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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6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60화

60화 머리는 장식이냐?(3)

 

 

 

 

 

[…….]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기대하는 나와는 달리, 회의실에 앉은 귀족과 기사 단장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것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이다.

아마도 2만에 달한다는 프레하 제국군의 숫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긴…

저들은 대규모 전쟁을 경험해 보았기에 적군의 숫자에 부담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2만이라는 숫자는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존슨 자작이 30명의 기사와 8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온다고 하오. 게다가 브린크스 남작 또한 25명의 기사와 500명의 병력을 동원해서 지원하러 오는 중이오.”

 

[아…….]

 

이어지는 휴스턴 백작의 얘기에 그제야 나직하게 탄성을 터트리는 지휘관들.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겨우 기사 55명과 1,300명의 병사가 지원하러 온다는 얘기에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

 

나는 속으로 탄성을 발했다.

어째서 지휘관들이 왜 죽을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뱅크스 요새의 악명을 떠올려보면 알 일이었다. 수비병력이 궤멸에 이르는 타격을 입기 전까지 나 몰라라 했다는 이전의 기록들 말이다.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초반부터 지원병력을 보냈다는 것에 지휘관들이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어쩌면 제국에서 자신들을 소모품으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뒤늦게 뱅크스 요새의 악명을 떠올리고서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 정도다. 잃을 게 많은 귀족의 입장에서는 더 섬뜩했을 터다.

프레하 제국군이 진격하면 끝장나거나 끝장내거나 둘 중 하나.

적군의 수가 2만이라면 아군이 끝장날 확률이 더 높았을 테니, 침울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겠지.

 

“의외이긴 하나! 이디오트 공작 각하께서 뱅크스 요새의 중요성을 인지하신 듯하오. 제국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는 지원이라고 볼 수 있을 거요.”

 

지휘관들의 반응을 살피는 동안에도 휴스턴 백작의 얘기가 들려왔다.

어쩐지 격앙된 듯한 음성이었다.

 

“과연!”

 

“오, 오!”

.

.

.

 

덩달아서 감동한 듯한 탄성을 발하는 지휘관들.

그러나 휴스턴 백작 옆에 앉은 부사령관 반데라스 자작의 얼굴은, 오히려 딱딱하게 굳어지는 느낌이다.

반대편에 앉은 코너 녀석의 표정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째…

인상을 쓰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왕따 당하는 듯한 느낌이다. 비록 휴스턴 백작의 좌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일종의 파벌 싸움 같은 거라고 보면 맞으려나?

지난번 술자리에서 코너가 자신의 아버지인 모리스 공작이 온건파라고 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곳의 사령관인 휴스턴 백작과 나머지 지휘관들은 강경파라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온건파에 속하는 사람이 끼어 있으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거겠지.

에휴…

이곳 세상에서도 정치질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다.

아, 몰라!

정치질 따위 개나 줘버려!

전쟁 상황에서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살아남아야 정치질이고 나발이고 의미가 있는 거다.

누가 정치적 입지가 높은지 나로선 상관할 바가 없는 일.

강경파든 온건파든 중립이든,

나야 전쟁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다.

덤으로다가 공도 세우면 더 좋고.

그래서 온건파로 짐작되는 코너와 반데라스 자작에게 관심을 접었다.

 

“프레하 제국군이 뱅크스 요새로 도착하기까지의 예상 시간은 대략 삼 일. 우리는 그 사이 싸움에 대비해 확실한 대비를 해야 하오.”

 

휴스턴 백작이 웃음기를 지우고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오!

왠지 믿음직스럽다.

 

“기사단을 반으로 나누어 뱅크스 요새의 성벽에 배치하오. 병사들 또한 반으로 나누어 성벽에 배치하고 각종 대형 병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오.”

 

[네! 사령관 각하!]

 

휴스턴 백작의 명령에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자! 해산하시오!”

 

[예!]

 

“…….”

 

나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이게 끝?

진짜?

 

“거기! 자네! 그래, 자네 말일세!”

 

황당해 하는 것을 발견했는지, 휴스턴 백작이 나를 손으로 가리킨다.

 

“네! 윌슨입니다! 사령관 각하!”

 

지목받은 것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어제 이곳으로 배속된 레이놀드 출신의 기사라는 걸 알고 있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령관 각하!”

 

“그런데 자네는 뭔가 불만스러운 얼굴이군. 이유가 뭔가?”

 

나름 성의껏 대답했으나 휴스턴 백작의 얼굴엔 기분 나쁘다는 기색을 드러난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굳힌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인가?

이거 까딱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목을 베겠다고 달려들지도…

여기 세상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군의 대형 병기가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도 뭔가 대응책을 내놔야 하는 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오늘 새벽에 벌어진 일을 빙 둘러서 말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것도 대책이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도 목숨이 아까운 줄은 아는 놈이다.

우회적으로 말을 꺼낸 것이다.

당했으면 갚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이곳 세상의 사람들은 생각이 단순한 구석이 있다. 내 말의 속뜻을 알 수 있을지 그건 미지수다.

내가 그렇다고 똑똑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을 살아왔던 탓에 간접 경험을 제법 쌓았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수많은 영화와 책들.

간접 경험도 경험이잖아?

그에 비해 이곳 사람들의 삶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살아온 평범한 사람과 정글의 오지에 사는 인간의 의식 수준이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가닥 기대는 있다.

휴스턴 백작은 보통의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인물일 테니까.

 

“대응책이라… 혹시 자네는 우리도 저들의 비열한 짓을 흉내 내길 바라는 것인가?”

 

휴스턴 백작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렇습니다.”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상대가 알아들으니 다행이다.

