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1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7화
117화 사교 파티장에서 생긴 일(4)
“어, 어째서 아름다운 얼굴을 망가뜨리시는 것입…….”
“실례할게요. 아이언 남작님.”
엘리로아가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황당한 상황에 나는 그저 눈을 껌뻑거리면서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아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도망친단 말인가!
그토록 아름다운 얼굴을 어찌하여 우스꽝스러운 화상 얼룩으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지?
“……!”
서둘러 걸어가는 엘리로아를 쳐다보던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른 여자들까지 얼굴을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짓들인지…
하지만 귀족의 영애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마치 흉하게 보이지 않으면, 누군가 자신을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필사적이었다.
연회장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아리아 황녀.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우람한 모습이다. 여자라기보다는 사나이라고 불러도 좋을 체구.
그 와중에 나름 신경 써서 여자처럼 보이려고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전혀 여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건 좀 괴로운 진실이다.
여성 비하니 이런 게 아니다.
단순히 말해서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흥분(?)되지 않는 상대에게, 조금 전에 떠나간 엘리로아에게 그랬듯이 흥분(?)하라는 건 지독한 고문.
아니, 고문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여자들도 못생긴 놈한테는 관심을 보이지 않듯이, 그저 단순한 취향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그놈… 아니, 그녀가 연회장으로 들어오자, 나를 비롯한 모든 귀족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파티를 즐기도록 하세요.”
아리아 황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제야 멈췄던 음악이 다시 흐르고 귀족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귀족 영애들은 달랐다.
하나같이 우스꽝스러운 몰골을 하고서 슬금슬금 연회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다른 귀족 영애들이 황녀 저하의 아름다움에 알아서 자리를 피하고 있사옵니다.>
<그렇지? 못생긴 것들이 사교 파티만 열렸다 하면 혹시나 하고 참석한다니까? 주제를 알아야지. 안 그러니?>
<물론입니다. 황녀 저하에 비하면 저들은 추녀 중에서도 추녀지요.>
.
.
.
“…….”
듣지 말아야 할 얘기를 들어 버린 기분이다.
일 갑자의 내공을 완성하면서 쓸데없이 육체 능력이 좋아진 게 이렇게나 저주스러울 줄이야!
덕분에 아리아 황녀의 곁에 선 시녀의 얼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윽!
괜히 확인했다.
내가 생긴 거 가지고 딱히 편견을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절로 진저리가 처지는 끔찍한 수준.
물론 사귀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을 때 편견을 갖지 않을 뿐이라는 건 미리 밝혀둔다.
어쨌거나!
두 사람 모두 뻔뻔한 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게 기가 막힌다.
아니,
정확히는 아리아 황녀가 그렇다.
시녀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대꾸해주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아리아 황녀는 자신이 진짜 아름다운 여자인 줄 알고 있는 게 확실하다.
어이없는 광경에 황당해서 멍해 있는데, 코너의 형인 찰리가 다가와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서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런 표정입니까?”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입니다.”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이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이해하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황녀 저하를 저렇게 만든 것이니… 쩝! 황녀 저하께서 오시기로 한 파티는 귀족 영애들이 참석하지 않는 게 일종의 규칙입니다.”
“…네?”
어이없는 말에 나는 의문사를 흘렸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찰리는, 내가 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서 자세한 얘기를 해 주었다.
찰리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황제가 막내딸을 얻고서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그녀를 귀여워해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너무나 그녀를 귀여워한 탓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사기를 친 게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
황녀가 충격받지 않도록 하느라, 황제는 그녀의 주변 인물까지 추녀로 배치했다고 한다. 얼마나 황녀를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제는 그녀가 사교 파티에 참석하면 귀족의 영애들은 알아서 참가하지 않을 정도.
황녀가 파티에 참석하는 순간, 어째서 귀족 영애들이 얼굴을 망가뜨리고 파티장을 빠져나갔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심하군요.”
“그렇긴 한데, 황녀 저하께서 파티에 참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딱히 문제 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찰리는 한 차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말로는 문제 될 게 없다고 하면서도, 그 역시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에효…
아깝다.
엘리로아라는 여자, 딱 내 취향이었는데 말이다.
내 복(福)이 그렇지 뭐.
“윌슨 남작…….”
“네?”
찰리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이름을 부르면서 말끝을 흐린다.
갑작스럽게 불길한 느낌이 확 피어오르는 이유는 뭘까?
불길한 예감에 고개조차 들지 않고서 옆으로 몸을 돌렸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아! 하하하! 찰리 공자, 좋은 말씀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좀 더 자세히 얘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저쪽으로 가실까요?”
“아이언 남작?”
“…….”
빌어먹을!
듣고 싶지 않은 음성의 주인공이 불러선 안 될 이름을 부른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찰리에게 말을 걸면서 이동하려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이름을 부르기까지 했는데, 그냥 자리를 피할 순 없는 노릇.
“아! 고귀하고도 아름다우신 ‘아리아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 황녀 저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듯 일부러 탄성을 발하며 인사를 올렸다.
그녀가 내미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예법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름답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 처참함도 참아 냈는데, 손등에 키스하는 것도 참아 낼 수밖에.
