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9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5화
95화 어째서?(4)
***
“ФЦДБЩ… ЁДБЮПЖ…….”
눈을 감고 나직하게 주문을 외우는 자이론 후작.
심혈을 기울여 마법을 완성해 가는 그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6서클의 마법 경지를 개척한 천재 마법사.
기울어가는 알자스 자작가를 백작가로 승격시키고 본인 스스로는 자이론의 성을 하사받아 후작이 된 입지전적인 귀족이다.
오직 마법 능력 하나만으로 엘튼 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인물.
4서클의 하이드 마나(Hide Mana) 마법을 펼쳐 외부로 퍼지는 마나의 흐름을 숨기고서 마법을 사용하는 중이다.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중이라 그의 정신은 극도로 예민해져 갔다.
스륵!
마침내 감았던 그의 눈이 빛을 내면서 열렸다.
“…ЮПДБ! 매직 포그(Magic Fog)!”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칠흑 같은 어둠에 뿌연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2서클 마법에 불과한 안개 마법이었으나, 트럼벌 요새의 앞마당을 모조리 안개로 뒤덮어야만 한다.
소모되는 마나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을 증폭해 주는 그의 팔찌에서도 빛이 흘러나왔다. 광범위한 영역에 마법적인 안개를 생성하느라,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성문에 기름을 충분히 먹여 두었는가?”
안개가 퍼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듀카스 백작이 작전참모인 크라시온 백작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준비했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그렇다면 성문을 열고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 둔 채 전군 요새 밖으로 이동한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크라시온 백작이 군례를 올리고는 자리를 떴다.
“트랭스! 자이론 후작! 부탁하네!”
듀카스 백작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자이론 후작에게 시선을 던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직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자이론 후작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고는 수인(手印)을 맺어가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보좌할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5서클 마법사인 ‘트랭스 반다아크’가 대답과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그는 모리스 공작의 아들인 코너 모리스를 만나러 왔다가 얼떨결에 작전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4서클 마법인 사일런스(Silence).
기사와 병사들이 이동하는 소리를 가리기 위해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마법을 시행해야 적을 효과적으로 속일 수 있다.
마법 안개를 만드느라 상당한 마나를 소모했음에도 자이론 후작은 실패를 생각지 않았다.
옆에서 트랭스가 보조해 주기까지 하니, 실패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젊은 나이에 대단해. 믿음직스럽군.’
듀카스 백작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투구를 뒤집어썼다.
그동안 트럼벌 요새에 갇혀 답답했던 울분을 한꺼번에 터트릴 기회였다.
후방의 귀족들이 보유했던 기사와 사병, 그리고 황성 수비군까지 일부 동원되었다.
프레하 제국군의 후방을 기습한 슬런더 요새와 뱅크스 요새의 연합군 덕분이다. 그들이 후방을 괴롭혀 준 덕분에 프레하 제국군은 공격다운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요새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엘튼 제국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성문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병사들의 뒤에는 무려 3천에 이르는 기사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철저하게 짓밟아주마! 다시는 엘튼 제국을 도발하지 못하게 하고 말겠다.’
그는 방패를 쥔 왼손에 힘을 주고서 차분하게 걸어가 전투마에 올라탔다.
기사들은 그가 전투마에 올라타는 걸 보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함성도 지를 수 없었고, 백작의 연설도 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제국의 검’과 함께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사들은 흥분해 있었다.
듀카스 백작이 말머리를 돌려 기사들을 한 차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투지를 끌어내는 그 어떤 연설보다 더 전의에 불타올랐다.
느릿하게 기사들을 둘러보던 듀카스 백작은 이내 전투마를 성문에 향하고는 롱소드를 뽑아 높이 들었다가 전방을 향했다.
다가닥, 다각, 다그닥…
최대한 천천히 움직여 말발굽 소리를 줄이면서 기사단이 이동했다.
