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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9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4화

94화 어째서?(3)

 

 

***

 

“총사령관 각하!”

 

“말하라!”

 

아들인 데이비드가 부르자, 듀카스 백작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윌슨이라는 자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믿지 않으면? 왜? 그가 지닌 아공간이 탐나는 것이냐?”

 

“우리 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데이비드는 듀카스 백작에게 은근슬쩍 욕심을 부렸다.

 

“매력적인 물건이긴 하지만, 욕심을 부릴 물건도 아니다.”

 

“귀속되었다는 얘길 믿으시는 겁니까.”

 

고개를 가로젓는 듀카스 백작의 모습에 데이비드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보고에 따르면,

아공간에 적재한 투석기 탄환을 사용해 장벽을 타고 오르는 적병을 효율적으로 물리쳤다고 들었다.

그런 물건을 트럼벌 요새에서 사용한다면 방어하는 데 상당히 유리할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서는 듀카스 백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귀속된 아공간이라는 얘기만 듣고서 말이다.

 

“자이론 자작의 얘기에 따르면, 아공간 마법은 연결하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게 일반적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지만 윌슨이라는 친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 게 없었어. 아공간이 그 친구에게 귀속되었다는 게 사실이라는 의미지.”

 

“그렇다면 윌슨을 트럼벌 요새로 데려가 공성을 도우라 명하셨으면…….”

 

“저들을 굶겨 죽일 셈이더냐?”

 

“아…….”

 

듀카스 백작이 자신의 말을 끊으면서 헛웃음을 흘리자, 데이비드는 그제야 뒷머리를 긁적였다.

에이원즈 백작의 군대가 보급 걱정 없이 싸울 수 있는 이유가 윌슨 때문이라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아깝습니다.”

 

“아깝지! 그렇지만 수성전(守城戰)에 아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깨우친 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이번 전쟁이 끝나면 자이론 후작이 아공간을 이용한 신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얘기했을 정도지.”

 

“오!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윌슨, 그 친구가 파격적인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앞으로는 성(城)을 공략할 때 고려해야 할 게 많아졌다는 건 좀 머리가 아프겠지만 말이야.”

 

듀카스 백작이 쓰게 웃었다.

수성전에서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되면 골치가 아프다.

갑자기 허공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떨어지는 황당한 경우를 대비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물론 윌슨이 했다는 것처럼 무더기로 돌덩이를 떨어뜨릴 수는 없긴 할 거다. 보급 효율을 높이려면 기껏해야 대여섯 개의 돌덩이를 넣어 두는 아공간 마법 물품을 제작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무거운 돌덩이를 낑낑거리면서 나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니까.

 

“데이비드! 네르바 자작! 날이 밝아 오는구나, 늦기 전에 돌아가야겠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

 

듀카스 백작이 에이원즈 백작을 은밀하게 찾아간 날로부터 열흘 후,

프레하 제국의 지휘부에서는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추격대는 어찌 되었는가!”

 

이마에 굵은 혈관이 돋은 채 오를레앙 대공이 눈에 힘을 주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의 음성엔 살기마저 묻어나고 있었다.

 

“이번에도 놓쳤다고 하옵니다.”

 

“이만 병력을 보내고도 놓쳤다는 얘기인가? 놈들의 숫자는 이만이 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오를레앙 대공은 작전참모인 ‘브누와 드 뒤랑’ 후작을 노려보았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이 되면 후방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엘튼 제국의 병사들이 화살을 쏘고 도주한다.

병력의 일부를 떼어내 추격을 명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

경계를 철저히 세워 보았으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야산에서 화살을 쏘아대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죄송합니다. 총사령관 각하!”

 

“그놈의 죄송하다는 소리! 듣기만 해도 신물이 넘어올 지경일세! 내가 후방을 확실하게 청소하고 병력을 합류시키라 명하지 않았는가!”

 

오를레앙 대공은 귀에 연기가 나올 정도로 화가 치밀어서 뒤랑 후작을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렸다.

 

“서둘러 진격하면서 통신망이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던 일입니다.”

 

“…뒤랑 후작! 지금 본인이 진격을 서둘러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오를레앙 대공의 전신에 살기가 솟구쳤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해 답답하던 참이다. 공격을 명령하려고 해도 후방이 불안해서 명령을 내리기가 찜찜했다.

