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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2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27화

127화 안 될 놈은 뭘 해도 안 된다.(2)

 

 

 

***

 

“으으으…….”

 

오를레랑 공작이 머리를 움켜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십니까, 오를레앙 공작님?”

 

“응? 아이언 남작이 제 방엔 어쩐 일로…….”

 

“기억 안 나십니까?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셔서 침실로 모셨습니다.”

 

윌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내가 쓰러졌다는 말이오?”

 

눈살을 잔뜩 찌푸린 오를레앙 공작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의아해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분명… 흑마법사들을 보내놓고 병사와 산책을 나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산책을 나선 이후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머리가 욱신거리고 뒤엉킨 실타래처럼 뭔가 잔뜩 꼬인 느낌이다.

 

“와그너의 보고를 받고 왔습니다.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지셨다고 하더군요.”

 

윌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가식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분위기였다. 그래서 오를레앙 공작은 더 의아스러웠다.

 

‘내가 진짜로 쓰러졌다는 건가?’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그였다.

어째서인지 턱이 욱신거리는 느낌.

하지만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아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턱을 만질 때, 뭔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턱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저 매끈한 피부만이 손바닥에 느껴질 뿐이다.

 

“나 때문에 괜한 걱정을 끼쳤소. 아이언 남작! 헌데 저분은 뉘신지?”

 

오를레앙 공작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를 눈으로 가리켰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으로 보아, 아이언 영지에서 중요한 인물인 듯 싶었다.

 

“아! 이 사람은 ‘세인트’입니다. 제가 영지 운영에 서툴러서 조언을 해주고 계십니다.”

 

“세인트요.”

 

무표정한 얼굴로 짤막하게 이름만 밝히는 상대의 반응에 오를레앙 공작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건방진…….’

 

순간적으로 열이 확 솟구쳤으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야만 했다.

이곳이 적국인 엘튼 제국이란 사실을 떠올렸다. 더 중요한 일을 위해서는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편이 좋았다.

 

“지금 시간이…….”

 

오를레앙 공작이 창밖을 쳐다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희뿌옇게 날이 밝아 오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벌써 밤이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했다는 것인가?’

 

옆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음을 깨달은 오를레앙 공작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혼자 있고 싶으니, 자리를 피해 줬으면 좋겠소. 아이언 남작.”

 

“알겠습니다. 그럼.”

 

윌슨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 뒤를 세인트가 따라나섰다. 고개조차 까닥하지 않고 나가는 모습에 오를레앙 공작이 다시 한 번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남의 영지의 인물, 그것도 적국의 인물이 예의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게 어리석다.

아이언 남작이 나간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들어갔다.

6명의 흑마법사들이 머물던 곳.

그들이 들고 들어왔던 소지품이 고스란히 방 안에 남아 있었다.

썰렁한 느낌.

새벽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아를랑에게 물어봐야겠군.’

 

씁쓸한 얼굴로 빈방을 쳐다보는 오를레앙 공작.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흑마법사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는 건 마왕을 소환하려다가 오히려 역으로 마계에 끌려갔다는 의미가 되겠다.

 

“발루아 공작 각하를 어찌 뵈어야 할지 모르겠군.”

 

미간 사이를 좁히면서 오를레앙 공작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

 

“죽이는데?”

 

“내가 믿으라고 했잖아. 기억을 지우는 건 일도 아니지.”

 

세인트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턱을 치켜든다.

녀석의 마법 능력에 새삼 감탄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정복보다 인간 여자와 결혼하는 게 목표라는 녀석이다. 그런 목표를 지니고 인간계에 나온 것치고는 터무니없는 마법 능력.

하긴…

녀석은 ‘죽음의 대지’에서 리치로 있을 때도 엄청난 마법 능력을 지녔었다.

이제는 무려 마왕씩이나 되었으니 당시보다 더 강해졌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인간 여자와 사귀고 싶어서 흑마법사의 부름에 응했다는 건 엽기적이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어떻게? 뭘 어떻게?”

 

세인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이언 영지에서 계속 있을 거냐고 묻는 거잖냐.”

 

“왜? 내가 부담스럽나?”

 

“부담은 개뿔… 따로 계획한 일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묻는 거다. 결혼한다는 계획을 제외하고 물어보는 거야.”