사일런스 마법이 펼쳐진다고 해도, 완벽하게 소음을 잡아 준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
병사들이 안개에 휩싸여 트럼벌 요새의 앞에 대열을 이루고 선 모습에, 듀카스 백작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10만이 훌쩍 넘는 대군을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격돌의 순간이 다가왔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느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내야 했던 시간을 보상받을 때였다.
넓게 펼쳐진 병사들의 대열 중앙에 기사단을 인도해 자리를 잡았다.
안장에 걸린 기다란 랜스를 일부러 높이 들었다.
스스슥! 스슥! 철컥! 철컥!
미약한 소음을 일으키면서 기사들이 듀카스 백작을 따라 갑옷에 랜스를 고정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듀카스 백작의 입가에 살벌하기 짝이 없는 미소가 흘러나왔다.
“후웁!”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는 안개 너머에 있을 프레하 제국군을 노려보았다.
“돌격하라! 프레하 제국 놈들을 쓸어버려라!”
겨우겨우 유지되었던 사일런스 마법을 단박에 무너뜨리면서 듀카스 백작의 음성이 트럼벌 요새를 흔들어 놓았다.
[돌격하라!]
기사단과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면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끼랴아! 하아!”
듀카스 백작이 전투마에 박차를 가하면서 출발하자, 기사단이 뒤를 쫓았다.
두두두두두!
삼천여 마리의 전투마가 달리기 시작하자, 지축을 울리는 듯한 말발굽 소리가 고막을 괴롭혔다.
<기상! 기상하라! 엘튼 제국 놈들의 야습이다!>
<북을 울려라! 방패병들은 전열을 가다듬어라!>
둥둥둥둥둥!
뿌연 안개 너머로 들려오는 프레하 제국군의 다급한 외침.
듀카스 백작은 랜스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오를레앙 공작! 이곳에서 죽어줘야겠소!’
눈을 가늘게 뜬 그는 프레하 제국의 총사령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전투마를 몰았다.
안개를 뚫고 달려가는 듀카스 백작의 눈에 드디어 프레하 제국의 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다! 돌격!”
[돌겨억!]
마법적인 안개가 펼쳐진 지대를 통과하기 무섭게 듀카스 백작이 프레하 제국의 지휘부 천막을 노렸다.
완전히 넋 놓고 잠든 것은 아니었던지 프레하 제국군의 움직임은 나름 신속했다. 끝을 뾰족하게 깎아서 세워둔 나무 구조물에 의지해 방패를 들고 몸으로 막아서는 방패병.
그 뒤로 창병들이 장창을 대각선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인간이 느슨해지는 시간대를 노려, 은밀하게 그리고 철저히 준비해서 야습을 준비한 까닭이다.
“엘튼 제국 놈들의 몰려온다!”
“충격에 대비하라!”
목구멍이 터져 나갈 듯 소리를 지르는 프레하 제국의 지휘관들.
“끼랴아!”
그러거나 말거나 듀카스 백작은 랜스를 앞세운 채 그대로 내달렸다.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삐죽하게 튀어나온 병사들의 장창.
“꺼져라!”
듀카스 백작이 랜스를 갑옷의 레스트(Lance rest)에 건 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츠즈증!
랜스 전체를 하얀빛이 감싸고 돌았다.
오러 블레이드(Aura blade).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권능.
“아, 안 돼에!”
“저, 저런 건, 막을 수 없어!”
전투마를 타고 달려가는 듀카스 백작을 마주한 병사들이 공포에 젖어 비명을 내질렀다.
슈아아악!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으나, 듀카스 백작이 훨씬 빨랐다.
힘껏 들었던 랜스를 사선으로 내리치자, 랜스의 궤적을 따라오러 블레이드가 길게 늘어졌다. 빛의 궤적에 걸린 나무구조물과 병사들이 낫으로 풀이 베이듯 썰렸다.
콰과광!
중앙이 파괴되자 그의 뒤를 따르는 기사들의 전투마가 공간을 활짝 벌렸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은 랜스에 꿰뚫려 꼬치 신세가 되어 비명을 질렀다.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만큼 병사를 꿴 기사들은 랜스를 버리고 롱소드를 뽑으면서 달렸다.