후방이 당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정리해야만 하는 게 맞다.

다만, 놈들의 숫자가 참 지저분하다.

무시하기에도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전력을 다하기도 어정쩡했다. 그래서 추격대를 보내면 야금야금 병력만 갉아 먹히고 빈손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전쟁을 책임진 오를레앙 대공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마당에 자신의 결정을 원망하는 듯한 얘기를 들으려니 짜증이 치밀었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총사령관 각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후방을 괴롭히는 적들을 뿌리 뽑으려면 적어도 4만의 병사를 내보내야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뒤랑 후작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껏 후방을 공격하는 놈들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감히 15만에 이르는 대군의 후미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거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놈들은 어김없이 유령처럼 나타난다. 이런 대군을 상대로 야습을 벌이는 놈들이 비상식적이라고 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을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화살을 쏘아 보낸다. 습도가 높아지면 활시위가 느슨해지고 활대가 물을 먹어 망가지기 쉬운 걸 알 텐데도 말이다.

정말이지 상식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추적대를 보내면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도 놈들이 이곳 지리(地利)에 능통하기 때문일 것은 분명한 일.

그런 놈들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4만 병력을 내보내 도주로를 미리 확보하고 몰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뒤랑 후작, 그걸 해결책이라고 내게 말하고 싶은 건가? 4만의 병력을 뺐는데 트럼벌 요새의 놈들이 들이닥치면? 그땐 어쩔 셈인가? 저들은 계속 병력을 충원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병력이 줄어들고 있어! 이 답답한 사람아!”

 

오를레앙 대공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에도 뒤랑 후작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인형을 만들어 적의 눈을 속이면 됩니다. 그리하면 감히 트럼벌 요새의 놈들은 공세를 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쥐새끼처럼 들락거리는 놈들도 우리가 4만의 병사를 빼낸 사실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으음… 인형이라…….”

 

담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뒤랑 후작의 얘기에 오를레앙 대공이 침음성을 흘렸다.

무슨 얘긴지 대번에 이해되었다.

인형에 군복을 입히고 투구를 씌워 아군의 숫자를 속이자는 얘기다. 매일같이 병사들을 괴롭히는 엘튼 제국의 쥐새끼 같은 놈들을 오히려 기습하여 포위 섬멸하겠다는 뜻.

 

“만에 하나 있을 첩자에 대비해 신분이 확인된 병사들로 하여금 인형을 만들게 해야 할 것입니다.”

 

“괜찮은 생각이군. 좋아! 뒤랑 후작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번 일을 추진하게.”

 

“감사합니다. 총사령관 각하!”

 

***

 

트럼벌 요새와 반나절 거리에 떨어진 깊숙한 야산.

에이원즈 백작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기사와 병사들의 앞에 서서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드디어 트럼벌 요새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기사와 병사들은 그가 무슨 얘기를 꺼내려고 저렇듯 뜸을 들이는지 호기심을 드러냈다.

듀카스 백작이 방문한 이후로 쉬지도 못하고 프레하 제국의 본진을 괴롭혔다.

이곳은 트럼벌 요새와 통상적인 이동 속도로 반나절 거리다. 무리해 가면서 빠르게 이동해 화살만 날려 대고 오길 반복해 왔다.

기사조차도 버거워하는 상황이었기에 슬슬 기습작전도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트럼벌 요새의 명령이 떨어졌다니, 기사와 병사들은 부담스러웠다.

열흘 동안 벌인 기습 작전만으로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말이다.

 

“트럼벌 요새에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고 한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나인올 산맥을 따라 이동해서 트럼벌 요새로 복귀하라는 명령이다.”

 

[…….]

 

그의 말에도 기사와 병사들은 환호할 수 없었다.

나인올 산맥은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오죽하면 트럼벌 요새가 산맥 사이에 형성되었겠는가.

뱅크스 요새와 마찬가지로 험한 산맥을 방패삼아 만든 곳이었다.

만약 평범한 지형이었다면 프레하 제국도 굳이 트럼벌 요새를 공략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런 나인올 산맥을 따라 트럼벌 요새로 복귀하라니, 기사들과 병사들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싫은가? 계속 남아서 기습 작전에 투입되고 싶은가?”

