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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3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7화

137화 반란군이 되겠습니다.(4)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바람직 한 일이다.

현재는 이황자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게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

명분까지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니 양보해 줄 이유가 없다.

반란이 일어난 지금, ‘양보’라는 건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그렇지. 자네 말이 옳아. 대신 죽어 줄 순 없지.”

 

존슨 자작이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은 모닝스타를 고쳐 쥐었다.

지나치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머리가 복잡해 더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어느새 안쪽에서 들리던 금속성 타격음은 멈춘 상태다.

안쪽에 있는 놈들이 돌아오지 않는 동료들 때문에 일이 틀어진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조금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놈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 테니, 필사적으로 덤벼들 거라는 건 당연한 얘기가 되겠다.

어째 전장에서보다 더 많이 인간의 목숨을 끊어 낸 기분이다. 내 손으로 직접 인간의 목숨을 끊어 낸 숫자가 전장보다 더 많았다는 의미다.

귀족들이 쿼럴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실질적인 전투력을 보유한 귀족들은 나와 존슨 자작을 따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쪽에서 제법 농밀한 살기가 흘러나온다.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저벅, 저벅, 저벅…

 

나름 비장한 각오를 하고 걸어갔다.

안쪽의 숫자는 대략 우리와 엇비슷한 수준.

그럼에도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순간,

우리를 기다리는 근위기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 상대했던 근위기사들과 달리, 방패를 들고서 전면을 가린 채 롱소드로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자세를 잔뜩 낮춘 채 방패를 앞세우고서 눈을 빛내는 근위기사들.

근위기사들 정중앙에 선 지휘관이 우리를 노려보는 중이다. 검은색과 흰색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쓴 것으로 보아, 수석 근위기사 중에서도 가장 선임인 듯싶다.

 

“기다리고 있었다!”

 

롱소드를 쥐고서 나를 겨누는 중앙의 지휘관.

 

“개폼 잡지 마라. 반란군 주제에.”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중앙에 선 지휘관에게 비웃음을 던졌다.

방진을 구성한 근위기사들의 뒤로 걸레처럼 너덜거리는 철문의 모습이 보인다.

수련실을 가로막은 철문이 분명하다. 지하에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들렸던 금속성 타격음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얼마나 두들겨 댔는지,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철문은 흠집이 가득하다.

 

“망할 자식들, 반란군이 되면 황족이고 뭐고 못 알아보는 눈깔이 되는 거냐?”

 

“시안트 경!”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디바인 소드를 고쳐 쥐는 데, 곁에 서 있던 존슨 자작이 끼어든다.

 

“존슨 자작님…….”

 

중앙에 서 있던 지휘관이 쓰라린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분위기로 보아하니, 존슨 자작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 자네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명령을… 저는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시안트 경이라는 사내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명령? 근위기사단장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듀카스 대공께서 반란을 계획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존슨 자작이 볼살을 푸들거린다.

단단히 화가 난 얼굴이었다.

 

“듀카스 근위기사단장님께서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질 않습니까.”

 

“당연하지! 듀카스 대공의 맏아들인 근위기사단장이 얼마나 충직한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질 않은가!”

 

존슨 자작이 눈을 부릅뜨고서 크게 소리쳤다.

‘듀카스’라는 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보아, 현재의 근위기사단장이 듀카스 대공의 핏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근위기사단장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름까지 외우고 다닌 것은 아니니까.

 

“부단장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헤밀턴 경이?”

 

존슨 자작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렇습니다. 근위기사단장님을 제외하면 제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현재로썬 부단장뿐입니다.”

 

“잘못된 명령이라는 걸 알잖나!”

 

“기사는… 명령을 따를 뿐, 명령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습니다.”

 

잠시 말끝을 흐리던 시안트 경은 씹어뱉듯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여전히 고지식하군. 언제고 그 고지식함 때문에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거라고 전부터 얘기했던 것 같네만. 쯧…….”

 

“죄송합니다. 존슨 자작님, 저는 그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할 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 나를 원망하지 말았으면 하네… 잠깐!”

 

싸울 자세를 잡아가던 존슨 자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말씀하십시오. 싸움이 시작되면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근위기사단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사로잡혔습니다.”

 

“사로잡혔다고? 말이 되는가? 헤밀턴 경의 실력이 듀카스 경에 미치지 못함은 다 아는 사실일세!”

 

존슨 자작이 당혹해 하면서 물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위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은 둘 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들었다.

떠도는 얘기에 의하면 단장 자리에 앉은 인물의 실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들었던 것 같기는 하다.

 

“존슨 자작님.”

 

“말하게.”

 

“혹시 아침 식사를 하셨습니까?”

 

“대충 먹기는 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든든하게 먹을 것을 그랬어.”

 

존슨 자작이 아쉽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늘 황궁의 아침 식사에는 마나 억제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무어라? 으음… 평소보다 더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가 그래서…….”

 

존슨 자작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아침을 먹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마나 억제제’라는 것이 무림 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군자산과 같은 종류의 것일 터다.