“아군 기사들은 대체 뭘 하는 거냐아!”
스걱!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던 프레하 제국의 병사는, 엘튼 제국의 기사가 휘두른 롱소드에 머리를 잃고 허우적거렸다.
삼천이 넘는 기사단의 위력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피의 길을 만들면서 프레하 제국의 진영을 짓밟았으니까.
“프레하 제국 놈들의 기사단이다! 전투마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
듀카스 백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나를 담은 그의 음성에 프레하 제국의 병사를 상대로 학살을 벌이던 엘튼 제국의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대충 갑옷을 걸친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허둥대면서 전투마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끼랴아! 하아! 끼랴아!”
듀카스 백작이 말고삐를 움직여 전투마의 방향을 바꿔 나갔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서둘러 말에 올라타는 모습이 눈에 뜨였다.
그러나 이동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몸으로 막아! 기사단이 준비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라!”
“물러나지 마라!”
듀카스 백작의 기사단을 상대로, 프레하 제국 보병들이 방패를 앞세워 악착같이 앞을 막아섰다.
“이런!”
듀카스 백작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수없이 많은 프레하 제국의 병사를 해치우면서 기사단의 추진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방패를 든 병사들이 앞을 가로막자,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을 당장은 어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적병을 처리하면서 전진한다!”
[전지인!]
속도가 느려진 김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듀카스 백작이었다.
[와아아아! 프레하 제국 놈들을 죽여라!]
후방에서 들려오는 엘튼 제국군의 힘찬 함성을 들으면서 듀카스 백작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롱소드는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허공을 가르면서 프레하 제국병을 도륙했다.
“병사들은 물러나라!”
난잡한 비명과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우렁찬 음성.
마나가 충만한 음성에 제국 병사의 목을 날리던 듀카스 백작도 잠시 움찔했을 정도였다.
“으아아아! 피해!”
듀카스 백작의 앞을 가로막았던 병사들이 그제야 살았다는 듯 비명을 지르면서 좌우로 흩어졌다.
“나는 프레하 제국의 총사령관 ‘모르간 드 오를레앙’이다. 야습 따위나 벌이는 비열한 네 놈의 이름을 밝혀라!”
희색 깃털로 화려하게 투구를 장식한 오를레앙 대공이 분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병사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열을 정비한 주제에 입이 참 험하시오. 오를레앙 대공?”
듀카스 백작이 미소까지 지으면서 여유로운 음성으로 대꾸했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를 처리하는 바람에 추진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본의 아니게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과 대치 상황을 맞이했지만, 그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기사단과 기사단이 가속을 붙여 격돌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실력보다는 그날의 운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기사단 격돌을 비생산적이라고 보는 듀카스 백작이었다.
아울러,
야습이고 나발이고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상관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오를레앙 대공의 비아냥에도 태연할 수 있었다.
“오호라! 네 놈이 바로 엘튼 제국의 듀카스 백작이로구나! 내 그렇지 않아도 황제 폐하께 네 놈의 목을 선물로 들고 가려 했다!”
“허허… 프레하 제국의 대공이라고 해서 그래도 약간의 기품이 있을 줄 알았더니, 누가 야만인들 아니랄까 봐서, 쯧!”
듀카스 백작이 묘한 부분에서 말을 끊고 혀를 찼다.
의도적인 게 분명한 것이었기에 오를레앙 대공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오냐! 어디 야만스러운 나한테 죽어 봐라! 전원 돌진하라!”
분을 이기지 못한 오를레앙 대공이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장식된 클레이모어를 뽑으면서 소리쳤다.
“프레하 제국의 야만인들에게 엘튼 제국의 기상을 알려 주어라! 돌격!”
듀카스 백작 또한 롱소드를 치켜들고서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죽여라! 엘튼 제국 놈들에게 죽음을!]
[엘튼 제국이여 영원하라!]
양쪽으로 나뉜 두 제국의 기사단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비명과 병장기 부닥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