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9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1화
91화 트럼벌 요새(5)
***
심장이 두근거린다.
엄청난 병력을 향해 진군하는 이 기분을 표현할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쓰바…
평원 전체가 인간의 대가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군.
15만에 이르는 대군이라고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눈앞에 마주하고 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지금 뭐하는 중이냐 하면…
프레하 제국군의 갑옷과 프레하 제국군 군복을 입고서 전진하는 중이다.
당연히 놈들의 상징인 붉은 새대가리 깃발을 펄럭거리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은 순전히 나의 아이디어다.
왜 영화에서 보면 그런 거 있잖아?
같은 편으로 위장하고서 적군을 엿 먹이는 그런 장면들.
어떻게 하면 프레하 제국군에 타격을 줄 수 있을까 하고 회의를 하는데, 답 없는 얘기만 계속 하길래 한마디 툭 던진 것뿐이다.
그런데 에이원즈 백작이 무릎을 탁 치면서 좋은 생각이라고 해 버렸다.
이거 아주 심장이 쫄깃쫄깃 해진다.
놈들이 한꺼번에 침을 뱉으면 강(江)이 생길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
우리에게 환호성을 지르면서 난리법석을 떠는데 지릴 것 같다. 혹시라도 트레뷔셰가 장전된 채로 이동 중이라는 걸 눈치채면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위기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뱅크스 요새 방향에서 진격해 온 프레하 제국군인 척하는 것이다. 문제라면, 슬런더 요새에서 넘어온 병력을 완전하게 섬멸하지 못했기에 찜찜하다.
마법사 놈을 위협해서 확인차 걸려온 통신에 대답하긴 했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상황.
“프레하 제국이여, 영원하라!”
선두에서 말을 모는 에이원즈 백작이 마나를 담아 크게 소리친다.
“프레하 제국이여, 영원하라!”
[프레하 제국이여, 영원하라!]
나를 비롯해서 기사들과 아군 병사들은 목이 찢어지라 소리쳤다.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다.
이런 순간에 저런 식의 임기응변을 발휘할 줄이야.
아직 어느 쪽이 슬런더 요새를 통해서 진격한 군대인지, 뱅크스 요새를 통과해서 진격한 군대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
일부러 함성을 내질러 적을 혼동하게 한 것이다.
[프레하 제국이여, 영원하라!]
프레하 제국 놈들이 열렬하게 환호하며 소리를 지른다.
우리 역시 다시금 그에 화답하듯 환호성을 지르면서 진격을 이어 갔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 우리에게 두 손을 번쩍 들면서 좋아 죽는단다.
순진한 새끼들…
이런 게 통할 줄이야!
“사거리에 도달했습니다.”
만세를 부르는 흉내를 이어가면서 에이원즈 백작에게 말했다.
순간,
그의 눈이 빛나고 전신에서 투기가 솟구쳤다.
“엘튼 제국의 전사들이여! 공격하라!”
피를 토하는 음성으로 소리치는 에이원즈 백작.
마나를 품은 그의 음성이 함성을 뚫고 전장에 울려 퍼졌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를 비롯한 기사와 병사들이 일제히 활을 들어 화살을 쏘아 보냈다.
투두두둥! 투두둥! 투두두둥!
현악기를 마구 쥐어뜯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새카맣게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끼이익!
후웅! 훙! 후훙! 훙……
뒤쪽에서 트레뷔셰의 작동음이 들려오고, 쏘아진 탄환이 그물을 찢으면서 주먹만한 자갈들을 넓게 뿌리면서 날아간다.
“세 발 쏜 놈들은 뒤로 빠져 후퇴하라!”
브린크스 남작이 병사들에게 고함을 질러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거리 문제로 트레뷔셰보다 전진해서 쏘아야 화살이 제 위력을 발휘한다.
기사인 우리는 전투마에 올라 계속 화살을 날렸다.
프레하 제국군의 추격을 막기 위해서, 아군 기사 전원이 앞에 선 것이니까 말이다.