 

“무려 천 년을 넘게 철탑에서 갇혀 지낸 나다. 그토록 긴 시간을 연구실과 대장간에 처박혀 지낸 게 억울해서라도 신 나게 놀고 싶다.”

 

주먹까지 힘껏 말아쥐면서 목에 힘을 주는 세인트.

쓸데없이 비장하다.

 

“아이언 영지에서?”

 

“물론! 인간계에 나오면 너부터 찾아가려고 했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나?”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당연하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세인트.

이유 한번 저렴하다.

나로서는 녀석이 함께해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저런 능력을 지닌 놈이 다른 놈과 손을 잡는다면 골치 아파질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좋아! 나를 돕겠다면 기쁜 일이지.”

 

“응? 돕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일이라면 지긋지긋해.”

 

“…….”

 

할 말을 잃었다.

이 자식…

나의 영지에서 백수 짓을 하겠다는 거다.

한 톨의 미안한 감정조차 묻어나지 않는 뻔뻔함.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면?”

 

“제안 고맙게 받아들이마. 뭐부터 할까?”

 

“…….”

 

빠른 태세 전환에 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이! 마왕쯤 되면 막 현혹 마법 같은 걸로 여자 후리는 건 쉬운 일 아니야?”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류가 아니잖아. 그럴 거 같았으면 인간계에 직접 나오지도 않았을 거다. 제물을 받으면 그만이니까. 너라면 이해할 줄 알았는데?”

 

“하긴…….”

 

녀석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육체 관계를 원하는 거라면 세인트가 굳이 ‘결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의 교류.

녀석도 그렇지만, 나 역시 무림 세계에서 60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가장 필요했던 게 그거다.

누군가 나와 대화해주고 나를 걱정해주며,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존재가 그리웠다.

그런 사람이 여자면 더 좋고…

세인트 또한 그래서 인간계에 나왔을 것이다.

마계의 여성체가 못생긴 존재라는 건 둘째 문제고 말이다.

서큐버스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는데 의외기는 했다.

하지만 녀석이 ‘오죽했으면 꿈에서만 나타나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에 급격히 수긍해 버렸다.

직접 마계에서 살다 온 녀석의 말이니, 믿는 수밖에.

 

“뭐 그렇다 치고, 네가 도와줘야 할 일은 마법적인 일들이야.”

 

“그건 정말 귀찮아.”

 

“도와준다며?”

 

“인마, 천 년을 넘게 그 짓만 하던 놈한테 또 같은 짓을 반복하라는 거야? 여기엔 마법사 없어? 있으면 불러와 봐.”

 

세인트가 눈살을 찌푸린다.

현재는 집무실에 나와 녀석 단둘만 있는 상황.

무려 마왕이나 되는 놈과 대화하는 터라, 다른 사람의 접근을 차단한 상태다.

혹시라도 세인트의 정체가 알려지면 곤란했으니까.

 

“경비병!”

 

녀석과 대화하던 것과 달리,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덜컥!

 

“충! 부르심을 받고 들어왔습니다. 영주님!”

 

“코너를 데려와.”

 

“영주님의 뜻대로!”

 

경비병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곧 코너를 데려오게 될 것이다. 세인트가 영지의 마법사를 찾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해가 되는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대체 프레하 제국 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 녀석을 불러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는 것인가?

그런 것치고는 허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소드 마스터인 오를레앙 공작을 보낸 것으로 의문이 풀린다.

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소드 마스터를 보내면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터다.

마왕 소환에는 성공했으나, 마왕이 하필 세인트라는 점과 오를레앙 공작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결과는 나빴으나 심혈을 기울여 마왕 소환에 임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겠다.

사실 프레하 제국의 계획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인트가 아닌 원래의 마왕이 소환되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데카라비아’라는 마왕이 하위권이라고는 했지만, 내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었을 거라고 100% 자신할 순 없다.

세인트는 나 정도 실력이면 ‘데카라비아’를 상대할 만할 거라고 했지만 말이다.

녀석도 나랑 대결을 벌이면 부담스럽다나?

하지만 내게 패할 것 같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녀석과 싸운다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니 믿기 어려울 수밖에.

이곳 세상에서 말하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었음에도 세인트와 승부를 자신할 수 없다니…

새삼 극한까지 마법을 파고든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게 된다.

 

똑, 똑, 똑!

 

“들어와!”

 

오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는 사이, 벌써 코너가 도착한 모양이다.