 

“우리는 엘튼 제국의 자랑스러운 제국민이다! 미개한 프레하 제국의 놈들과 똑같은 짓을 해서야 진정한 기사라 할 수 없다.”

 

“그렇… 습니까?”

 

“물론이지. 미개한 프레하 제국 놈들은 열등한 존재다. 우리와 달라지고 싶다는 열등감으로 성과 이름 사이에 ‘드’를 갖다 붙이는 무식한 놈들이지. 그런 놈들이 하는 짓을 따라 해서야 되겠나!”

 

“각하의 공명정대함에 감탄했습니다!”

 

나는 즉시 군례를 올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피곤한 짓이다.

이럴 땐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잘못된 기사도로 중무장한 상대와는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그렇지! 우리 엘튼 제국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엘튼 제국 만세!”

 

[엘튼 제국 만세!]

 

“에, 엘튼 제국 만세!”

 

휴스턴 백작을 따라 소리치는 지휘관 때문에 나 역시 덩달아 소리쳤다.

이런 단순한 새끼들을 봤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휴스턴 백작의 좌우를 지키는 코너와 반데라스 자작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오십 줄은 훌쩍 넘어 보이는 회색빛 턱수염을 기른 귀족.

로버츠 자작이라고 했던가?

이곳 뱅크스 요새를 원래부터 지키던 귀족이라고 했는데, 그의 표정도 그다지 밝지가 않았다.

다행이다.

그나마 제 정신인 사람이 섞여 있어서 말이다.

제 정신인 인간 중에 코너가 끼어 있다는 건 조금 의외긴 했지만 말이다.

전쟁이 벌어진다는데 설레는 표정을 지었던 놈이라 아무 생각 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자! 모두 해산하고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비해서 부하들에게 다시금 지형을 숙지시키도록 하시오.”

 

[예! 사령관 각하!]

 

지휘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군례를 올린다.

나?

나라고 별수 있나…

다른 지휘관들의 틈에 끼어 군례를 올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모난 놈이 정 맞는다고 괜히 나대다가 항명죄로 죽는 건 싫거든.

망할!

이거 줄을 잘못 선 듯싶다.

유연한 사고를 지닌 프레하 제국의 편에 서는 게 생존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적으로 마주쳤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이거 또 고민된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데, 얍삽하게 싸우자고 말하면 얘기가 먹힐 것 같지도 않고……

적이 원거리에서 공성 병기만 사용한다면 현재로썬 대책이 없다. 성벽에 몇 대의 캐터펄트(Catapult : 소형 투석기)가 존재하지만, 그것으로 적의 트레뷔셰를 파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놈들이 아군의 트레뷔셰를 파괴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심각성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

아까 휴스턴 백작의 반응으로 봤을 때 분명 인지하는 것 같기는 하다.

뱅크스 요새의 성벽을 믿고서 저러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좀 회의적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다.

적의 투석기 탄환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만 한다는 건 너무 우울하잖아?

새벽에 보았던 투석기 탄환의 크기를 보니 장난 아니던데 말이다.

지휘관이라는 작자들……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 분명하다.

 

“윌슨.”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집무실을 나서는데 익숙한 음성이 뒤에서 들려온다.

코너 녀석의 음성이 분명하다.

 

“왜 또?”

 

앞으로의 전투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던 중이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자네와 얘기 좀 하고 싶네만.”

 

대충 대답했는데 뒤이어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온다.

새로 끼어든 음성에 놀라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회의 시간 내내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던 반데라스 자작이 나를 부른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괜찮네, 코너와 친한 모양이군.”

 

반데라스 자작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으나 마음이 잘 맞는 편입니다.”

 

약식 군례를 올리면서 곧바로 대꾸해 주었다.

코너가 의외라는 듯 눈을 껌뻑인다.

자식이 놀라기는……

그저 맆 서비스라는 걸 모르겠냐?

 

“아까 자네의 얘기 인상 깊었네. 나와 얘기 좀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반데라스 자작님.”

 

정중하게 대답하고서 그가 먼저 앞에 서길 기다렸다.

동행하는 게 아니라면 모를까, 동행하게 된 이상 반데라스 자작이 앞에 서는 게 예의에 맞을 테니까.

코너와 반데라스 자작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바로 뱅크스 요새를 지금껏 지켜왔던 로버츠 남작.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서 그의 곁에 섰다. 어쩐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다.

대체 나와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건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뭘까?

어째 또 줄을 잘못 타는 듯한 이 느낌은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으윽!

내가 지금 왕따 클럽에 가입된 거야?

나도 모르게?

아, 씨……

짜증나더라도 그냥 표정 관리하면서 버텼어야 했었다.

하필이면 힘없어 보이는 파벌에서 나를 눈독 들일 중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막사 앞에 도착하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부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의 막사가 분명하다.

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 귀족은 무조건 막사 생활을 해야 했으니까.

뱅크스 요새가 워낙 규모가 작아서다.

 

“안으로 들어가지.”

 

[네, 부사령관님.]

 

반데라스 자작의 말에 대답하고서야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이 뒤를 이어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천막으로 이루어진 반데라스 자작의 막사에 들어가 그가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병사 하나가 들어와 차와 간식을 내왔다.

 

“아까도 얘기했네만, 자네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일세.”

 

차를 한 모금 들이켠 반데라스 자작이 나와 눈을 맞춘다.

 

“감사합니다. 부사령관님.”

 

일단 인사부터 하고 봤다.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거지?

 

“나와 이 친구의 아버님 되시는 모리스 공작 각하께서 온건파인 것은 알고 있으리라 믿네.”

 

“물론입니다.”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네. 그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는가?”

 

“…….”

 

왠지 대답하기 싫어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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