약효가 지속하는 동안에 단전의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일 터.

그러나 무림 세상에서의 사부가 말하길, 군자산은 일정 수준의 내공을 쌓은 고수에겐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주변의 기운을 끌어와 약 기운을 내보낼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이곳 세상의 기사들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

몸 안에 쌓아둔 마나조차 익숙한 흐름대로만 겨우 끌어다 사용하는 수준의 사람들이니…

어쩐지 존슨 자작이 평소보다 유난히 빨리 지친다 했더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마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평소보다 피로가 빨리 회복되지 못하는 듯하다.

그나마도 아침을 먹다 말고 일이 터져서 피곤한 정도로 끝났을 터.

 

“궁금증이 풀렸으면 항복하시는 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존슨 자작님.”

 

시안트 경이 진중한 어조로 권한다.

 

“약으로 사람 망가뜨려 놓고 이제 와서 정정당당한 척하는 거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라는 거 아나?”

 

“내가 원한 일이 아니다.”

 

비아냥거리는 음성으로 따지기 무섭게, 정색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시안트 경.

 

“진심으로 네놈 스스로가 기사라고 생각한다면 결투로 정하는 건 어때? 굳이 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도 너무 하잖아?”

 

“나는 명령에 따를 뿐.”

 

“겁먹었나?”

 

“큭…….”

 

무심한 듯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자, 발끈하는 게 눈에 보인다.

 

“뭐, 명예 따윈 개한테 줘버린 거 같으니, 기사 흉내는 집어치우고 슬슬 시작하지.”

 

시안트의 구겨진 얼굴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고서 디바인 소드를 고쳐 쥐었다.

 

“누가 기사가 아니라는 것인가!”

 

“귓구멍이 막혔냐? 너 말이야, 너!”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는 시안트 경에게 턱짓으로 응수하면서 짧게 대답했다.

 

“으으으… 좋다! 나 역시 부하들의 피를 더 이상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동의한다면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하겠다! 동의하는가?”

 

“동의하도록 하겠다!”

 

바라던 일이었기에 곧바로 대답했다.

 

“그런 결정을 어째서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인가! 나와 상의하고서 결정했어야지!”

 

“제가 싸우겠습니다. 존슨 자작님.”

 

“시안트 경의 실력은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일세. 내가 멀쩡한 몸일 때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네.”

 

존슨 자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말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지만, 패배할 거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식의 말보다는, 약을 핑계 삼아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을 터다.

수석 근위기사들을 대표하는 사람답게 시안트 경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은 가뿐히 넘어선 듯 느껴진다.

그에 반해 존슨 자작은 아직도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약 기운이 아니더라도 실력의 차가 크다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못 했습니다. 존슨 자작님.”

 

입술만 달싹거리면서 존슨 자작에게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시안트가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오! 그런가? 자네를 한 번 믿어보도록 하겠네.”

 

얘기를 들은 존슨 자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난번 전쟁에서 내가 어떤 실력을 보였는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아침을 걸렀다는 얘기가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기쁘게 만들 줄이야…

 

“우리 근위기사단은 존슨 자작의 기사단과 결투를 통해 승부를 가르도록 한다. 이것은 나 에르반 시안트의 명예를 걸고 선언하는 바이다!”

 

탕! 탕!

 

시안트 경이 크게 소리치고는 롱소드로 자신의 방패를 두들겼다.

 

“여기 존슨 자작님을 대신해 그대와 싸우겠다. 결투의 결과로 승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로 하겠다. 이것은 나 윌슨 아이언의 이름으로 맹세하겠다.”

 

“그대가… 아이언 남작이었소?”

 

새삼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시안트 경.

지난 전쟁에서 두 번째로 큰 전공을 세운 몸이라는 걸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행사가 치러지는 동안에는 근위기사들은 근무를 서야 했을 테니, 나의 얼굴을 못 알아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다.

 

“결투를 없었던 일로 하고 싶나?”

 

“아니오! 그대의 이름은 귀가 따갑게 들었으나 실제로 얼굴은 보는 건 처음이라 놀랐을 뿐이오. 그대의 전공이 부풀려진 것인지 진짜 실력에 의한 것인지 알아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오.”

 

시안트 경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대답한다.

그를 보호하듯 에워쌌던 근위기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쥐고 있던 롱소드를 바닥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우리도 관전하는 것으로 하겠소.”

 

존슨 자작이 뒤를 돌아보고서 귀족들에게 소리쳤다.

근위기사들처럼 일사불란한 맛은 없었지만, 귀족들 역시 공간을 만들고 앉아서 각자 쥐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중앙에 공간을 만들고 나와 시안트 경이 마주 보고 선 상태가 되었다.

 

“…….”

 

상대를 관찰하다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시안트 경의 너머로 보이는 철문의 쇠창살 사이로 삼황자가 내게 엄지를 척 들고 있는 게 눈에 뜨였기 때문이다.

