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1화
101화 영지 꼬라지하고는……(1)
“윌슨 기사단장에게 ‘아이언’의 성을 부여하고 ‘네르바 자작령’을 하사한다. 아울러 ‘네르바 자작령’을 ‘아이언 남작령’으로 개명하여 혼동을 피하기로 하노라.”
“‘피오르드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 황제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황제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대답했다.
이름이 참 지랄 맞게 길다.
황제의 풀 네임을 외우느라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못 외우면 반역죄를 짓는 거나 마찬가지라나?
아무튼,
무사히 황제의 이름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다.
툭!
손바닥 위에 묵직한 두루마리가 올려진다.
그대로 두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이것으로 드디어 나도 영주가 되었다.
단순한 영주가 아니다.
네르바 자작령이었던 영지였기에 3,000명의 보병과 100명의 기사가 내게 주어진다.
유사시에 뱅크스 요새와 베링 요새를 지원하는 의무가 있기에 주둔군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혜택도 존재한다.
병력을 운용하는 비용은 모조리 황실에서 지원한다고 하니, 돈 들어갈 일 없는 군대를 가지게 된 거다.
어깨춤이 절로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듀카스 백작에 대한 포상이 남았으니까 말이다.
파격적인 내용의 포상이 황제의 입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듀카스 백작을 대공의 자리에 앉히고 현재의 듀카스 백작령을 공국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
다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 딱히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50,000 골드의 하사금까지 받은 데다가 남작위와 영지까지 얻었으면 성공한 셈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한쪽 입술이 자꾸 꿈틀거린다.
“제국의 훌륭한 인재들이 이번 전쟁에서 많은 수가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프레하 제국에 우리의 힘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소!”
[황제 폐하의 은혜로움이십니다!]
황제가 잠시 말을 끊는 사이, 나를 비롯해 모든 귀족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황궁 예법이라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황제의 똥구멍이나 빨아주라는 의미다.
어차피 황제와 오래 볼 사이도 아니니,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프레하 제국은 우리에게 휴전을 요청하면서 만족할 만한 전쟁 배상금을 약속하였다오. 아울러서 그들이 망가뜨린 세 곳의 국경 요새에 인력을 지원하기로 하였소.”
황제는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아마도 천문학적인 금액의 전쟁 배상금을 약속받은 게 분명하다.
내게 준 1,000골드 외에도 전공에 따라 기사와 병사까지 포상이 주어진다.
황제에게 받은 건 일종의 용돈이라고 보면 맞겠다. 전공에 따른 포상은 별도니까.
이런 식으로 포상하려면 당연히 프레하 제국에서 왕창 뜯어냈을 터.
“요새가 정비될 때까지 휴전협정은 유효하오. 모두 수고가 많았소. 승전 파티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라오.”
[황제 폐하의 은혜로움에 탄복했습니다!]
다시금 말을 맞춰 나를 포함해서 귀족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대답과 동시에 흘러나오는 음악.
이로써 전공에 대한 황제의 포상 행사가 모두 종료되었다.
적당히 파티를 즐기다가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어제도 파티를 경험하긴 했지만, 솔직히 따분하기만 한 일이다.
괜히 이상한 아저씨와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기분만 더러워졌으니까 말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신호로 황제 앞에 줄을 맞춰 좌우로 나누어 섰던 귀족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황성의 그레이트 홀(Great hall)은 규모가 엄청나다. 제국의 모든 귀족이 전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테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조금 껄끄러운 일이 생긴 뻔했다. 가령 레이놀드 남작과 마주치는 그런 경우를 말하는 거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레이놀드 영지와 같은 변방의 귀족들은 참석하지 못한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만약 레이놀드 남작과 마주쳤다면 상황이 묘해졌을 것이다.
일개 병사의 신분이었던 내가, 영주로 모셨던 사람과 동급의 신분이 되어 만나는 게 유쾌하진 않을 터.
나 같아도 싫다.
까마득하게 쫄다구였던 놈이 나와 동등한 신분으로 앞에 나타난다면 배알이 뒤틀릴 것 같으니까.
