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6화
106화 특산품을 개발하라(1)
캉! 카앙! 캉!
티딩! 팅! 티디딩!
망치질하던 드워프가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집게로 집어서 구정물 같은 액체가 담긴 물통에 넣는다.
치이이익!
구정물에서 꺼낸 금속을 고정틀에 놓고서 작은 망치로 금속 표면에 홈을 만든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타원형의 쇠뭉치.
드워프는 한동안 쇠뭉치를 두드리며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텅!
작업대 위에 방금 완성한 물건을 내려놓고는 드워프가 두 손을 각각 옆구리에 얹었다.
“자! 됐냐? 뭐? 망치질도 못 하게 생겼어? 빌어먹을 인간아! 마음에 드냐? 어? 어?”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다가 내리길 반복하면서 눈을 부라리는 드워프.
그가 만든 것은 수류탄이다. 표면에 사각형 요철이 있는 그런 형태
물론 외형만 수류탄과 닮았다는 얘기다.
수류탄이라는 건 금속 외피의 내부에 폭발물을 충전해 놓은 물건이다.
폭발하면서 외피가 찢겨나가 일정 범위에 파편으로 타격을 가하는 개인 화기다.
중요한 것은 충전한 폭발물을 터트릴 뇌관이 필요하다는 점.
곧바로 터지면 자살용으로 밖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폭발 지연시간이 필요하다. 수류탄이 목표로 한 지점에 날아갈 때까지 폭발하지 않아야 무기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나는 수류탄 내부의 공간을 철 조각으로 채울 생각이다. 폭발로 채울 필요가 없기에 파편을 많이 넣어 위력을 높이는 게 이득이다.
“뭐 그럭저럭 흉내는 냈네?”
“휴, 흉내? 지금 흉내라고 했나, 인간?”
“이봐 트와토른.”
“씨부려 봐라, 인간!”
트와토른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드워프가 콧잔등을 일그러뜨리면서 으르렁거린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이상한 놈이다.
망치질도 못 할 것 같이 생겼다는 말에 발끈해서는 쇠창살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이러고 있다.
근데 실력이 범상치가 않다.
망치질을 뚝딱뚝딱하더니 수류탄과 비슷한 외형의 물건을 후다닥 만들어 낸다. 내가 얼렁뚱땅 수류탄에 관해 설명한 얘기를 듣고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5초 후에 작은 칼이 금속관 내부를 휘저어야 한다고 얘기했던 거 같은데?”
“그따위 걸 만드는 게 어려운 줄 알아?”
“최대한 간단한 구조로 잔고장 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 해.”
“까다롭기는…….”
“못하겠지?”
“망할 인간 놈아! 누가 못한다고 했어! 네 놈 거기서 딱 기다려!”
트와토른이 콧김을 내뿜고는 이리저리 대장간 내부를 살폈다.
창고를 열어 안으로 들어가는 물건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지난번 발루아 공작의 명령으로 영지를 공격하려 했던 패잔병들의 전리품이 그득하다.
절그럭
“이건 아니고…….”
터덩텅!
“이것도 아니야.”
철컹!
“뭐야, 이 싸구려는!”
터덩텅!
.
.
.
한참이나 물건들을 뒤적이면서 트와토른이 쌍욕을 해댔다.
“이런 제기랄! 이봐 인간 놈!”
“영주님이라고 불러.”
“닥쳐, 인간 놈아!”
당연한 요구를 했으나, 트와토른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역시나 안 통할 줄 알았다.
이상하게도 한 가지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놈들은 꼴통 기질이 있다고나 할까?
“그럼 윌슨이라고 불러. 밟아 버리기 전에.”
츠스스스스…
“크흡!”
살기를 쏟아 내자 트와토른이 창고를 뒤지다가 신음을 흘린다.
“싫다! 인간 놈아앗!”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로 들어갔다.
“으윽! 무슨 짓이냐! 인간 놈!”
“작업 전에 서열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살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녀석에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무슨 개소… 커헉! 으윽! 으아아아악!”
트와토른이 욕을 하기 전에 분근착골의 수법을 사용해 놈의 신체를 구속했다.
***
티딕, 틱! 티틱!
트와토른이 정색한 얼굴로 새끼손가락 굵기의 원통을 만지작거린다.
뭉툭한 손가락으로도 저런 물건을 잘도 조물딱거린다.
