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6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66화
66화 뱅크스 요새의 혈전(2)
“어억! 빌어먹을 자식들아!”
병사들의 화살이 쏟아지는 순간,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당혹성을 내질렀다.
투다강! 타당! 티디디딩!
튼튼한 갑옷 덕분에 제대로 박히는 화살은 없었다.
그러나 간간이 갑옷을 뚫는 화살이 생기자, 프레하 제국의 기사는 꽁지가 빠지라 도망쳤다.
둥, 둥, 둥, 둥!
그게 신호가 되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프레하 제국군의 진영에서 북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일정한 리듬을 타고서 북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의 박동이 북소리와 공명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절묘한 박자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북소리 맞춰 발을 구르면서 전진해 오는 프레하 제국군의 모습.
분명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음에도 어째서인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시즈 타워를 파괴하라!>
휴스턴 백작이 롱소드를 뽑아 프레하 제국군을 가리켰다.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캐터펄트에 무거운 돌을 얹고서 발사하기 시작했다.
원래 뱅크스 요새를 지키던 병사들이 캐터펄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크기대로 돌을 분류해 둔 것으로 보아 나름 체계적인 거리계산이 되어 있다는 의미일 거다.
터엉!
숟가락처럼 생긴 나무 기둥이 밧줄을 감은 장력으로 움직여 무거운 돌을 날려 보낸다.
그 과정에서 숟가락처럼 생긴 기둥이 캐터펄트의 상단을 가로지른 나무 기둥과 부닥치면서 커다란 타격음을 일으킨다.
과연!
뱅크스 요새를 지켜온 정예병답게 쏘아진 돌덩이는 적이 밀고 오는 시즈 타워의 근처에 떨어졌다.
병사들은 서둘러 방향을 조절해 다시금 돌덩이를 쏘았다.
저건 맞을 것 같다!
방향과 거리가 아주 적절하다.
투확!
“…….”
나는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방금 뭐였지?
“놈들의 시즈 타워에 물리 방어 마법진이 설치되었다! 사람을 노려라!”
휴스턴 백작이 곧바로 명령을 바꾸었다.
이건 좀 허무하다.
시스 타워에 돌덩이가 부닥치는 순간에 빛이 일어나면서 튕겨 나올 때의 허무함이란…
내가 촌놈은 촌놈인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 거니까.
마법사는 쓸데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머리가 조금 더 잘 돌아가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리치를 만나고서 마법이라는 게 무서운 거라는 걸 깨닫기는 했다. 그러나 리치와 같이 무시무시한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를 아직 만나 보질 못했다.
그런데 시즈 타워에서 마법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줄이야!
어쩐지 저런 물건을 분해도 안 하고 악착같이 끌고 온다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진격하라! 뱅크스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 주어라!>
놀라운 현상에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묵직한 음성이 고막을 흔들어 놓는다.
들어 보았던 음성이다.
어제 나한테 불알을 떼겠다고 헛소리하다가 오지게 욕을 먹었던 인간.
일부러 마나를 담아 소리친 것이 틀림없다.
“활을 준비하라!”
휴스턴 백작의 명령이 뒤를 이었다.
병사들이 일제히 활시위에 화살을 재었다.
우리 시에트 기사단과 몇몇 기사들도 활을 들고 제국군을 겨누었다.
반면에 강경파 쪽 기사 녀석들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활을 쏘는 게 좀스럽다고 생각하는 걸 터다.
조금이라도 숫자를 줄여놔야 그만큼 아군이 유리하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한심한 자식들!
저런 식으로 인식을 박아 놓은 것도 강경파의 귀족 때문일 거다. 기사 출신의 귀족이었기에 자부심이 남 달라서인 것인가?
“쏴라!”
상념은 오래갈 수 없었다.
화살을 날려야 했으니까.
솨솨솨솨솨!
하늘을 까맣게 가리면서 날아가는 화살.
날아간 화살은 제국군을 덮쳤다.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으나, 워낙 숫자가 많아서 티도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방패를 위로 들어 방어와 함께 진군하느라 효과는 좋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시즈 타워.
화살이 모조리 튕겨나고 있어서 절망감마저 느끼게 하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재장전!”
“쏴라!”
제국군이 다가오자 휴스턴 백작의 음성이 당황으로 물들어간다.
재장전과 쏘라는 명령을 거의 동시에 내린다.
