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6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63화
63화 이건 또 무슨 일이야……(2)
***
“멍청한 자식들!”
앙부아즈 백작은 말 위에 앉아 나직하게 욕설을 터트렸다.
뒤를 한차례 돌아본 그는 가장 뒤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여섯 대의 트레뷔셰를 노려보았다.
뿌드득!
이가 부서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만큼 갈아붙이고는 다시 고개를 휙 소리가 나도록 돌렸다.
“빌어먹을 자식들! 머저리 같은 놈들! 빌어먹을! 빌어먹을!”
앙부아즈 백작은 옹알이하듯 욕설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120개의 탄환을 잃은 지금, 트레뷔셰는 짐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노릇.
한 대의 트레뷔셰를 제작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손쉽게 그 빌어먹을 뱅크스 요새의 장벽을 격파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젠 글러 버렸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투석기 탄환의 무게와 얼추 비슷하게 무게를 맞출 수 있는 자루를 가져오긴 했다.
그렇지만, 자갈조차 보기 힘든 지형.
흙으로 탄환을 대신한다면 파괴력이 부족해 제 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거기까지 생각한 앙부아즈 백작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니미럴! 젠장맞을! 이런 거지 같은 경우를 당하려고 출병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짜증이 치민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터트렸다.
“진정 좀 하시지요. 염병할 사령관 자식아.”
곁에서 같이 말을 몰던 잉젤거 백작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내용은 저속한 욕설이 뒤섞여 있었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대체 탄환이 몽땅 사라질 때까지 뭘 한 거야?”
“그걸 나한테 따지면 어쩌자는 거야?”
잉젤거 백작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복화술을 하듯이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상당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짜증 좀 받아 주고 그러는 게 친구 사이 아닌가? 니미…….”
“네 녀석은 어째 나이를 먹어도 그놈의 주둥이는 변하지를 않는거냐.”
“인마,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고.”
“아무튼, 한마디를 안 지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잉젤거 백작.
어릴 적부터 어울려 지내던 친구 사이였으나,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지내는 앙부아즈 백작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품위를 지키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잔소리를 해대도 소용없었다.
문제는,
‘이 자식과 있으면 나도 덩달아서 입이 거칠어지니 미치겠군.’
잉젤거 백작은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앙부아즈 백작이 짜증을 내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자신도 15톤에 달하는 투석기 탄환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군단에 배치된 4서클 마법사인 ‘아실 드 푸아’ 자작에게 물었어도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물건을 감쪽같이 사라지게 할 수 있는 6서클의 텔레포트(Teleport)으로도 대량의 투석기 탄환을 모두 옮기는 건 어렵다고 했다.
아니,
애초에 6서클의 텔레포트(Teleport) 마법을 발현한다면 그가 모를 수 없었을 거라고 한다.
결정적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느니, 멀리서 공격마법을 사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만 들었다.
“대체 어떻게 그 많은 탄환을 훔쳐 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앙부아즈 백작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 잊어버리고 투석기를 제외하고서 뱅크스 요새를 공략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그러고 싶은데 자꾸 열불이 나서… 응? 저놈들은 뭔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던 앙부아즈 백작이 눈을 크게 떴다.
<적이다! 적 기사단이 나타났다.>
그의 말에 화답하듯이 뒤이어 튀어나오는 병사들의 고함.
“기가 막히는군. 저 인원으로 도발을 해보겠다는 건가?”
잉젤거 백작이 헛웃음을 흘렸다.
고작 20기의 기사단이다.
기사들은 갑옷을 입고 있으나 마갑을 두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직접 맞부닥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봐야 한다.
상대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걸 아는 터라, 그저 약간의 호기심을 느낀 게 고작이었다.
새벽에 놈들이 아군 진영 앞에서 신경을 건드렸다는 건 안다.
앙부아즈 기사단 중에 몇 명이 뒤를 쫓기 시작하자 꽁지가 빠지라 도망쳤던 것도 직접 보았다.
싸울 배짱도 없는 놈들.
행군도 멈출 필요조차 없는 하찮은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어이! 항복이라도 하러 왔나? 갑옷을 벗고 스스로 불알을 떼서 받치면 항복을 받아 주겠다.”
마나홀에서 마나를 끌어와 앙부아즈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와하하하하!]
사령관인 그가 조롱하자 기사와 병사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 댔다.
