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1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4화
114화 사교 파티장에서 생긴 일(1)
트와토른이 심각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인다.
아침부터 녀석이 날 찾아오더니 계속 저렇게 입을 꾹 다물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인상만 벅벅 쓰고 있는 건데?”
기다리기가 지루해져서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하염없이 저러고 있을 것 같아서다.
“윌슨 놈아.”
“말해.”
“어제 네 녀석이 부탁한 거 말이다. 현실적으로 무리다.”
“어째서? 넌 최고의 대장장이잖아.”
살짝 눈을 크게 뜨고서 엄지를 척 세워 주었다.
아무래도 칭찬 약빨이 떨어진 듯해서 진정성(?)을 가득 담아 연기하는 거다.
“크헤헷! 흠, 험! 그렇기는 한데, 네가 말하는 물건을 만들려면 대형 도르래 장치가 필요하다. 무거운 중량을 감당하려면 금속을 사용해서 도르래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안전하지.”
“만들면 되잖아?”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다.
“도르래 장치를 만들고 설치를 하려고 해도 윌슨 네 놈이 부탁한 물건의 크기라면 공간이 부족하다. 공간이 있다고 해도 도르래 장치와 작업대를 완성하는 것만 한 달 이상은 걸릴 거다.”
“으음…….”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겠다.
그래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녀석이 작업하는 현재의 대장간에서는 작업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대장간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은 넓은 장소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성의 10%에 가까운 장소가 대장간으로 탈바꿈할 터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다.
“벙커를 만들어야 하려나…….”
“벙커? 그게 뭐냐, 윌슨 놈아?”
“지하에 대피소를 만드는 거다. 내가 땅 파는 거 하나는 또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
“지하?”
“그래, 지하! 이전부터 생각해 오긴 했어. 우리 성은 영지민을 전부 수용하기엔 작잖아. 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영지민이 황성까지 대피했거든. 지하에 대피소가 있으면 굳이 황성까지 갈 필요도 없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말했다.
인간 포크레인(?)이 된 지금은 지하에 대피소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공간을 이용해서 땅을 파내는 건 능숙해질대로 능숙해진 상태.
단순히 지하 공간을 파내는 것이라면 며칠 고생하는 것으로 금방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걸 안다. 영주성의 무게를 버티려면 지하 깊숙이 파 내려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벙커를 유지하려면 지하공간을 튼튼히 보강해줘야 한다.
시멘트가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겠지만, 3만 명의 영지민을 수용할 공간과 비밀 대장간까지 만들려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지하라면 또 우리 드워프가 아주 기차게 잘 만들지.”
“혼자서 가능해?”
“아…….”
트와토른이 가슴을 쭉 폈다가 힘없이 축 늘어뜨린다.
“동료 다섯 명만 있어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아깝군.”
트와토른이 입맛을 다시면서 중얼거린다.
으음…
다섯이라…
1,000골드만 지출하면 된다는 얘기네?
확 질러?
아니 잠시 고민 좀 해 봐야겠다.
트와토른 녀석도 처음 나와 만났을 때 성깔 더러웠다. 물론 지금도 성깔 더럽기는 마찬가지지만 시키는 일은 잘해 준다.
그러나 새로 데려올 놈들도 말을 잘 들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참교육(?)이 통하지 않는 놈들일 건, 트와토른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칭찬을 통한 조련(?)도 쉽지 않을 거다. 새로 들어오는 놈들마다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불러댈 순 없잖아?
“다섯 명 섭외해 오면 네가 잘 구슬려서 일할 수 있겠어? 물론 조건은 같아, 영지가 안정되면 집으로 돌려보내 줄 거니까.”
웃음기 쏙 빼고서 말했다.
트와토른만 해도 벌써 본전(?)은 뽑았다.
천 개의 수류탄과 고급 마차에 사용할 대량의 판 스프링을 제작한 것만으로도 말이다.
아닌 말로, 트와토른 능력의 반만 되는 드워프라도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가능하다!”
“그래?”
“하지만 문제가 있다.”
“뭔데?”