“트럼벌 요새는 들으시오! 나는 슬런더 요새의 사령관 에이원즈 백작이요! 공격하시오! 공격하시오!”
피를 토하듯 에이원즈 백작이 전력으로 마나를 끌어모아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화살을 쉬지 않고 프레하 제국을 향해 쏘아 댔다.
“투석기! 어서!”
에이원즈 백작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나는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최소 두 번의 투석기 공격은 해줘야 프레하 제국군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다.
저렇듯 밀집 대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투석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가 된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 투석기는 강한 위력만큼이나 재장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무기였으니까.
그래서 세 발의 화살을 발사한 병사들을 후퇴시킨 것이기도 하다. 대형 투석기를 운용하는 아군 병사들을 돕기 위해서다.
‘제발! 서둘러라, 자식들아!’
속으로 주문을 외듯이 욕을 하면서 새로운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트럼벌 요새가 지원해 주지 않는다면 위험부담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통신 마법으로 알린 다음에 이번 작전을 개시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칫 통신 내용을 프레하 제국이 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말이지 살 떨리는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아군 진영의 화살이 점차 질서를 잃어가는 중이다. 처음으로 공격했을 때는 화살이 동시에 날아갔지만, 자유 사격으로 바뀌면서 드문드문 화살이 뭉텅이로 날아간다.
이건 좀 불안하다.
화망(火網)을 구성해서 한꺼번에 화살이 날아가야 적이 대응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말이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가는데, 정작 지원해줘야 할 트럼벌 요새에서는 아직도 반응이 없다.
“빌어먹을! 투석기! 투석기는 어찌 된 것인가!”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엘튼 제국 놈들이 비열한 짓으로 우릴 농락했다! 놈들을 죽여라! 돌격하라!>
프레하 제국의 진영에서 터져 나온 성난 외침.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프레하 제국의 진영에서 드디어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령관 각하! 후퇴하셔야 합니다. 병사를 물리셔야 합니다. 늦으면 위험해집니다.”
화살을 날리던 존슨 자작이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주니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 있는 방향에 위치한 프레하 제국군의 일부가 움직인다.
말이 일부지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
아니 숫자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인간의 파도가 몰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니까.
300명이 채 안 되는 기사단으로 저들을 막아설 생각을 하니, 암담한 기분에 빠진다.
그때,
끼이이익!
시끄러운 함성 사이로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나만 들은 게 아니었는지, 에이원즈 백작과 후퇴를 제안하던 존슨 자작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아군의 지원이다!”
에이원즈 백작이 희열에 가득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 소리에 나는 기대하는 심정이 되어 재빨리 활시위를 놓고 눈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씨…….”
기가 막혀서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트럼벌 요새의 거대한 문이 열리는 소리에 대규모 원군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벌 요새의 거대한 문은, 그저 빼꼼 열린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게 열린 문 사이로, 다섯 명의 기사가 전투마를 타고 튀어나왔을 뿐이다.
설마 저게 끝?
기가 막혀서 활에 시위를 먹일 생각조차 못 하고 멍해지고 말았다.
겨우 다섯 명으로 우릴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트럼벌 요새에 8만이 넘는 병력이 주둔한다는 데 대체 뭐하는 짓인지…
얼씨구?
그 와중에 선두의 전투마에는 기사가 둘이나 타고 있다.
순간,
후웅! 훙! 후웅! 후후훙…
둔중한 파공성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투석기 탄환.
드디어 재장전을 마치고 트레뷔셰가 작동한 것이다.
“엘튼 제국의 기사와 병사는 퇴각하라! 투석기에 불을 질러라!”
에이원즈 백작이 후퇴명령을 내리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응?
기사들까지 후퇴하라고?
“이랴아!”
“후퇴하라! 후퇴하라!”
내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고 눈을 껌뻑거리는데, 에이원즈 백작은 물론 지휘관급 기사들은 주저 없이 말머리를 돌린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 다 후퇴하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칼립!”
