 직접 경험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목표로 한 인물은 어떻게든 확실하게 보냅니다.”
나는 일부러 손날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미지의 인물을 등장시킨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일부러 강조한 것이다.
허튼수작 부리면, 친구 녀석을 반데라스 자작에게 보낼 수도 있다는 암시를 걸어 둔 것이라고 보면 맞겠다.
물론 둘 다 ‘나’였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하나 더 두는 게 좋다.
일종의 안전장치?
그래야 함부로 나를 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대화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눈동자를 아래위로 움직여 주십시오.”
“…….”
잠시 갈등하던 반데라스 자작이 눈동자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소리를 지르시거나 공격하실 생각은 접어 두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구 녀석이 아직 대금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제압된 혈도를 풀어 주기 전에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뒷구멍으로 음흉한 짓을 하는 작자들은 당최 믿을 수가 없거든!
“허, 허허! 어수룩한 친구로 생각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혈도를 풀어 주자 반데라스 자작이 허탈한 듯 웃는다.
“반데라스 자작님… 정말 저를 죽이려 하셨던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난 그저 윌슨, 저 친구를 처리하려고 한 걸세. 자네는 그저 잠시 기절만 시켜두려고 했을 뿐이야.”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반데라스 자작.
아까의 공격으로 봤을 때, 나와 코너의 목쯤은 단박에 두 동강 내고도 남을 정도의 힘을 담고 있었다.
“그런 거죠? 전 또…….”
이 순해 빠진 놈이 또 그 얘길 순진하게 믿는다.
그래서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악!
“으그극! 왜, 왜 때려 윌슨!”
“내가 죽는 건 괜찮다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그냥 넌 입 다물고 있어라, 바보 녀석아.”
녀석이 불만스러워하거나 말거나 시선을 거두고 반데라스 자작과 눈을 맞췄다.
답이 없는 녀석이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가는 꼴이라니……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반데라스 자작이 말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코너를 죽이려 했던 건지 아닌지 증명할 수 없다. 한국처럼 CCTV가 있다면 몰라도 말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반데라스 자작의 상황 판단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점이다.
코너의 볼멘소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서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을 보면……
“자네의 솜씨를 보니, 소드 익스퍼트 중급 수준이 아니군.”
“실력을 다 내보이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배웠습니다.”
나를 훑듯이 쳐다보는 반데라스 자작에게 약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조금 전에 당신의 검을 받아 낸 것도 실력을 온전히 내보인 게 아니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뒤통수 맞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실력의 우위를 보여 주면 더 좋겠지만, 저런 유형의 인간에겐 정보를 최소화하는 게 더 유리하다.
최대한 나에 관한 걸 감추어 혼란하게 해두어야 귀찮음을 피할 수 있다.
대신에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있겠다는 본심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좋아, 내가 성급했음을 인정하지.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약속했던 작위를 내려 주시면 됩니다. 이번 일을 처리해 준 친구 녀석의 대금도 부탁드립니다. 비싼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일부러 돈을 더 강조하듯이 말했다.
아공간에 널린 게 금괴지만, 저 인간을 안심시켜둘 필요가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거라고 보면 맞겠다.
나에게 ‘부탁’ 혹은 ‘명령’을 내리려면 돈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머리에 심어 주는 거다.
까탈스럽지만,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
그게 바로 반데라스 자작에게 심어 줄 나의 이미지다.
“작위 문제는 쉬운 일이고… 포상금은 지급하기로 했으니까 주기는 하겠네만, 대금이 얼마나 되는가?”
“100골드입니다.”
“생각보다 비싸군.”
반데라스 자작의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걸린다.
정적(政敵)이자 사령관인 휴스턴 백작을 처리하는데 100골드면 싸게 먹힌 거라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 터다.
그럼에도 일부러 대금이 비싸다고 말한 게 분명하다. 비싸다는 말과 달리 허리춤의 주머니를 열어 10골드짜리 금화 열 개를 거리낌 없이 꺼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받게, 작위는 조만간 해결해 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일부러 감격한 얼굴로 대답했다.
속물처럼 보여 두는 게 저 인간을 조금은 안심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말일세.”
“말씀하십시오. 사령관 각하!”
반데라스 자작의 입이 귀에 걸린다.
백작 이상의 작위에만 허락되는 ‘각하’라는 호칭에 기분이 좋아진 게 틀림없다.
“험, 험! 혹시 나중에라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해줄 수 있겠나?”
“금액만 맞으면 가능합니다.”
“그렇군.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얘기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태도로 군례를 취했다.
이것으로 되었다.
내가 쓸 만한 놈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일은 충분히 해피 엔딩이다.
비록 약간의 불안은 남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다.
서로가 지저분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휴스턴 사령관을 암살했다는 은밀한 비밀 말이다.
“저, 얘기 끝난 건 가요?”
물론 이런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얼빠진 녀석이 하나 끼어 있는 건 에러긴 하다.
“허허허! 코너, 이제 시작이다. 프레하 제국군을 물리칠 작전을 세워야 할 때지.”
“아…….”
코너가 맹한 얼굴로 탄성을 흘린다.
저 녀석,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는 자각이 있기는 한 건가?
어째 그동안 만난 마법사 치고 정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