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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66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66화

066 귀환(2)

 

 

 

 

 

그날 저녁 무혼은 자신의 침상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답답한 느낌이 들자 집 뒤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나섰다. 아무도 없기에 더욱 적막한 느낌이 들었으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좋았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혈랑성이라…….”

 

하늘을 가르는 늑대가 지상에 내려와 혼돈을 정리하고 피에 젖은 몸으로 돌아가 별이 되었다는 혈랑성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고 지금도 붉은빛이 어른거리며 무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교주와 도제와의 대결을 떠올려 보았다.

 

아직 자신으로서는 넘어설 수 없는 실력을 보유한 강자, 도제는 아이네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이겼다고 하지만 교주는 아이네스 함께하더라도 아직 이길 수 있을 상대가 아니었다.

 

“천하제일…….”

 

검 한 자루로 세상을 평정하는 천하제일검을 상상해 본 무혼은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공야세가의 재건은 이번에 받은 은마의 서열로 충분히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무혼에게 더 이상의 마교에서의 서열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있었다.

 

이미 세상에는 없는 도제와 며칠 전에 겨루어 본 교주, 그리고 소림의 도안, 가이오스트의 엘라드. 모두가 방심할 수 없는 강자였다.

 

언제인가 더욱 강한 자가 나타난다면 그에게 쓰러지겠지만 무혼은 쥐고 있는 한 자루의 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야세가의 재건만을 떠올리며 쉼 없이 달려온 무혼에게 이제 자신만의 꿈이 생겼다.

 

“천하제일검!”

 

그리고 무혼의 손에 이끌려 나온 혈랑검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 붉은빛을 발하며 작은 정원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며칠 뒤 아이네스가 무혼의 몸으로 들어왔을 때 생소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 와아! 이건 뭐죠, 무혼 경?

 

- 저희 누나의 결혼식입니다.

 

지금 아이네스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무혼의 누나인 공야소영의 결혼식이었다.

 

공야소영은 이미 혼기가 넘어가고 있었기에 공야패의 마음도 조급한 상태였고 공야무혼이 높은 서열에 들어가자 쌍도사신의 집안에서도 서둘러 매파를 보내어 온 것이다.

 

무혼은 매부의 집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소영이 기뻐했고 또한 고명우에게 전해들은 말로는 누나와 결혼할 구소협의 인품이 뛰어나다는 말에 웃으며 조용히 바라보았고 두 집안의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길일을 정해 거행하고 있는 공야소영의 결혼식을 보고 있는 아이네스는 모두들 흥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네.’

 

 

 

 

 

저녁이 되어가면서 다시 멀어져가는 중원의 모습을 머리에 기억하면서 돌아온 아이네스는 가느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중원의 예복인 붉은색 옷을 입고 치르는 결혼식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붉은 망사속의 신부는 아이네스가 보아도 참 아름다워 보였다.

 

“결혼이라…….”

 

아이네스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미 결혼에 대해서 생각을 버렸다.

 

무혼이 있는 중원이 아이네스의 세계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막연히 마법서에 나오는 다른 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이게 뭐야, 꼭 결혼에 환장한 것처럼. 가끔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케이브 후작이 마련해 준 마차의 문을 열고 나서니 밤새 마차를 지키는 기사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해가 뜨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얼마 후면 그리운 미라크네의 왕궁에 도착할 것이다. 고작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며칠이 지나 다른 나라의 지원군과 헤어지고 드디어 미라크네의 수도인 미라쉘든으로 돌아온 지원군은 환호성을 질렀다.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수많은 적들과 마수들을 상대로 살아 돌아온 자들의 기쁨은 컸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과 함께 왕궁으로 방향을 바꾼 아이네스는 왕궁의 입구까지 나와 있는 라에뮤 3세와 왕비 그리고 다른 왕자들과 공주들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기뻐하는 가족들의 눈빛도 좋았고 어마마마의 자애로운 눈빛도 좋았다.

