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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2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22화

122화 방문자들(4)

 

 

 

***

 

“게으름 피우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페로도데스가 아랫배에 힘을 주고 크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지하공간을 무너뜨릴 듯 웅웅 거린다.

 

“염병헐! 그만 좀 갈구고 맥주나 한잔 가져와 봐! 목이 칼칼해서 일할 맛이 나겠어?”

 

금속 사다리에 올라가 지하 벽에 석회 반죽을 먹이던 사루단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

 

“뻘건 수염 놈아! 일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맥주 타령이냐!”

 

“거 누가 잡아가? 몸을 아껴가면서 일해야 오래 일하는 거야. 그러니까 닥치고 맥주나 가져와!”

 

“끄응! 망할 놈! 알았다!”

 

페로도데스가 오만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돌렸다.

작업지시를 내리는 드워프의 숙명이다. 마음껏 작업지시를 내릴 수 있으나, 대신에 잡스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식사라든지 술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응?”

 

몸을 돌려 나가려던 페로도데스가 눈을 껌뻑거렸다.

출구가 있는 방향의 암흑을 걷어 내면서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어! 구라쟁이 꼬맹이들!”

 

“저 빌어먹을 윌슨 놈이!”

 

페로도데스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

횃불을 들고 실실 웃으면서 다가오는 윌슨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정말 빠른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어느새 페로도데스의 앞에까지 도착한 윌슨이 장난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느린 거다. 우리는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대지의 기운이 약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조금 더 기운을 회복하면 이런 작은 굴 정도는 며칠이면 완성할 수 있다.”

 

“크하하하하! 당연하지! 이런 손 바닥만한 굴은 장난감을 만드는 것보다도 쉽다! 윌슨 자식아!”

 

금속 사다리에서 작업하던 사루단이 크게 웃으면서 내려왔다.

 

“당연하지! 이 따위게 무슨 큰일이라고!”

 

“제에미!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이까이 꺼 하루면 끝냈을 텐데! 세월이 무정하다! 씨앙!”

.

.

.

 

다른 드워프들 역시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떠들어댔다.

 

‘어째 이 자식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뻥이 심해지는 거 같네.’

 

“구라쟁이 새끼들…….”

 

윌슨이 헛웃음을 흘렸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아공간을 열어 가져온 것들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오, 오! 역시 윌슨 놈은 우리 마음을 잘 아는 인간이다!”

 

마법처럼 아공간에서 맥주통과 안주가 나오자, 드워프들이 짧은 엄지를 세우면서 난리를 피웠다.

 

***

 

맥주통을 뜯으면서 즐거워하는 드워프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다들 나이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트와토른이 가장 어린 녀석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대지의 율법’에 따라 트와토른이 아이언 영지에서 일하는 드워프의 대장이 되었다.

쓸데없이 비장하기만 했던 우스운 싸움이 가져온 결과다.

놀라운 건,

이 녀석들도 진짜로 능력자라는 점이다.

그렇다!

드워프를 이용해 아이언 영지에 지하 벙커를 만드는 중이다. 아공간을 이용해 영주 성 아래로 커다란 지하공간을 팠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하 공간을 드워프들이 보강하면서 점점 벙커로 변해 가고 있었다.

단순히 석회 반죽을 사용해 미장한다고 해서 지하 벙커가 완성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이 말했던 것처럼 대지의 축복을 사용해 지반이 무너지지 않게 해둔 상태다.

어떤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이제껏 아무 문제없는 걸 봐서는 마법 혹은 주술과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드워프들이 사는 땅속 세상은 지금 이곳보다 수만 배쯤 넓은 곳이라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라고 봐야겠지만.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치 않았다.

이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지하 벙커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현재는 단순히 뻥 뚫린 공간일 뿐이다. 그러나 영지민 3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신무기를 만들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윌슨 놈아! 너도 한잔 마셔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프레하 제국이 있을 방향을 노려보는데, 페로도데스가 빈 술잔을 내민다.

 

“훗! 따라봐!”

 

잔을 받아 들고 턱을 치켜들었다.

어쨌든 현재 이들의 주인은 나.

정해진 일을 끝마치고 나면 돌려보내겠지만, 그때까지는 이들과 상하관계를 확실하게 해둘 생각이다.

입만 벌렸다 하면 구라를 쳐대는 놈들이라, 만만해 보이기라도 했다간 무슨 사기를 칠지 모를 놈들이다.

