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3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0화
130화 하필이면……(1)
제국의 수도 엘토른의 황성.
국가 단위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는 연회장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그레이트 홀(Great hall).
그러나 평상시에는 황제가 그레이트 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고위 귀족들과 제국의 정책을 의논하는 곳으로 사용된다.
오늘도 역시나 제도에 거주하는 고위 귀족들을 불러들인 황제는 국정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추위가 심하여 걱정입니다. 폐하.”
모리스 공작이 나직하지만, 힘 있는 음성으로 황제에게 말했다.
비록 제국 전쟁에서 변변한 전공을 세우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을 모리스 공작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도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폐하, 모리스 공작의 뜻은 좋으나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됨이 합당한 줄 아옵니다.”
“허허허! 나도 그리 생각하오, 이디오트 공작.”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디오트 공작과 눈을 맞췄다.
으득!
‘망할 이디오트 공작.’
모리스 공작은 자신이 내놓은 의견을 단박에 씹어 버리는 이디오트 공작에게 이를 갈았다.
의견을 내놓으려는 찰나에 말을 가로막히는 바람에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한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흥분할 순 없는 노릇이다.
황제가 있는 자리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울컥했다가는 오히려 나쁜 인상만 남기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어디 두고 봅시다. 이디오트 공작!’
몇 차례 심호흡을 마친 모리스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 이디오트 공작의 얘기처럼 단지 걱정만 해서는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臣)은 ‘월 프론트(Wall Front)’ 지역에 간이 천막과 난로를 지원했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 것으로 해결되겠소?”
모리스 공작의 말에 황제가 탐스럽게 기른 흰 수염을 손등으로 건드리면서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월 프론트’는 엘튼 제국의 성벽에 인접한 안쪽과 바깥쪽의 하층민 거주지를 의미한다.
골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기에 황제 또한 솔깃하게 되는 거였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얼어 죽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 까닭.
“물론입니다. 한 해 평균 1,000명 이상의 하층민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습니다. 추위를 피할 따스한 잠자리만 제공되어도 그들은 폐하를 우러러보게 될 것입니다.”
“괜찮은 의견인 듯 싶소. 모리스 공작.”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제국민에게 자신의 온정을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기분이 드는 황제였다.
프레하 제국과 전쟁을 벌이면서 얻은 이득이 상당하다. 모리스 공작이 내놓은 안건을 해결하는 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폐하,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해서는 제국민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차등적으로 쉴 곳을 구분하는 편이 좋을 듯하옵니다.”
“오호라! 그거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이디오트 공작!”
황제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황제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디오트 공작이 슬쩍 시선을 돌려 모리스 공작에게 돌렸다.
예상했던 것처럼 모리스 공작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약 오를 거요. 모리스 공작.’
이디오트 공작이 속으로 키득거렸다.
일명 ‘주워 먹기 작전’이라는 거다.
모리스 공작이 내놓은 안건에 약간의 생각만 더해서 장점을 더하는 방식.
좀 더 영리하게 대처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서 행동하는 이디오트 공작이었다.
제국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온건파가 내놓은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기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황제의 빈축을 사는 것으로 회의가 끝나곤 했다.
만약 제국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황제의 미움을 받아 뒷전으로 밀려났을 수도 있었다.
제국 전쟁을 기회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바람에 황제가 강경파의 제안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중이다.
기회를 살려 온건파의 의견을 보충하는 형식으로 방향을 바꾸니, 황제도 이디오트 공작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
이전처럼 분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회의가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굳이 중재하지 않아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제국의 중대사가 결정되고 있으니,
황제로서도 현재의 분위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
“오! 듀카스 대공, 하실 얘기가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오.”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던 듀카스 대공이었기에 황제가 반색하였다.
‘확실히 대공의 지위에 오르니 달라졌구나.’
황제는 듀카스 대공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 내내 침묵만 지키던 듀카스 대공이었다.
대공의 자리에 오르니 이제는 간간이 의견을 내놓고 있어, 황제는 마음이 든든했다.
그동안에는 듀카스 대공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회의실에 앉아 있는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제는 제국의 운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황제는 이러한 변화가 싫지 않았다.
“우리 엘튼 제국은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인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것을 잊은 건 아닌가 우려됩니다. 황제 폐하.”
“…….”
“…….”
듀카스 대공의 묵직한 음성에 넓은 회의실이 순간적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일부러 전쟁과 관련된 의견을 제한하던 터였기에 모리스 공작과 이디오트 공작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백작의 작위였을 때도 부담스러웠던 두 사람이다. 이제 대공의 위치에까지 오르고 보니,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노릇.
“허, 허허허! 듀카스 대공, 두 공작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니, 너무 날카롭게 날을 세우진 않았으면 하오.”
“폐하,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걱정이 되었을 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군례를 올렸다.
그러자 황제가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느긋하게 손사래를 쳤다.
“이해하오. 그 얘기는 나중에 나와 먼저 얘기를 한 이후에 다시 정식으로 안건을 내는 것으로 하는 건 어떻겠소, 듀카스 대공?”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듀카스 대공이 황송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 전쟁에 관련된 문제는 다음 안건으로 넘기도록 하고 또 다른 안건은 무엇이오?”
황제가 회의실에 앉은 고위 귀족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귀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전 제국의 세 거물이 신경전을 벌인 것을 본 상황에서 무언가 의견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이제까지와 달리 불안한 얼굴로 말을 꺼내는 이디오트 공작.
“허허허!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렇게 정색하는 것이오. 이디오트 공작? 의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얘기하시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황태자 책봉 문제입니다.”