언젠가는 만나야 할 테지만, 오늘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 좋았던 기분이 찜찜한 무언가로 변질되는 건 원치 않는다.
느긋한 걸음으로 코너 녀석과 함께 걸어갔다.
어제와 달리, 귀족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달라졌다.
어제는 내가 누군지 굳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몇 없었다. 기껏해야 엘튼 제국의 두 공작과 프레하 제국의 발루아 공작 정도?
그러고 보니 어제는 양쪽 제국의 공작하고만 상대한 셈이다.
마지막에 만난 발루아 공작은 에러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확실히 나를 보는 귀족들의 눈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포상 순서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이번 전쟁에서 두 번째로 큰 전공을 세웠다는 의미다. 전공을 세운 역순으로 포상을 주는 전통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실제로 내가 세운 전공이 크기는 하다.
혼자 으쓱거리면서 음식을 먹으려고 걸어가는데,
“윌슨!”
“왜?”
“3황자께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계세요.”
“망할…….”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코너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는 자연스럽게 영업용 미소로 바꾸었다.
“윌슨 아이언이 ‘필립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 삼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몸이 배배 꼬이는 듯한 자세로 예(禮)를 갖추자, 앞에서 걸어오던 필립 삼황자가 손사래를 쳤다.
“귀찮은 예의 따윈 집어치우시오. 아이언 남작.”
“알겠습니다. 삼황자 저하.”
이미 인사를 받아 놓고서 예의 따윈 때려치우라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지…
어쨌든 계급이 깡패니 허접한 내가 참아야지 별수 있나.
찜찜하다.
엘튼 제국의 황실에는 아직 황태자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황태자가 되기 위해서 형제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를 한국에서 살던 시절에 워낙 흔하게 접했던 나다.
삼황자와 엮이면 왠지 지저분한 일에 연루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나와 엇비슷한 키와 체격을 지녔으며,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다.
전신에서 풍기는 기운도 만만치 않다. 대략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의 수준?
물론 풍기는 기운에서 날카로운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본인은 열심히 수련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검술로 살기까지 완성하긴 무리다.
애초에 황자에게 어떤 미친놈이 살기를 드러내면서 대련과 같은 짓을 할 수 있겠느냐마는…
“얘기 들었다. 좀 한다지?”
삼황자가 검을 쥐는 제스처를 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그래, 축하한다.”
어깨를 툭 치면서 지나가는 삼황자.
“…….”
뭐지?
그게 끝?
“윌슨? 뭐 하세요?”
“아? 아… 그냥… 음식이나 먹자.”
코너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접시를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삼황자가 뭔가 작업을 하려는 것인 줄 알았으니까 말이다.
하긴…
이제 막 남작위를 받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걸 깜빡했다.
귀족 출신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평민 출신에 인맥과 배경조차 없는데 너무 생각을 비약한 셈이다.
뭐 얽히지 않으면 좋은 거니까, 쫄 팔렸던 상상은 잊어버리는 거다!
시작부터 엉뚱한 일에 휘말리는 건 별로 좋은 일은 아니잖아?
그래, 지금의 상황이 자연스러운 게 맞다.
가는 곳마다 일이 꼬이면 살벌해서 어디 해먹겠어?
“코너.”
“네, 윌슨.”
“지금 나가도 되는 거지?”
“상관없기는 한데… 왜요?”
코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 튀자!”
“응? 네, 네!”
들었던 접시를 내려놓고 얼떨떨해 하는 코너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황녀인 ‘아리아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이 나를 바라보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튀는 거다.
확실히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영화감독, 이 나쁜 자식들…
황녀라고 다 끝내주게 생기진 않았단 말이다!
***
“제길…….”
“아깝다…….”
“…좋았는데.”
.
.
.
뒤에서 들려오는 툴툴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벌써 황성을 벗어난 게 반나절 전이다.
아침 일찍 전공에 관한 포상을 진행한 탓에 나는 황성 밖 ‘제시의 쉼터’에서 부하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게 녀석들이 지금 뒤에서 툴툴대는 이유다.
제대로 술도 마시지 않았다나?
