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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69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69화

069 복수(3)

 

 

 

 

 

몇 시진 후 중원에서는 무혼이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무혼의 의지를 따르지 않지만 아이네스의 충고를 받아들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아오던 심장의 마나 고리가 드디어 다섯 번째의 마나 고리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가느다란 띠이지만 새로운 마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기에 이번에 새로 생성된 다섯 번째의 마나 고리는 의미가 깊었다.

 

“다섯 개의 마나 고리가 있다면 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했지?”

 

아이네스가 보여주는 텔레포트의 마법은 무혼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마법이었다. 이제 아이네스가 무혼의 몸으로도 텔레포트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훗날 무혼이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면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네스 소저와 나는 어떤 식으로 이어져 있는 것일까?”

 

이것이 무혼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아이네스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가 합해질 때 두 사람은 좀더 강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같은 생일에 서로를 보는 같은 현상에 많은 것이 무혼의 머리에 궁금증으로 남고 있었다.

 

- 무혼 경?

 

맑은 목소리의 아이네스의 인사가 들려오자 무혼은 반갑게 대답을 했다.

 

- 무혼 경의 마법 수련은 잘 되어가나요?

 

- 아직 마법은 시전이 되지 않지만, 드디어 다섯 번째의 마나 고리가 형성되었습니다.

 

- 어머나! 정말 축하드려요.

 

아이네스는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이제 새로 생성된 고리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다면 무혼을 위해 많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그녀의 환호성에 무혼도 같이 웃었다.

 

아이네스의 제의로 여러 가지 합격을 준비하고 있고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무혼과 아이네스의 점점 서로의 생각이 많이 공유되면서 다른 사람들은 구사할 수 없는 수준의 합격이 되어가고 있었다.

 

말을 맞출 필요도 없었고 오직 대상을 보며 생각만 떠올려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으니 빠르고 신속한 합격이 가능했다.

 

이제 무혼은 마나를 그리고 아이네스가 내력을 끌어내고 서로의 의지가 합해서 더욱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면 어떠한 적도 무혼과 아이네스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기술인 술법, 진식과 함께 마법에 대한 공부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무혼도 블랙 블러디를 보며 그와 비슷한 무공을 살펴보던 중 그것과 비슷한 새로운 책을 찾아냈다.

 

흡정대법과 역혈수라대법.

 

흡정대법은 손을 펼쳐 정해진 방법으로 상대의 혈을 제압하며 마지막으로 요혈에 손을 얹은 후 상대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다만 흡정대법에 걸린 상대는 비정상적인 몸으로 변하기에 마음에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역혈수라대법은 피의 방향을 역행시켜 비정상적인 힘을 끌어내는 대법이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블랙 블러디처럼 완전히 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시행하고 나면 진원지기(眞原之氣)가 일부 손상되어 당분간 무공을 펼칠 수가 없게 된다.

 

- 이것들을 익힐 생각인가요?

 

아이네스는 이 두 가지 무공을 찬성하기 어려웠다. 너무나도 사악한 의지가 담겨 있기에 그녀의 생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 아닙니다. 그저 하나라도 더 알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봐두고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에게 언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기에 무혼은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두고자 하였다.

 

- 오늘은 무엇을 수련해야 할까요?

 

 

 

 

 

아이네스와 함께 수련을 거듭해가던 무혼에게 어느 날 마천태풍도가 찾아왔다.

 

“공야 아우, 바쁜가?”

 

“어서 오십시오, 고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친형제처럼 대해 주는 의형인 고명우를 보자 무혼은 그를 기쁘게 맞이했다.

 

“후우, 여전하군. 자네가 수련 외에는 다른 것을 하는 걸 상상하기가 어려워. 그런데 오늘 같은 날도 수련을 하나?”

 

고명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무혼의 어깨를 감싸며 물어오자 무혼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천태풍도를 보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어오는 무혼을 보며 고명우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가만히 무혼을 보았다.

 

“지금 총단에서 수련한다고 틀어박혀 있는 자는 자네뿐 일걸세. 오늘은 천마사조께서 천마신교를 세우신 지 600년이 되는 날이네. 교주님께서는 오늘부터 8일간 천마사조를 위한 축제의 날로 선포하셨네.”

