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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6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65화

65화 뱅크스 요새의 혈전(1)

 

 

 

 

 

숲에서 기습 공격을 시도한 병사들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뱅크스 요새에 도착했다.

역시나 환영 같은 건 받지 못했다.

지원하러 온다던 존슨 자작과 브린크스 남작이 병사를 이끌고 온 탓에 더 소외된 느낌이다. 그들이 기사들과 1,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고작 130명의 귀환에 신경 쓸 리가 없기도 하다.

아니, 기사 놈들은 오히려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엘튼 제국의 기사들과 달리 병사들은 호의적인 눈빛으로 맞이했다는 정도다.

직접적인 전투를 치르는 병사의 입장에선 적의 숫자가 하나라도 줄어들면 좋은 거니까.

어째 기사들보다 병사들이 더 똑똑하다고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

어긋난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무식한 자의 신념이란 재앙과도 같은 것.

겨우 같잖은 기사도 따위나 지키자고 대책 없이 병사들을 사지(死地)로 모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

답 없는 놈들이 아닐 수 없다.

 

“와그너!”

 

장벽의 문을 통해 들어오는 보병 대장의 이름을 불렀다.

상당히 지친 모습이다.

 

“단장님!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고생했다. 피해는?”

 

“없습니다!”

 

“잘했다!”

 

녀석의 어깨를 움켜쥐고서 환하게 웃었다.

험한 산길을 이동해 오느라 지쳤을 게 분명했다.

 

“이동 속도로 보아, 놈들은 내일 오전 늦게나 도착할 것입니다.”

 

“알았으니, 어서 부하들과 함께 쉬도록 해.”

 

지친 몸을 하고서도 보고부터 하는 와그너에게 휴식 명령을 내렸다.

놈들의 이동 속도는 나도 안다.

주렁주렁 보급 마차와 공성 병기를 끌고 오느라 속도가 느린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도주했을 병사들이 체력을 회복하는 게 먼저다.

물론, 나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다.

부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의 특별 명령으로 휴식을 보장받은 거다.

남들보다 먼저 전투를 치른 일종의 혜택이라고 보면 맞겠다.

 

“충!”

 

와그너가 군례를 올리고는 막사로 이동했다.

한 명의 부하도 잃지 않고 돌아온 그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패악질이나 하던 녀석들이 어느새 한 명의 전사(戰士)가 되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자식들,

이번 전쟁에서 허무하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과 삶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소망하게 된다.

만약 죽음의 신이 있다면 저들을 피해서 가 주었으면…

…은 개뿔!

살아남는 것도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부하들의 능력은 최고라 말해도 되겠다.

공을 세워 귀족이 된다면, 저 녀석들과 함께 누구도 함부로 넘보지 못할 강한 영지를 만들고 싶다.

 

“…….”

 

부하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부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의 천막을 바라보았다.

전쟁의 혼란을 틈타서 사령관인 휴스턴 백작을 암살하라는 명령.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이 있긴 하다.

대가로 남작의 작위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게 함정이라는 건 바보라도 알 일이다. 순진한 코너 녀석은 축하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라면서 내 손을 꼭 잡았지만 말이다.

만약 코너가 내게 한 행동이 연기인 거라면, 살 떨리게 무서운 놈일 터다.

그러나 녀석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며칠 겪어 보지 않았지만, 녀석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은 보는 내가 질릴 정도.

결국은 반데라스 자작이 내게 작업을 걸었다는 얘긴데…

시에트 기사단을 휴스턴 백작의 주변에 배치하겠다고 얘기했다. 기회를 노리려면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어처구니없는 개소리!

휴스턴 백작에게 암살을 시도한다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는다. 사령관을 암살한다면 혐의가 누구한테 쏟아질 것인지 뻔하다.

사령관의 근처에 있던 인물이 가장 큰 혐의를 받게 되겠지.

촌구석에서 올라온 시골 기사단.

연줄조차 없는 허접한 놈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제거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그런 주제에 뭐?

표시 나지 않게 은밀히 처리하라고?

누굴 바보로 아나…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휴스턴 백작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휴스턴 백작이 너무 멍청했으니까!