“에이 씨…….”
짜증이 나서 활을 시위에 걸자마자 놓아 버렸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정작 싸워야 할 순간이 오니 머리가 복잡해진 게 틀림없다. 쓸데없는 것에 신념은 강하나 멘탈은 약하다는 건가?
뭐 저런 등신이 다 있어?
“재장전!”
“쏴라! 기름! 기름을 준비하라! 시즈 타워에 대비하라! 기사들은 뭣들하고 있는가! 시즈 타워가 이쪽으로 오고 있지 않은가! 적을 맞이하라!”
휴스턴 백작이 허둥대면서 마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횡설수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 제국의 병사들이 장벽 밑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즈 타워가 느린 속도일 망정 쉬지 않고 전진해 오는 중이다.
“지휘관들은 들어라! 병사를 반으로 나누어 절반은 장벽 아래로 화살을 날려라! 나머지 반은 끓는 기름과 돌을 던져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휴스턴 백작의 음성을 걷어 내는 묵직한 명령.
장벽 위의 지휘관들이 혼란에서 벗어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시즈 타워의 진행 방향에 맞추어 40명씩 무리 지어 대기하라! 서둘러라! 적의 시즈 타워가 오고 있다!”
침착함이 묻어나는 음성에 지휘관을 비롯해 병사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듯 신속하게 행동했다.
“시안!”
“얫! 단장님!”
“아까 내가 한 얘기 잊지 마라!”
“알겠습니다!”
시안의 어깨에 한쪽 손을 얹고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부족한 기사의 숫자를 채우려고 요새의 중앙에 밀집했던 휴스턴 기사단이 다가온다.
기사들이 숫자를 맞추기 전에 몸을 빼내야 할 때다. 초라하게 생긴 나무방패와 단창 한 자루를 챙겨서 신속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휴스턴 백작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기름이 끓었다!”
“돌! 돌을 더 가져와!”
“놈들이 화살을 쏜다! 방패! 방패를 들어!”
병사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그 틈바구니에 은근슬쩍 끼어들면서 급격히 몸을 낮췄다. 거의 낮은 포복 자세로 이동하면서 가슴에 손을 댔다.
‘크로노스 아공간!’
나의 몸을 감싸던 갑옷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투석기 탄환으로 그득한 아공간으로 갑옷이 사라진 것이다.
슈슝! 슈슈슝!
파바박!
“아악! 화살에 맞았어!”
아래에서 곡사(曲射)로 쏘아진 화살이 날아와 병사들을 덮친다.
방패로 대비하고 있음에도 운 없는 병사들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난리가 나버린 병사들 사이로 이동하면서 허리를 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모습은 일반 병사와 같은 군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레이놀드 영지의 군복이 아닌, 로버츠 남작의 병사들이 입는 군복으로 말이다.
“죽어 버려!”
“뜨거울 거다, 이 자식들아앗!”
장벽 아래로 끓는 기름을 들이붓는 병사가 괴성을 지른다.
악의로 가득 찬 음성.
프레하 제국군이 장벽 아래까지 밀고 들어왔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군 병사들이 점점 폭주하는 것 같았다.
“화살! 화살이 떨어졌다! 화살을 가져와!”
장벽 아래로 화살을 날리던 병사의 악에 받친 고함.
그러나 적의 화살에 목이 관통되어 장벽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터덕! 턱!
화살을 맞아 밑으로 떨어진 병사가 있던 자리에 걸리는 사다리.
“이런! 사다리를 걷어 내! 어이! 거기! 도와줘!”
병사 하나가 나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기대란 장대에 끝에 ‘ㄷ’ 형태의 쇠가 달려 있었다. 벽에 기댄 적의 사다리를 밀어낼 때 사용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방어 장비다.
나는 단창을 내려놓고 병사를 도왔다.
“밀어!”
“웃차!”
병사의 고함을 신호 삼아 사다리를 장대로 힘껏 밀었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아아악! 넘어간다아!>
아래에서 들리는 처절한 비명.
사다리가 벽에서 떨어져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쉬웅!
“이크!”
날아오는 화살을 고개를 돌려 피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눈먼 화살에도 죽을 수 있는 법이다.
“나는 저쪽을 지원하러 가야겠어!”
함께 사다리를 밀어낸 병사에게 말하고는 바닥에 놓은 단창을 집었다.