 

 

 

 

 

600년 전, 훗날 사람들이 대천마, 혹은 천마사조라 부르는 자가 중원에서 나타났다.

 

신강의 작은 종교 단체의 교주였던 그는 당시 최고의 고수들이 모두 백도에 몸담은 자임에 아쉬워하며 중원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때 중원에서는 흑도의 무공은 모두 부정되었고 천한 잡기술로 치부되는 때였다.

 

그러나 천마의 중원행보에 모든 백도의 인물들은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최강의 고수들이 천마의 절기인 흑옥일섬권(黑玉一閃拳) 아래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중원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무공이 천축에서 넘어온 백도의 무공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준 천마는 중원의 흑도문파들의 고수들과 많은 교감을 이룬 후 그를 따르는 자들을 이끌고 신강으로 돌아와 십만 대산의 가운데에서 천마신교를 세우게 되었다.

 

 

 

 

 

“그런데 자네는 그분의 업적을 기리는 이 시간에 이곳에서 수련만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고명우의 말을 들은 무혼은 살짝 미안해졌다. 마천태풍도는 자신과 술을 마시기 위해 찾다가 보이지 않자 이곳으로 온 것일 것이다.

 

“곧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잠시 후 외출 준비를 마친 무혼이 나타나자 그의 모습에 고명우는 감탄을 하였다.

 

“그렇게 입으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군. 자네도 수련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주 이런 옷을 입고 마을로 나가보는 것이 어떤가?”

 

고명우의 말에 무혼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그를 가만히 보았다.

 

무혼에 비견될 만큼 수련에 골몰하는 자를 찾으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 무혼의 눈앞에 있는 마천태풍도 고명우를 1순위로 인정할 것이다.

 

평소의 성격을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공에 빠져 있는 고명우는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깨닫는 것이 있다면 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검을 휘둘러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보다 고 형님께서 더욱 수련에 골몰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고 형님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응? 내가 그랬나?”

 

무혼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명우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그저 검 몇 번 휘두르니 날이 바뀌고 해가 떠올랐을 뿐이네. 자네처럼 수련한다고 계절이 바뀌는지 세상이 바뀌는지 모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하하하!”

 

뻔뻔한 마천태풍도의 이야기에 무혼은 슬쩍 노려볼 수밖에 없었지만, 고명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한차례 웃고 나더니 무혼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귀룡일검의 허락을 얻어 수련하던 귀접연무관의 수련장에서 내려온 무혼은 마을의 중앙에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귀룡일검께서도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관장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네.”

 

고명우의 이야기에 무혼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굉장하군요.”

 

“그렇지? 이제 정사대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모두의 사기를 띄우고자 성대하게 치루는 모양일세.”

 

천마신교의 상징이 그려진 붉은색의 천으로 치장된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꼬마 아이들은 장난감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고 많은 남녀들이 거리의 구경을 나온 듯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늦은 오후가 되어 길어진 그림자를 이끌고 고명우를 따라 객잔에 들어간 무혼은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무혼! 이 친구야 어디에 있었나?”

 

어린 시절 많은 것을 함께 했던 무혼의 친구들은 그의 얼굴을 보자 반기며 모여들었다. 옛날의 모습 그대로 웃었고 무혼은 그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무혼의 등장으로 잠시 멈춰졌던 술자리는 다시 시작되었고 웃고 즐기는 사이에 무혼의 옆자리는 능미류와 은소예가 차지했다.

 

“무혼, 집에서 담근 동주(董酒)예요.”

 

“호호, 겨우 동주라니요. 공야 소협, 이 분주(汾酒)를 마셔보세요. 제가 공야 소협을 위해서 어렵게 구해왔답니다.”

 

그러자 능미류의 눈이 은소예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은소예도 질세라 능미류를 마주 보았다.

 

‘이 악독한 늙은 여자가!’

 

‘불여시 같은 것이!’

 

오랜만에 만난 무혼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의 대결이 다시 시작되자 가운데 앉은 무혼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누가 이 여인들을 좀 말려줘!’

 

그러나 두 여인 사이에서 흐르는 서늘한 기류를 느낀 무혼의 친구들은 애써 외면을 하고 있었고 무혼의 속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한 밤은 더욱 깊어져 갔다.