최고의 자리에 앉은 놈이 멍청하면 위험하다.

거기에다…

결정적으로 내겐 연줄이 필요하다.

코너가 비록 썩은 밧줄이기는 해도 완전히 썩은 밧줄은 아니라는 게 뱅크스 요새에서 증명되었다.

휴스턴 백작도 그렇고 반데라스 자작도 녀석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전쟁에서 휴스턴 백작을 반드시 해치우기로 말이다. 찜찜한 명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습게 보다간 뒤통수 까일 겁니다.”

 

반데라스 자작의 천막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면서 중얼거렸다.

나에게 다짐하듯 그렇게.

 

***

 

뿌우우우! 뿌우우우!

 

오늘따라 구슬프게 들리는 나팔소리.

아침을 준비하던 병사들이 일제히 뱅크스 요새를 쳐다보았다.

망루에 선 병사가 얼굴이 벌게지도록 나팔을 불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야 나팔을 부는 병사의 얼굴까지 확인할 순 없겠지만.

나팔을 불어 대는 병사의 곁에 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휴스턴 백작이었다.

그는 뱅크스 요새 너머를 살피는 듯 행동하다가 몸을 돌려 고함을 지른다.

 

<서둘러 식사를 끝내도록 하라! 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좋은 판단이다.

굶으면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식사일지도 모를 일.

 

“서둘러라!”

 

나 역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침에는 역시 뜨끈한 걸로 배를 채워두는 게 좋다. 부하들에게 하드텍과 육포와 같은 전투 식량은 미리미리 넉넉하게 배급해 둔 상태다.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래서 항상 전투 식량만큼은 부하들에게 넉넉하게 지급하는 편이다.

 

“시안!”

 

“예, 단장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녀석을 굳은 얼굴로 맞이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전투 중에 내가 자리를 비우면 대신 기사들을 지휘해줘야겠다.”

 

“네?”

 

“놀랄 때가 아니다. 까딱 실수하는 날엔 우리 모두…….”

 

말끝을 늘이면서 손으로 내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꿀꺽!

 

녀석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나의 귀에도 들릴 정도다.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느낀 듯 보여서 다행이다.

 

“절대로 사령관 근처에 가지 마라.”

 

“긴박한 상황에서도 말입니까?”

 

“절대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접근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시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잘 알아들은 것 같다.

 

“먹자!”

 

경직되어 버린 시안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수프를 끓이는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뱅크스 요새에서 지급한 수프에 잘게 찢은 육포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단장님! 드십시오.”

 

병사가 내미는 그릇과 빵을 받아 들고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와 기사들도 음식을 받아 급하게 숟가락을 움직인다.

 

<모든 지휘관은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병력을 배치하라!>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다시 한 번 휴스턴 백작의 음성이 뱅크스 요새를 흔들었다.

 

“정렬하라!”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여기저기에서 나와 똑같은 명령이 각기 다른 음성으로 들려온다.

전신 갑주를 입은 시에트 기사단의 뒤로 흉갑만 착용한 병사들이 섰다.

다른 영지의 병사들이 맨몸인 것에 비하면 무장 상태가 좋은 편이다.

돈 좀 썼거든.

베풀지 못하는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덜떨어진 놈은 없으니 과감하게 투자해 두었다.

 

“나를 따르라!”

 

[예! 단장님!]

 

기사들과 병사들이 크게 대답을 들으면서 몸을 돌렸다.

어째 의도한 건 아닌데 뭔가 좀 닭살 돋는다.

벌써 성벽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병력이 대기 중이다. 적이 성벽에 올랐을 때를 대비해 계단을 좁게 만든 탓이다.

마침내 뱅크스 요새의 장벽에 올랐을 때, 프레하 제국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

이곳에 도착하려면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더 진군해 와야 하는 상황.

휴스턴 백작의 명령이 시의적절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장벽 위에는 뱅크스 요새를 중심으로 좌우에 2대씩 캐터펄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대형 화살을 발사하는 발리스타 또한 세 대씩 나누어져 설치되었고 말이다.

가마솥에는 기름을 끓이는 중이다.