 

“절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윌슨.”

 

평소와 비슷한 말투였으나, 코너의 음성에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자꾸 세인트를 힐끔거리는 것을 보니,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쪽은 세인트라고 해. 나와는 오랜 친구다.”

 

“아, 안녕하세요. 세인트 님, 저는 코너 모리스라고 합니다.”

 

코너가 눈치를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세인트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건 녀석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겠다.

 

“이놈이 영지의 마법사인가?”

 

“그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는 세인트에게 짧게 대답해 주었다.

 

“형편없군.”

 

“…우욱!”

 

세인트의 간략한 평가에 코너가 분하다는 듯 억눌린 신음을 흘린다.

나한테는 잘도 대들던 녀석이 세인트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게 이상하다.

본능적으로 상위의 마법사에게 짓눌리는 것인가?

아니면 마왕이 풍기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코너가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보이기는 한다.

 

“이리 와라!”

 

“네? 네!”

 

세인트가 가볍게 손짓하자, 코너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쭈뼛쭈뼛 다가갔다.

그러자 세인트가 녀석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감아주었다.

 

텁!

 

“으윽! 갑자기 왜 이러시는… 아아악!”

 

당황한 음성으로 말하면서 눈을 크게 뜬 코너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비명을 질러 댔다.

 

“얀마! 뭐하는 거…….”

 

“쉿! 해치려는 게 아니다. 윌슨!”

 

세인트가 코너의 머리통을 쥐지 않은 손의 검지로 자신의 입술에 대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그의 명령 같은 부탁에 다시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끄으으으…….”

 

그러는 동안에도 코너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여전했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이 더욱 고통스러운 표정과 신음을 흘렸다.

저러다가 죽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코너가 괴로워했다.

모세혈관이 터져 코너의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했다. 마치 악마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

설마 세인트가 녀석을 마계의 존재로 바꾸려는 것인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쯧! 정말 형편없군.”

 

세인트가 혀를 차고는 코너의 머리통을 놓아주었다.

 

“으윽! 윽… 허억, 헉!”

 

구멍이란 구멍에서 핏물을 흘리는 코너의 모습에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세인트를 노려보면서 이를 뿌드득 갈았다.

 

“대체 무슨 짓을…….”

 

“헉, 허억, 헉! 가, 감사합니다. 세인트님!”

 

“…뭐?”

 

화를 내려는 순간에 들려온 코너의 음성.

그래서 녀석을 돌아보니, 감동한 것이 분명한 눈망울로 세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녀석의 자질이 변변치 않아서 4서클이 한계다. 꼴을 보니, 실제 마법 구현은 어림도 없겠어.”

 

“죄, 죄송합니다.”

 

못마땅한 표정의 세인트에게 코너가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여댄다.

 

“지금 뭐 한 거냐? 4서클이라니?”

 

“보면 모르겠어? 저 녀석의 마법 서클을 높여 준 거다. 재능이 없어서 겨우 1서클의 마나 고리를 얹어 준 게 고작이야.”

 

나의 질문에 세인트가 쓰게 웃었다.

마왕쯤 되면 이런 일도 가능한 건가?

코너가 본인 스스로 3서클이 한계라고 얘기했었는데 말이다.

 

“내가 누군지 잊었나? 마법의 원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대단해! 역시 넌 내 친구다.”

 

엄지를 척 세워 주었다.

차마 ‘마왕’이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친구’라는 말로 대신했다.

 

“하나의 마나 고리를 더 얹어 줬으니, 잡스러운 일은 저 녀석으로 충분하겠지?”

 

“물론!”

 

“저, 저기 윌슨…….”

 

물건 취급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코너가 볼멘소리 했다.

그러나 일단은 무시하고 세인트와 시선을 맞췄다.

세인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코너는 아이언 영지의 꼭 필요한 인재.

직접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녀석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철탑에서 보았을 때처럼 녀석과 나는 뭔가 통하는 게 있다는 걸 느낀다.

녀석을 마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세인트가 알고 있는 듯한 느낌.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좋은 날 술이 빠질 순 없겠다. 뼈다귀였을 때의 녀석과는 해 볼 수 없었던 것.

녀석도 나의 미소에 반응해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술이나…….”

 

“여자 소개해줘!”

 

“…….”

 

이 자식…

나와 통하는 줄 알았더니, 내 착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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