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3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8화
138화 황족은 개뿔 (1)
삼황자는 멍한 얼굴로 윌슨을 쳐다보았다.
황족이 되기를 권유했는데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보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아…….”
자신의 여동생이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농담이다.”
“삼황자 저하, 농담이 과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습니다.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윌슨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정색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진저리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게 질색할 일이야? 듣기에 따라 황족 모독죄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알 텐데? 아니! 그 전에 반역죄부터 따져야 하는 건가?”
“삼황자 저하께서 제 입장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윌슨의 얼굴이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아리아 황녀와 이루어지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한…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고?’
삼황자는 윌슨의 시선을 받아 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동생과 같은 여인과 자신이 결혼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래, 내가 몹쓸 소리를 했어. 사과한다. 다시는 그런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어. 약속하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처적!
윌슨의 얼굴이 스르르 풀리더니,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예의를 표했다.
덕분에 삼황자는 지금의 상황을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충성의 맹세를 받아 낸 것까지는 좋은데…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시키지 않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충성의 서약을 받아 낸 적이 있던가?
삼황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엘튼 제국 역사상 최초일 것 같은 기괴한 충성의 맹세였으니까 말이다.
“기분이 참 오묘하다, 아이언 남작?”
“죄송합니다.”
윌슨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일어나, 인마.”
삼황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윌슨이 이제까지와 달리 부드럽게 풀린 얼굴을 하고서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근위기사들을 모조리 결박한 존슨 자작이 다가왔다.
“삼황자 저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속히 그레이트 홀로 대피하셔야 합니다. 그곳에 듀카스 대공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둘째 형님 때문에 듀카스 대공이 고생하는군요.”
수련실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근위기사들의 얘기를 들은 삼황자다.
누가 지금의 사태를 일으켰는지 충분히 인지한 상태.
잠시 씁쓸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던 그는 바닥에 쓰러진 시안트 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이언 남작, 시안트 경은 죽은 건가?”
“살아 있습니다. 삼황자 저하.”
“그런데 왜 저러고 자빠져 있는 건데?”
삼황자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평소에도 황궁의 예법과 담쌓은 그였기에 정신적으로 피곤한 지금은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죽은 것도 아니면서 감히 자신의 앞에서 드러누워 있는 시안트가 못마땅했다.
“잠시 제압해 둔 것입니다. 풀어 주도록 하겠습니다.”
윌슨이 필요 이상으로 군기가 든 척하면서 바닥에 쓰러진 시안트 경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방패와 롱소드를 빼앗아 한쪽에 던져놓고는 건틀릿을 낀 손바닥을 시안트의 등에 가져다 대었다.
텅!
“크아악! 비, 빌어머으을…….”
시안트가 소금이 뿌려진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버둥대면서 난리를 피웠다.
손이 닿을 수도 없는 등을 강타당하는 바람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만질 수라도 있으면 어찌 버텨보겠는데, 갑옷과 인체구조 상 손이 닿을 수 없는 부위였다.
“에르반 시안트! 죽고 싶은가!”
삼황자가 눈을 부라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큭! 삼황자 저하!”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에르반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뛰어가 삼황자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놈의 죄를 아는가!”
“죽여 주시옵소서, 삼황자 저하!”
등의 통증이 가라앉는 것과 반대로 절망감이 커져만 갔다.
명령에 의한 것이라지만, 자신과 부하들은 황족을 체포하려 하였다. 삼황자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네놈이 나를 죽이려 하다니, 부단장의 명령 따위가 나의 명령보다 우선하더란 말인가!”
“체포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사옵니다. 삼황자 저하, 소신을 죽여 주시옵소서!”
서슬 퍼런 삼황자의 분노에 에르반은 땅바닥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네놈은 나 ‘필립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의 이름으로 근위기사의 자격을 박탈한다. 그것은 다른 근위기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크흐흑! 며, 명을 받드옵니다. 삼황자 저하!”
[명을 받드옵니다. 삼황자 저하!]
