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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8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80화

80화 누구를 위한 야습인가(2)

 

 

 

정말 ‘빌어먹을’이다!

프레하 제국 놈들은 우리의 야습을 예상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적어도 천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재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기사단에게 많은 도움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겠다.

 

“쏴라!”

 

전방에서 살기 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방패를 들어라!”

 

존슨 자작이 악을 쓴다.

당황했을 게 분명함에도 처음의 떨리는 음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새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악기의 현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헤아릴 수 없이 들려온다.

거의 직사 형태로 쏘아지는 화살.

 

슈슈슈슈슛!

 

천여 발에 이르는 화살이 일제히 쏘아져 오고 있으니, 선두를 달리는 말들은 화살의 장막이 펼쳐진 곳에 무작정 뛰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방향을 바꾸려다가는 대열이 뒤엉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차라리 돌진을 이어가 궁병에 타격을 가하고 후퇴하는 편이 낫다고 봐야 한다.

 

 

“돌진! 돌진하라! 궁병을 돌파해 반전한다.”

 

존슨 자작이 방패로 전면을 가린 채 소리쳤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명령을 내리는 존슨 자작.

빠른 판단과 과감한 명령이 돋보인다.

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슬쩍 말고삐를 옆으로 당겼다. 어쨌거나 나의 임무는 적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니까.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일단 시늉은 내야 나도 할 말이 생긴다.

 

“칼립!”

 

“푸르륵!”

 

칼립이 나의 뜻을 알아채고 속도를 늦추면서 대열을 이탈한다.

 

‘크로노스 아공간!’

 

아공간을 열어 현재 입은 갑옷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프레하 제국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이동했다. 어둠 속에 몸을 날려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착지했다.

 

‘크로노스 변형!’

 

촤르르르륵!

 

물에 물감이 번지듯 나의 전신을 감싸면서 형태를 만드는 크로노스 갑옷.

당연하게도 프레하 제국 기사의 갑옷이다.

일부러 투구 덮개를 올려 얼굴이 드러나도록 했다. 덮개로 얼굴을 가린 기사의 모습은, 오히려 더 수상하게 보일 테니까 말이다.

 

“장난 아니네. 이쪽으로 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어째 우리 쪽이 위태로워 보이지 않아?”

 

“당연하지. 우리는 기사 전력이 부족하잖아. 어제 전투에서 기사단이 거의 다 작살 났다는 얘기 못 들었어?”

.

.

.

 

프레하 제국의 진영으로 다가가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식의 단편적인 대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게 약점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병사들이 공통으로 아는 정보를 접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정확하다고 할 순 없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전시 상황이니, 쓸 만한 병사 중에서 기사를 모집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갑옷을 입은 병사가 기사급 능력을 발휘할 순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갑옷을 입지 않은 병사보다 위력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

아무렇지 않게 무심한 듯 병사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아… 기사님! 죄송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병사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얼굴로 용서를 구한다.

 

“괜찮아. 사실이기도 하니…….”

 

일부러 어눌하게 말끝을 흐렸다.

많은 대화를 나누면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으니, 최대한 대화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

병사들을 지나쳐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일부의 병사들만 야습에 대비해 밖에 나와 있었던 게 확실하다.

그렇다는 것은 안쪽에 이들보다 두 배 이상의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돌파하라! 돌파하라!>

 

멀리서 존슨 자작이 악을 쓰는 게 귀에 들려온다.

궁병을 돌파하고서 퇴각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하지만 퇴각이 늦어지면 뱅크스 요새가 위험하다.

현재 뱅크스 요새의 문이 열린 상태다. 프레하 제국군이 병사를 돌려 뱅크스 요새를 노린다면 더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를 일.

내가 혼란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프레하 제국군이 장벽의 문에 관심을 둘 것은 뻔한 이치다.

서둘러야 한다.

비룡보법 광룡질풍(光龍疾風)의 운용법으로 내공을 운용하면서 달렸다.

 

파바바밧!

 

달리면서 아공간을 열어 기름 단지를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파캉! 파캉! 파캉…

 

기름 단지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뭐, 뭐야?”

 

“킁, 킁! 기, 기름 냄새야!”

 

천막 밖으로 나온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서둘러 스크롤을 찢었다.

 

치익!

화르르륵!

 

스크롤을 찢으면서 일어난 불덩이가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화염이 화르륵 솟구쳤다.

