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5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9화
59화 머리는 장식이냐?(2)
스슷… 스스슷……
눈을 감고 있는데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취침 명령을 내려진 지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다.
평범한 소음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소리는 움직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때 생기는 소음이다.
야습(夜襲)?
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은밀하게 움직이는 인기척이 너무 많다.
대체 뭐지?
“에이 씨!”
나직한 음성으로 투덜거리면서 일어났다.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불침번을 서던 병사 녀석이 나의 음성에 놀라 작은 음성으로 묻는다.
“잠이 안 와서 그래. 잠시 바람이 쐬러 나간다.”
“예, 단장님!”
불침번의 대답을 들으면서 막사 입구로 향했다.
자식,
많이 발전했다.
산적에 불과했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정예 병사로 탈바꿈되어 제 몫을 하고 있다.
제국군에 편입되었을 때 꿀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숫자만 맞추자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소득이다.
“…….”
밖으로 나와 주변에 기를 퍼뜨렸다.
어수선하다.
적어도 수십 명은 될 듯한 사람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막사 주변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일단은 근처에서 기척을 죽이면서 움직이는 존재를 찾기로 했다.
내공을 조절해가면서 비룡보법으로 지면을 박찼다.
스팟!
“더헉!”
막사 뒤편에 숨어 있던 남자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뭡니까?”
적어도 오십은 되어 보이는 사내에게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사내는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도 지저분했다. 일부러 위장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안 씻고 다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검을 들이대는 대신에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근육조차 말라 버린 사내의 육체는 아무런 위협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내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벌벌 떨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무엇 때문에 기웃거리는지 물었습니다.”
“배가, 배가 고파서… 크흑!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척 보기에도 사내는 배고파 보인다.
먹을 걸 훔치러 왔다는 얘기가 되겠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전부 군량을 노리고 온 사람들이라는 건가?
바닥에 엎드린 사내의 몰골로 보아 오랫동안 굶은 듯 보인다. 군(軍)의 식량을 노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데…
뭔가 대책이 필요할 듯싶다.
이건,
―사람이 우선이다!―
와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민간인이 군부대 근처에 알짱거리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내에게서 위협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다른 막사로 시선을 돌렸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에게 발각된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게 보인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민간인이 군부대 근처를 오간다는 건 특이 사항이다. 그런데 경계병은 특이한 일이라 생각지 않고, 발각된 민간인을 돌려보낸다.
늘 있었던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저들 중에 적이 끼어 있어도 저런 식으로 방만하게 대처할 것이 당연한 일.
만약 후방에서 활을 쏜다면?
극단적인 생각이겠지만, 아군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건 군기가 빠져도 너무 빠졌다.
제국 간 전쟁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말이다.
“불이야!”
밤의 정적을 뚫고 튀어나온 누군가의 당황한 외침.
바닥에 엎드린 사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의 탑.
그렇게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대략 200미터 즈음 떨어진 곳에 두 개의 불기둥이 솟아났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검을 뽑아들고 그대로 경공을 발휘했다.
파바밧!
불과 가까워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물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레뷔셰(Trebuchet).
어지간한 7~8층 건물 높이의 구조물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기름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작정하고 불을 지른 것이 분명하다.
워낙 대차게 불이 난 탓에 주변이 대낮처럼 밝다.
근처에는 세 명의 병사가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겁에 질린 얼굴로 주춤거리다가 이내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지저분한 몰골의 사람들.
기가 막혀서 당황하는 병사들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불이 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저렇게 많은 사람이 군부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는 건 더 놀랍다.
이래서야 범인을 잡기는 글렀다.
어둠 속으로 내달리는 많은 사람 중에서 누가 범인인지 구분 할 수 없었으니까.
트레뷔셰를 이곳에 설치했다는 것은 안전한 곳에서 적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트레뷔셰의 사정거리는 대략 300미터.
130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거운 돌덩이를 300미터까지 날린다는 괴물스러운 공성 병기다.
한쪽에 둥근 형태로 깎아 놓은 바위들.
아마도 저게 탄환으로 사용될 예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돌덩이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잠깐!
트레뷔셰를 불태웠다는 것은…
프레하 제국군이 뱅크스 요새를 노린다는 거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러 트레뷔셰에 불을 지를 이유가 없겠다.
“누가 불을 질렀지?”
“누구겠어? 프레하 제국 놈들이겠지.”
“뱅크스 요새를 공격하겠다는 건가?”
“이런 제기랄! 하필이면....”
.
.
.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막사가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쟁을 입에 담는 병사들도 있었다.
뱅크스 요새로 진격해 올 게 아니라면 굳이 트레뷔셰를 불태울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거 또 어째 느낌이 쎄하다.
***
다음 날,
간밤에 일어난 일로 병사들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트레뷔셰를 지키던 세 명의 병사는 목이 잘렸다. 자른 머리를 창에 꿰어 전시하듯 땅을 파고서 고정해 두었다.
타서 무너진 트레뷔셰 근처에 전시해 둔 것을 보면,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경고의 목적도 있는 듯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지금이 딱 그런 꼴이다. 진작에 군기를 잡고 민간인의 접근을 차단했으면 좋았을 것을.
쓴웃음을 지으면서 뱅크 요새의 계단에 발을 올렸다.
“윌슨, 같이 가요.”
막 첫 계단을 밟는 순간에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
바로 코너다.
“애냐? 같이 가게?”
“말… 조심 좀 하지?”
심드렁하게 대꾸하는데 코너의 곁에 선 조셉이 나직하게 으르렁거린다.