적병이 접근하면 끓는 기름을 쏟아부을 터다. 끓는 기름으로 적의 피해를 강요하고 장벽을 미끄럽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 병력이 자리 잡은 위치가 휴스턴 사령관이 있는 곳과 10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썩을!

저렇게 떨어져 있는 사람을 암살하라고?

대놓고 반란을 일으킨 다음에 장렬히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얘기다.

 

뿌득!

 

절로 이가 갈린다.

반데라스 자작의 더러운 의도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휴스턴 백작을 내 손으로 해치운다는 결정엔 변함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멍청한 놈이 지휘관으로 있는 건 질색이니까.

장벽 너머에서는 프레하 제국군이 먼지를 일으키면서 진군해 오는 중이다.

대단하다.

저런 놈들한테 기습할 생각을 하다니,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 같다.

까라면 깐다는 투철한 군인 정신에 의한 미친 짓이었을 뿐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아울러,

저런 대군과 4,000명 남짓한 병력으로 싸워야 한다니……

암담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눈에 내공을 집중해 선두에서 말을 타고 오는 기사들을 보았다.

확실히 기사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함정에 걸려 전투마를 잃었거나, 전투마와 함께 목숨도 잃었거나 둘 중의 하나겠다.

 

뿌우우우!

 

<뱅크스 요새의 기사와 병사는 들어라! 나 에릭 휴스턴은 뱅크스 요새를 반드시 지킬 것이다!>

 

[…… ]

 

휴스턴 백작이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덕분에 장벽 위에 선 기사와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적이 투석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이것은 전쟁의 여신이 우리의 손을 들어 준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즉!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돕는다는 말이다!>

 

[와아아아!]

 

장벽에 퍼지는 기쁨의 함성.

기껏 투석기 탄환을 훔쳐서 나왔더니 행운의 여신이 도왔단다.

행운의 여신은 개뿔!

내가 여자냐?

 

<우리는 엘튼 제국의 자랑스러운 검이자 방패다! 적의 숫자에 동요하지 마라!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강하다!]

 

별 내용도 없는 말인데 장벽 위에 선 기사와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게 휴스턴 백작이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사이, 어느새 프레하 제국군이 도착해 대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트레뷔셰는 아예 앞으로 끌고 나오지도 않았다. 대신에 네 대의 시즈 타워와 성문을 파괴하기 위한 캣(cat)이 앞에 나와 있었다.

대충 아무거라도 트레뷔셰로 쏘아 보내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예 사용을 포기한 모양이다.

바위가 없는 지형이라 탄환을 구하지도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아예 제국에서부터 투석기 탄환을 만들어왔던 것이겠지.

프레하 제국군의 대열이 갖춰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으니 어차피 공격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잠시 후,

프레하 제국군에서 백기를 든 기사 하나가 말을 타고 홀로 장벽에 다가왔다.

전투마에도 역시나 마갑이 씌워져 있었다.

 

“뱅크스 요새의 사령관에게 전한다. 위대하시고 용맹하시며 자애로우신 ‘알랭 드 앙부아즈’ 사령관께서는 너희가 항복하길 원하신다. 목숨은 보장하도록 하신다고 약속하셨다!”

 

기사는 음성에 마나까지 담아서 우렁차게 소리쳤다.

 

“어찌하겠는가? 항복하겠는가! 대답하라!”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서 대답을 종용하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

 

“나의 대답을 듣고 싶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휴스턴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그렇다! 대답하라! 항복하겠는가! 아니면 대항하겠는가!”

 

기사가 말을 받아 호기롭게 외쳤다.

싸우겠느냐는 말 대신에 ‘대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것은 이번 전투가 프레하 제국군의 입장에서는, 전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는 뜻을 포함한 게 분명했다.

 

“전령은 똑똑히 들어라! 이게 내 대답이다!”

 

의도적으로 말을 끊은 휴스턴 백작이 잇몸을 드러냈다.

장벽 아래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쏴라!”

 

휴스턴 백작의 짤막한 명령에 주변의 병사가 일제히 화살을 건 활시위를 놓았다.

 

투두두둥! 투두두둥!

슈슈슈슉! 슈슈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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