에르반이 침통한 어조로 대답하자, 결박된 다른 근위기사들 역시 세상이 무너진 듯한 음성으로 일제히 대답했다.
황궁의 근위기사는 황제뿐만 아니라, 황족을 지키기 위한 조직.
황족이라면 누구나 근위기사를 임명할 수도 해임할 수도 있는 권한이 있다.
최종적으로는 황제의 허락을 받아야겠으나, 현재는 황제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
최종 승인 과정 없이 근위기사의 신분을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이 없었을 때라면 통하지 않을 명령이었으나, 그들에게 승리한 존슨 자작과 귀족들이 있어 가능한 명령이었다.
“삼황자 저하,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삼황자 저하께서 무사하심을 알려야 합니다.”
존슨 자작이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끼어들었다.
이황자의 반란군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썬 가장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지닌 듀카스 대공과 합류하는 편이 최선이었다.
서둘러 움직여도 불안한 판에, 삼황자가 근위기사들과 노닥거리고 있으니 불안해진 것이다.
이러다가 이황자의 반란조직이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꼴이 될 테니까.
게다가 분위기도 좋지 않은 판에, 굳이 전의를 상실한 근위기사들에게 절망감까지 심어 주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부 목을 쳐야 할지도 모르겠군.’
존슨 자작은 침통한 얼굴의 근위기사들을 둘러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결투의 결과로 승자인 윌슨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는 그들의 직위를 해제한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근위기사들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엉뚱한 마음을 먹으면 피곤해질 터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음을 선사하고 떠나는 게 뒤끝을 남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존슨 자작!”
“…명을 받듭니다. 삼황자 저하.”
굳은 얼굴로 말하는 삼황자의 모습에서, 존슨 자작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받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체포 명령이었든 척살 명령이었든! 그대들은 삼황자인 나에게 위해(危害)를 가하였다. 인정하는가!”
[…인정합니다. 삼황자 저하.]
차마 입술이 안 떨어지는 듯 근위기사들이 잠시 틈을 주고서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하여 속죄할 기회를 주겠다!”
삼황자가 크게 한마디 하고는 고개 숙인 근위기사들을 둘러보았다.
기가 죽어서 세상 다 살아 버린 노인처럼 한숨만 푹푹 쉬는 모습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아니, 뉘우친다기보다는 후회하고 있는 거겠지.’
삼황자는 속으로 생각했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만약 이황자가 반란을 일으킨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황자를 통해서 부단장이 직접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 게 아니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자리에 있는 근위기사들은 즉결 처분되었을 것이다.
황족에게 날붙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역죄니까 말이다.
“너희는 앞으로 오직 나만의 기사가 되어라!”
[…….]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은 근위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삼황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에르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삼황자 저하.”
“나의 수호기사가 되라는 말이다! 그래도 못 알아듣겠는가?”
[…….]
삼황자의 돌발 발언에 에르반은 물론 근위기사들 전체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지켜보던 윌슨과 존슨 자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나의 수호 기사가 되어, 앞으로는 오직 나의 명령만 들어라! 다시는 되먹지 못한 명령에 휘둘리지 말라는 얘기다! 싫은가?”
“삼황자 저하의 수호기사가 될 것을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절망의 수렁에 빠졌던 에르반이 감동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근위기사들 역시 한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아이언 남작! 검을 가져오라!”
“예, 삼황자 저하.”
윌슨은 아까 한쪽에 던져두었던 에르반의 검을 들고 와 삼황자에게 공손히 두 손으로 받쳤다.
“그대 ‘에르반 시안트’는 나 ‘필립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의 수호기사가 되어, 엘튼 제국과 함께 평생을 바치겠노라,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에르반의 선창하고 나머지 근위기사들이 감동한 음성으로 따라 했다.
그렇게 약식으로 즉석에서 근위기사들이 삼황자의 개인 수호기사로 탈바꿈되어 갔다.