 

[아닙니다!]

 

에이원즈 백작의 끔찍한 얘기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되더라도 지금처럼 프레하 제국을 기습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불조차 피우지 못해 하드텍만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이슬을 맞아가면서 무장조차 풀지 못하는 상황은 싫었으니까.

 

“한 시간 뒤에 이동할 테니, 준비를 단단히 하라!”

 

[예! 사령관 각하!]

 

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기사들과 병사들.

 

“녀석들…….”

 

밝아진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에이원즈 백작이 흐뭇하게 웃었다.

상당수의 병력이 죽어 나간 고된 전투였으나, 그럼에도 죽은 사람보다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월등히 많다.

지금이라도 후퇴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원래라면 지금 상황에서 트럼벌 요새로 이동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니, 애초에 기습 전투를 이렇게 오랫동안 벌일 수 없었을 것이다.

보급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전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존재가 있기에, 총사령관인 듀카스 백작이 기습과 퇴각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윌슨 단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에이원즈 백작은 한쪽에 서 있는 윌슨에게 시선을 던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트럼벌 요새와 이곳 야영지를 오가면서 군량을 보충해준 덕분에, 이번 기습 작전을 무사히 이어 갈 수 있었던 거다.

 

“윌슨 단장!”

 

“예! 사령관 각하! 부르셨습니까!”

 

부르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는 월슨에게 에이원즈 백작이 슬그머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작위를 받을 준비는 되었나?”

 

“흠, 흠… 모두 사령관 각하의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쭈뼛거리면서 대답하는 윌슨의 모습에 에이원즈 백작이 한차례 웃어 주고는 곁을 지나쳤다.

 

“사령관 각하…….”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하게, 윌슨 단장.”

 

“현실적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했는가?”

 

에이원즈 백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아해 하던 그는, 나직하게 이어지는 윌슨의 얘기에 눈이 점점 커졌다.

 

***

 

뒤랑 후작은 무려 4만의 병력을 이끌고 은밀하게 이동한 상태였다.

 

‘지긋지긋한 놈들을 끝장낼 수 있겠어.’

 

그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기습적으로 아군 진영에 화살을 쏘고 도주하던 놈들을 잡으리라 생각하니 희열까지 생겨난다.

4만의 병력을 분산 배치해 놈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점에 매복해 두었다.

조심스러운 놈들이라 놈들이 이용할 만한 이동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매복한 상태다.

그것도 미덥지 못해서 2킬로미터 전방에까지 경계병을 두어 놈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만 했어. 놈들 때문에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질 줄이야…….’

 

그는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끝장내리라 생각하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한두 번 기습하다가 말겠지 라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추격대까지 보내 겁을 주었으니 다시는 안 오겠지…

비가 오는데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또…

따위의 생각 때문에 놔두었더니, 무려 열흘이나 기습이 자행되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놈들을 포위 섬멸할 생각이었다.

 

‘어째서 오늘은 늦장을 부리는 것인가…….’

 

눈을 빛내면서 엘튼 제국의 병사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놈들이 지나가기만 한다면 뒤쪽을 포위해 본진으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놈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군… 오늘은 기습하지 않을 셈인가?’

 

뒤랑 후작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노려보면서 조바심을 냈다.

보통은 자정부터 날이 밝기 직전의 어둠을 틈타 기습적으로 화살을 쏘고 달아나던 놈들이다.

그렇다면 이미 놈들의 모습이 어디서든 나타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얄미운 놈들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정말 기습을 포기한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이 커져만 갔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물러갈 시간이다. 놈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오늘은 기습이 없다는 의미다.

 

‘어째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기껏 대책을 세워서 총사령관의 명령까지 얻은 일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헛짓거리만 한 셈이 되고 마는 것이다.

 

“후우… 할 수 없군.”

 

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철수 명령을 내리려는 그때,

 

<돌격하라! 프레하 제국 놈들을 쓸어버려라!>

 

아련하게 들려오는 성난 외침.

갑작스러운 성난 외침에 뒤랑 후작의 눈이 커졌다. 본진을 공격하라는 소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으니까 말이다.

 

“아뿔사! 복귀하라! 3군단은 본진으로 복귀하라!”

 

뒤랑 후작이 피를 토하는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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