“이봐, 사령관의 체면을 지키라고 했잖아.”
잉젤거 백작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입술조차 움직이지 않고 투덜거렸다.
사령관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언행이다. 그래서 잉젤거 백작이 툴툴거리는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부아즈 백작은 최고로 손꼽는 장군 중의 하나라는 건 웃기는 사실 중의 하나다.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한 마디에 기사와 병사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니까.
항상 선두에 서는 사령관.
말로만 나불대는 사령관이 아닌 함께 싸우는 사령관.
기사들과 병사들이 앙부아즈 백작을 믿고 따르는 이유다.
<비융신, 지랄하고 자빠졌네. 왜 불알을 달라는 거야? 고자냐?>
시끄러운 웃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적의 비아냥.
[…… ]
프레하 제국군의 웃음을 지워버릴 만큼 신랄한 비웃음이었다.
왜?
웃었다간 앙부아즈 백작을 자신들이 고자라고 조롱하는 꼴이 되니까 말이다.
***
기사들을 이끌고 숲에서 나와 제국의 군대 앞에 대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제국군은 행군을 멈추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불과 20명.
반면에 놈들은 2만이 넘는 대군이다. 1/1,000에 불과한 우리를 신경 쓰는 게 더 이상한 일.
<어이! 항복이라도 하러 왔나? 갑옷을 벗고 스스로 불알을 떼서 받치면 항복을 받아 주겠다.>
내공… 아니, 마나를 담은 게 분명한 음성이 고막을 울린다.
저거 웃기는 놈이다.
내가 항복할 놈으로 보였다는 건가?
“비융신, 지랄하고 자빠졌네. 왜 불알을 달라는 거야? 고자냐?”
나 역시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화답해 주었다.
자식이 나를 도발해?
말로 신경 건드리는 건 이미 한국의 삶에서 숱하게 경험한 일이다.
누가 먼저 상대를 쳤느냐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지는 곳에서 살아온 나다.
제국군에서 들려온 밋밋한 도발 따위 우습다.
신경을 살살 건드리면서 리듬을 곁들이는 욕설이야말로 내 전공분야다.
공사 현장에서 단련한 욕설 실력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
“프레하 제국은 불알 떼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냐? 불쌍한 자식들… 전부 고자라는 거네?”
프레하 제국에서 뭔가 반박이 들어오기 전에 치명타를 한 방 날렸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을 살아온 나한테 어디서!
얼씨구?
진군해 오는 병사 중의 일부는 휘청거리기까지 한다.
좋아!
말장난은 이 정도면 됐다.
차앙!
허리춤의 헤로드 소드를 뽑아 머리 위로 들었다가 제국군을 향해 겨눴다.
그러자,
슈슈슝!
프레하 제국군의 중앙을 향해 날아가는 어른 머리통만한 항아리.
와그너 녀석이 숲에서 기름통을 쏘아대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화살.
<아앗! 기름! 기름이야!>
<으아아! 불화살이 날아오고 있어!>
당황한 음성이 적 진영에서 흘러나온다.
아주 공격하기 좋게 밀집 대형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효과만큼은 보장할 만 하겠다.
이제껏 뱅크스 요새가 정공법만 고집해 왔던 까닭에 놈들이 방심했던 게 치명적인 실수다.
<끄아아아!>
<부, 불이야!! 피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 허둥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기습을 당하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새벽에 나와 시에트 기사단에게 당했을 텐데도 말이다.
한 줌의 병력밖에 되지 않는 뱅크스 요새에서 설마 병력을 나누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아무튼, 프레하 제국군은 척후병조차 운용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솨솨솨! 피비빙!
불화살에 이어 백여 발이 넘는 화살이 프레하 제국군을 노린다.
<적이 화살을 쏘고 있어!>
<방패를 들어!>
당황한 음성이 적진에서 희미하게 들려온다.
나와 기사들은 그런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저들을! 기사단은 저들을 죽여라!>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적진 중앙의 애꾸눈 사내가 괴성을 질러 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저 인간이 프레하 제국군의 사령관인 듯싶다.
“다녀오겠다!”
[예! 단장님!]
부하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걸 들으면서 칼립의 배를 걷어찼다.
“끼랴!”
“히히히힝!”
녀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울음을 터트리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말로 했으면 됐지 왜 발로 차느냐는 듯한 느낌의 울음이라고 할까?