“드워프는 힘쎈 놈이 우두머리가 된다.”
트와토른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드워프라고는 이 녀석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드워프가 어떤 덩치를 지녔는지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트와토른보다는 튼튼할 것 같다는 건 예상 가능하다.
처음 보았을 때, 망치질도 못 하게 생겼다고 한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으니까.
근력이 강한 놈이 우두머리가 된다라…
“넌 오늘부터 고기만 처먹어!”
“오! 윌슨 놈아! 그게 진짜인가?”
트와토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프레하 제국에서 고기를 왕창 훔쳐왔으니, 녀석에게 삼시 세끼 고기만 먹여도 문제없다.
“힘 좋은 놈이 우두머리가 된다면서?”
“그, 그렇지?”
“그럼 잘 먹어야 할 거 아냐!”
“워어! 고맙다, 윌슨 놈아!”
트와토른이 감동했다는 듯이 금방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내려가자! 특훈이다.”
“특훈? 그게 뭐지? 먹는 건가?”
“가보면 알아!”
침대에 걸터앉은 자세에서 몸을 일으켜 침실 문으로 향했다.
“알았다. 윌슨 놈아.”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뒤에서 졸졸 따라온다.
영주관을 빠져나와 연병장을 향해 걸어갔다. 별다른 의심 없이 따라오는 트와토른.
“자! 8번 PT 체조 온몸비틀기 준비!”
[박살!]
연병장에는 시안 녀석이 병사들에게 훈련을 시키는 중이었다.
시키지도 않은 짓을 잘도 하고 있다.
전부터 교관 노릇하는 게 제일 즐겁다고 입에 달고 다니던 녀석이다. 이제는 제법 그럴듯하게 유격 교관 흉내를 잘 내고 있다.
조만간 진짜로 유격장을 하나 만들어 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는걸?
“어? 충! 영주님 나오셨습니까!”
“그래, 수고가 많다.”
“흐흐흐… 애들은 굴려야 맛이잖습니까.”
음흉한 얼굴로 대답하는 시안.
아이언 기사단원들이 전부 교관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건 좀 어이없긴 하다.
이 자식들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다.
“트와토른 좀 단련시켜 줘야겠다.”
“…네?”
“그게 무슨 말이야! 윌슨 놈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안과 펄쩍 뛰는 트와토른.
“인마! 뭘 놀래고 그러냐? 강한 놈이 대가리 먹는다며? 그럼 수련만이 답이다.”
“마,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인간 놈아!”
“오전엔 훈련, 일은 오후부터 해.”
“자, 잠깐! 윌슨 놈아! 이런 법이 어디 있냐!”
뒷걸음질을 치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트와토른.
녀석도 기사와 병사가 받는 훈련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 이제껏 보아 왔으니 무리도 아니다.
“시안!”
“예, 영주님!”
척하면 착이다.
시안은 도망치려는 트와토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이, 이건 아니다. 윌슨 놈아! 이건 아니라구!”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강해질 거다. 트와토른!”
“우, 웃기지 마!”
“맞아, 웃기지는 않을 거야. 끌고 가!”
시안에게 나를 붙잡으려고 버둥대는 트와토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확실하게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주님!”
“아, 안 돼! 안 돼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트와토른이 기어이 도망치려고 난리를 피웠다.
하지만 교관의 친절하고 상냥한 구타에 금세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분근착골의 고통도 버티던 놈이었으나, 교관들이 짓밟아대니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이래서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이 나왔던가?
“박사아아알! 망할 윌슨 놈아아아!”
녀석의 한 맺힌 절규를 뒤로하고서 다시 영주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식,
지금은 서운한 것 같아도 나중엔 고마워할 거다.
근력을 기르는데 PT체조만큼 악랄한… 아니 효과적인 훈련도 없으니까.
그나저나 잔뜩 기대했다가 불발(?)로 끝나는 바람에 밤새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다.
그런 상황에서 아침부터 우락부락하게 생긴 트와토른과 얽혔더니 더 피곤하다.
