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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65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65화

065 귀환(1)

 

 

 

 

 

엘라드와 같은 시간에 한숨을 내쉬는 자가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의 혈랑성을 노려보던 제갈두휘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혈랑성의 주인에게 위험이 있었던 모양인데 무사히 넘겼나 봅니다.”

 

무혼이 이미 신강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무혼을 놓쳤음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를 쫓아 신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자살행위임을 알기에 제갈두휘는 신강이 보이는 감숙 땅의 끝에서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아직 혈랑을 떨어뜨릴 생각이 없다네, 아미타불…….”

 

제갈두휘가 뒤로 고개를 돌리자 도안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안 형님께서는 혈랑의 발걸음을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

 

“이미 천기는 이제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천기뿐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뚜렷한 대책도 없이 무작정 혈랑을 떨어뜨린다면 그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모를 일일세.”

 

“무량수불, 나도 도안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옆에 있던 교해는 도안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혈랑성을 떨어뜨려 무당파가 안전해진다면 천벌을 받더라도 자네와 함께하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위협이 된다면 그를 막을 수는 없네. 천기를 억지로 바꾸고자 한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았지 않은가?”

 

그러나 제갈두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혈랑성을 막을 것입니다. 제갈세가가 멸망하게 될 위험 속에 있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남궁 형님, 팽 형님.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교해 형님과 같은 생각이네. 아무래도 그를 만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하네.”

 

남궁장천의 말에 옆의 팽조덕도 고개를 끄덕인다.

 

“선대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겠지.”

 

제갈두휘는 속으로 안타까웠다. 만약 공야세가의 후손을 만날 수 있었다면 그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눈앞의 사람들이 분명 같이 행동해 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야세가의 후손은 이미 마교로 돌아갔고 언제 다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의 표정을 본 남궁장천이 일어나 제갈두휘의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해 주었다.

 

“만일 이 일이 자네의 개인적인 문제이고 남궁세가의 안위에 직결되지 않는 문제였다면 난 아우를 적극 도왔을 것이네. 그리고 기회가 닿아 혈랑성의 주인을 보고 자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라도 자네를 다시 찾을 테니 심사숙고하는 것이 어떻겠나?”

 

제갈두휘는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릴 때부터 이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자랑이었고 언제까지나 모든 일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걸으려 하는 길을 아무도 같이 걷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확인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틀린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이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면 차선책을…….’

 

제갈두휘는 결코 친해지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을 머리에 떠올렸다.

 

‘공동파의 추 공자, 점창파의 문 공자.’

 

그가 생각하기에도 잘못된 백도의 사람들이다. 그 생각을 하던 제갈두휘는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 이미 나 자신이 천기와 협을 벗어났는데…….’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제갈두휘는 다시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들을 보았다. 뜻만 맞는다면 이들과 계속 같이 중원을 활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들과 움직일 때 그의 뜻이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제갈세가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준비해야만 했다.

 

“일단 세가로 돌아가야겠어. 어떻게든 혈랑성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원 전역에서 모였던 무림맹의 추격대는 이제 다시 제각기 갈 길로 접어들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귀접 9조는 드디어 마교의 총단에 도착했다. 거대한 성문과 같은 총단의 입구를 지나가자 중앙의 넓은 길 좌우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중원을 진동시키고 돌아온 영웅들을 보기 위해서 모여든 것이다.

 

와아~우아아~

 

하늘을 찌르는 듯한 크나큰 환호성 속에 귀접 9조는 조장 풍귀흑각을 앞세우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의외의 환호성에 타고 있던 말들이 놀란 듯하였으나 곧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의 다독거림에 진정을 하고 서서히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모두들 사람들의 환호성에 귀가 멍해지는 듯했지만, 그 누구도 싫지 않은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띄운 채 몸을 바로 세우고 당당히 걸어갔다.

 

“단지 열 명으로 정파 무림을 뒤흔들고 오다니, 대단한 사람들이야.”

 

“저 사람이 공야무혼이야?”

 

“맞아, 봄의 외당 무술대회 때 봤어. 화룡마편과 엄청난 대결을 보여줬었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에 무혼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혼은 이런 환대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혼을 보며 애태우는 사람도 있었다. 화려한 복귀를 하는 귀접 9조를 보기 위해 나온 흑야오화의 가운데에 능미류가 기뻐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모를 얼굴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무혼…….”

