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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9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9화

99화 승전 파티(3)

 

 

 

***

 

“출발하겠습니다. 단장님!”

 

“그, 그래…….”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

 

시안 녀석의 입이 좌우로 쭉 찢어진 채 대표로 군례를 올린다.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전투마를 챙겨서 일제히 걸어가는데…

어찌나 부러운지…

나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점 더 녀석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누가 보면 돌격 명령을 내린 줄 알겠다.

망할 자식들!

 

“윌슨 단장, 병사들이 활기차 보이는군.”

 

“아, 하하하… 부하들이 원래 좀 활달한 편입니다.”

 

웃으면서 다가오는 에이원즈 백작에게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역시 무엇 때문에 부하 녀석들이 서둘러 이동하는지 아는 듯하다.

 

“그렇다고 호위도 남기지 않고 다 가는 건 좀 심했군.”

 

“아…….”

 

거기까진 생각지 않았는데, 급격히 기분이 나빠진다.

에이원즈 백작의 옆에 두 명의 기사가 호위를 서고 있다. 다른 귀족들 역시 최소 하나에서 많게는 네 명까지 호위를 서고 있다. 그런데 나만 혼자 덜렁 서 있다.

모양 빠지게도 말이다.

승전 파티인지 뭔지 내가 해봤어야 알지?

그런데 오늘 승전 파티를 하는 거였나?

분명히 전해 들은 얘기로는 내일 오전부터 한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승전 파티는 내일이 아닙니까? 사령관 각하?”

 

“하하하! 아직도 사령관 각하라고 부르는가? 전쟁이 끝났으니, 이젠 사령관이 아닐세. 그리고 오늘은 일종의 전야제라고 보면 얘기가 쉽겠군.”

 

에이원즈 백작이 빙그레 웃는다.

내가 귀족이 아닌 데다가 시골 영지 출신이라 그런지, 그는 상당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해했습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이번에 공을 세운 귀족들을 주축으로 또 하나의 파벌이 만들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 귀족의 신분을 얻은 상황이 아니다.

귀족들의 일에 의견을 제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럴 땐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모른 척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모른다고 말한 것이다.

 

“전장에서도 느꼈지만, 자넨 참으로 영리하군. 말을 아낄 줄 안다는 건 훌륭한 능력이지. 암! 훌륭한 능력이라 말할 수 있어. 자네는 나와 같이 들어가세.”

 

“알겠습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흡족한 듯 웃음을 터트리는 에이원즈 백작의 곁에 섰다.

함께 전공을 세웠던 하이든 자작과 존슨 자작, 그리고 브린크스 남작은 뒤에서 따라왔다.

에이원즈 백작이 손짓했기 때문이다. 나와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피해 달라는 듯한 손짓이었다.

 

“우리 엘튼 제국의 귀족은 세 개의 파벌로 나뉘었다는 것을 알 걸세.”

 

“네.”

 

“모두가 엘튼 제국을 사랑하는 마음인 건 똑같을 걸세. 단지 주장하는 방법에 따라 파벌을 나눈 것뿐이지. 강경파의 귀족이 기사도를 부르짖는 이유를 아는가?”

 

“들은 바가 없습니다.”

 

깊이 생각해 본 문제가 아니었기에 고개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내가 본 대로라면 강경파는 기사도만 부르짖는 멍청이였고, 온건파는 잔머리를 굴리는 야비한 놈들이었다.

물론, 내가 본 것만을 가지고 파벌의 성격을 일반화하는 건 무리겠지만 말이다.

당장 에이원즈 백작만 하더라도 강경파의 귀족이었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유연한 사고로 전투에 임했다.

단순무식하게 ‘돌격 앞으로!’만 외치는 인간이었다면 상종도 하지 않았을 터다.

 

“온건파의 귀족들이 뒤에서 수작질해대는 바람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거지. 강경파의 귀족들은 온건파의 귀족들에게 기사의 명예를 지키라는 의미에서 기사도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네.”

 

“의도했던 바가 변질되었다는 말씀이신 듯 합니다.”

 

“그렇지. 워낙 오래전부터 감정의 골이 깊어진 탓에, 이제는 왜 싸우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실정이라네. 내가 자네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에이원즈 백작이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린다.

자신의 얘기에 집중하게 하려는 게 느껴지는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

 

“선입견을 버리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네. 강경파니 온건파니 하는 것에 얽매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다 같은 제국민이 아닌가?”

 

“명심하겠습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고마운 얘기다.

굳이 파벌을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강경파의 귀족들이 에이원즈 백작만 같다면…

나도 강경파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존슨 자작만 해도 전쟁 상황에서 평민 출신인 내게 지휘권을 양보할 정도로 유연한 사고를 지닌 존재였다.

그에 반해서 내 손에 죽은 반데라스 자작은 쉬지않고 잔머리를 굴리면서 날 괴롭혔다.

훗!

나도 참…

아직 귀족 작위도 수여 받지 않았는데, 쓸데없는 고민이나 하는 꼴이라니…

골치 아픈 정치 문제는 잘난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놔두면 그뿐이다.

 

황성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듀카스 백작이 맨 앞에 선 것만으로도, 나를 포함한 에이원즈 백작은 경비병의 군례를 받으면서 지나칠 수 있었다.

일전에 뱅크스 요새로 발령 나기 전에 대기했던 몇 개의 건물을 지나쳐, 어지간한 마을 하나 크기의 정원까지 통과해야 했다.

 

“내일 있을 승전 파티는 그레이트 홀(Great hall)에서 할 테지만, 오늘은 ‘전쟁의 관’에 딸린 작은 연회장에서 치러질 예정일세.”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고마운 마음에 솔직한 심정으로 대답했다.

