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9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3화
93화 어째서?(2)
파바박!
어둠 속에서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온다.
치링!
헤로드 소드를 뽑아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정체 모를 존재의 접근 속도가 엄청나다.
“전력을 다하라!”
곁에 서 있는 에이원즈 백작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경고성을 발했다.
그도 역시 전방에서 접근해오는 존재의 강함을 느낀 모양이다. 이렇게나 강력한 존재감을 뿌려대니, 못 느끼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나머지 귀족과 기사단장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전력으로 마나 블레이드를 생성해냈다.
으득!
전방을 노려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대처법을 떠올려 보았다. 역시나 믿을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진룡검법.
리치의 던전에서 내공을 얻은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강자(强者).
전력을 다하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약한 생각이 뇌리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넋 놓고 죽어 줄 수는 없는 노릇.
두 손으로 헤로드 소드를 움켜쥐고서 단전의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모았다.
츠즈즈즛!
짙푸른 검기가 헤로드 소드의 검날을 감싸고 올라와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파바바밧!
어둠을 뚫고 고속으로 접근해오는 세 개의 기운.
세 개의 기운이 접근하는 사이에 진룡검법의 일곱 번째 초식인 신룡청경(神龍聽經)을 준비했다.
강력한 일격을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직접 맞상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든 다른 사람을 공격하든, 신룡청경(神龍聽經)의 초식에 깃든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수법으로 받아낼 생각이다.
힘의 방향을 바꾸어 상대의 균형을 흩트리고서 반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테니까!
“온다!”
귀족들과 기사단장에게 경고성을 발했다.
헤로드 소드를 상단세로 머리 위에 두고서 눈을 가늘게 떴다.
파밧!
푸화학!
도움닫기를 하는 듯한 소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세 개의 그림자!
하나같이 시리도록 푸른 마나 블레이드를 뿌리면서 몸을 날려오고 있다.
“훕!”
나는 어둠을 뚫고 튀어나온 사내의 강렬한 존재감에 호흡을 내뱉으면서 헤로드 소드를 뻗었다.
파우웃!
나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롱소드의 칼날.
검날이 부챗살처럼 펴지면서 푸른색 날개가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상대의 롱소드와 부닥치기도 전에 날카로운 살기가 먼저 덮쳐 온다.
필살(必殺)의 염원(念願)을 담은 일격.
“아군이다! 멈춰!”
투카아앙!
낯선 음성이 튀어나오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롱소드와 나의 헤로드 소드가 부닥쳤다.
엄청난 압력.
상대의 검격을 받아 내는 순간에 불똥이 사방으로 튀면서 검기의 파편이 흩날린다.
엄청난 압력!
내 몸을 짓이길 듯한 압력을 받아내면서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초인적인 의지로 신룡청경(神龍聽經)의 초식에 따라 상대의 롱소드를 받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충돌의 순간에 팔목과 팔꿈치, 그리고 어깨의 순서로 차례차례 힘을 뺐다. 순식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시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타격으로 인해서 발생한 충격을 분산하고 다시금 힘을 주었다.
전신의 관절이 부서지고 근육이 가닥가닥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고서 말이다.
“우웃!”
내게 롱소드를 휘둘렀던 사내의 균형이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고통을 떨쳐내면서 그대로 헤로드 소드를 휘둘렀다. 아군이라고 소리쳤던 상대의 말을 순순히 믿지 않는다.
해치울 수 있을 때 하나라도 수를 줄이는 게 유리하니까.
타앙!
“큽!”
하지만 공격은 성공할 수 없었다.
푸르게 빛나는 고급스러운 롱소드가 나의 헤로드 소드를 가로막았으니까.
헤로드 소드의 검자루를 타고 전해진 상대의 난폭한 마나가 손아귀에서 폭발했다.
“망할 자식!”
나의 공격에 균형을 잃었던 사내가 롱소드를 휘둘러 왔다.
상체를 젖히면서 철판교의 수법을 사용해 뒤로 재주를 넘었다.
하지만 나의 공격을 받아냈던 상대의 공격이 단순한 위협에 불과했다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재주를 넘은 뒤에 전투 자세를 풀지 않았다.
위협에 불과한 공격이라고 할지라도 목이 베인다는 건 똑같으니까.