“친구끼리 말 놓기로 했잖아. 뭘 그런 걸 가지고 인상을 긁어?”
조셉의 말에도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물론 조셉의 나이가 나보다 많긴 하지만, 영혼(?)의 나이만으로 따지면 내가 한참 윗사람이니까 뭐…
“그래, 조셉! 친구끼리 뭐 어때? 조셉도 나와 친구 하고 싶어? 난 상관없어.”
“마, 말도 안 됩니다!”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마구 흔드는 조셉.
자식,
낚이면 엿 된다는 걸 알긴 아는 모양이다.
“다녀오십시오, 공자님.”
“응.”
조셉이 계단 앞에서 멈추고 인사하자, 조셉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는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조셉은 회의에 낄 수 없는 처지다.
자이언트 기사단을 대표하는 건 코너였으니까 말이다. 아울러서 통신 마법을 담당하는 몸이라 반드시 회의에 참석해야 할 녀석이기도 하고.
“넌 알고 있었냐?”
계단을 올라가면서 코너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뭘 알고 있었느냐는 거죠?”
“뱅크스 요새로 프레하 제국군이 진격하고 있다는 거.”
“네, 어제 제국에서 통신으로 소식을 알려왔어요.”
녀석이 밝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프레하 제국군이 진격해 온다는 데 웃어?
제 정신인지 의심이 든다.
“이게 웃을 일이냐?”
“그렇다고 울 순 없잖아요.”
“…….”
어째 말장난 같은데 반박할 수가 없다.
“그렇다 치고, 제국군의 규모는 얼마나 된데?”
“대략 2만 명쯤으로 예상한대요.”
“얼마?”
“2만 명이요.”
“…….”
이거 살 떨린다.
성벽에 의지해서 싸운다고는 해도 적군이 2만 명이나 된다면 심각하다.
뱅크스 요새에 주둔한 아군 병력은 기껏해야 2,500명이나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무려 10배에 이르는 적병이 몰려온다는데야 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어째서 이렇게 천하태평인 거지?
“브린크스 남작과 존슨 자작이 기사 55명과 1,300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지원하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적이 5배나 많아. 넌 긴장 안 되냐?”
“인정받으려면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잘났다.”
“헷!”
내가 비아냥거린다는 걸 알 텐데도 코너는 즐겁다는 듯 웃는다.
이 녀석,
전투를 벌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일까?
지금의 모습으로만 봐서는 인간의 육체가 제멋대로 찢기는 모습을 보면 기절초풍할 것 같은데…
에라이!
그거야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2만이나 되는 적이 몰려온다는 데, 코너 녀석이 오바이트를 하든 겁을 집어먹든 알 게 뭐야?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프레하 제국군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2만이나 되는 대군을 물리치려면 뛰어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할 터다.
총사령관인 에린 휴스턴 백작이 과연 어떤 전략을 세울지 궁금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대체 녀석의 이 무한대로 뻗어 가는 긍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어느새 휴스턴 백작의 집무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기사가 집무실의 출입문 좌우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러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집무실의 문이 훤하게 열린 채였다. 아마도 회의에 참석할 사람을 위해서 열어 둔 듯싶었다.
“충!”
“밤새 안녕하셨습니다. 고귀하시고 자애로우신 에릭 휴스턴 백작 각하께 인사 올리나이다.”
간단하게 군례만 올리는 나와 달리, 코너는 괴상하게 상체를 비틀면서 고개를 숙였다.
“코너!”
“예, 휴스턴 백작 각하.”
“앞으로는 간략하게 군례만 올리도록! 호칭은 사령관으로 하게.”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휴스턴 백작이 한마디 하자, 코너가 당황한 얼굴로 대답한다.
내가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다.
전시 상황에서 쓸데없이 긴 인사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몰랐던 게 틀림없다.
더군다나 휴스턴 백작의 인상이 가만히 있어도 눈을 부라리는 듯한 생김새다. 코너의 여린 성격이라면 놀라는 게 당연한 일이다.
“둘 다 자리에 앉도록.”
[예!]
코너가 한목소리로 대답하고서, 나는 눈치껏 휴스턴 백작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기사단장의 위치였기에 회의에 참석했지만, 평민 출신의 기사라는 걸 잊지 않았다.
다른 귀족이나 기사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알아서 기어주는 거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남은 자리라곤 가장 끝자리 외에는 없기도 하고 말이다.
코너 녀석은 눈치 없이 휴스턴 백작의 옆에 앉았지만 말이다.
응?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통신 마법사니 당연한 일인 건가?
어쩌면 제국의 둘밖에 없다는 공작가의 자식이기에 특별 대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 ]
집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몇몇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틀림없다.
침묵 속에서 그렇게 한 십분 정도 지났을까?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군례를 올린다.
“충!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사고 처리하느라 늦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어서 자리에 앉게나.”
휴스턴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빈자리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작 각하!”
나중에 들어온 두 사람은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아마도 기사단장쯤 되는 듯했다.
“자! 다들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소. 어제 통신 마법을 통해 프레하 제국의 2만 병력이 뱅크스 요새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소. 오늘 새벽의 사건으로 그게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알았을 것이오.”
[…….]
그의 말을 듣는 회의실의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 역시 입을 다물고 휴스턴 백작을 바라보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적이 몰려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군기를 잡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니까.
뭐, 자신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알면서도 군기를 잡지 않았다는 건 그만한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겠다.
과연 어떤 전략으로 프레하 제국군을 상대하려 들지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