그가 날 좋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하게 알려 주니 황송하기까지 하다.

전쟁이 아니었으면 이런 식으로 가깝게 지낼 수 없었을 터.

이번 전쟁이 나한테는 큰 기회였던 게 확실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황성의 정원을 거의 지나쳐 가고 있었다.

 

“…….”

 

과연 황성의 규모는 엄청나다.

점점 덩치를 불리던 황성은 엄청난 높이와 기가 질리는 규모를 지녔다.

한국에서 살던 시절에도 이런 규모의 건물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석재로 이루어진 황성은 한국의 어지간한 고층 빌딩을 한데 모아둔 것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전시 상황에 대비한 것일 게 분명해 보이긴 하지만, 엄청난 규모인 것만은 틀림없다.

 

“벌써 시작한 모양이군.”

 

곁에서 에이원즈 백작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황성 중앙의 높다란 건물과 이어진 네모반듯한 곳.

아까 들었던 얘기에 의하면 ‘전쟁의 관’이라는 곳이 틀림없다. 조금씩 주변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불이 밝혀진 건물에서 은은하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조각상이 나를 반겼다.

대부분이 갑옷을 입은 기사를 모델로 한 조각상이었다.

조각상 근처에는 포머드 기름으로 머리를 넘긴 호리호리한 사내가 서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중년쯤으로 보이는 사내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우리를 맞이했다.

 

“그간 잘 지냈는가?”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무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지요. 오늘은 소개를 생략하고 있으니, 편하게 입장하시면 됩니다. 에이원즈 백작 각하.”

 

“알고 있네. 계속 수고 하시게.”

 

에이원즈 백작이 눈으로 인사하고는 중년 사내를 지나쳐갔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 걸 보니, 황성에서 나름 한 자리 차지한 사람인 듯했다.

시종장쯤 되려나?

음악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온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연회장 입구에는 갑옷을 입은 근위기사가 양쪽에 서 있었다.

 

“수고가 많군.”

 

에이원즈 백작이 슬쩍 손을 들어 주자, 근위기사 두 명은 눈으로만 인사를 받아 준다.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게 세워둔 일종의 보디가드?

그렇게 보는 게 맞겠다.

연회장 안에도 근위기사들이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하하! 이게 누굽니까! 에이원즈 백작! 굉장한 전공을 세웠다 들었습니다.”

 

연회장 안에 들어서자, 눈이 작고 날카로운 인상의 오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두 팔을 벌리면서 다가온다.

 

“이디오트 공작 각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충!”

 

나는 에이원즈 백작의 입에서 ‘이디오트 공작’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군례를 올렸다.

제국에 둘밖에 없다는 공작 중의 하나가 눈앞에 있으니, 긴장되고 만 것이다.

 

“아, 아! 딱딱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네. 그런데 자네는 누구인가?”

 

“윌슨입니다! 공작 각하!”

 

“아, 아! 첫 승전보를 알려온 뱅크스 요새의 영웅이었군. 만나서 반갑네. 윌슨 단장.”

 

이디오트 공작이 웃으면서 손을 내민다.

제국의 공작 중의 하나가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좀 감동적이다.

 

“영광입니다. 공작 각하!”

 

“하하하! 영광은 무슨… 어쨌든 반갑네. 윌슨 단장.”

 

손을 마주 잡으면서 크게 대답하자, 이디오트 공작이 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놓고 에이원즈 백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리를 옮긴다.

 

“…….”

 

이거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

 

“윌스은!”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음성이 귀에 파고든다.

 

“코… 너?”

 

천천히 몸을 돌렸다.

헐렁한 군복이 아니라 제법 번듯한 옷을 입은 코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옆에는 코너와 닮은 호리호리한 육체를 지닌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누군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옆에는 코너의 스승이라는 ‘트랭스 반다아크’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충!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리스 공작 각하!”

 

이디오트 공작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절도 있게 군례를 올렸다.

설마 형은 아닐 거잖아?

 

“흐음… 대단하군.”

 

“그렇죠? 정말 대단하죠?”

 

“시끄럽다!”

 

“…네.”

 

모리스 공작이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코너에게 한소리 했다.

그러자 코너가 금세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으음…

저 녀석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어려진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들 녀석이 신세를 졌다고 들었네.”

 

“코너는 훌륭한 마법사였습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곧바로 대답했다.

순간적으로 코너의 눈치를 본 것은 당연한 일.

혹시라도 ‘신세’라는 말이 내게서 받은 ‘참교육’을 의미하는 거라면 무지하게 골 때리는 상황이니까.

 

“자네 덕분에 이 녀석이 사내가 되었더군. 조셉을 잃은 건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하네만…….”

 

“면목없습니다.”

 

다행히 ‘참교육’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한시름 덜었다.

 

“자네가 면목없을 일이 무언가. 저 철부지 녀석 때문인 것을.”

 

씁쓸하게 웃는 모리스 공작이었다.

조셉의 일은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법 실력 있는 녀석이었는데, 코너를 지키려다가 허무하게 죽어 버렸으니까.

 

“아버지!”

 

“후우… 그래, 알았다. 윌슨 단장!”

 

“네, 모리스 공작 각하!”

 

다시 한 번 자세를 바로 하게 된다.

제국에 둘밖에 없다는 공작이 다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나…

유명해진 건가?

 

“잘 부탁하네.”

 

“네! 알겠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부터 하고 봤다.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몸을 돌려 사라지는 모리스 공작.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너!”

 

“네?”

 

“모리스 공작 각하께서 나한테 뭘 부탁하신다는 거냐?”

 

“뭐겠어요?”

 

코너 녀석이 실실 웃는다.

어째 불안하다.

대답하고 싶어지지 않는 질문.

그것도 격렬하게 대답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냥 궁금해 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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