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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1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8화

118화 사교 파티장에서 생긴 일(5)

 

 

 

나의 커다란 음성에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출입문에 꽂혔다.

 

“하, 하하하! 아이언 남작! 사람 무안하게 왜 이러십니까.”

 

그러자 늦게 온 탓에 총집사의 소개조차 받지 못한 사내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게 볼멘소리를 한다.

 

“신(臣) 아스트로 레이놀드가 현명하고 아름다우신 ‘아리아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 황녀 저하를 뵙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레이놀드 남작님.”

 

아리아 황녀가 웃으면서 오른손등을 레이놀드 남작에게 내밀었다.

그랬다.

엘튼 제국의 끝자락에 위치한 레이놀 영지의 주인이자 한 때는 나의 주군이었던 인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습관처럼 그에게 소리 높여 군례를 올린 것이다.

아니, 이 타이밍에 레이놀드 남작이 왜 등장한 건데!

저 인간이 왔다면 그림자처럼 호위하는 시에트 레이놀드 역시 함께 왔다는 얘기…

이거 끔찍하게 꼬였다.

호위기사인 시에트 레이놀드를 마음에 둔 여자라고 아리아 황녀에게 얘기한 순간이었는데…

문제는 아리아 황녀가 제멋대로 시에트 레이놀드를 나의 약혼녀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

으윽!

그 살벌한 호위기사 시에트 레이놀드가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 검부터 뽑을 터.

 

“황녀 저하께선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아이… 칭찬도 자꾸 들으면 물린답니다. 레이놀드 남작님.”

 

“…….”

 

하마터면 아리아 황녀의 옆얼굴에 라이트 훅(Right hook)을 날릴 뻔했다.

그나저나 레이놀드 남작…

비위가 장난 아니게 좋다.

아니, 생존 능력이 좋은 건가?

 

“그런데 여기 아이언 남작님이 자신의 기사단을 ‘시에트’라고 지었다는데 정말인가요?”

 

“네? 아… 맞습니다.”

 

잠시 눈을 껌뻑이던 레이놀드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다.

 

“아, 아! 아이언 남작님은 정말 로맨틱하네요. 사랑하는 약혼녀의 이름을 따서 기사단의 이름으로 사용하다니 근사해요.”

 

“…네?”

 

아리아 황녀가 탄성을 흘리면서 말하자, 레이놀드 남작이 놀란 얼굴로 내게 고개를 돌린다.

 

―레이놀드 남작님, 죄송합니다. 황녀 저하께서 제게 청혼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단전의 내공을 움직여 전음을 사용했다.

 

“큭!”

 

레이놀드 남작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한쪽 귀를 손으로 감쌌다.

이런!

전음을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라, 조절이 잘되지 않은 모양이다.

일 갑자의 내공을 쌓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전음이다. 하지만 이전 무림 세계에서도 혼자 지내는 바람에 전음이라는 걸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혼잣말은 주절주절 많이 해보긴 했지만 말이다.

고통스러워하는 레이놀드 남작의 표정을 보니, 영지에 돌아가면 조절 좀 해야 할 듯하다.

 

“레이놀드 남작님, 괜찮으세요?”

 

레이놀드 남작이 갑자기 귀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아리아 황녀가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져서… 아마도 황녀 저하의 아름다움 때문에 현기증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하하하!”

 

“놀랐잖아요. 레이놀드 남작님.”

 

“…….”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내가 쓰러질 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쉬운 건 나다.

레이놀드 남작이 사실대로 불었다간 프레하 제국으로 망명…

망할!

거기엔 나를 보면 이를 득득 갈아대는 놈들이 우글거리니 안 되겠다.

아무튼, 다른 나라로 도망쳐야 할지도 모른다.

 

“저기 아이언 남작은 한때 저희 영지에서 같이 살던 사람입니다. 시에트는 제 동생이자 호위기사이기도 하니, 두 사람이 자주 얼굴을 보면서 친해진 모양입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관심이 생겨서 조사했더니, 아이언 남작님은 레이놀드 영지의 기사였더라고요.”

