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9화
109화 특산품을 개발하라(4)
***
정말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다.
실제로 정신 줄을 놓았다가 깨어났으니, 반 정도는 저승 문턱에 발을 들여 놓았던 셈이다.
중간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일 갑자… 그러니까 60년 내공을 완성해냈다.
크로노스의 기운이 가슴에서부터 내려와 단전에 닿으면서 발생했던 엄청난 충격.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깨어나 보니 죽지는 않았다.
육체 내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있었음에도 용케 쓰러지지 않은 모양이다.
단전이 확장되어 있었으며,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활력이 전신에 가득하다.
가장 큰 육체의 변화는 크로노스와 단전이 하나로 어어 졌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가 중단전과 합쳐졌다.
무림 세계에서 경험했던 단전의 확장과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똑, 똑, 똑!
“들어와!”
옷을 입으면서 살짝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단전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입었던 옷이 깡그리 날아갔다. 화(火) 속성의 내공이 폭주하면서 입었던 옷을 태워 버린 탓이다.
옷을 꺼내 입으려는 순간에 시안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졸지에 시안 녀석에게 변태 취급이나 당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헤헤헤! 영주님, 저 왔습니다.”
“죽을래?”
“어엇! 왜 화를 내십니까?”
“내가 집무실로 올라오랬지, 수련실로 올라오라고 했어?”
“아? 아…….”
“‘아아?’ 이 새끼가? 사람을 이상한 놈으로 만들어 놓고 지금 ‘아?’ 소리가 나와?”
기가 막혀서 놈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어, 어! 저는 걱정되어서 올라와 본 겁니다!”
녀석이 뒤로 물러나면서 손사래를 친다.
“조심하자, 응?”
녀석을 노려보면서 주먹을 흔들었다.
안에서도 문을 잠글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하든지 해야지, 성질 급한 녀석들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 된다.
“시정하겠습니다!”
“자식이 주워들은 건 있어서… 뭐 다음부턴 조심해라, 어서 올라가 봐! 뒤따라 갈 테니까. 그리고!”
“네! 말씀하십시오.”
“수고했다.”
눈에 힘을 풀고서 말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서 기운을 갈무리하는 동안에 시안과 다른 녀석들의 대화를 들었다.
시안이 다른 녀석들을 막지 않았더라면 위험할 뻔했다. 기운을 갈무리하던 단계에서 누군가 나를 건드렸다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테니까.
녀석이 내 명령을 끝까지 지켜준 탓에 무사히 단전 확장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것에 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변태로 몰아간 건 좀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을 못 들어가게 한 거… 잘한 게 맞습니까?”
“그래, 잘한 거 맞다. 재수 없게 웃지 말고 어서 튀어 올라
가!”
“크헤헤헤! 알겠습니다!”
의기소침했던 녀석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밝아진다.
“쯧!”
녀석이 시시덕거리면서 나가는 모습에 혀를 찼다.
뺀질거려서 그렇지 명령 하나만큼은 칼같이 따르는 게 기특하다.
녀석의 우직함 때문에 단장의 자리에 앉혀 놓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녀석이 단장의 자리를 꿰찬 거다.
단장으로서 이제껏 역할을 잘 수행해왔으니, 굳이 다른 녀석으로 단장을 교체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기사복으로 산뜻하게 갈아입으니 기분은 상쾌하다. 부들부들한 비단옷보다는 기사의 옷이 마음 편하다.
영주랍시고 질 좋은 비단옷을 입으면, 왠지 다른 녀석들과 거리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나의 본질은 어쨌거나 무인(武人).
귀족이 되었다고 해서 안락함만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
아직은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오늘로써 조금은 만족스러운 실력을 얻은 것도 같기는 하다.
허리춤에 걸린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스르릉!
낡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검날.
단전에 용솟음치는 내공을 헤로드 소드에 불어넣었다.
화르르륵!
“……?”
이전의 푸른 검기와 달리 화염이 솟구친다.
잠깐 놀랐으나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현재는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가 전하는 성질로 내공이 바뀐 상태다.
검기를 발하는 순간 화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
그러나 단순히 검기를 발하는 거라면 굳이 헤로드 소드를 뽑지는 않았을 일이다.
검기라는 건 내공이 계속 소모되는 소비적인 행위다.
내가 시험해 보려는 건 검기가 아니라, 검강(黔剛).
이곳의 말로는 오러 블레이드.
소드 마스터의 전유물이라 부르는 것.
검 자체를 또 하나의 단전으로 취급하는 행위.
헤로드 소드와 나의 단전을 이어서 화염속성의 내공을 순환시킨다.
치릭! 치리릭! 치이잉!
붉게 빛나던 검기가 단전과 헤로드 소드를 순환하면서 점차 푸른색으로 변해간다.
고온으로 변할수록 붉은 화염이 푸르게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걸까?
붉은 검강이 생성될 줄 알았는데, 푸른색의 검강이 완성된다.
오!
이거 괜찮다.
남들이 봤을 땐 검강(黔剛)이 아니라, 검기(劍氣)로 착각할 것이다.
이곳 세상의 검기… 그러니까 마나 블레이드는 푸른색이고, 오러 블레이드는 하얀색으로 빛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나의 검강은, 검기일 때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좋아!
한 번은… 한 번쯤은 내가 상대할 적의 허를 찌를 수 있겠지.
딸칵!
헤로드 소드를 검대에 걸고서 수련실 문을 열고 나왔다.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발루아 공작?
“덤비라고, 그래! 씨앙!”
우당탕탕탕!
계단을 올라가는데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 무슨 일입니까!”
“윌슨! 윌슨!”
“어떤 새끼가 영주님한테 덤빕니까? 어떤 자식이 감히!”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집무실에서 뛰쳐나오는 녀석들.