웃기는 얘기지만, 어제 보았던 두 명의 신부보다 트와토른이 더 예쁘게 생겼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으윽!”
어제의 일을 떠올리는 순간, 속이 울렁거린다.
잊자!
끔찍한 기억은 삶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째 뱅크스 요새에서 벌였던 전투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 좀 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느낌이다.
터벅터벅 집무실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이젠 거의 습관처럼 시간이 되면 집무실을 찾게 된다.
너무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거 같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착각만은 아닐 거다.
시안 일당은 아무 때나 영지민의 거주지에 들어가 실컷 놀다가 입이 찢어질 정도로 신이 나서 돌아오는데 말이다.
어째 영주가 되고 나서 더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영주 체면이 있지, 사창가를 들락거리긴 조금 그렇잖아?
흐음…
어쩌면 그래서 초야권이라는 괴랄한 권리가 주어졌던 것일까?
웨엑!
그런 권리 따위 내 쪽에서 사양이다.
3층에 올라가기 전부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코너와 안토니가 대화하는 것이 분명하다.
삐걱!
“영주님을 뵙습니다. 밤사이 평안하셨는지요.”
“윌슨!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부르러 가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평소와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긴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족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귀족원? 거기서 왜?”
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귀족원은 파벌과 상관없이 귀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다.
거기서 하는 일이 뭐냐하면…
예전에 레이놀드 영지에서 제이든 남작이 나한테 요구했던… 그 같잖은 귀족 보호법과 같은 이상한 법을 만든 곳이다.
그런 곳에서 연락이 왔다니 궁금하긴 하다.
일단은 나도 귀족이니까.
“영주님, 사교 파티에 참가하시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사교 파티에 몇 명의 기사를 호위로 두는 게 좋을지 코너 마법사님과 논의 중이었습니다.”
“사교 파티? 그런 걸 내가 왜 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쟁의 관’ 연회장에서 파티라는 걸 참석해 보았지만, 진짜 재미라곤 하나도 없었다.
음식마저 맛이 없었다면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었던 자리다.
입가에 가식적인 미소를 문 채로 쓸데없는 얘기나 나불거리던 게 바로 파티의 정체.
그런 걸 나더러 참가하라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코너를 바라보았다.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요?”
“싫은데? 안 갈 거야.”
“아버지께서 꼭 참가하시래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하셨어요.”
“…에이 씨!”
코너 녀석의 얘기를 듣고는 나에게 거부권 따위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녀석의 아버지는 무려 모리스 공작.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윌슨, 왜 화를 내요?”
“가봤자, 귀찮게 말 걸고 피곤하게 하니까 그러지.”
“대신 귀족 영애들이 있잖아요?”
“지난번에는 전부 수컷들만 득실거렸는데?”
코너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거야 급하게 이루어진 승전 파티라서 그런 거고요. 정식 사교 파티는 다르죠.”
“여자가 있으면 뭐하냐? 빌어먹을!”
좋다가 말았다.
무려 귀족씩이나 되는 여자라면 다가가는 것도 힘들 테니까.
“영주님.”
“뭐요! 왜! 뭐요?”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부르는 안토니에게 살짝 짜증을 담아서 대답했다.
마치 어제 내가 겪은 참담(?)한 일을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이었기에 기분이 급속도로 더 나빠졌다.
“귀족의 영애는 보통 저택에서 지냅니다. 밖으로 외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뭐요?”
굳이 궁금하지도 않은 귀족 딸내미의 사생활을 얘기하는 안토니에게 삐딱한 음성으로 물었다.
“귀족 영애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게 사교 파티 모임입니다.”
“그런가 보죠.”
심드렁한 음성으로 대답하면서 책상으로 걸어갔다.
“사교파티가 벌어지기 전부터 마법 피임약이 날개돋친 듯 팔립니다.”
“…뭐가 팔려요?”
“피임약을 모르십니까? 상당수의 귀족 영애들이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런 욕구불만을 사교 파티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요.”
“…….”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피임약…
욕구불만…
테이블로 향해 가던 몸을 천천히 돌렸다.
“안토니! 아이언 기사단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