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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58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3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58화

058 모레스 성(5)

 

 

 

 

 

“공주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부디 무사하셔서 모레스 성과 미라크네를 지켜주십시오.”

 

그 말을 마친 기사는 이제까지 마법사들을 호위하고 왔던 다른 기사들과 함께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이제 저들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아이네스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주는 새로운 기사들을 보았으나 그들은 되돌아가는 자들을 외면한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그러나 공주는 떠나는 기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름도 못 들었는데…….’

 

“그들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을 따라 한참을 달린 아이네스가 도착한 곳은 부유한 상인의 저택이었다. 정문을 들어가면 나타나는 넓은 공간 가운데 2층으로 올라가는 넓은 계단이 있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2층의 난간과 1층의 탁 트인 공간 그리고 계단에 도열해서 앞을 보며 굳은 얼굴로 서 있었고 마법사들은 그들을 보조해 주기 위해서 2층의 난간에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을 보며 자신도 마법을 준비하고자 하였으나 떨리는 몸과 통제되지 않는 마나처럼 엉클어진 마법 수식은 계산이 되지 않고 있다. 그저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은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오라버니들, 언니들, 앨리…….’

 

그리고 또 한 명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무혼 경…….’

 

중원은 아직 잘 시간이 아니다. 아이네스가 창문을 보았지만 12시가 넘기 위해서는 두세 시간이 더 필요했다.

 

‘제발, 와서 도와주세요. 늦지 않게 와주기를…….’

 

밖에서는 격전이 벌어지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아이네스가 무혼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때 중원의 한 객잔에서는 귀접 9조의 조원들이 무사히 신강으로 왔음을 축하하며 술잔을 들고 있었다. 앞으로 2~3일만 더 가면 총단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흐흐흐, 그 뺀질뺀질하던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 아주 통쾌하더군. 하하하!”

 

도제를 잡았을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혼의 일행들의 얼굴은 밝았다. 지금 이곳은 마교의 세력권이다. 더 이상 무림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네가 그때 다리를 달달달 떨고 있는 것을 봤네. 푸하하하!”

 

“시끄러! 뭘 그런 걸 기억하고 그래? 자네는 안 그랬는지 아나?”

 

“그런데 구호, 궁금한 게 있는데?”

 

가득 찬 술잔을 입에 가까이 가져가고 있던 무혼은 삼호의 말에 눈을 돌렸다.

 

“무엇입니까?”

 

“이때까지는 경황이 없어 묻지를 못했는데, 분신술과 화살처럼 생긴 날아다니는 검기 말일세. 어떤 무공을 익힌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아, 하하! 그, 그것 말입니까? 하하!”

 

삼호의 질문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들 의문이 가득한 눈길로 무혼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답하기가 난감한 무혼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니 부조장도 슬며시 입을 열었다.

 

“나도 궁금했다네. 자네가 펼치는 것을 보니 나도 수련해보고 싶더군.”

 

부조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조원들을 보며 대답할 말을 찾고 있는 무혼은 심장이 두근대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무혼은 점점 얼굴이 심각해지며 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대어보았다. 심장의 박동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요동치고 있는 것이 있다.

 

‘마나!’

 

물결을 치는 듯 흐트러지는 듯 점점 그 움직임은 강렬해졌고 영문 모를 불안감이 무혼의 전신에 퍼져나간다.

 

‘아이네스 소저…….’

 

무혼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지자 다른 조원들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자 강 조장이 잔을 들면서 말한다.

 

“하하, 말하기 곤란하면 말하지 않아도 되네. 이거 우리가 구호를 너무 난처하게 한 거 같군. 하하!”

 

강 조장의 말에 모두들 아쉬운 눈빛이었지만 잔을 들면서 웃기 시작했다.

 

“이제 돌아가면 한동안 편안히 지낼 수 있겠지?”

 

“편안히 지내긴 그 실력으로 죽을 뻔했다는 거 잊었나? 죽자 살자 수련해야 할 걸세.”

 

“이거 왜 이래. 나도 외당 올라올 때 무술대회에서 오십 위 안에 들었다네.”

 

“하하하! 이 사람아, 오십 위면 한 번 이기고 깨졌다는 소리 아닌가? 하하하!”

 

곧 분위기가 바뀌며 다시 시끌벅적해졌으나 무혼의 심각한 얼굴이 풀리지 않고 있다.

 

탁.

 

무혼은 술잔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들 무혼에게 눈길을 돌렸다.

 

“저는 이만 쉬어야 할 듯합니다.”

 

“피곤한가 보군. 그렇게 하게.”

 

“그리고 고 형님,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방에서…….”

 

고명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는 것을 본 무혼은 숙소가 잡혀 있는 객잔의 2층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뒤를 고명우가 따라갔다.

 

무혼은 자신의 자리가 된 한 침상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제 자야 합니다. 문제는 한동안 외부의 위협에도 무방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 외부의 위협이 없어야 합니다. 잠시 지켜주시겠습니까?”

 

“뭔가 중요한 일이 있나?”

 

“그렇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우나 어쩌면 저의 목숨과 직결될지도 모릅니다.”

 

고명우는 무혼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에게 허튼소리를 할 무혼이 아니다. 무혼의 눈을 보던 고명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걱정하지 말고 자게. 의제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무사하지 못할 걸세.”

 

“감사합니다. 그러면 수혈을 짚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명우의 모습에 안심이 된 무혼은 웃으며 누웠다. 그리고 심장에 손을 올려 마나가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아이네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그것을 본 고명우는 무혼의 수혈을 살짝 짚은 후 그의 도를 뽑고 무혼에게서 한 장 거리가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고명우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콰앙-.