술보다 여자부터 찾은 놈들이다.
그것도 한 녀석도 빠짐없이…
부러운 자식들…
나는 오우거 닮은 황녀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정지! 점심을 먹고 간다. 계속 투덜거리는 놈들은 점심 먹는 동안 특별 교육을 실시한다.”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
툴툴거리던 놈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짝 군기가 든 음성으로 대답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자식들이 고마운 줄을 몰라.
누구는 쫄바지 입고 사타구니 벅벅 긁으면서 겨우겨우 버티다가 왔는데, 어디서 인상을 벅벅 긁고 자빠졌어!
여전히 녀석들의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한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윌슨, 기분이 어때요?”
“기분? 기분이야 최고지.”
코너가 곁에 앉으면서 묻는 말에 그제야 조금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다.
그래,
도망치듯 황성을 나왔지만, 어쨌든 나는 네르바 자작령… 아니, 아이언 남작령의 영주다.
대략 120명의 기사와 3,000명이 넘는 병사를 지닌 강력한 영주.
물론 나보다 월등한 전력을 지닌 영주는 많겠지만, 아쉽지 않다.
내가 강력해지면 그만이니까!
***
한편,
발루아 공작은 두 명의 호위기사와 열 명의 경기병을 이끌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망할 놈의 애송이…….’
그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들을 죽인 애송이 놈의 깐족거리던 면상에 주먹을 날려 주지 못한 게 분통이 터진다.
제법 실력은 있어 보였으나, 그렇다고 아들인 ‘알랭 드 앙부아즈’를 압도할 실력은 되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
인정한다.
전장에서 죽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하지만 고작 돌덩이에 깔려 죽었다는 건 수치스럽다.
정당한 대결에서 죽었더라면 후회나 원망 따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해서 죽은 건 창피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으드득!
두두둑!
말을 타고 달리는 발루아 공작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들아, 네 복수는 내가! 이 애비가 언제고 반드시 해주마!’
속으로 아들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다짐했다.
마음속으로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
정당한 대결이건 정당하지 않은 대결이건 그따위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빌어먹을 자식! 반드시 네 놈 만큼은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쉬지 않고 말을 몰았다.
조금 전 네르바 자작령을 지날 땐,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을 뻔했다.
아들을 죽인 원수 놈이 다스릴 영지에, 엘튼 제국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꼴을 보자니 배알이 뒤틀렸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쉬지도 않고 네르바 자작령을 지나쳤다.
한시도 엘튼 제국의 영토에 있고 싶지가 않았다. 다시 이곳의 땅을 밟을 땐, 결코 지금처럼 허망하게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다.
분노에 사로잡혀 말을 모는 그때,
“공작 각하! 공작 각하!”
“뭔가!”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발루아 공작이 날이 선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쪽을 보십시오!”
호위기사인 데리앙이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발루아 공작 일행이 달려가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거기에는 백기를 흔들면서 존재를 드러내려 애쓰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있었다.
“덜떨어진 자식들…….”
발루아 공작이 혀를 차면서 말고삐를 잡아당겨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마침내 발루아 공작의 일행이 멈추어 섰다.
하지만 그는 일행을 멈춰 세웠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어쩌시겠습니까. 공작 각하!”
기다리기가 힘들었던 데리앙은 조심스럽게 발루아 공작의 생각을 물었다.
그럼에도 발루아 공작은 턱을 손으로 쓸면서 침음성만 흘릴 뿐이었다.
마침내 턱을 쓰다듬던 손을 뗀 발루아 공작이 데리앙과 시선을 맞췄다.
“데리앙!”
“네, 공작 각하!”
“너와 스티미용에게 부탁이 있다.”
발루아 공작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
[충! 말씀하십시오. 공작 각하!]
그의 호위 기사인 데리앙과 스티미용이 군례를 올리면서 절도 있게 대답했다.
잠시 후,
발루아 공작은 기병대와 함께 프레하 제국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인 베링 요새로 달려갔다.
그의 호위기사인 ‘데리앙 드 알폰소’와 ‘스티미용 드 아르트세’는 방향을 바꾸어 말을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