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3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4화
134화 반란군이 되겠습니다. (1)
“자네도 들었는가?”
듀카스 대공은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자신도 겨우 눈치챘을 정도로 희미하게 들려온 소리다.
그런데 이십 세에 불과한 윌슨도 병장기 부닥치는 소리를 들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싸움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던 듀카스 대공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윌슨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거의 동시에 병기가 부닥치는 금속성을 들었다는 의미다.
‘청력이 유별난 것일 수도 있겠지.’
의아해 하던 듀카스 대공은 그렇게 결론지었다.
조금 전 발루아 공작과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당황하면서 뒷걸음질 치던 걸 보았다.
청력이 좋다는 것만으로 검술의 경지를 평가하는 건 의미 없는 일.
물론 이번 전쟁에서 커다란 활약을 했다는 건 안다. 나이에 비해서 대단한 실력을 쌓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이 친구한테 너무 기대하는 건가?’
헛웃음이 나온다.
전쟁을 치르는 내내 윌슨이라는 이름을 들어왔기에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났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윌슨의 나이가 어린 걸 생각하면 지나친 기대였다.
‘아차차!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듀카스 대공은 윌슨에게서 관심을 접고 귀에 마나를 집중했다.
병기가 부닥치는 금속성 타격음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따위가 일황자 저하께…….>
<세상에 나온 순서는 중요치 않…….>
“미치겠군.”
띄엄띄엄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대충 감이 잡히는 듀카스 대공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듀카스 대공 전하.”
“자네도 들었나?”
“대충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황자 저하께서 뭔가 일을 벌이신 듯합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후으읍!”
듀카스 대공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윌슨의 말에 대답하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나는 스텔론 듀카스요! 황궁에 변고가 생겼으니, 귀족들은 모두 연회장으로 모이시오!]
엄청난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듀카스 대공.
그의 음성엔 충만한 마나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연회장에 있던 엘튼 제국의 귀족과 사신으로 온 타국의 귀족이 고함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금 내가 한 얘기는 사실이오! 타국에서 오신 분들께는 죄송하오나, 속히 황궁을 떠나시길 권하는 바요.”
듀카스 대공이 연회장을 둘러보면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귀국의 안녕을 기원하오이다! 그럼 저는 이만…….”
“서둘러 떠나는 무례를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황제 즉위식 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
.
타국의 귀족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듯 내뱉고는 서둘러 연회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대공 전하, 대체 무슨 일입니까!”
타국의 귀족들이 떠나가는 모습에 아침 식사를 하던 존슨 자작이 다가와 물었다.
“이황자 저하께서 일을 벌이신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일황자 저하를 먼저 치기로 하신 듯싶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 아! 이황자 저하께서는 어쩌자고 이런 시기에 일을 벌이신다는 말입니까!”
존슨 자작이 탄식하며 원망스럽게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연회장의 귀족들이 웅성거리면서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듀카스 대공에게도 다가가는 귀족이 있는가 하면, 일부 귀족은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놔두실 겁니까?”
존슨 자작이 눈에 살기를 드러내면서 말했다.
연회장을 벗어나는 귀족들의 정체가 온건파에 소속된 귀족임을 파악한 까닭이다.
이황자가 일을 벌였다는 얘기를 듣고서 움직이는 게 분명했다.
“놔두십시다. 이황자 저하께서 부르지도 않았을 정도의 귀족이니, 굳이 손에 피를 묻힐 이유가 없질 않겠습니까.”
“이제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대공 전하!”
존슨 자작이 전시 상황에서처럼 듀카스 대공을 바라보면서 명령을 기다렸다.
이황자가 일을 터트렸기에 온건파의 귀족을 제외한 나머지 귀족은 공동체가 된 셈이었다.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들은 탓에 함부로 행동할 순 없습니다. 일단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으십시오.”
듀카스 대공이 주변에 모인 귀족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뒤늦게 연회장에 달려온 귀족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은 당연한 노릇.