 

‘미안하네, 친구. 우리는 무사히 돌아가고 싶다네.’

 

 

 

 

 

8일간 계속된 천마사조의 축제가 끝난 후 무혼은 교주의 부름을 받고 마존궁의 내전으로 들어왔다.

 

내전의 입구에서 검을 맡기고 들어가는 무혼의 감각에 포착된 인기척만 하여도 벌써 세 명이다. 얼마나 많은 고수가 내전을 지키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지 않고 안내하는 자를 따라 교주의 집무실로 가니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지?’

 

평범한 임무라면 외당의 당주를 통해서 명령을 내리면 되었기에 집무실로 부른 이유를 알 수 없던 무혼이었다.

 

무혼이 허리를 깊숙이 숙여 교주에게 예를 올리자 교주는 무혼을 보고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띠며 맞아들였다.

 

“어서 오너라. 혈랑환검, 너를 찾는 사람들이 있구나.”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찾았다는 말에 무혼은 서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다 자신을 보며 반갑게 웃고 있는 낯익은 여인을 발견했다.

 

“공야 소협, 오랜만이에요.”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자 중손수연은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손 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무혼이 포권을 하며 예를 갖추자 중손수연도 예를 갖추며 인사를 한 후 옆에 있던 장년의 남자와 함께 무혼에게 다가왔다.

 

무혼을 처음 본 중손면인은 무혼의 얼굴에서 옛날 공야세가의 가주와 소가주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공야세가… 오랜만이구나.’

 

“저의 아버지이시자 중손세가의 가주이십니다.”

 

“반갑소이다. 중손면인이라 하오.”

 

“공야세가의 자손인 무혼이라 합니다.”

 

상대가 자신의 조부와 같은 배분이기에 무혼은 공손히 인사를 했고 그러한 무혼이 마음에 드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 교주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교주님, 이제 저희는 공야 소협의 집에서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무혼이 오기 전에 중손면인과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시오. 그러고자 혈랑환검을 부르지 않았소?”

 

“감사합니다.”

 

옆에서 보던 마 총사 하후성민은 무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혈랑환검, 중손세가에서 자네 집에 머물기를 원하시니 오늘 중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보내주도록 하겠네. 그러니 자네는 이분들을 집으로 모시고 가도록 하게.”

 

갑작스럽게 자신의 집을 찾으니 무혼은 약간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교내에서 교주의 말은 곧 법이다. 교주에게 다시 하직의 예를 올리고 물러나 중손세가의 사람들을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마존궁에서 출발할 때 무혼의 집에 기별을 넣었기에 무혼이 자신의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공야세가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부산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고 무혼의 아버지인 공야패가 그의 아내와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손면인은 공야패를 보더니 얼굴에 반가운 웃음을 가득 띠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허허, 공야가주. 자네, 오랜만이군.”

 

무혼과 함께 집으로 온 장년인의 말에 공야패는 놀랜 얼굴로 유심히 보았다. 그러나 눈앞의 장년인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자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저의 기억력이 좋지 못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죄송하오나 뉘신지요?”

 

그의 물음에 중손면인은 활짝 웃으면서 공야패의 손을 잡았다.

 

“하하, 마지막으로 본 지 50년이 넘었으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난 지금 중손세가의 가주를 하고 있다네. 누군지 기억이 나시는가?”

 

“중손세가…….”

 

그러자 공야패의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 당시 유난히 친했던 공야세가의 가주와 중손세가의 가주의 인연으로 두 세가는 손자들까지도 친했던 그때 자신을 귀여워해 주던 중손세가의 소가주가 머리에 떠올랐다.

 

공야패의 아버지와 같은 배분이었던 그 청년은 문약해 보였으나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현기가 서려 있는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사대전 때 마교로 몸을 피한 공야패는 어디에서도 중손세가의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고 훗날 정파의 기습으로 인해 중손세가가 몰락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 공야세가와 같은 운명을 걸었으리라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중손면인의 모습에 공야패의 눈에 이슬이 맺혔고 목소리는 떨렸다.

 

“정녕… 중손면인 숙부님이십니까?”

 

중손면인이 공야패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공야패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하셨군요.”

 

한마디를 던져놓고 공야패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정사대전의 싸움이 기억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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