…티딕, 틱!
“완성되었다. 윌슨 놈아!”
“하여간 주둥이 꼬라지 하고는.”
쓰게 입맛을 다셨다.
내가 참교육을 포기해 보기는 이 녀석이 처음이다.
그나마 ‘인간 놈아’에서 ‘윌슨 놈아’로 바꾼 게 유일한 성과다.
인정받지 않는 자의 이름은 불러 주지 않는 다던가?
고집이 대단한 놈이다.
“또 그 짓을 한다면 확 죽어 버릴 거다. 윌슨 놈아!”
트와토른이 눈에 독기를 품고서 나를 노려본다.
이 자식은 진짜로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분근착골의 고통에 시달리던 놈이 혀를 물고 자살하려고 했으니까.
참교육은 죽음을 각오한 녀석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해준 존재다.
“에휴… 됐고, 제대로 작동하는 거 확실해?”
“날 못 믿나?”
녀석이 눈에 힘을 주면서 화를 낸다.
마치 주사기를 연상케 하는 형태였다. 트와토른은 종이를 원통형 금속에 감고는 손에 쥐고서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러고는 바닥에 내려놓자 태엽이 풀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지이이이… 툭!
사악!
금속관에 감았던 종이가 예리하게 잘려나간다.
단순히 종이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의 정체가 작은 칼날이었다.
대략 4~5초의 시간이 지나고서 칼날이 작동한 것이다.
“태엽? 녹슬지 않겠어?”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지만, 의심스러워서 물었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도 보관해야 하기에 태엽이 녹이 슬어 작동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호오! 윌슨 놈이 태엽을 알고 있었나? 이건 최근에 개발한 건데?”
트와토른이 나를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한국에서는 장난감에나 사용할 정도의 구닥다리 물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됐고! 오작동하면 아주 위험한 물건이야. 녹슬면 어쩔 거야?”
“윌슨 놈아, 넌 나를 너무 띄엄띄엄 보는군. 여기에 들어간 태엽은 녹슬지 않는 금속을 사용했다. 그리고 네가 요구한 대로 이 구멍에 핀을 꽂으면 작동할 수 없어. 일부러 강한 힘으로 누르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트와토른이 턱을 치켜들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놈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야 믿어 주는 수밖에 없겠다. 사실 만족스럽기는 하다.
이 원통에 파이어 버스트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감을 생각이다. 마법 스크롤이 칼날에 의해 절단되어 수류탄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키면…
그 폭발력으로 한국 군대에서 사용하던 수류탄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잘했다! 좋아! 정말 마음에 들어!”
“흐흐흐… 나의 진가를 이제 알겠지?”
자식…
좋아 죽는단다.
“수류탄 외피하고 뇌관을 하루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어?”
“뇌관? 그게 뭐지?”
“뭐긴 뭐야, 네가 방금 완성한 이 물건이지.”
나는 손가락으로 트와토른이 방금 제작한 물건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이걸 뇌관이라고 부르나? 괴상한 이름이군.”
“그래, 뇌관이라는 물건이야. 하루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어?”
“해봐야 알겠지만, 세트로 만든다면 하루에 10개 정도는 가능할 거다.”
“생각보다 느리네? 그래도 한 15개는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윽! 무시하지 마라! 15개? 20개도 충분히 가능하다, 윌슨 놈아!”
트와토른이 상처받았다는 듯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주먹을 말아쥔다.
“워어! 진짜? 정말 대단한데?”
“흐흐흐… 내가 원래 좀 대단한 드워프다! 알겠냐, 윌슨 놈아?”
가슴을 쭉 펴면서 주먹으로 탕탕 두들기는 트와토른.
의외로 단순한 구석이 있는 놈이다.
자존심만 조금씩 건드리면 능력 이상의 일을 하려 드는 놈인 듯하다.
그나저나 인간이란 존재가 참 잔인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잘 지내던 트와토른을 노예 사냥꾼이 납치해다가 나한테 팔아넘기다니.
‘종속의 인’이라는 걸 녀석의 목 뒤에 새겨 놓은 상태.
주인 인식을 위해서 나의 마나를 흡수시켜 놓았다. 반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명령을 통해 녀석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분근착골도 견딘 놈한테 딱히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아무튼, 적당한 때… 그러니까 녀석의 몸값인 200골드 이상의 가치를 뽑으면 풀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을 때까지 인간들의 손에 붙잡혀서 일만 해야 한다는 건 좀 너무하잖아?