“…….”
이디오트 공작이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내자, 황제는 물론 나머지 귀족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난처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려 5년을 넘게 마무리되지 못한 사안이기도 하다. 황제의 나이가 벌써 68세다.
황태자가 정해졌어도 진작에 정해졌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황태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후우…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순 없는 문제기는 하오. 나도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 말이오.”
황제가 씁쓸한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디오트 공작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화, 황공하옵니다. 폐하! 저는 그 뜻이 아니오라…….”
“아니, 아니오. 그대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일어나시오.”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는 황제.
그제야 이디오트 공작이 주춤주춤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길! 그냥 참았어야 했어.’
자리에 앉은 이디오트 공작은 속으로 자신의 성급함을 원망했다.
그렇지만, 얘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황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미뤄왔으나, 황태자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기도 하오. 이제껏 세자 책봉을 미뤄왔던 이유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오.”
언제 힘없이 말했느냐는 듯이 목에 힘을 주는 황제.
귀족들은 그 서슬에 놀라서 일제히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디오트 공작으로선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는 건 좀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무릎을 꿇은 귀족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일황자와 이황자가 황태자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삼황자에 기대를 걸고 기다린 거였다. 프레하 제국에서 선전포고를 하는 바람에 이제껏 미뤄져 왔던 일에 불과할 뿐.
“이 자리에서 황태자를 발표하기로 하겠소.”
황제가 눈에 힘을 주고서 크게 소리쳤다.
[황명을 받드옵니다!]
그러자 귀족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긴장해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황태자를 정해야 하는 황제 또한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자신의 얘기가 제국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아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를 정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의 머릿속에서 세 개의 이름이 떠돌아다녔다.
‘첫째 라이언은 야심이 크고 독선적인 데다가 난폭해. 둘째 재커리는 음흉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지. 둘 다 황제의 자질을 지니지 못했어. 그러니…….’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던 황제가 번쩍 눈을 떴다.
“나는 엘튼 제국의 황태자를 피…….”
콰당!
황제가 막 하나의 이름을 꺼내려는 순간에 그레이트 홀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잠깐!”
황제가 정무를 보는 그레이트 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례하기까지 들리는 강압적인 음성.
바로 일황인 ‘라이언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이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이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더냐!”
황제가 눈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고귀하시며 현명하신 황제 폐하.”
한껏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지키면서 대답하는 일황자.
하지만 그레이트 홀에 모인 귀족치고, 일황자의 행동에 예의가 섞여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어째서 네가 이 자리에 끼어드는 것인가! 자격이 되지 않음을 모르는가!”
“황태자 책봉이 거론된다고 하여 무례한 줄 알면서도 와보지 않을 수가 없었나이다. 황제 폐하.”
“이놈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를 느낀 황제가 눈을 치켜떴다.
다른 귀족이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상스러운 말이 튀어나왔을 만큼 황제는 화가 나고 말았다.
“하하하! 이거 서운 합니다. 황태자를 책봉하는 자리에 제가 없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다시금 그레이트 홀의 출입문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바로 이황자인 ‘재커리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이었다.
남자답게 생긴 일황자와는 반대로, 얼굴의 선이 얇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미청년의 모습이다.
“네 녀석은 또 어째서 이곳에 기웃거리는 것이지?”
일황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황자를 노려보았다.
“형님께서 급히 나가신다는 얘기를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따라와 봤습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얘기가 오가는 자리였군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부채를 얼굴에 살살 흔들면서 대답하는 이황자.
시치미 뚝 떼고 모른 척하는 게 티가 난다.
“네 놈이 황태자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꿈도 꾸지 말아라. 둘째야.”
일황자가 비웃음을 흘렸다.
굳이 ‘둘째’라는 말에 힘을 주면서 자신이 장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으응? 그렇다면 형님께서 황태자의 자리에 어울린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황제 폐하께 항상 골치를 썩히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리는 이황자.
얄밉게 느껴지는 웃음으로 마무리한 탓에, 생략된 얘기가 결코 좋은 뜻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이…….”
황제는 비아냥거리는 대화를 나누는 두 아들에게 열불이 났다.
콰앙!
화를 참지 못한 황제가 손잡이를 주먹으로 내려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놈들! 여기가 어떤 자리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 당장! 당장 나가지 못하겠… 으윽!”
고함을 지르던 황제가 비틀거리면서 다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황제 폐하!”
듀카스 대공이 놀란 얼굴로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다가갔다.
황제가 주저앉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던 까닭이다.
“신관! 신관을 불러라! 치료사도 같이 불러들여라! 어서!”
황제의 상태를 확인한 듀카스 대공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
우우우웅!
벌떼가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가 지하 벙커를 가득 채웠다.
지난번에 코너가 물리 방어 마법을 인챈트했던 커다란 강철판.
그 위에서 세인트가 새롭게 덧씌운 인챈트 마법에 마나를 주입하는 중이다.
“윌슨… 저 사람 정체가 뭐예요?”
질린 얼굴로 세인트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어보는 코너.
“친구.”
짧게 대답했다.
마왕이라고 대답해 줄 순 없잖아?
“저런 분과 언제 사귄 거죠?”
“아주 오래전에.”
“저런 대단한 마법사를 알고 있으면서 저한테 왜…….”
코너가 의기소침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저 자식 게을러. 너도 봤잖아.”
“아! 그래서 제가…….”
녀석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지! 넌 부지런하잖아!”
“헷! 당연히 부지런하죠!”
“…….”
역시 인간은 누군가와 경쟁할 때 효율이 배로 올라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