 

“건방진 인간 놈!”

 

페로도데스는 입술을 씰룩이면서도 맥주통을 들어 빈 잔을 채워 주었다.

 

“튼튼하게 좀 만들어 줘라, 부탁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배!”

 

거품이 부글거리는 잔을 들어 드워프들을 둘러보았다.

벽에 건 횃불이 일렁일 때마다 난쟁이들의 얼굴이 흔들린다.

 

“빌어먹을 윌슨 놈아! 걱정하지 마라! 드래곤이 브래쓰를 쏴도 멀쩡하게 만들어 주마! 크하하하!”

 

“아무렴! 그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가 우리 드워프 지하 왕국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고!”

 

“…구라쟁이 난쟁이 새끼들.”

 

드래곤의 브래쓰라고 지껄이면서도 녀석들의 손끝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

무서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어 대는 게 안쓰럽다. 안쓰러워.

뭐…

구라를 치든 사기를 치든 상관없다.

벙커만 멋지게 완성해 준다면 나로서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윌슨 놈아!”

 

“지껄여봐.”

 

갑자기 진지하게 나를 부르는 페로도데스.

나이가 많다는 건 알지만,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녀석들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놈들이니까.

 

“인간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놈이다. 너는.”

 

“그럼 잘해 자식아! 구라 좀 그만 치고.”

 

쓰바!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니까, 민망해서 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말았다.

 

“약속은 꼭 지키는 거 맞지?”

 

“너처럼 구라나 치는 놈 아니다.”

 

“망할 윌슨 놈! 마셔!”

 

“그래! 이만 올라간다. 천천히 쉬어가면서 해. 아직 별일 없을 것 같으니까.”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로도데스가 이상한 말을 꺼내면서 나머지 드워프 녀석들의 눈이 묘해지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신뢰한다는 의미의 눈빛인 것 같은데, 허풍이나 치는 놈들이 저런 눈빛이라는 게 영…

횃불을 들고 걸어가면서 동굴의 규모를 다시 한 번 살피게 된다.

솔직히 이렇게나 근사하게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아공간을 사용해 땅을 뭉텅이로 파내는데 무너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현대 세계의 콘크리트와 같은 구조물로 짓는 게 아니라서 불안해서 발을 들이는 것도 겁내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튼튼하다.

녀석들의 특별한 처리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단번에 안심할 수 있었다.

석회 반죽으로 덮은 흙벽의 내부는 엄청난 압력으로 다져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대리석을 깎아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 위에 석회 반죽을 두껍게 덧바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강도가 약할지라도 몇 개월 정도 굳으면 무척 튼튼해진다고 한다.

어쩌면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석회를 이용할 방법을 궁리하면서 넓은 지하 광장을 지나 출구의 계단을 밟았다.

내가 사용하는 계단은 일직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계단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꽈배기처럼 뒤틀린 형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병사들이 사용하게 될 계단이고, 반대쪽은 이곳으로 대피하게 될 영지민을 위한 계단이다.

좀 더 안전에 신경 썼다고나 할까?

위로 올라갈수록 한기가 느껴진다.

벌써 계절이 바뀐 탓에 밖에는 하얀 눈이 내렸지만, 지하 벙커는 따스하기만 하다.

지하 벙커의 출구는 두 곳으로 만들어졌다.

둘 다 성벽 안쪽에 출구를 만들어 교묘하게 가려놓았다.

 

타앙! 타당탕! 따다당!

 

[박사알!]

 

문을 열고 나오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트와토른을 비롯한 드워프들의 망치질 소리, 그리고 병사들이 훈련하는 기합성.

이제는 제법 영지의 기틀이 잡혀가는 느낌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영지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강의 요새가 될 터다.

주변을 한 차례 휘둘러 보고서 영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의 군례를 받으며 올라간 곳은 3층의 집무실.

 

“윌슨!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안토니가 기다리잖아요.”

 

“지하 벙커가 어디까지 완성되었는지 보고 나왔지. 안토니, 무슨 일입니까?”

 

“협조 공문이 도착해서 전해 드리려고 기다렸습니다. 영주님.”

 

안토니가 공손한 태도로 봉인된 서신을 내밀었다.

 

“공문이요?”

 

“저도 내용은 모릅니다.”

 

안토니가 서신을 건네면서 고개를 숙이고 한걸음 물러났다.

언질조차 없이 서신만 건네주고 돌아갔다는 의미다.

