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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64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64화

064 일인합력(一人合力)(3)

 

 

 

 

 

“설마, 6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나를 모으신…….”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어제만 해도 5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나도 없던 공주였다. 그런데 무슨 수로 하루만에 2클래스에 가까운 마나가 증폭했겠는가?

 

마수는 이미 몸통의 중앙을 파고든 거대한 얼음에 얼어붙은 상태에서 고통에 떨고 있었다. 마수가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기사들은 검을 뽑고서 마수를 노려보며 검기를 일으켜 몸통을 가르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마수의 외피는 더 이상 기사들의 검을 막아주지 못했다. 게다가 여기저기 균열을 일으키며 터져 나오는 곳이 많아 마수의 온몸이 기사들의 검에 부서져 내렸다.

 

와아!

 

기사들과 병사들의 환호성이 모레스 성의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들은 이제까지 직접 볼 수 없었던 전설적인 마법을 성공시킨 대마법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네스 공주님 만세!”

 

병사들의 환호성은 멈추지 않았고 그 모습에 아이네스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마법 지팡이를 쥐고 있는 손으로 살짝 흔들어주었다.

 

눈앞의 거대한 마수와 싸울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환호성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같이 싸운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녀의 마음도 즐거웠다.

 

“공주님, 괜찮으시옵니까?”

 

두 명의 후작과 두 명의 백작이 아이네스에게 달려왔다. 6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법을 사용하고 혹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네스는 얼굴을 돌리고서 살짝 웃어주었다. 약간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고 혈색이 파리해졌지만, 그녀의 눈빛은 아직도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놀랐사옵니다. 갑자기 글레이셜 디스트로이어라니요?”

 

케이브 후작의 말에 다른 자들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네스는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그리고 좀 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이미 더 이상의 위험은 없다고 판단한 무혼이 내력을 거두어들였기에 아이네스의 몸을 휘감는 붉은 기류도 사라진 상태였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셔야지요.”

 

“후작님, 이곳을 막을 마법진은 피로가 회복된다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아이네스가 피곤한 기색을 엿보이며 몸을 돌려 숲을 천천히 빠져나오자 기사들과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서 공주를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

 

아이네스는 그들이 열어준 길을 따라 내려와 자신이 타고 왔던 말에 올랐고 그 말의 고삐를 쥐고 있던 기사는 앞에서 천천히 말을 이끌기 시작했다.

 

케이브 후작과 다른 사람들도 철수를 하며 공주를 둘러싸고서 성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사가 이끌어주는 말을 타고서 모레스 성으로 돌아오는 아이네스는 조용히 무혼을 불렀다.

 

- 무혼 경, 무혼 경 덕분이에요.

 

- 아닙니다.

 

- 그런데 저의 마나 고리는 어떻게 된 것이죠? 다시 불완전한 5개로 돌아갔어요.

 

그녀의 말에 무혼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아이네스가 놀라면서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을 때와 자신이 마수를 처리하기에 힘이 부족하여 그 힘을 기원했었다는 말을 했다.

 

- 제가 의지를 실으면 무혼 경의 내력이 상승하고 무혼 경이 강하게 염원하면 저의 마나 고리가 늘어난다고요?

 

거짓말 같았다. 하지만 직접 겪은 것이니 부정하기에도 어려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이네스는 문득 장난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그런데 무혼 경.

 

- 예, 아이네스 소저

 

- 어째서 저를 위해서 그토록 강한 염원을 해주신 건가요?

 

그러자 무혼은 갑자기 머쓱해졌다. 가끔씩 아이네스가 이런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질 땐 대답하기가 참으로 난감해진다.

 

- 저, 저는 그, 그러니까…….

 

아이네스는 은근히 무혼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런 장난을 칠 때 무혼의 반응도 즐거웠지만, 그 대답에서 느껴지는 무혼의 마음에 담긴 따스함이 좋았다.

 

- 아… 다시 어두워집니다.

 

- 앗! 대답해 줘요. 무혼 경! 비겁해요.

 

- 하, 하!

 

그리고는 무혼의 느낌이 사라져갔다. 뾰로통해진 아이네스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거웠다.

 

오늘 처음 시전한 6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법은 아이네스로 하여금 더욱 뜻있는 날이 되어준 듯했다.

 

 

 

 

 

강력한 마법을 쓴 덕분에 이틀을 쉬어야 했던 아이네스는 그날 저녁,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서 나와 정원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나무와 돌들을 이리저리 옮기던 아이네스는 작은 환상망각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음 날 아이네스는 어제 마수를 사냥한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무혼이 오지 않았지만 몇 번이고 펼쳐본 환상망각진은 그녀에게 자신을 주었고 오늘 실제로 펼쳐보기로 결심했다.

 

“힘센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그 말에 케이브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보자 케이브 후작의 부관은 다른 기사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자네가 지휘하여 아이네스 공주님을 도와드리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곧 덩치가 있는 수십 명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아이네스의 지시에 따라 나무를 옮겨 심고 돌을 옮겼다.