내가 이 녀석의 입장이 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혹시 파이프 같은 건 만들 줄 아나?”
“윌슨 놈아, 지금 나와 장난하나, 그따위 건 내가 10살 때 심심풀이로 만들던 수준이다!”
또 눈을 부라리는 트와토른.
우습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의미일 거다.
“오! 좋아! 구리는 얼마든지 줄 테니까. 파이프를 여러 사이즈로 길게 만들 수 있어?”
“구리? 그런 쓰레기 금속을 나더러 만지라는 건가? 실망이다. 윌슨 놈아.”
인상을 벅벅 긁으면서 혀를 차는 트와토른.
드워프는 단단하고 다루기 어려운 금속을 만지는 걸 좋아한다더니, 구리과 같은 무른 금속을 혐오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수도관을 만들려면 구리가 안성맞춤이다. 일단 녹이 슬지 않는데다가 철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의 세상에서는 철보다 구리가 몇 배나 비싸지만, 이곳 세상에서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구리보다 철이 훨씬 더 비싸다.
“으음… 그래, 관두자, 만들기 어려울 거야. 파이프를 계속 연결 할 수 있게 하려면 끝 부분을 나사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너라도 좀 무리겠지.”
“큭! 무시하지 마라! 윌슨 놈아! 만들 수 있다! 그까짓 구리 파이프 따위가 무슨 대단한 거라고!”
“역시! 대단해! 너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푸헤헤헤! 당연하지! 하지만 안 속는다. 날 바보라고 생각했나, 윌슨 놈아?”
괴상하게 웃어 대던 트와토른이 한 순간에 웃음을 그치고 정색했다.
젠장, 너무 티 나게 했었나 보다.
“그러지 말고 좀 봐줘라, 파이프로 영주성과 영지민 거주지에 수도를 건설할 거니까.”
“수도? 그건 또 뭐지?”
“뭐냐 하면 말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수도를 건설하는 방법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우물에 펌프(거창하게 모터를 사용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다.)를 설치해서 물통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방식에 관해서 말이다.
아울러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까지.
“괜찮은 생각이긴 하군.”
트와토른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순히 구리 파이프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에 녀석이 흥미를 보였다.
특히 세탁기에 관해서 설명할 땐,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다.
“나중에! 그런 잡다한 물건은 네 녀석이 요청한 수류탄 세트가 끝난 다음에 하는 것으로 하지.”
“부탁한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녀석은 회백색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40살이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수염이란 건 좀 보기가 불편하다.
“알았다. 윌슨 놈아.”
“그럼 이건 챙겨 간다.”
“뭐하게?”
“성능 테스트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녀석에게 대답하고는 수류탄 외형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쇳조각을 주워 내부를 채웠다.
수류탄 내부에는 역시나 새끼손가락 굵기의 얇은 금속 파이프가 만들어져 있다.
금속 파이프는 뇌관이 들어갈 자리다.
수류탄 내부에 채워넣은 금속 파편에 의해 마법 스크롤이 훼손되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트와토른.”
“윌슨 놈아, 왜?”
“영지가 안정되면 자유를 주겠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지키지도 않을 약속 따윈 하지 마라.”
“믿으라고 강요하진 않겠다. 그러나 진심이다.”
녀석과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
한동안 나의 시선을 받아 내며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트와토른이 슬그머니 눈을 피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죽어 버릴 거다. 윌슨 놈아.”
“그럴 일은 없을 거다.”
피식 웃어 주고는 수류탄을 챙겨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내가 요구한 대로 1,000개의 수류탄이 완성된다면 모조리 아공간에 보관할 생각이다.
신무기는 나만 가지고 있는 편이 유리하니까!
1,000개의 수류탄을 완성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트와토른 덕분에 상상만 했던 일들이 실현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녀석과 한 약속은 진심이다.
아까도 느낀 거지만, 약속을 어긴다면 진짜로 자살할 놈이다.
능동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자유를 보장해 주는 편이 인간적이지 않겠어?
후우…
어쨌거나 이것으로 유능한 대장장이를 얻어서 다행이다.
다음번에는 박격포 같은 걸 만들어 보라고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