겨우 눈만 보일 정도의 작은 창살 창문 사이로 드러난 삼황자의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수련실의 철문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검강으로 후려치면 몇 번 만에 박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 건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삼황자를 노렸더라면 그는 벌써 죽은 목숨이었을 터다.

일황자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판단되었기에 목숨을 건진 것뿐이라고 보면 맞겠다.

 

“나 에르반 시안트는 윌슨 아이언 남작과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나 윌슨 아이언 남작은 에르반 시안트와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을 맹세하오.”

 

상대의 말을 따라 하고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시안트 역시 내게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으니까 말이다.

방패로 전면을 가린 그가 자세를 낮추면서 롱소드를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들었다.

롱소드의 검 자루에서부터 푸른빛이 흘러나와 검 끝까지 물들인다.

선명한 짙은 푸른색 마나 블레이드.

 

[오오오!]

 

결투를 지켜보는 근위기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오시오!”

 

지하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시안트 경의 호기로운 목소리.

그것을 신호로 지면을 박찼다.

 

파악!

 

“어헛!”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시안트 경의 얼굴이 급속도로 확대된다.

한차례 꿈틀거리는 방패.

반격보다는 선제공격을 방어하는 것으로 결정한 게 틀림없다. 나의 순간 스피드가 맹렬하게 달리는 말의 속도보다도 빠르다는 건 몰랐을 거다.

고속으로 접근해 디바인 소드를 두 손에 쥐고서 있는 힘껏 방패를 후려쳤다.

 

콰앙!

 

“으윽!”

 

시안트 경이 억눌린 신음을 터트렸다.

야구 방망이로 배팅하듯이 작정하고 후려친 탓이다.

방패를 놓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줄 일이었으나, 충격 때문에 몸 자체가 옆으로 돌아갔다.

훤하게 드러난 시안트 경의 등.

디바인 소드를 휘두른 상태로 한 걸음 더 나가면서 어깨로 상대의 등을 들이받았다.

 

투캉!

 

“크어억!”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밀려나는 시안트 경.

곧바로 뒤를 쫓아가 손바닥을 그의 갑옷에 대었다. 쫓아가던 걸음을 진각으로 바꾸고서 발경의 수법으로 왼손바닥에 약간의 내공을 보탰다.

 

투웅!

쿠당탕탕!

 

“끄으으으…….”

 

상대의 마혈이 있을 만한 위치를 찾아 내공을 쏟은 탓에, 시안트 경이 뻣뻣하게 몸이 굳은 채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곧바로 오른손의 디바인 소드를 내려 시안트 경의 목에 겨누었다.

 

“움직이면 시안트 경의 목을 베겠다!”

 

상대를 제압하기 무섭게 내공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죽이는 것보다는 인질로 사용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승자의 뜻에 따르기로 약속은 받았지만, 누가 돌발행동을 할지 모를 일이니까.

 

[우우우우…….]

 

근위기사들이 짐승의 울음처럼 나직한 신음을 동시에 흘려 대었다.

순식간에 승패가 갈리는 바람에 공황상태에 빠진 게 틀림없다.

 

“근위기사들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깍지 끼고 머리 위로 얹는다! 어서!”

 

시안트 경의 목을 살짝 찔러 피를 냈다.

단순히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위협이었다.

그러자 근위기사들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존슨 자작님!”

 

“걱정하지 마시게!”

 

무슨 뜻으로 부르는지 알아들은 존슨 자작이 크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귀족들과 함께 근위기사들을 묶기 시작했다. 근위기사가 평소 착용하고 다니는 포승줄로 말이다.

거의 일이 마무리되어 갈 때 즈음,

 

철컹!

 

이제껏 굳게 닫혀 있던 수련실의 철문이 열렸다.

 

“하하하! 이거 도움을 받았군.”

 

삼황자가 크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위험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니, 일반인과 다르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삼황자 저하.”

 

“겸손하기까지! 오늘의 도움을 잊지 않겠다. 아이언 남작!”

 

잇몸을 드러낼 정도로 기쁜 얼굴을 하는 삼황자.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삼황자 저하.”

 

“아니지, 아니야… 그 당연한 일을 하지 않는 놈들이 너무나 많아. 기회가 된다면, 내 너를 중히 쓰겠다. 아니지? 이번 일이 끝나면 황족이 되는 건 어때?”

 

위기에서 살아난 탓인지, 삼황자가 과하게 흥분해서 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기뻐한다.

황족?

이렇게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가능한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삼황자 저하.”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흥분해서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게 전부 다 진실일 순 없는 법.

 

“가능해, 내 처남이 된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닌가?”

 

“…….”

 

할 말을 잃었다.

처남이 되라는 건 아리아 황녀와 결혼하라는 얘기다.

 

“어째서 표정이 그렇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삼황자.

경련이 일어나려는 얼굴을 가까스로 제어하고서 삼황자와 눈을 맞췄다.

 

“취소하십시오. 삼황자 저하의 매제가 되느니… 차라리 반란군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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