 

“불이야! 불! 불이야!”

 

“으아아아! 몸에 불이 붙었어! 살려 줘!”

.

.

.

 

찢어지는 비명에 프레하 제국 병사들의 이목이 화재가 일어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

이렇게만 하는 거다.

혼란에 빠지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크로노스 해제!’

 

촤르르르륵!

 

역시 맨몸으로 움직이는 게 최고지.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연달아 기름 단지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공성용 기름이 번지면서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

 

“저놈이 범인이다. 잡아라!”

 

“엘튼 제국 놈이 불을 지른다! 잡아라!”

 

반응이 제법 빠른데?

그러나 늦었다.

진영 안으로 이 몸을 들이기 전에 막았어야지.

기름 단지 하나를 더 깨뜨리고서야 스크롤을 찢었다.

 

지익!

화르르르륵!

 

처음 작업했던 범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 불길이 치솟는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메뚜기떼처럼 마구 뛰어다닌다.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아군이 위험에 처한 이상 화재 범위를 더 키워야 한다.

미친 듯이 단지를 던지면서 마법 스크롤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

문제는 프레하 제국의 진영이 너무나 넓다는 점이다. 몇 차례나 불을 지르고 있음에도 전체를 놓고 보자면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쯧!”

 

프레하 제국 병사의 아우성을 들으면서 혀를 찼다.

기름 단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함께 출격했던 기사들이 드디어 프레하 제국 궁병의 포위망을 뚫고 나왔으니까 말이다.

야습이 발각되어 오히려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봐야겠다. 뱅크스 요새의 기사들이 주의를 끌어 준 덕분에 손쉽게 불을 지를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적 지휘부를 한차례 휘젓는 일만 남은 셈인가?

각오를 다지면서 마지막 남은 기름 단지를 바닥에 내던졌다.

 

파캉!

 

“멈춰라!”

 

누군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갑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살아남은 기사들인 것 같았다.

 

“싫은데?”

 

놈들이 달려오든지 말든지 나는 스크롤을 찢었다.

 

지익!

화르르르륵!

 

“우와악! 부, 불이야! 되돌아가! 빨리이!”

 

내게 멈추라고 소리쳤던 기사가 식겁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저거 바보 아냐?

기름 냄새를 못 맡은 건가?

바닥이 질척거릴 정도로 기름을 뿌렸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말이다.

불 때문에 나의 모습이 가려졌으니 행동을 개시할 때다.

그나저나 포위망을 뚫은 아군 기사단은 무사히 퇴각했으려나…

 

“썩을!”

 

아군 기사단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욕을 해버리고 말았다.

프라하 제국의 기사단이 아군 기사단을 추격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일제히 뱅크스 요새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어 버렸다. 적 지휘부를 타격하겠다는 생각은 우주 밖으로 달아났다.

 

“칼리입!”

 

<히히히힝>

 

내공을 담아 소리치자, 칼립이 그에 화답하듯 울부짖는다.

 

차앙!

 

헤로드 소드를 뽑고서 경공을 최대로 발휘했다.

미적대다가는 대형 사고가 터질 게 뻔하다.

 

“막아!”

 

달려가는 내 앞을 가로막는 일단의 기사들.

아까 불을 지를 때 식겁해서 도망쳤던 놈들이다. 상대해 줄 시간 따윈 없다.

 

“차앗!”

 

기합성을 지르면서 가로막은 기사를 노리고 진룡검법의 일 초식 단천(斷天)을 사용했다.

정직한 내려치기.

기사는 나의 공격에 눈을 부릅뜨고서 방패를 들어 상체를 가렸다.

 

스각!

 

마나조차 두르지 않는 기사의 방패가 그대로 썰려 나갔다.

 

“아악!”

 

방패와 함께 손목 부근이 갑옷째 썰리자, 기사가 처참하게 비명을 지른다.

땅을 박차고 그대로 몸을 띄웠다. 그러고는 비룡보법 토룡출세(土龍出世)의 수법으로 기사의 투구를 짓밟았다.

 

우두둑!

 

투구와 뼈가 짓눌리는 감각을 느끼면서 허공을 날았다.

머리를 짓밟힌 기사의 뒤에 포진했던 나머지 기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리고는 놈들을 지나쳐 미친 듯이 달렸다.