“푸르륵!”
가볍게 녀석의 배를 걷어차자 알아서 방향을 바꾸는 칼립이다.
다른 기사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달려 주니 다른 기사들처럼 따로 녀석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아서 편하다.
두 차례 프레하 제국군에 공격을 실시한 여섯 대의 트레뷔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놈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파괴하는 작업이다. 공성용 기름을 사용한 탓에 쉽게 꺼지지도 않을 터.
정말 이래도 되나 싶다.
쉬웅! 슁!
“윽!”
놈들이 화살을 쏘아 보내기 시작한다.
저런 공격에 당할 리야 없지만, 도주하는 아군 병사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가 걱정이다.
적이 쫓아온다고 아군 병사를 짓밟고 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웃!”
기묘한 감각에 나는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등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움직인다. 마치 대자연의 기운이 마구 난동을 피우는 것만 같은 느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칼립에게 몸을 맡기고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불안정한 대기.
불길한 기운이 제멋대로 꼬이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비정상적인 기운의 유동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따라가 보니, 그 끝에는 다섯 명의 기사들이 있었다.
다섯 명의 기사들에게 프레하 제국군이 마구 화살을 날린다.
네 명의 기사가 전면에 서서, 날아드는 화살을 방패로 막고 롱소드로 쳐내고 있었다.
전투마에 두 명이 탄 기사들을 보호하려는 모습이었다.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쿠구구구구!
화르르륵!
“……!”
구경하던 나는 눈을 크게 뜨고야 말았다.
후퇴하는 우리를 쫓아오던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땅바닥에서 갑자기 솟구친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화끈한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강렬한 불꽃이다.
<후퇴! 후퇴하라!>
<엘튼 제국의 마법사를 처치하라! 기사단은 출동하라!>
프레하 제국군의 비명을 뚫고서 들리는 명령.
그제야 트럼벌 요새에서 소수의 인원이 지원 나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토록 엄청난 불꽃이 마법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
하찮게만 생각했던 존재가 이렇게나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다니…
지원을 나왔던 다섯 기의 전투마가 방향을 바꿔 퇴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투마 한 마리에 둘이 탔던 기사를 주목했다.
뒷자리에 앉은 기사가 탈진한 듯 흐느적거린다. 아마도 마법을 발휘하면서 온몸의 마나와 기력을 쥐어짠 게 틀림없었다.
나머지 네 명의 기사들은 후방에서 그들을 보호하면서 후퇴한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그런 아군 기사들의 뒤를 쫓아 돌진을 감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기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커다란 화살이, 추격하는 프레하 기사단을 노리고 연속으로 발사되었기 때문이었다.
“후퇴하라! 달려라! 파이어 필드(Fire Field)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뛰어라!”
에이원즈 백작이 마나를 담아 아군 기사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가 말하는 파이어 필드(Fire Field)가 뒤에서 타오르는 화염 마법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프레하 제국 측에서도 뭔가 대자연의 기운을 마구 뒤트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만 마법사가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잠깐!
그렇다면 우리한테도 저런 끔찍한 마법이 날아올 수 있다는 거잖아?
“칼립! 튀어!”
***
한편, 트럼벌 요새는 고함이 난무하고 있었다.
“엄호하라! 자이론 후작이 복귀하는 즉시 문을 닫아라!”
듀카스 백작이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마법적인 지원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 자이론 후작에게 명령을 내리기는 했다.
작위로 따지면 자신보다 위였지만, 이곳 트럼벌 요새 총사령관의 권위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6서클의 범위 마법을 사용하고서 실신한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망할 놈의 에이원즈 백작!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잖은가!’
그는 도주하는 슬런더 요새의 병력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찌푸린 눈과 반대로 입술에는 한 가닥 미소가 걸렸다.
프레하 제국의 본진이 뜻밖의 공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놈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어. 당분간은 공격할 수 없을 터… 에이원즈 백작을 직접 만나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