“흠, 흠… 아무것도 아니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나 반응할 줄은 몰랐다.
검강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너무 기분을 냈던 모양이다.
그제야 집무실에 쭈뼛거리면서 들어가는 녀석들.
이전부터 아이언 영지를 관리해 오던 안토니는 나의 모습에 놀랐는지, 의아해 하면서 집무실로 되돌아간다.
“모두 수고가 많았다.”
혼자 발광하는 바람에 어색해져서 슬그머니 녀석들의 시선을 피했다.
“너희를 모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얘기를 해 보고 싶어서다.”
“영주님께서 소리만 안 지르신다면 별일 없이 잘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크헤헤헤헤!”
“…오랜만에 교육 좀 받을까?”
시안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나는 다시 분위기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저놈은 하여간 잠깐만 풀어 주면 똥오줌 못 가린다.
“그, 그것만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당황한 얼굴로 손사래를 치는 시안.
“됐고! 진지하게 얘기 좀 해보자.”
“윌슨… 아니, 영주님,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나마 공적인 자리라서인지 코너가 영주라고 호칭을 고쳐서 부른다.
“우리 영지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이대로 영지를 계속해서 유지한다는 건 고통이다. 다른 영지처럼 상업이 발달한 것도 광산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지.”
[…….]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집무실이 침묵에 휩싸였다.
후우!
다행이다.
성공적으로 이 자식들의 관심을 돌린 셈이니까.
“너희에게 당장 영지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너희에게 묻고 싶은 건, 귀족들이 뭘 좋아하는지 그걸 알고 싶어서 모이라고 했다.”
“귀족들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금과 보석 아닙니까, 영주님!”
시안이 당연하다는 듯이 턱을 치켜들고서 말한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아까 내가 한 얘기 못 들었어? 금과 보석이 나오는 영지면 뭐하러 내가 회의를 소집했겠냐?”
“…죄송합니다.”
의기양양해 하던 시안이 급격히 시무룩해진다.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도 입을 꾹 다문다.
아차차!
실수했다.
아무리 허접한 의견이라고 해도 무조건 칭찬부터 했어야만 했는데 말이다.
첫 의견부터 묵살한 꼴이 되는 바람에 섣불리 입을 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 것이다.
“자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귀족들이 뭘 할 때 즐거워하는지 생각들을 해 보자는 거야.”
“그거라면 아무래도 여자랑 그 짓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주님!”
시안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다시금 의견이라고 내놓은 게 저거다.
으으…
끓는다, 끓어!
“나쁘지 않은 의견이긴 한데 말이다. 귀족이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사람을 생산할 순 없으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아까처럼 면박을 주는 대신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귀족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걸 알려 줬으면 좋겠어.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 거면 더 좋고.”
속으로야 시안 녀석은 빼 버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말하는 사람도 편안한 법이니까.
“보통 귀족들은 훌륭한 갑옷이나 보석이 박힌 검을 좋아해요. 사교 파티 같은 것도 자주 즐기는 편이고요.”
“오! 그래?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코너가 고개를 모로 틀고 얘기를 꺼내는 걸 보고는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회의에서 귀족 출신은 코너가 유일하다. 나 역시 귀족이지만, 영지에 와서 한 일이라곤 노가다를 한 게 전부.
귀족의 일상을 모르니 코너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 하는 게 맞다.
아직 일반 제국민을 상대로 물건을 만들어 팔기엔 인력이 부족한 상황.
귀족들을 상대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좋아하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코너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계속 주절주절 얘기를 꺼낸다.
대부분이 사교 파티와 관련된 것들.
귀족이라는 종족은 파티만 하고 사는 건가?
“고급스러운 마차를 타고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마차?”
“네, 호화롭게 꾸며진 마차를 타는 걸 좋아해요. 좋은 마차를 보면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으음… 보통 마차 한 대에 얼마나 하는데?”
돈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국에서도 고급 승용차는 과시욕 혹은 소유욕 때문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평범한 마차가 10골드부터 시작해요.”
“으음…….”
신음성을 흘려야만 했다.
10골드면 너무 싸다.
코너가 만드는 4서클 마법이 깃든 스크롤이 5골드.
차라리 녀석에게 스크롤이나 열심히 만들라고 지시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아무리 스크롤을 많이 만들어도 수요가 없으니 돈이 안 된다.
수요와 공급이 적정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는 걸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10골드면 한국의 돈으로 1,000만 원.
싸구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력이 한정되어 있으니, 고부가가치의 물건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
아쉽지만, 마차 제작은 좀 아닌 듯싶다.
“귀족이 타는 마차는 보통 200골드 이상의 고급 마차예요. 황제 폐하의 마차는 무려 1,500골드나 하죠.”
“…진짜?”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귀족 혹은 귀족의 흉내를 내려는 돈 많은 상인에게 화려한 마차는 부의 상징이자 명예의 상징처럼 느껴질 터다.
“물론이죠. 하지만 우리가 마차를 만든다고 해도, 기존에 마차를 제작하던 사람들을 따라갈 순 없을 것 같아요. 기술이 없잖아요.”
코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기존에 마차를 생산하던 제작자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의미일 거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귀족과 돈 많은 상인의 허영심을 부추길 고급 마차야말로, 우리 영지의 주력 사업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본다.
“안토니!”
“네, 영주님!”
“마차 생산을 위한 기술자들을 모집해 주세요. 우리 아이언 영지의 주력 사업으로 밀어 보겠습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실 것입니다.”
졸속으로 영지의 주력 사업이 결정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동 수단에 대한 고급화는 인간의 기본 욕구와 맞먹는 힘을 가졌다는 걸 이전 삶에서 충분히 느껴 보았으니까.
그럼 나도 슬슬 준비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