 

“우와악!”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것에 불을 끄던 프레하 제국의 병사가 당혹성을 흘렸다.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를 쳐내듯이 달리면서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히히히힝!”

 

야습 때문에 잠시 떨어져 있던 칼립이 울부짖으면서 달려온다.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 속도를 줄이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다리로 보내는 내공을 증폭시키면서 지면을 박찼다.

 

파앙!

 

지면을 걷어찬 반발력을 추진력으로 삼아 몸이 붕 떠오른다.

달려가는 칼립의 안장에 안착하기 무섭게 아공간에서 원래 애용하던 갑옷을 꺼냈다.

 

‘착용!’

 

크로노스 갑옷만큼은 아니지만, 이 갑옷 역시 입고 벗는 게 쉽다.

갑옷에 손을 대고서 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입혀지니까.

 

투두두둑!

 

갑옷으로 몸이 보호되는 순간에, 나는 헤로드 소드를 검집에 넣고 칼립의 안장에 걸린 단창을 뽑아들었다.

후퇴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건 기본 상식.

프레하 제국 기사들의 숫자가 적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아군 기사단이 쫓기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뱅크스 요새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끝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쫓아오고 있으니, 반격할 엄두도 못 내고 꽁지가 빠지라 도주하는 거다.

나는 아군 기사의 뒤를 추격하는 50여 명의 프레하 제국 기사단을 향해 측면에서 돌진하는 중이고.

 

“후웁!”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손에 쥔 단창을 힘껏 집어 던졌다.

 

파우웅!

 

날카로운 파공성을 일으키면서 뻗어 나가는 단창.

연달아서 두 자루의 단창을 던지고 남은 두 자루의 단창은 양손에 하나씩 잡았다.

 

“우아아악!”

 

“워! 워어!”

.

.

.

 

아군의 뒤를 쫓던 프레하 기사단에서 혼란이 생겨났다.

내가 노렸던 것은 기사가 아니라 전투마다. 기사를 노리면 실패할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공을 담아 던진 단창은 마갑을 가뿐하게 뚫고서 전투마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다.

덕분에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돌진 대형이 중간에서 꼬였다. 바닥을 뒹구는 전투마와 기사에 걸려, 뒤따르던 다른 기사들의 진로를 방해했다.

 

“칼립! 전속력으로!”

 

“히히히힝!”

 

양손에 쥔 단창에 내공을 잔뜩 집어넣으면서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에게 뛰어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동료를 피하느라 시선이 분산되어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적…….”

 

프레하 제국의 기사 하나가 이제야 날 발견하고 경고하려 했으나 단창으로 놈의 투구를 후려쳤다.

 

터엉!

우두둑!

 

상대의 목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단창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러운 느낌 따윈 애써 무시하고서 양손에 쥔 단창을 다시금 크게 휘둘렀다.

 

터더더덩!

 

적 기사단을 관통하고 나왔을 때는 뒤를 쫓던 적 기사단의 숫자가 줄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열 명도 해치우지 못했다.

 

“칼립!”

 

양손에 단창을 쥔 탓에 칼립의 이름을 부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럼에도 충분하다.

 

“푸륵! 푸르릅!”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 방향을 전환하는 칼립.

야습을 감행할 때에는 1킬로미터라는 거리가 상당히 멀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달려오는 게 마치 밀물이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다.

 

“칼립, 놈들을 추월해!”

 

손에 쥔 단창을 프레하 제국의 기사에게 집어 던지면서 소리쳤다.

그러나 단창은 허무하게 가로막혔다.

기습의 묘미가 사라진 탓에 적 기사들이 충분히 방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빨리!”

 

칼립에게 재촉하면서 말고삐를 잡았다.

 

두두두두두!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나란히 달렸다.

아니,

칼립이 속도를 내면서 놈들이 점점 뒤로 밀려난다.

조바심이 난다.

생각보다 뱅크스 요새의 문과 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군 기사단의 선두가 막 뱅크스 요새의 문에 도달했을 즈음에서야 겨우 놈들을 앞지를 수 있게 되었다.

 

“이노옴!”

 

나와 칼립이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선두 앞에 끼어들자, 붉은 깃털로 투구를 장식한 기사가 랜스를 겨눈다.

몸을 돌려 붉은 깃털로 투구를 장식한 기사에게 오른손바닥이 보이도록 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바이(Bye), 바이(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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