“사나운 친구군.”
“죄송합니다. 듀카스 백작 각하!”
에이원즈 백작이 우리를 공격한 상대에게 약식으로 군례를 올린다.
내가 상대를 죽이려 할 때. 롱소드로 방해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충!”
‘듀카스 백작’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에 전투 자세를 풀고 군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엘튼 제국 최강의 검사’라는 타이틀을 단 인물이자, 이번 전쟁을 주도하는 총사령관의 이름이었으니까.
같은 작위를 가진 에이원즈 백작마저도 ‘각하’라는 호칭을 당연하게 갖다 붙일 정도로 대단한 존재다.
총사령관이라는 호칭 앞에 작위 따윈 무의미한 사람.
오직 황제 앞에서만 고개를 숙인다는 규격 외의 존재가 바로 듀카스 백작이다.
***
‘놀랍군.’
듀카스 백작은 군례를 올리는 젊은…
아니, 젊다기보다는 어리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한 사내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들인 데이비드의 공격을 막아 낸 것도 놀라운데, 오히려 자세를 무너뜨리고 반격까지 가한다.
‘데이비드가 마지막에 힘을 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듀카스 백작은 어린 기사를 관찰하듯 바라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들었다고는 해도, 셋째 아들인 데이비드는 실력이 무르익어가는 중이다.
그에 반해 어린 기사는 이제야 겨우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이른 기세를 흘린다.
아들이 비록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수정할 이유는 없다.
“자네.”
“네! 총사령관 각하!”
“이름이 뭔가?”
“윌슨입니다! 총사령관 각하!”
“아! 자네가 그 윌슨이군. 첫 승전보와 함께 적 사령관의 목을 베었다는… 맞나?”
“그렇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흐음…….”
윌슨의 대답을 들으면서 듀카스 백작이 나직하게 침음성을 흘렸다.
‘역시… 우연이라는 건 없군.’
직접 에이원즈 백작의 군대를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오늘 상당한 출혈을 각오했었다.
프레하 제국이 제대로 진영을 갖추었으니, 본격적인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원즈 백작이 이끄는 군대가 허를 찌르는 급습을 가하는 바람에 시간을 벌게 되었다.
고마움을 표시할 겸, 뱅크스 요새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는 신예 기사단장을 보러 온 것이기도 하다.
직접 만나 보니 적 사령관을 해치운 일이, 단순하게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나서서 아들을 공격하는 윌슨을 반격을 막지 않았더라면…
‘당하지는 않았겠지만, 바닥을 뒹굴었어야 할 테지.’
아까 데이비드와 윌슨이 격돌하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결론지었다.
자세가 무너진 데이비드는 필연적으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롱소드를 휘둘러야 했을 터다.
‘단순해 보였지만, 정교한 검술이었어. 아니, 검술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런가?’
듀카스 백작의 눈에 흥미롭다는 감정이 묻어나왔다.
“에이원즈 백작, 언제까지 세워둘 것이오?”
“아! 죄송합니다. 모시겠습니다.”
에이원즈 백작이 탄성을 흘리고는 몸을 돌려 앞장섰다.
***
젠장…
이래서 높으신 분들은 나돌아 다니지 말고, 제발 엉덩이 붙이고 있었으면 하는 거다.
듀카스 백작의 방문 때문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강제 기상을 당했다.
기습을 마치고 반나절이나 뭐 빠지게 도주하느라 피곤한 기사들과 병사들인데 말이다.
굳이 직접 찾아오는 바람에 병사들의 휴식을 망쳤다. 총사령관이라는 인간이 왔는데, 말단 기사와 병사들이 어떻게 잠을 자고 있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듀카스 백작을 포함한 세 명이 야영지에 들어와 간이 의자에 앉아 있다.
물론, 야영지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
그저 야산의 일정 범위에 기사와 병사들이 아무렇게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열악하군.”
혼잣말처럼 지나가듯 중얼거리는 듀카스 백작.
당연한 얘기였기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 작전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직접 찾아왔소. 덕분에 프레하 제국군의 기세가 한풀 꺾였을 것이오.”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작전은 저기 윌슨 단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에이원즈 백작이 나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빙그레 미소 짓는다.