봉인을 꺾어 안에 든 서신을 꺼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그저 프레하 제국의 사신단이 아이언 영지에서 하루 머물다가 떠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신단? 그 자식들이 여길 왜 머물다가 가?”

 

이거 꼬였다.

현재의 아이언 영지의 모습을 외부에 밝힐 순 없는 노릇이다.

비밀은 아무도 모를 때야 비로소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벙커야말로 영지민의 안전을 책임질 소중한 장소.

그 외에도 현재 제작 중인 신병기의 모습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는다.

물론 그게 무기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전쟁 보상금을 바치러 가는 프레하 제국의 사신단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토니가 고개를 모로 틀고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이유 외에는, 프레하 제국의 사신이 엘튼 제국으로 갈 일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도 프레하 제국의 사신단은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까?”

 

안토니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저도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난번에 다녀갔던 사신단이 곧바로 제국으로 이동하는 게 힘들었던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안토니.

나도 그렇게 밖에는 딱히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 큰일을 치르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어쨌거나 이거 귀찮게 되었습니다. 안토니는 대장간에 들러 트와토른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 저는 다시 지하 벙커로 돌아가서 입구를 가릴 수 있는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영주님!”

 

안토니가 귀족식 인사를 하고는 집무실을 벗어났다.

 

“윌슨, 저는 어떻게 해요?”

 

“뭘?”

 

“저한테는 뭐 시킬 일 없어요?”

 

“조만간 할 일이 많을 거다. 그때까지 스크롤이나 만들어.”

 

“에어로 봄(Airo Bommb) 스크롤만 계속 만드니까 지겹단 말이에요.”

 

“일을 재미로 하냐? 이걸 확!”

 

“그래도 가끔 재미있는 건 시켜 줘야죠.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시끄러워! 그거 끝나면 다른 일 시켜 줄게!”

 

코너가 툴툴거렸지만, 무시하고 집무실을 벗어났다.

 

“정말이죠? 알았어요. 빨리 만들어 놓을게요.”

 

“그래.”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고 계단을 밟았다.

어째 저 녀석이나 나나 점점 일에 중독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똑, 똑, 똑!

 

나는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면서 사인을 하는 중이다.

서류의 대부분은 신형 마차와 관련된 것들이다. 계약하기 이전에도 트와토른에게 판 스프링을 대량으로 만들라 지시해 뒀기에 생산은 순조로웠다.

거기에 열 명의 드워프가 충원되면서 일은 더 쉬워졌다.

다른 영지의 드워프 노예와 달리 우리 영지의 드워프들이 적극 협조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신형 마차만 생산하는 거라면 열한 명이나 되는 드워프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지하 벙커는 물론 신무기 생산까지 해야 한다. 지금도 지하 벙커에서는 드워프들이 미친 듯이 망치질을 해대고 있을 터다.

 

똑, 똑, 똑!

 

“들어오세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집무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일정한 리듬의 노크는 안토니일 확률이 높다.

 

“영주님, 사신단이 오고 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안토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예의를 갖춰 말한다.

 

“알겠습니다. 나가도록 하지요.”

 

결재하던 서류를 대충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빌어먹을 사신단 때문에 며칠간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주 이가 갈린다.

평범한 성처럼 보이게 하는 게 이렇게나 귀찮을 줄이야.

안토니를 따라 영주관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이다.

일 갑자의 내공을 완성하면서 추위를 타지는 않았지만, 제법 날씨가 추워졌다는 건 느낄 수 있다.

영주 성의 정문을 지나쳐오는 여러 대의 마차.

입김을 뿜어 대면서 다가오는 말의 모습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이동했다는 것이 티가 난다.

호화로운 형태의 마차이나 구형의 마차다. 안에 탄 사람의 엉덩이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워! 워!”

 

마부의 음성과 함께 자리에서 멈추는 마차.

마차를 세우기 무섭게 뒤쪽에서 말을 탄 기사가 다가와 마차의 문 앞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

 

나는 이상한 기분에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차에서 흘러나오는 예리한 기세.

분명 전해지는 기운은 소드 익스퍼트 하급 정도다. 그렇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이런 식의 기세는 결코 소드 익스퍼트 따위가 흉내 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마차의 문을 열고서 나머지 손으로 안쪽을 향해 군례을 올린다.

 

“오를레앙 공작 각하! 아이언 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

 

마차에 탄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협조 공문을 받던 때부터 생겨났던 찜찜함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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