 

능미류는 어쩐지 서글퍼졌다. 점점 무혼이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미류의 마음을 모르는 무혼은 귀접 9조와 함께 총단의 중심에 있는 마존궁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원래 임무에서 복귀한 외당의 작전조들은 외당의 당주가 머무는 흑염관으로 가서 보고를 한 뒤 해산한다. 하지만 지금 외당의 당주조차 마존궁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총단의 입구에서 마존궁으로 오라는 명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마존궁으로 향하는 것이다.

 

무혼의 일행이 마존궁에 다가가자 마존궁에서 30장 이내는 다가서지 못하기에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였고 귀접 9조의 조원들도 들떠 있던 얼굴이 굳어갔다.

 

“강 조장님, 마존궁에 들어가 보셨어요?”

 

뒤에서 이원풍이 슬며시 물어보자 풍귀흑각은 흠칫하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강 조장님은 다르군요.”

 

뒤에서 조원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며 풍귀흑각 강일중의 등에서는 아무도 모를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 마존궁에 외당주를 수행하는 무사로서 두 번 따라간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도 내전에 들어간 외당주가 다시 나오는 긴 시간 동안 마존궁의 외전에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아래로 내린 눈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엄청난 기세를 가진 사람들이 지나는 것을 느끼고 있어야 했다.

 

‘네놈들은 마존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아직 몰라서 그래.’

 

그런데 갑자기 내전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풍귀흑각으로서는 도제를 눈앞에 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마존궁을 들어선 귀접 9조의 조원들은 모든 무장을 풀고서 안내하는 자를 따라 내전으로 들어갔다.

 

내전 중앙의 태사의에 앉아 있는 교주 천혈마존 동방천무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히 띠고 있었고 그 옆에 마 총사 하후성민과 마교의 5대 장로, 그리고 7대 마장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내해 주는 자를 따라 귀접 9조가 모두 부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천혈마존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존명.”

 

그의 명령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감히 천혈마존을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하고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그래, 참마도 그자의 풍아도를 가지고 왔다고?”

 

“그렇습니다.”

 

귀접 9조의 조장인 풍귀흑각이 대답을 하자 옆에서 무사 한 명이 다가와 풍귀흑각이 가지고 있던 풍아도를 받아 교주에게 바쳤다.

 

“풍아도가 맞구나.”

 

감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풍아도를 바라보는 교주의 머릿속에서 정사대전 당시 도제가 휘두른 풍아도에 목숨을 잃었던 수많은 흑도의 고수들이 생각났다.

 

‘가장 힘겨워할 때 기습받지만 않았더라도 어이없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텐데.’

 

교주는 날카로운 눈매로 변하더니 검은 기류를 폭발적으로 터뜨려 그것을 쥐고 있는 왼손에 기운을 불어넣으니 바르르 떨던 풍아도는 교주의 검은 기운에 검게 변하며 검집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펑!

 

작은 소리와 함께 검집이 박살이 나고 풍아도의 날이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갔다.

 

비록 교주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교주의 입가에 잔 떨림이 보였으나 그의 눈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이미 제구실을 못 하게 된 풍아도를 다시 한번 살펴본 교주는 한숨을 내쉰 후 입가에 웃음을 가득 띠었다.

 

“으하하하! 그래도 보도라 상당히 힘들었지만, 속이 후련하구나. 하하하하.”

 

교주가 검은 기운을 넘실거리며 웃자 주위에 있는 장로들도 통쾌해 보이는 얼굴로 같이 웃었다.

 

그가 쓸모없게 만든 도제의 풍아도에 장로들의 지인과 친인들도 목숨을 잃은 자가 많았기에 그들도 복수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교주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혼을 보았다. 그에게 오랜만에 기쁨을 안겨준 무혼을 보니 흐뭇했다.

 

“공야무혼, 자네가 직접 참마도의 목을 베었느냐?”

 

“그렇습니다.”

 

“가까이 오너라.”

 

“존명.”

 

무혼이 허가받은 곳까지 다가가자 교주는 가볍게 손을 놀렸다. 교주의 손에서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더니 무혼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 조사를 하시는 거로군.’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겨 있던 교주는 다시 기류를 거두어들이며 눈을 떴다.

 

‘내력이 아직 2갑자도 되지 않는데 어찌 도제를 쓰러뜨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 화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무혼이 아직 2갑자의 내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알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보았다. 그러나 깊게 생각할 것이 없지 않은가? 그는 직접 손속을 나눠 무혼을 알아보고자 마음을 먹고서 태사의에서 일어났다.