***
삼황자가 또라이 기질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막강한 또라이일 줄은 몰랐다.
간이 크다고 해야 할지 간이 부었다고 해야 할지…
조금 전까지 자신을 잡겠다고 철문에 칼질해대던 놈들을 곁에 두겠다고 결정했다는 게 놀랍다.
과연 황족은 황족이라는 건가?
저런 배포를 보일 수 있다는 건 보통 사람으로선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에르반처럼 고지식한 기사들의 마음을 얻을 때는 저런 과감한 방법도 먹히는 듯싶다.
생각해 보면,
근위기사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수호기사의 자격을 얻은 게 더 이익이 아닐까?
만약 삼황자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수호기사는 황궁 수호기사로 신분이 상승하는 셈이니까.
가장 좋은 케이스는 일황자와 이황자가 나란히 골로 가는 상황이다.
가장 안 좋은 케이스는 이황자만 살아남은 경우일 터다. 그만큼 이황자의 세력이 강하다는 것이니, 귀족들이 이황자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다.
어쩌면 듀카스 대공도 어쩔 수 없이 이황자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을 테고.
차라리 세 명의 황자가 모두 살아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일단은 일황자의 세력과 손을 잡고서 이황자를 함께 공략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물론 나중에야 일황자의 세력과 담판을 지어야겠지만.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는가?”
존슨 자작이 곁에서 질문을 던진다.
약식으로 치러지는 수호기사의 서임식을 기다리기가 지루한 모양이다.
참 오래도 걸린다.
우리 아이언 기사단은 싸다구 한 방이면 서임식 끝인데.
그깟 기사도 따위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건지…
“이황자 저하의 세력이 얼마나 될지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나도 걱정되는군.”
“삼황자 저하의 세력은 우리가 전부인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일단 듀카스 대공께서 삼황자 저하를 확실히 밀고 있으니 그만큼 든든한 배경도 없는 셈이지.”
존슨 자작이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훈훈한 미소를 짓는다. 핏물로 뒤덮인 상태라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지만.
강경파에 속한 그가 중립파의 수장인 듀카스 대공을 더 믿고 있다는 것도 의외고.
아차차!
“존슨 자작님, 잠시 갑옷을 벗어주십시오.”
“갑옷을?”
“네, 치료가 필요합니다.”
눈을 크게 뜨는 존슨 자작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마나 억제제’라면 무림에서의 군자산과 같은 것일 터다. 내공으로 그의 몸에 깃든 독성 물질을 뽑아내야 아군에게 유리하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의 등에 손을 대고서 내공으로 그의 몸속에 깃든 ‘마나 억제제’의 기운을 모아서 위장에 다시 몰고 구토를 유도했다.
“웨에엑!”
존슨 자작이 괴로운 얼굴로 구토해댔다.
핏물과 함께 독성 물질을 배출하자, 그의 안색이 이전과 달리 안정되어 가는 듯하다.
“헉, 헉! 대단하군. 한결 몸이 가뿐해졌어.”
입가에 묻은 핏물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존슨 자작이 슬쩍 미소지었다.
“존슨 자작! 필립 기사단의 결박을 풀어 주고 출발합시다!”
독을 제거하는 사이, 기사 서임식을 끝낸 삼황자가 크게 말했다.
“명을 받듭니다. 삼황자 저하!”
존슨 자작은 활기 넘치는 음성으로 크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귀족들을 시켜, 이제 막 ‘필립 기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의 결박을 풀어 주고 올라갈 채비를 마쳤다.
삼황자를 뒤에 배치하고 존슨 자작과 시안트 경이 곁을 지켰다.
시안트 경을 아직은 완전히 신뢰할 수 없기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물론, 삼황자의 실력도 나쁘지 않아서 존슨 자작과 함께 있다면 안심이다.
[삼황자 저하를 위하여!]
지하 수련실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수호기사단원들이 커다란 함성을 지른다.
살아보겠다고 저러는데 꼴갑 떨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자식들,
애쓴다, 애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