 

약 5시간 정도가 지나자 거대한 진식을 위한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아이네스는 진식의 영향권에서 모두들 물러나게 했다.

 

“이제 이 바위만 이곳으로 가져오면 방어 마법진이 펼쳐지게 됩니다.”

 

로누스 백작과 스테월 백작은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아이네스 공주를 계속 보고 있었다.

 

마법진도 하나 없이 오로지 돌과 나무를 옮겨서 만드는 처음 보는 방어 마법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6클래스의 마스터급의 마법을 성공시킨 공주의 솜씨를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공주의 지시에 따라 마지막 바위가 옮겨지자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들은 주위에서 요동치고 있는 마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이게 무엇이옵니까?”

 

클레어보얀스를 시전하여 확인을 한 많은 마법사들은 놀라움에 감탄사가 연발하였고 로누스 백작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래된 서적에서 우연히 유추해 낸 황토인의 마법이에요. 그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방어 마법진을 구축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황토인의 마법? 어느 책에 그 마법에 대한 내용이 있사옵니까?”

 

이미 사라진 지 수천 년이 되어 전설로만 남아 있는 황토인들이다. 그들에 대한 어떤 책을 보았기에 이러한 마법을 유추해 냈는지 궁금했다.

 

“그저 황토인들에 대해 많은 자료들을 읽어보다 유추해 낸 것이라 딱히 어떤 책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에게 해명을 하며 아이네스는 속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무혼에게 용서를 빌었다.

 

‘모두들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진식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거짓말을 했어요.’

 

중원의 무사들이 본다면 가끔 접하게 되는 환상망각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모르리라.

 

케이브 후작도 클레어보얀스를 통해서 숲에 펼쳐진 대규모의 마법진을 보고서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을 몇 개만 더 설치한다면 이곳으로 통과할 수 있는 자들은 없을 거예요.”

 

아이네스 공주의 말에 케이브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레스 성을 돕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서 온 마법사들도 진식의 신기함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아이네스의 말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말려든다면 빠져나오기가 아주 어려워요. 저도 확실히 장담을 할 수가 없답니다.”

 

처음 보는 마법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았던 그들로서는 아이네스 공주의 말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거대한 마나의 흐름은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공포심을 불러왔다.

 

“대단하구나, 아이네스.”

 

어느새 이곳에 온 뉴파냐 공주도 놀라운 얼굴을 하고서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껏 이러한 마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제 황토인은 없으니 이 마법은 완전히 너의 마법이구나.”

 

아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보다도 강렬하게 펼쳐진 진식을 보며 중원에 있는 여러 가지 술법에 대해서 다시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네스 공주는 그 후에도 모레스 성의 복구 작업에 계속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때로는 먼지투성이였기도 했고 좀더 많은 방어 마법진을 위해서 바닥에 앉아 마법 수식을 계산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아이네스의 모습을 보면서 모레스 성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를 하며 웃음을 던져주었고 아이네스도 한층 밝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저 공주님이 마녀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

 

“그러게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붉은 기류가 흘렀던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동맹군은 공주님에게 마인이 아니라고 했다던데?”

 

“그게 사실인가?”

 

“마수를 잡을 때 같이 있었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공주님을 성녀님으로 알고 있어. 그들 앞에서 마인이니 마녀니 했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걸세. 다들 말조심하게.”

 

여러 가지 소문이 불어났으나 이 소문들은 모두 아이네스에게 좋은 내용만 있었다.

 

어느 날 아이네스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뉴파냐 공주가 시녀에게서 들은 그 말을 하며 웃어주었고 아이네스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두 여인이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방의 창문밖에 작은 첨탑이 보였다. 그곳을 자세히 보면 몸을 숨기고 몰래 훔쳐보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험할 때만 나오는 이중인격인가?”

 

엘라드는 그가 봤던 장면들을 하나하나 다시 되짚어보았다. 아이네스 공주가 텔레포트를 할 때 이미 모레스 성에서 지켜보던 엘라드였다. 공주가 피신할 때도 몸을 숨기고 뒤따르며 그의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나서서 모레스 성의 상황을 반전시킬 생각은 없었다. 단지 공주가 죽으면 곤란하기에 죽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위험에 쫓기면서도 줄곧 검술을 펼치지 않던 아이네스가 순간적으로 기세가 바뀌면서 화려한 검술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는 표정도 전해져오는 느낌도 다른 사람 같았다. 좀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나중에 몰려온 동맹군들에게 아이네스가 잡힐 것이 걱정되어 하프로 생성시킨 백마나탄을 날려 끝냈지만 아이네스의 이중적인 모습이 엘라드로서는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였다.

 

‘대놓고 물어보기도 좀 애매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아이네스의 얼굴을 보던 엘라드는 한숨을 내쉬며 뒤로 누워 중얼거렸다.

 

“뭐, 다음 기회가 있겠지. 시간은 넉넉하니 좀 더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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