한차례 앞발을 들었다가 내려놓으면서 쏜살같이 튀어 나가는 칼립.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앞으로 나와 대열을 이루려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헤로드 소드를 검집에 밀어 넣고, 말 안장에서 단창을 한 자루 뽑아서 손에 쥐었다.
목표는 애꾸눈의 사내.
도발하려면 화끈하게 해줘야 놈들이 광분할 테니까.
<병사들은 화살을 날려라! 겁 없는 엘튼 제국 놈에게 쓴맛을 보여 주어라!>
“이거나 먹어라! 고자 놈아!”
단전의 내공을 아낌없이 퍼부어 넣은 단창을 애꾸눈 사내에게 집어 던졌다.
파우웅!
시퍼런 기운을 담은 단창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칼립 녀석이 급격히 방향을 되돌렸다.
완벽한 타이밍!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이처럼 완벽한 순간에 말머리를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달려어!”
칼립에게 소리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쓰파!
공격은 실패다.
맞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긴 했으나, 애꾸눈 사내는 검을 뽑아 나의 단창을 튕겨 냈다.
“기사단 출격! 놈을 죽여라!”
뒤에서 들리는 악에 받친 고함.
그리고 하늘에 깨를 뿌린 듯 쏟아지는 화살.
자식들,
나 하나 잡겠다고 화살을 저렇게나 낭비하다니!
이거 한 대라도 칼립 녀석한테 맞았다간 난리를 피워댈 거다. 헤로드 소드를 뽑아 진룡검법의 후반 식인 신룡지로(神龍之路)의 수법으로 휘둘렀다.
끊임없이 ‘8’자를 그리면서 쏟아지는 화살을 쳐냈다.
투다다닥! 투다닥!
화살이 쏟아지거나 말거나 칼립은 무섭게 질주한다.
제국의 기사단 중 일부가 대열을 갖추고 돌진한 것도 그때였다.
와 나!
거의 100명은 될 듯한 기사들이 돌진해 오는데 살벌하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돌진 덕에 화살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거?
아군 보병들이 은신한 양쪽 숲을 향해 프레하 제국군의 병력 일부가 이동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와그너 녀석이 알아서 퇴각할 테니 일단은 나와 부하 기사들에게 신경을 집중할 때다.
부하들의 긴장한 얼굴이 점차 확대되어 간다.
내 뒤를 쫓아오는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위용에 압박감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
지금이 딱 명령을 내릴 타이밍이다.
단전에 내공을 모아 사자후(獅子吼)를 방불케 하는 명령을 내렸다.
“튀어어!”
<으아아아!>
<서둘러! 어서!>
.
.
.
“…….”
망할 놈들!
그렇다고 저렇게 허둥대면 어쩌라는 건지.
“서라! 도망치지 마라!”
“엘튼 제국의 기사들은 다 겁쟁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프레하 제국 기사들의 야유.
놈들의 야유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으아아! 더 빨리이!”
“야이 썅! 빨리 안 가?”
.
.
.
“…….”
그리고 절대로 맞서 싸울 부하 놈들도 아니고 말이다.
부하들과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든다.
칼립의 역량이 부하들의 말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서둘러!”
대열의 맨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부하들이 앞에서부터 파도타기를 하듯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앞에 녀석이 점프하는 것을 신호 삼아 바닥을 살폈다.
손바닥만 한 하얀 천이 나무못으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
“칼립, 뛰어넘어!”
말을 꺼내기 무섭게 몸을 띄우는 칼립.
그렇게 몇 번이나 하얀 천을 신호 삼아 점프하기를 반복했다.
뒤에는 여전히 프레하 제국 기사단이 돌진해 오는 중이다. 마갑까지 입혀져 있음에도 오히려 거리가 좁혀든다.
제대로 키운 전투마는 확실히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더욱 속도를 높여…… 으아아악!”
“히히히힝!”
콰두두두! 쿠당탕탕!
명령을 내리던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비명을 질렀다.
30센티미터 깊이로 파둔 함정에 걸려 말이 넘어진 것이다. 쓰러진 기사와 전투마에 걸려 뒤따르던 다른 기사도 한데 엉켜 나자빠진다.
무사히 지나친 기사들도 또 다른 함정에 걸려 말과 함께 나뒹굴기 바빴다.
이때다!
“더 빨리 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