 

“본좌를 따라오너라.”

 

“존명.”

 

무혼이 앞장을 선 교주를 따라 내전의 한쪽 문을 걸어가니 복도의 끝에 작은 정원이 보였고 그 정원의 한쪽에는 돌이 가지런히 깔려 있는 곳이 보였다.

 

‘비무대?’

 

비로소 교주가 무엇을 알 것인지 짐작을 한 무혼은 내력을 가다듬었다. 무혼이 예상한 대로 비무대라 생각한 곳으로 걸어간 교주는 그곳에 올라 뒷짐 지며 무혼을 향해 몸을 돌렸다.

 

“본좌는 자네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구나.”

 

“미흡한 실력으로 교주님의 눈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니다. 자네 실력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전력을 다하여 본좌에게 도전해 보아라.”

 

어느 사이에 무혼의 혈랑검을 들고 있는 자가 무혼에게 혈랑검을 내밀었다. 무혼은 혈랑검을 뽑은 후 비무대에 올라 교주를 겨누고 검로를 떠올렸다.

 

“혈랑벽력!”

 

겨루는 것이 아닌 이상, 초식을 외치며 무혼은 교주를 향해 몸을 날렸고 무혼의 날카로운 초식에 교주는 왼손을 출수했다. 그러자 교주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모여들며 무혼의 혈랑검에 맞서 갔다.

 

‘밀린다.’

 

혈랑검을 막고 있는 교주의 검은 마기에 무혼은 혈랑검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선 후 몸을 돌리며 검로의 방향을 바꾼 무혼은 다시 몸을 숙이고 사선으로 검을 그어갔다.

 

“좋군.”

 

교주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무혼의 검로에 비록 부족한 감이 있긴 하지만 나이에 비해서 상당한 솜씨였고 이미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고 있었다.

 

‘단순한 운으로 도제를 베어 넘긴 것이 아니구나.’

 

검로만을 보면 이미 무혼의 검로가 완성 단계에 오른 것이 느껴졌다. 무혼이 깨닫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미 화경에 들었을 법한 실력이다.

 

그러나 내력이 아직 2갑자의 내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이상하군.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미 화경의 단계일 텐데 어찌 내력이 2갑자를 넘지 못할까?’

 

교주는 ‘혹시 무혼이 내력을 숨기는 것일까?’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조금 전에 훑어본 무혼의 내력은 분명 2갑자가 되지 못했기에 그 생각을 지웠다.

 

무혼의 검을 막으며 잠시 생각을 하던 천혈마존은 한 손을 뒤집으며 장력을 발출했다. 교주의 절기인 흑옥장(黑玉掌)이 무혼을 상대로 펼쳐져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무혼은 낭조파천의 초식으로 교주의 기세를 흘리며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계속 검을 휘둘러 교주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자 하였다.

 

그 순간 교주의 모습이 사라졌으나 기척을 느낀 무혼은 황급히 몸을 틀고 공중으로 뛰어 제비돌기를 한 뒤 검을 세워 앞으로 부딪쳤다.

 

콰앙-.

 

굉음과 함께 한 장의 거리를 밀려난 무혼은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하였으나 다시 삼키고는 교주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오호-.”

 

그 모습을 본 장로들과 마장들은 모두들 감탄사를 흘렸고 외당의 당주인 잔결음살 청오문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귀접 9조의 조원들은 자세히 보지 못하였지만 무혼이 지금 교주가 펼친 3번의 흑옥장을 피해낸 것이다.

 

교주도 의외라는 듯이 무혼을 웃으며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공을 끌어올렸다.

 

검은 기류를 흩날리며 삽시간에 파고드는 교주를 본 무혼이 혈난보를 밟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반격하였지만, 교주의 왼손이 혈랑검을 튕겨내고 오른손의 흑옥수(黑玉手)가 무혼의 머리에 닿아 있었다.

 

‘졌다.’

 

자신이 졌음을 확인한 무혼은 검을 검집에 넣고 뒤로 물러서며 정중히 포권지례를 하였다.

 

“훌륭하구나. 그 나이에 생각하기 힘든 성취를 가졌구나.”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자네는 충분히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자네에게는 환검술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왜 사용하지 않은 것이냐?”

 

“감히 교주님을 상대로 그러한 환검술이 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자신 있는 혈랑검법으로만 펼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가 없고요.’