엇!
그가 이런 공로를 순순히 나에게 돌릴 줄은 몰랐기에 살짝 당황해버렸다.
이전의 반데라스 자작 같았으면 어떻게든 자신의 공로로 돌리려고 안달을 냈을 텐데 말이다.
“오! 그게 정말이오?”
듀카스 백작이 나를 쳐다보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리액션을 보인다.
덩달아 나도 어깨가 으쓱해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무려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이나 되는 사람이 나를 주목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말단 이등병이 삼군사령관에게 잘 보인 셈이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이렇게 되면 앞으로 출세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도 되겠다.
“윌슨 단장! 대단한 작전이었네.”
“과찬이십니다!”
“자네의 작전으로 적의 사기를 낮추고 아군의 사기가 높아졌다네. 이번 일을 놓고 지휘부에서도 상당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
“감사합니다!”
기분 좋아지는 소식에 부동자세로 크게 대답했다.
물론 찜찜함은 있다.
아까 나와 격돌했던 젊은 사내… 그러니까 듀카스 백작의 아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본다.
내가 반격을 가하면서 살기를 드러냈던 것에 앙심을 품은 모양이다.
자식,
야전에선 상대가 완전히 아군으로 판명되기 전까지 적이라고 가정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모르나?
녀석의 시선을 무시하고 듀카스 백작에게 시선을 맞췄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 대해 궁금했다네. 특이한 방법으로 적군 사령관을 죽였다고?”
“투석기 탄환으로 적 사령관을 공격했습니다.”
“맞아, 나도 그렇게 보고를 받았네. 듣기로는 아공간이 걸린 마법 물품을 지녔다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눈을 빛내는 듀카스 백작의 질문에 주저함이 생기고 말았다.
그동안 정신없이 전투하느라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리치 녀석에게서 얻은 크로노스 갑옷은 자체 성능도 뛰어나지만, 함께 포함된 아공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보물이다.
“그 표정은 무언가? 내가 빼앗기라도 할까 봐서 그러는가?”
“아닙니다! 단지, 마법 물품에 의해 생성되는 아공간이 아니라, 제게 귀속되어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정말 안타깝다는 듯 표정 연기에 공을 들였다.
크로노스 갑옷이 해제되지 않는 이상, 아공간을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귀속되어 있다라… 그렇다면 아공간의 물건을 꺼내서 보여 줄 수는 있겠는가?”
듀카스 백작이 시선을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바닥을 밑으로 향한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듀카스 백작이 나를 훑어본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아공간이 걸린 마법 물품은 보통 가방과 같은 형태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내가 지닌 물건이라고는 헤로드 소드 한 자루뿐이다.
내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아공간의 마법을 새기려면 가방과 같은 매개체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내가 맨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하고서 명령을 내린 거였다.
‘크로노스 아공간!’
즉시 아공간을 열어 안에 든 수레를 선택했다.
덜컹!
채소가 가득 담긴 수레가 나의 오른손 바닥이 향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대단하군.”
듀카스 백작이 아공간에서 꺼낸 수레의 채소를 만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윌슨 단장이 있어서 군량 문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 엘튼 제국군에 아공간 마법이 걸린 물품을 지급해 비상시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군비가 적잖게 들겠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렇게 효율이 좋을 거라곤 기대하진 않지만 말이지요.”
듀카스 백작이 수레에서 채소를 하나 꺼내 눈앞에 들고서 말했다.
아공간에 넣은 음식은 변질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명체를 넣어 둔다면 곧바로 생기를 잃게 된다. 심장마저 멈추게 될 테니까.
신선한 시체가 된다는 의미다.
아무튼,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공간의 마법이 걸린 물품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듀카스 백작이 깔끔하게 포기했으니까 말이다.
보물을 지킬 힘이 없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물에 불과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코너 녀석과 아공간에 대해 얘기해보지 않았더라면,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지도 모를 노릇.
듀카스 백작이 나와 시선을 맞춘다.
살짝 눈을 내리깔기는 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이제껏 한 얘기에 한 점의 거짓도 없다는 걸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다.
그것이 통했는지, 듀카스 백작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에이원즈 백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이원즈 백작.”
“네! 총사령관 각하!”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