 

말에서 내려 다가가니 라에뮤 3세가 아이네스를 살짝 끌어안으며 언제나 들려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위험한 곳에서 고생이 많았구나. 모레스 성에서 보내준 소식을 받긴 했지만, 공주를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는구나.”

 

“걱정을 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아바마마. 저도 아바마마의 모습을 뵈오니 너무나도 기쁘옵니다.”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돌아와 자신을 반겨주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네스는 행복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미라크네 왕궁 내 자신의 별궁으로 돌아온 아이네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역시 내 집이 최고야.”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아이네스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운기조식을 마쳤을 때 문을 살짝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마마, 앨리이옵니다.”

 

“들어와.”

 

아이네스가 대답을 하자 앨리는 간단한 아침이 든 바구니를 들고 아이네스의 작은 탁자에 늘어놓았다.

 

“공주마마에 대한 새로운 소문이 돌고 있다 하옵니다.”

 

평소처럼 아이네스의 옆에서 식사 시중을 하던 앨리가 입을 열자 아이네스는 빵을 입에 살짝 베어 물고 있는 상태로 앨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에 대한 소문?”

 

“그렇사옵니다.”

 

그 말에 아이네스는 눈썹을 좁혔다. 이미 오래전이지만 그때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곧 시큰둥한 표정으로 식사를 계속하자 앨리는 천천히 입을 열어 소문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모레스 성의 성녀, 미라크네 최고의 마법사, 그리고 아랫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공주님.”

 

“응?”

 

들어보니 다 좋은 내용의 소문이다. 아이네스가 앨리를 보니 앨리는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온 국민이 아이네스 공주님을 칭송하고 있사옵니다. 공주님을 모시는 시녀장으로서 너무나도 기쁘옵니다.”

 

“앨리가 기뻐해 주니 나도 기뻐.”

 

자신을 위해 오랜 시간을 수고해 준 앨리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주었다는 사실이 아이네스를 기쁘게 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녀의 개인 수련장으로 온 아이네스는 검을 뽑아보았다. 가볍고 단단하며 꽤 오랫동안 다뤄와서인지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는 검이다.

 

물론 그녀가 휘두른 것이 아니라 무혼이 휘두른 것이었지만 이 검을 쥐고 휘두른 것은 분명 그녀의 몸이었다.

 

아이네스는 며칠 전 무혼이 말한 기억이 떠올랐다.

 

“전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천하제일검이 될 것입니다. 마법도 성공하여 높은 실력을 지니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믿음을 가지고 걷는 길을 다른 이에 의해서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광오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무혼의 마음에는 진심이 엿보였고 아이네스는 그의 말에 믿음이 갔다.

 

‘천하제일…….’

 

이미 6클래스의 마법들의 운용에는 마나의 부족 외에는 문제가 없다. 아이네스의 심장을 감싸 돌고 있는 마나의 고리는 이제 곧 5개가 가득 차고 6번째의 마나의 고리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무혼의 의지를 합했을 때는 6클래스의 마스터 급의 마법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그 마법들도 무혼이 없을 때는 무용지물이었다. 아직 강한 검사들을 막을 방법이 없기에 그녀의 장기인 마법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천하제일…….”

 

모레스 성에서 마수를 쓰러뜨렸을 때가 떠올랐다. 많은 기사들과 함께 싸운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절실히 필요했다.

 

아이네스는 기억을 되살려 혈랑검법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력을 싣지 못해 한 번의 초식을 펼치고서도 더 이상 휘두르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아이네스는 다시 검을 거두어 넣고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니 간단한 동작조차도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미 검술에 대한 이해는 나름대로 충실히 쌓인 아이네스였기에 자신에게 없는 내력을 보충할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난 무혼 경처럼 내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마나로 대신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들자 아이네스는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헤이스트와 스트랭스.”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마법과 힘을 증가시켜주는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면 내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무혼 경이 나름대로 이 몸을 단련해 주었으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혼은 아이네스와의 합격술을 위해서 그녀의 몸을 단련시켜왔다.