허둥지둥 다시 돌아가는 귀족과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는 귀족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었다.
“큰일이군!”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했으나, 연회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포크와 나이프 정도.
고개를 돌려 연회장 밖을 보았으나, 그 많던 갑옷과 병기들은 사라져 있었다.
‘전쟁의 관’인 만큼 상당한 숫자의 갑옷과 병기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나름 준비했다는 얘기겠지. 이황자… 차라리 평소대로 음모나 꾸며 일을 진행하지 이런 식은 어울리지 않는구려.’
속으로 탄식한 듀카스 대공은 아쉬운 대로 테이블에 굴러다니는 식사용 나이프를 집으려고 했다.
“듀카스 대공 전하, 이걸 사용하십시오.”
나이프를 집으려던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윌슨이 검집째 수수해 보이는 롱소드 한 자루를 내밀고 있었다.
“고맙네.”
“빌려 드리는 겁니다.”
“…….”
불안하다는 감정이 묻어나는 윌슨의 표정을 보고선, 듀카스 대공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빌려 준다는 것을 강조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평범해 보이는 롱소드 한 자루를 가지고서 말이다.
스르릉!
“……!”
하지만 검집에서 롱소드를 뽑은 그는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무게 중심이 잘 잡힌 데다가 예리하게 벼려진 검날.
검신에 흐르는 은은한 물결무늬가 아무렇게나 찍어 내듯 만든 양산형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검신의 물결무늬 사이에 새겨진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
마법이 인챈트 된 검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오랫동안 사용한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로 착 감기는 손맛.
오랫동안 사용하던 자신의 애검(愛劍)보다도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대단하군.”
“비싼 겁니다.”
“끄응… 그래 보이는군.”
듀카스 대공이 앓는 소리를 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탄성을 발하면서 윌슨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비싼 겁니다.’라는 말로 응수해 오니, 욕심을 부려 봐야 씨알도 안 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슨 자작님, 두 개였으면 좋겠지만, 하나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오! 내 것도 있는가?”
존슨 자작이 기꺼운 얼굴로 윌슨을 바라보았다.
손바닥 위에 생겨나는 새카만 색감의 모닝스타.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쇠공에 적어도 10센티를 넘어 보이는 원뿔형 송곳이 촘촘히 나 있다.
적당한 무게에 원심력을 받기 딱 좋은 균형.
“굉장하군. 빌려 주는 건가?”
존슨 자작이 모닝스타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중얼거렸다.
“비싼 겁니다.”
생사를 같이한 사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으나, 윌슨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한다.
“아쉽군.”
존슨 자작이 입맛을 다셨다.
빈손이었다가 훌륭한 병기를 얻으니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새삼 윌슨의 아공간이 부러워지는 그였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큰 힘이 되었으니까.
‘유사시를 대비해서 하나 장만해야겠어.’
존슨 자작과 듀카스 대공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무기가 더 있으면 다른 귀족들에게도 나눠 주었으면 좋겠네만.”
“아쉽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듀카스 대공의 말에 윌슨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기가 아까워.’
속으로 혀를 차는 윌슨.
아공간의 마법 병기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이다.
실력도 되지 않는 귀족들에게 줬다가 허무하게 날려 먹긴 싫었다.
“으음…….”
“자네, 왜 그러는가?”
윌슨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부터는 이황자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윌슨이 뭔가 찜찜한 얼굴로 있으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존슨 자작을 번갈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니 찜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황자가 잔머리 잘 굴리는 양아치라고 했지? 그렇다면 듀카스 대공과 이디오트 공작을 처리할 자신이 있다는 얘긴데…….’
윌슨이 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입맛이 개운치가 않다.
이황자의 손을 들어 주는 건 온건파의 귀족이 주축이다. 그것도 표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온건파 내부에서도 이황자를 지지하지 않는 귀족이 상당수.