“전에 그대를 눈여겨보았어요. 그때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대화할 틈도 없었지요. 오늘 그대가 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왔답니다.”
“영광입니다. 황녀 저하.”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해 주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랬다가는 황족 모독이 될 게 뻔한 노릇.
그녀가 일부러 찾아왔다는 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설마…
아니다!
끔찍한 상상은 그만!
“우리 엘튼 제국의 남자들은 용맹한 것과 다르게 수줍음이 참 많아요. 윌슨 남작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가 친근한 척 웃으면서 다가와 묻는 데, 하마터면 뒤로 도망칠 뻔했다.
초인적인 인내로 겨우 버틸 수 있었기에 다행이다.
얼마 전 초야권 문제로 내성(?)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할 수 없었을 터.
어쩌면 그녀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감사할 일인지는 딱히 인정할 수 없지만,
일단 심호흡부터 하고 아리아 황녀와 눈을 맞췄다.
“엘튼 제국의 남자가 수줍음이 많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아리아 황녀 저하.”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는 건 괴로웠지만, 호기심이 더 커져서 버틸만했다.
“엘튼 제국의 남자들은 저와 눈을 마주치는 남자가 거의 없어요. 저의 아름다움 앞에 고개도 들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아이언 남작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놀랐어요.”
“…그러셨습니까.”
으윽!
순간적으로 주먹이 나가려는 걸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견뎌 냈다.
다른 남자들이 아리아 황녀의 눈을 피하는 게 수줍음이 많아서라고 정의를 내린 모양이다.
수줍음이 많은 게 아니라, 단순히 비위가 약해서라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린가?
어떻게 저런 괴랄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지?
‘거울 안 보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리아 황녀의 눈은 너무나 진실하다.
진짜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는 게 틀림없다.
정말이지…
주입식 교육의 무서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는 용기 있는 남자를 좋아해요. 아이언 남작!”
“네, 황녀 저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녀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더 남자같이 생겼다.
“황제 폐하께 말씀드려 그대와 정식으로 사귀도록 하겠어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황녀 저하.”
면역체계(?)의 도움으로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약간이라도 머뭇거림이 있었더라면 위험할 뻔했다.
“어째서 어렵다는 건가요?”
“제게는 마음에 둔 여인이 있습니다.”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
없지만 있는 거다!
잘못 엮였다가는 평생을 오바이트 참아가면서 예쁘다고 말해줘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할 테니까.
염병!
저런 여자와 2세 만들기 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된다.
“아쉽네요… 아이언 남작, 그대처럼 용기 있는 남자를 만나기가 정말 어려운데… 그대의 약혼녀는 누군가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그녀의 태도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저 여자 위험하다.
만약 저런 행동을 제국의 귀한 인재에게 했다가는, 결혼하기 싫어서 망명을 결심하게 될 터.
그나저나 약혼녀의 이름을 물어볼 줄이야!
아니!
마음에 둔 여인이 있다고 했지, 약혼녀라고 하지는 않았잖아!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여자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점이다.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수많은 이름이 떠돌아다닌다. 아무 이름이나 내뱉을 순 없는 노릇이다.
평민의 이름을 말했다간 아리아 황녀의 분노를 사게 될 터다.
감히 황족의 청혼(?)을 거절하게 만든 존재가 평민 따위여서는 곤란하니까.
하지만,
아는 귀족 여자라고는 조금 전에 잠시 얘기를 나누었던 엘리로아가 유일하다.
머릿속이 맹렬하게 돌아간다.
답변이 더 늦어지면 의심하게 될 것은 뻔할 노릇.
맹렬하게 머리를 쥐어짜다가…
마침내 하나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에트, 시에트 레이놀드. 제가 마음에 둔 여인의 이름입니다.”
극적으로 생각해낸 이름.
지방 영주의 동생이었으나, 어쨌든 귀족이다.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하긴…
시에트라는 호위기사가 예쁘긴 하다.
이곳 세상에서는 노처녀 소릴 듣지만, 실제로는 고작 26세에 불과하다.
영혼의 나이로만 따지면 나에겐 증손녀뻘의 여자.
아무튼!
나의 오른손보다도 흥분되지 않는 눈앞의 여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외모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레이놀드 남작이라면 저도 알아요. 정말 시에트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나 봐요.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웃는 걸 보니까요.”
아쉽다는 얼굴로 입술을 삐죽대는 아리아 황녀.
당연하지!
아리아 황녀의 끔찍한 마수(魔手)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녀가 레이놀드 남작을 알고 있다는 건 좀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입니다. 제가 처음 제국 전쟁에 참가했을 때, 기사단의 이름을 ‘시에트’로 했었을 정도였었습니다.”
“정말로요?”
“네, 감히 황녀 저하께 거짓말을 고할 정도로 제 심장은 튼튼하지가 않습니다.”
“아! 정말 로맨틱해요. 아이언 남작님.”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리아 황녀.
…못 볼 걸 봐버린 느낌이다.
어쨌든 아리아 황녀의 남편이 되는 불상사를 피해 갔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방(?)의 기쁨을 누리면서 아리아 황녀를 바라보는데,
끼익!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생각했던 연회장의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오는 인물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충!”
나도 모르게 커다란 음성으로 군례를 올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