 

아이네스가 없는 상태에서 무혼은 마법을 사용할 방법이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무혼은 이제 마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무혼의 속마음을 모르는 교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태사의가 있는 마존궁의 내전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다른 사람들도 교주를 따라 내전으로 돌아갔다.

 

태사의에 다시 앉은 교주는 모두가 자리를 잡고 대기하자 내력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이제 다들 공포하노라. 기나긴 천마신교의 역사와 함께 내려온 천마신교의 교주의 권한으로 공야무혼의 별호를 혈랑환검이라 칭하며 교내 서열은 은마임을 인정하노라.”

 

“천마신교 만세, 만세, 만만세!”

 

교주의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 허리를 숙이며 외쳤고 무혼은 같이 외치며 속으로 기뻐했다.

 

교내의 서열은 천, 지 , 금, 은, 흑의 순서로 가게 된다. 교내의 소교주와 장로의 서열이 천마 급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마장들의 서열을 지마 급으로 분류했으며 그 뒤를 따르는 것이 금마, 은마 순이니 지금 무혼은 서열 70위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무혼에게 기회가 주어져 은마 서열의 다른 자와 겨루어 강함을 증명하게 된다면 정확한 서열이 매겨진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은혜에 보답하게 되었습니다.’

 

서열이 정해지자 가장 먼저 머리에서 떠오른 사람이 부모님이었다. 자질이 없는 자신을 위해서 많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분들이다.

 

“또한, 다른 자들에 대한 포상은 마 총사가 장로들과 의논하여 결정할 것이니 모두들 마 총사를 따라가도록 하라. 그리고 혈랑환검은 본좌와 잠시 대면을 하였으면 하는구나.”

 

“존명.”

 

그 말을 끝으로 모두들 내전에서 물러났고 무혼은 교주를 따라 교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교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집무실에 마련된 그의 자리에 앉은 후 2장의 거리를 두고 바닥에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무혼을 내려다보았다.

 

“일어나거라.”

 

“존명.”

 

일어선 무혼을 보며 교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자네를 외당의 작전조원으로 둘 수가 없으니 직위를 결정하고자 불렀다.”

 

그리고 교주는 마 총사와 상의를 한 것을 들려주었다.

 

“젊은 시절에 과도한 업무에 묶여 있다면 수련에도 방해가 될 것이며 좀더 넓은 경험을 가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본좌와 마 총사가 결정하기를 무혼 자네에게 외당의 특임무사를 맡기고자 한다. 자네의 서열상 외당의 2인자가 되는 것이나 부당주와 다르게 자네는 일체의 업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야.”

 

물론 무혼도 만족스러웠다. 높은 직위에 따르는 과다한 업무는 아직 수련의 부족에 아쉬워하는 무혼에게는 어찌 보면 피하고 싶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주의 제의가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고 무혼의 얼굴에서 그 생각을 짐작한 천혈마존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타고난 무골이로군.’

 

“특임 무사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외당의 수련관에서 특임 무사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특임 무사는 외당 출신의 절정고수들에게 맡기는 직위로 작전조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작전조가 작은 문파를 대상으로 삼는 것에 비해 특임 무사는 강력한 적을 주살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또한, 홀로 움직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고수들의 실전 능력과 경험을 위해 주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무혼의 직위에 대한 것은 원래는 마 총사가 무혼에게 직접 설명을 할 문제였으나 교주가 무혼에게 직접 말하기를 원했기에 마 총사는 다른 자들의 포상을 맡아 수행하는 것이다.

 

그날 저녁 교주의 축하가 곁들여진 연회를 참여하고 다음 날 마존궁을 나온 무혼은 말을 타고 그의 마을을 향해 달렸다.

 

아침부터 달리기 시작하여 점심 무렵이 되자 자신이 어릴 때부터 자라온 마을에 눈앞에 나타났다.

 

교주의 배려로 무혼의 마을에서 있는 빈집 중 가장 큰 집으로 이미 이사를 한 것을 알고 있는 무혼은 마을의 대로를 질주했다.

 

그러자 무혼을 알아본 마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맞이해 주었고 동네의 꼬마들도 새로운 마교의 영웅을 구경하기 위해 뛰어나왔다.

 

집 앞에 도착한 무혼은 새집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부모님을 볼 수 있었다.

 

무혼이 대문에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공야패 부부는 가까이 다가와 얼싸안으며 첫 임무에서 큰 공을 세우고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해 주었고 누나인 소영도 무혼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웃어주고 있었다.

 

“소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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