강경파와 중립파를 견제해야 한다는 건 이황자도 알고 있을 터다.
잔머리를 잘 쓰는 양아치 스타일이라면 더 철저하게 준비했을 터.
견제할 두 파벌의 수장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 테고…
‘안 되겠어.’
윌슨이 고개를 흔들고는 아공간을 다시 열었다.
“갑옷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철컹! 철컹!
아공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두 벌의 갑옷.
세인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명품 갑옷이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접하는 순간이다.
“갑옷? 고풍스러운 형태이나 상당히 잘 만들어졌어, 대단한 물건이야.”
“별걸 다 가지고 다니는군. 하지만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군그래.”
듀카스 대공과 존슨 자작이 세인트가 만든 갑옷에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감탄하는 것과 달리 그들의 얼굴은 회의적이었다.
갑옷이라는 건 개인 맞춤형이다. 체형에 맞지 않는 갑옷은 그저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존슨 자작과 같은 특이 체형(?)의 소유자는 더더욱 자신의 갑옷 외에는 입을 수조차 없다.
일단 투구부터 머리에 들어가질 않으니까 말이다.
“마법이 깃든 물건입니다. 갑옷에 손을 대고서 ‘착용’이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착용.”
“착용.”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각자 갑옷에 손을 대고 말하는 두 사람.
그러자 손을 댄 갑옷이 분해되면서 흡수되듯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투다다닥! 투가강! 터터턱!
“우웃! 놀랍군.”
“대, 대단해! 투구가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니!”
듀카스 대공과 존슨 자작이 탄성을 발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듀카스 대공이었다.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아이언 남작 자네는… 으음…….”
그는 윌슨에게 ‘무장하지 않는가?’라는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듀카스 대공 전하.”
어느새 갑옷을 입은 윌슨이 한 손에 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검을 쥐고 있었다.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듀카스 대공은 이내 얼굴을 굳히고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강경파와 중립파에 속한 귀족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이라곤 의자를 부수고 나온 몽둥이나 장식용 촛대와 같은 열악한 둔기가 대부분.
“들으시오! 오늘 이황자 저하께서 일을 벌이신 듯하오. 황제 폐하의 장례 기간에 황위 다툼을 벌이는 게 반역에 준하는 행위라는 건 모두 알 것이오.”
듀카스 대공이 일부러 마나를 담아 크게 소리쳤다.
자신의 말을 황궁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말을 끊은 그는 다시금 마나를 끌어 올리고 얘기를 이어 갔다.
“하여 나 스텔론 듀카스는 이번 일을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연화장은 물론 황궁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제부터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경고를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마나를 담아 힘껏 소리친 듀카스 대공은 존슨 자작과 윌슨을 쳐다보았다.
“존슨 자작은 아이언 남작과 함께 절반의 귀족을 이끌고 삼황자 저하를 찾아 ‘그레이트 홀’로 대피하도록 하시오.”
듀카스 대공이 뒤에 늘어선 귀족들을 대충 손으로 반을 가르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현재 ‘그레이트 홀’은 황제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제아무리 이황자라도 그곳에서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터.
내란이 길게 이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서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존슨 자작과 윌슨이 동시에 대답하면서 군례를 올렸다.
“나머지 귀족들은 나와 함께 일황자 저하를 구원하러 갈 것이오! 내가 앞장서서 길을 열 테니, 이황자 저하의 병력을 처리하면서 무기를 탈취해 무장하는 것으로 하겠소!”
[예! 대공 전하!]
귀족들은 힘과 자신감이 넘치는 듀카스 대공의 말에 자신감을 얻고는 크게 대답했다.
“자! 출발합니다! 제국을 위하여!”
[위하여!]
커다란 함성과 함께 귀족들이 둘로 쪼개져 밖으로 나갔다.
연회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흩어지는 귀족들의 얼굴엔 비장한 각오가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