 

아리아 황녀가 아쉽다는 듯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저 여자가 내 뒷조사까지 했을 줄이야.

애초부터 나를 노리고서 오늘의 사교 파티에 참석했다는 얘기다.

 

“병사 시절부터 아이언 남작이 제 동생인 시에트를 좋아하긴 했습니다. 제국 전쟁 때문에 아이언 남작이 영지를 떠난 뒤로 시에트의 기가 많이 죽어 있더군요.”

 

“많이 보고 싶었겠군요. 아이언 남작님은 어째서 시에트라는 여인을 찾아가지 않은 거죠?”

 

얘기를 듣던 아리아 황녀가 내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얼굴을 찡그린다.

 

“전방의 영지를 하사받는 바람에 재정비하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럴 게 아니라, 시에트라는 여인도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시는 건 어때요? 호위 기사라면 같이 오셨을 거잖아요.”

 

“그, 그럴까요?”

 

레이놀드 남작이 조금은 당황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런 오지랖 넓은 황녀 같으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나서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했다.

레이놀드 남작이 잘 대처해 주긴 했지만, 호위기사 시에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

차라리 내가 시에트를 만나서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꼬여도 이렇게나 일이 꼬일 줄이야!

어째서 레이놀드 남작이 이곳 황도에서 열리는 사교 파티에 참가한 건데!

 

“어머? 사랑하는 사람이 와있다니까, 빨리 보고 싶으신 거죠? 그렇죠?”

 

“…네.”

 

이상한 표정을 짓는 아리아 황녀에게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시에트 호위기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 죽을 맛이다.

 

“다녀오세요. 아이언 남작님.”

 

“알겠습니다. 황녀 저하.”

 

공손하게 인사를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의 출입문을 지나 건너편의 문으로 향했다. 귀족들이 데려온 호위기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대기실이었다.

 

덜컥!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서자,

 

“으으으…….”

 

“끄으…….”

 

시안과 티오가 투구를 벗은 채 원산폭격(대가리 박아) 자세로 낑낑대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사람 뚜껑 열리게 한다.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 대충 감은 온다. 하지만 이제 시안과 티오는 레이놀드 소속의 사람이 아니라, 아이언 영지의 사람.

이런 모욕적인 체벌은 어떤 누구도 해선 안 될 짓이다. 내가 녀석들에게 시키는 거라면 몰라도.

 

“시안, 티오! 기상!”

 

[기사앙!]

 

녀석들이 크게 소리치면서 일어났다.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시간 동안 원산폭격의 자세로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다.

 

“디올커 단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이언 남작님을 뵙습니다.”

 

디올커 기사단장이 무안해진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시안과 티오에게 체벌을 가한 게 그였음이 틀림없다. 표정으로 봐선 반가운 마음에 장난을 건 것 같은데, 이건 정말 아니다.

다른 기사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내 부하들을 엿 먹이는 건, 나를 엿 먹인 것이나 마찬가지.

 

“반가운 마음에 장난을 치신 거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이 있는 곳에서 이러는 건 저를 무시하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그게… 내가 명령한 것이 아닙니다.”

 

“…네?”

 

뭐야?

디올커 기사단장이 내린 명령이 아니었다고?

그렇다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에트 호위기사와 시선을 맞췄다.

 

“명령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이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긴 합니다. 아이언 남작님.”

 

“왜 저들이 벌을 받았던 겁니까.”

 

“개인적으로 시킨 일이 있습니다. 저들은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벌을 준 게 아니라, 저들이 알아서 그런 자세로 있었을 뿐입니다.”

 

정색하면서 고개를 가로젓는 시에트.

시안과 티오의 얼굴을 확인했다. 녀석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서 체벌을 받았다는 게 진실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시킨 일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시에트 호위기사님.”

 

“말할 수 없어요.”

 

급격하게 얼굴이 더 굳어지는 시에트.

저러니까 더 궁금해지지만, 부탁할 게 있으니 이쯤에서 넘어가는 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지름길이 되겠다.