 

아이네스가 숨어 있던 건물의 정문이 부서지며 일으킨 먼지를 헤치고 검은 갑옷을 입은 두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호라! 네놈들이 여기 다 숨어 있었구나?”

 

한 명이 반갑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자 같이 다른 사내는 아이네스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웃으며 입에 작은 피리를 물었다.

 

피익--------!

 

가늘고 아주 긴 소리는 작은 소리임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저택 주위의 검을 맞대는 소리는 더욱 커진다.

 

피리를 부는 사내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린 다른 사내도 아이네스를 바라보고 눈을 번득이자 그 눈에서 느껴지는 광기와 살기에 아이네스는 한걸음 물러서며 몸서리를 쳤다.

 

“네년!”

 

갑자기 돌진하는 동맹군 기사의 앞을 막으며 미라크네의 기사와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채채채챙!

 

“끄아아악!”

 

동맹군 기사의 검에 가슴이 베인 병사는 부러진 창을 잡은 채 뒤로 쓰러졌고 속속 정문으로 계속 몰려드는 동맹군 기사들을 향해 미라크네의 기사들도 입술을 깨물며 검을 휘두른다.

 

들어오는 동맹군 기사마다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아이네스를 보자 아이네스의 심장은 더욱 심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왜? 왜지?’

 

그때 새로 들어온 검은 갑옷의 기사가 미라크네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돌파하더니 계단의 난간을 밟고 2층으로 뛰어올랐다.

 

“으하하! 여기 있었구나. 네년의 다리는 내가 잘라주겠다!”

 

투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갑옷만 걸치고 있는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고 얼굴과 갑옷에는 그가 죽이면서 튀었을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입술을 혀로 적시며 다가오는 그의 눈은 먹이를 앞에 둔 야수의 눈, 바로 그것이었다.

 

아이네스는 필사적으로 마법 수식을 찾았다. 겨우 떠오른 수식은 매직 미사일. 3개의 매직 미사일을 띄운 것을 보며 크게 웃은 그 사내는 아이네스를 노리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왼손을 들며 매직 미사일을 날렸으나 이미 힘을 잃은 아이네스의 의지처럼 맥없이 날아갔고 빠른 칼 놀림으로 매직 미사일을 모두 깨트려버린 그자는 아이네스에게 급속히 다가오며 그녀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네스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눈이 커지며 한 이름만을 불렀다.

 

‘무혼 경. 무호-온…….’

 

아이네스는 자신의 주위가 천천히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숨소리도 주위에서 격전을 벌이는 기사들도, 앞에서 달려오는 동맹군의 기사도 모두 느리게 움직인다.

 

매직 미사일을 날리기 위해 위쪽으로 내밀었던 왼팔이 굽혀지며 오른손이 마법 지팡이의 아래를 잡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네스의 몸이 앞으로 숙여지며 오른손에 이끌려 마법 지팡이에서 나온 검은 동맹군 기사의 검을 튕겨내고 그의 가슴을 길게 갈랐다.

 

털썩.

 

세상의 흐름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 아이네스 소저!

 

- 아?

 

- 괜찮습니까?

 

- 아, 예. 예, 괜찮아요.

 

- …….

 

그러나 무혼은 아이네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괄량이이지만 여린 여인이기도 한 아이네스의 공포에 잠긴 감정이 무혼에게 밀려들어 왔고 그것은 무혼의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슈우우우웅.

 

무혼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휘둘러지며 내는 파공음. 그 작은 소리가 알려주는 것은 검의 궤적이다.

 

부드러운 듯 강한 듯한 무혼의 발걸음이 앞으로 내밀어졌고 오른팔이 휘둘러지며 다가오는 검을 걷어낸다.

 

챙!

 

그리고 몸을 돌리며 다시 오른팔을 길게 뻗었다.

 

“오호! 말로는 들었다만, 커헉……!”

 

무혼이 있는 아이네스를 공격한 동맹군 기사는 그의 목을 파고든 검에 의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가만? 이놈도 그렇고 조금 전의 놈도?’

 

모두 아이네스의 다리를 노렸다. 그리고 무혼의 뇌리에 아이네스의 다리를 노리던 자가 떠올랐다.

 

‘납치대…….’

 

무혼은 눈을 돌려 계단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무혼의 눈에 익은 흰 갑옷의 기사들과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아이네스 소저를 공포에 떨게 한 자들이 네놈들이었나?’

 

또 다른 검은 기사가 2층으로 뛰어올랐고 그는 앞에 있는 공주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기류가 쏟아져 나오며 그녀의 몸을 휘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묘한 위화감에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숙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점점 올라오며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붉어진 그녀의 눈이 보였다.

 

“마인?”

 

하지만 어딘가 달랐다. 어둠의 동맹국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마인이 아니었다.

 

그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다가서는 공주의 검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에 전해지는 힘은 그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크악! 이건 뭐냐?”

 

그는 뒤로 밀려나며 무혼의 힘에 의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까지 베어지며 멀리 튕겨 나갔다. 무혼에게 베어진 그가 1층으로 떨어지며 지른 비명과 그의 처참한 모습은 격전 중인 모든 기사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들은 모두 볼 수 있었다. 오른손에 검을 들고 왼손에 마법 지팡이를 쥔 아이네스 공주가 온몸에 붉은 기류를 휘감고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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