 

이런저런 일도 많았지만 아이네스의 몸은 확실히 가벼워졌고 검을 휘두르기에 편하도록 단련되었다.

 

곧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아이네스의 입에서 두 개의 시동어가 차례대로 펼쳐졌다.

 

“스트랭스.”

 

“헤이스트.”

 

그러자 온몸에 감각이 평소와는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아이네스는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고서 다시 초식을 따라갔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정교해졌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욱 힘이 실렸다.

 

점점 검을 휘둘러 갈수록 아이네스는 무아지경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몸은 살짝 빛나고 있었고 아이네스는 웃으며 즐겁게 검을 휘둘렀다.

 

 

 

 

 

‘아무래도 이상해.’

 

미라크네 왕궁의 한쪽 끝에서 아이리스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엘라드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붉은 기류가 흐를 때의 공주와 평소의 공주는 성격도 행동도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도 힘의 차이가 크고 그 힘은 숨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중인격을 생각해도 어둠의 힘에 가까운 그녀의 또 하나의 힘이 공존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공주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을 강구해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이네스의 힘을 끌어낼 방법을 깊게 생각하고 있는 엘라드는 그를 보고 있는 다른 눈동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엘라드가 아이네스를 보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라에뮤 3세는 시종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아이네스의 소문에 면역이 된 터라 더 이상의 소문에도 이제 덤덤한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성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렇습니다.”

 

새로운 소문은 적의 군단장과 아이네스의 일전과 마수와의 싸움에 대한 것이었고 모레스 성을 지원하러 간 기사와 병사들에 의해서 퍼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시 붉은 기류를 불러낸 공주가 대단한 위력의 검술을 펼치며 많은 마법사들과 기사들의 목숨을 구하였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와 다른 점은 어둠의 기사들이 마인이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을 들은 자들이 증언을 하면서 마녀에서 성녀로 승격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래 봤자, 아이네스의 결혼에는 영향을 주지도 못할 소문인데.”

 

그저 가볍게 웃음으로 치부한 라에뮤 3세는 단지 외국의 사신들 때문에 귀찮을 뿐이었다.

 

그동안 베르노 3군단장의 손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기사들의 집안에서는 기사들의 명예를 위해서 아이네스의 실력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니 아이네스에게 더욱 과장된 찬양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깎아내린다면 명예롭게 전사한 기사들의 명예 역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아이네스에게 많은 청혼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라에뮤 3세는 타국에서 오는 청혼을 승낙할 수 없었다.

 

“내 귀한 딸을 데려가서 얼마나 고생시키려고…….”

 

아이네스의 결혼을 위해 찾아오는 사신들을 보면서 떠올리고 있는 생각이다. 아이네스를 원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마법 실력과 검술 실력을 노리고 청혼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결혼을 하게 된다면 뉴파냐 공주처럼 전선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컸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모레스 성에서 아이네스가 아이스 디스트로이어를 성공시킨 후 새로 선보이고 있는 황토인의 마법진 때문에라도 아이네스를 외국으로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아이스 디스트로이어를 성공시켰고 황토인의 마법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그녀가 새로이 보인 마법진은 어떠한 추가적인 마법진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평탄한 곳을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단지 바위나 나무를 옮겨 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자 다른 마법사들도 그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였으나 아이네스가 펼친 마법진이 아니면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네스는 그저 황토인들에 대한 문헌에서 익히게 되었다고 하지만 라에뮤 3세가 아무리 검토해 보아도 황토인의 마법에서 그런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건 왕궁의 수석마법사인 스토레무 경조차도 아이네스 공주가 창조해 낸 마법으로 생각하며 축하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라에뮤 3세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신하들이 아이네스를 또 전쟁터로 보내자는 말을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아이네스의 능력에 고민하는 라에뮤 3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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