 

“부탁이 있습니다. 시에트 호위기사님.”

 

“말씀하세요. 아이언 남작님.”

 

“여기선 조금 곤란하고… 밖에서 얘기하시죠.”

 

다른 귀족의 호위기사들까지 있는 곳에서 할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못 본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말투가 참 딱딱한 여자다.

한결같은 여자라고나 할까?

아!

물론 아름답게 생긴 것도 한결같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긴 하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황녀 저하께서 제게 사귀자는 제안을 주셔서… 시에트 호위기사님을 사랑한다고 얘기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건드리면 얼음가루가 떨어질 것만 같은 그녀의 표정에 주눅이 들어서 사과부터 해버렸다.

 

“죄송하다는 말이 더 화납니다. 아무튼, 그래서 제가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방금…

뭔가 묘한 느낌이 묻어나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됐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황녀 저하께서 어떤 분인지 보고 싶다고 모셔오라고 합니다.”

 

“제가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황족 모독죄로 처벌을 받거나 황녀 저하와… 사귀게 될 겁니다.”

 

“…….”

 

나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시에트.

그러고는 별다른 말도 없이 나를 지나쳐 간다.

 

“대답을…….”

 

“지난번에 나의 생명을 구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일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오래전 몬스터 토벌 작전에서 트롤과 싸울 때 구해 줬던 일을 말하는 것일 터다.

확실히 사람은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연회장의 문 앞에서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놓고서 따로따로 들어가는 건 이상하잖아?

레이놀드 남작과 아리아 황녀는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놀라운 건 레이놀드 남작이다.

아리아 황녀와 대화하면서도 저렇게 평소와 같은 표정을 유지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시에트 레이놀드가 현명하시고 아름다우시며 고귀하신 ‘아리아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 황녀 저하를 뵙습니다.”

 

시에트가 한쪽 무릎을 꿇고서 기사의 예를 행한다.

 

“그대가 시에트였군요. 아이언 남작님이 반할 만한 분이세요. 갑옷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감사합니다. 황녀 저하.”

 

말을 더듬으면서 시에트가 대답했다.

기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시에트 또한 여자인 것은 틀림없다. 이상한 부분에서 칭찬받으니 당황스러웠을 터.

황제가 딸의 교육을 진짜 괴랄하게 시키긴 시킨 모양이다.

황녀의 몸매는 어지간한 남자의 육체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녀를 예쁘다고 해야만 했으니, 여성스러운 몸매는 흉한 것으로 보게끔 교육한 것일지도…

갑옷 때문에 몸매가 다 가려진 시에트를 보고서 감탄하고 있는 꼴이, 분명 그런 식의 교육을 했을 거란 느낌이 온다.

얼굴 얘기를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걸 보니, 황녀의 기준에서는 시에트가 못생겼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에혀!

착각하든지 말든지.

이렇게 무사히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레이놀드 남작님, 파티가 끝나면 다시 레이놀드 영지로 되돌아가실 건가요?”

 

“그래야지요. 황녀 저하.”

 

“시에트도 같이요?”

 

“물론입니다. 동생이지만, 제 호위기사이기도 하니까요.”

 

아리아 황녀의 말에 레이놀드 남작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또 두 분이 헤어지게 된다는 얘기잖아요. 약혼녀와 다시 헤어지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황녀 저하, 죄송하오나 약혼한 사이는 아니옵니다.”

 

듣기가 민망했던지 시에트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아리아 황녀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아? 그래요? 맞다! 그러고 보니, 아이언 남작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약혼녀라고 하진 않았네요.”

 

“그러합니다. 황녀 저하.”

 

눈을 맞춰오는 아리아 황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잘됐네요. 그럼 여기서 두 분이 약혼식을 올리면 어때요?”

 

“…….”

 

“…….”

 

“…….”

 

아리아 황녀의 얘기에 나와 레이놀드 남작, 그리고 시에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어째서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 거지?

그리고 시에트 저 여자는 얼굴이 왜 더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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