다른 곳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벌써 성벽을 넘어오는 제국의 병사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야아아아!”
프레하 제국의 병사가 한쪽에만 날이 선 칼을 마구 휘두르면서 장벽 위로 뛰어올랐다.
“죽여! 놈들이 더 넘어오기 전에 죽여!”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병사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다리를 타고 넘어오려는 다른 적을 처리하는 중이라 몸을 빼기가 여의치 않아 보였다.
“꺼져! 죽고 싶은 놈은 덤벼! 덤비라구!”
악을 써대면서 다가가는 아군 병사에게 난도질을 해대는 제국 병사.
놈의 등 뒤로 다른 제국군 병사가 꾸역꾸역 올라오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뚫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진다.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제국 병사를 향해 단창을 들고 덤벼들었다.
“덤…….”
퍼걱!
“……벼어어어…….”
제국 병사는 빠른 찌르기에 가슴에 뚫린 채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무너져 내렸다.
곧바로 창을 휘둘러 막 장벽에 한쪽 발을 올리는 제국 병사를 후려쳤다.
빠각!
“으아아아!”
길게 비명을 지르면서 장벽 밖으로 떨어지는 제국 병사.
또 다른 제국 병사가 올라오고 있을 게 틀림없다. 사다리가 걸쳐진 곳으로 다가가는 순간,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나를 반겼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창을 휘둘렀다.
파각!
장벽 너머에서 롱소드가 튀어나와 내가 휘두른 창대를 터트리듯 부러뜨린다.
본능처럼 창에 내공을 담은 까닭에 폭발하듯 창대가 부러진 것이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상대의 롱소드가 창대를 가르고 내게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체를 뒤로 젖히는 와중에도 나는 본능처럼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차앙!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단전의 내공을 불어넣었다.
나의 단창을 파괴한 솜씨는 일반 병사가 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장벽 너머로 은빛의 투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그대로 헤로드 소드를 휘둘렀다.
“어림없다!”
모습을 드러낸 기사가 코웃음을 치면서 마주 롱소드를 휘둘러 왔다.
병사의 복장을 한 탓에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았다.
카앙!
“어어?”
기사가 놀란 얼굴로 바보처럼 이상한 소리를 냈다.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하고서도 평범해 보이는 나의 검을 절단하지 못해서 놀란 게 분명하다.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놈의 롱소드와 부닥친 탄력을 이용해서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그대로 발차기를 내질렀다.
터엉!
“으, 으아아아!”
가슴을 걷어차인 기사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놓인 장대를 들어서 장벽에 걸쳐진 사다리를 힘껏 밀었다.
“아, 안 돼에!”
비명을 지르는 제국 병사.
네 놈이 올라오면 내가 안 된다, 이 자식아!
급한 불을 끄고서 중앙의 뱅크스 요새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시즈 타워가 거의 접근한 상태다. 그것은 다른 쪽도 마찬가지다.
휴스턴 백작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병사들을 다른 기사들과 학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서 반데라스 자작과 몇몇 기사들이 불이 붙은 단지를 들고서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시즈 타워의 문이 열리면 안에 던지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거 서둘러야겠다.
더 늦으면 반데라스 자작과 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정신없이 싸우는 병사들을 헤치고 중앙으로 이동했다.
휴스턴 백작과 10미터도 채 남기지 않은 거리에 도착했을 때,
덜컹!
장벽에 다다른 시즈 타워의 문이 열렸다.
“던져라!”
반데라스 자작의 명령이 뒤를 이었다.
대기하던 기사들이 일제히 손에 쥔 불붙은 기름 단지를 시즈 타워 안으로 집어 던졌다.
파삭! 파사삭!
화르륵! 화르르륵!
기름 단지가 깨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시즈 타워 안에서 튀어나오는 기사들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막아라!”
“놈들이 나오지 못하게 공격하라!”
휴스턴 백작과 반데라스 자작은 목청이 터지라 소리쳤다.
거의 전신을 가리는 방패를 앞세운 채로 밀고 나오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
불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곧바로 난전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노릇.
나는 병사들을 헤치고 달려갔다.
목표는 휴스턴 백작.
‘크로노스 변형!’
투두두둑! 투두둑!
온몸을 감싸 오는 갑옷의 감촉을 느끼면서 헤로드 소드를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