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5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5화
155화 대책(3)
***
“저렇게 해도 괜찮은 거냐?”
세인트가 밖에서 들려오는 쌍욕에 기가 막힌다는 듯 어이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한 판 붙기로 결정했는데, 무슨 상관이야?”
성문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대답해 주었다.
엘튼 제국의 방침이 ‘강경 대응’으로 확정된 이상 거칠 게 없다. 아이언 영지에 가해진 기습을 황제한테 직접 보고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수정구를 통해 발루아 공작의 시체를 보여 주는 것으로 황제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흑마법에 의한 부활이라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프레하 제국이 아무리 사신단을 보내 오리발을 내민다고 해도 황제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을 터다.
그러니 나도 화끈하게 꼴 보기 싫은 오를레앙 공작한테 욕을 하라고 병사에게 시킨 거다.
내가 직접 쌍욕을 했으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영주 체면이 있지!
게다가 공작이나 되는 놈이 병사에게 욕을 먹으면 모멸감이 더욱 심해질 것은 당연한 노릇.
아무튼,
우리 필립 황제로서는 남다른 분노를 느꼈을 게 뻔하다.
다른 인간도 아닌 발루아 공작의 부활이다. 황위 계승문제로 반란이 일어날 당시, 이황자의 편에 서서 난장을 친 인물이었다.
그의 손에 죽은 귀족들이 많아, 도저히 용서가 안 되었던 것도 한몫했을 게 분명하다.
휴전 협정을 맺고서 프레하 제국이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다는 것에 더 분노했는지도 모를 일이고…
원래 황제의 명령에 그다지 충실할 마음 따윈 없는 나지만, 이번 전쟁 결정만큼은 미친 듯이 철저해지고 싶다.
치사하게 시체를 주워다가 부활시켜서 내 뒤통수를 쳐?
이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프레하 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지만, 아직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 참는다.
<당장, 아이언 백작을 데려오라! 사신으로 방문한 귀족에게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솟는데, 귓가에 오를레앙 공작의 호통이 은은하게 파고든다.
“저 새끼가…….”
“윌슨, 나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 성 밖에는 병사들도 훈련하고 있잖아. 저 인간이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애꿎은 놈들만 날벼락 맞을 수도 있다.”
“얼굴 맞대고 있으면 패버릴까 봐, 그러지. 후우… 참자! 참아!”
일부러 심호흡까지 해가면서 대답했다.
오를레앙 공작의 음성을 듣는 순간, 가슴속에서 열이 확 솟구치면서 살심(殺心)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이언 백작! 나와 얼굴 마주하는 게 두려우시오? 나와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시오!>
마나까지 담아 소리치는 오를레앙 공작의 음성에 또 열이 솟구친다.
방귀 뀐 놈 성낸다더니, 저 인간이 딱 그런 놈이다.
지난번에 흑마법사를 데리고 와서 나의 영지에서 더러운 짓을 하려던 인간.
발루아 공작의 습격도 놈의 작품일 확률이 높다.
그의 부활에 흑마법사가 개입되었다는 건 이미 드러난 사실.
“저 자식이?”
울컥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지간하면 참아 주려고 했더니, 죽여달라고 앵앵거리는 꼴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시간도 아깝다.
그래서 창문을 밟고서 그대로 솟구쳐 올랐다.
“야! 윌슨! 참는다며?”
뒤에서 세인트가 소리친다.
걱정스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키득거리는 녀석의 웃음이 말해 주고 있다.
더는 못 참겠다.
타국의 사신한테 해코지하면 개념 없는 귀족이라고 욕을 먹는다고 했던가?
차라리 욕먹고 만다, 내가!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몇 차례 도약하는 것만으로 성문까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백 년 내공을 완성하고 보니 가벼운 동작에도 큰 힘이 발휘된다.
성문 옆의 망루에 뛰어올랐다가 곧바로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라라락!
빠른 속도 때문에 옷자락이 찢어질 듯 펄럭인다.
“어엇!”
마차 안에서 고개만 내민 채 다시 소리를 지르려던 오를레앙 공작이 눈을 크게 뜬다.
착지와 동시에 놈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컥!”
“죽고 싶나?”
일부러 살기를 쏟아내면서 오를레앙 공작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무, 무슨 짓이오! 우리는 사신의 자격으로 왔소! 공작 각하를 놓으시오! 당장!”
맞은편에 앉은 나이 든 사내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지른다.
“닥쳐!”
꽥꽥대는 사내에게 나직한 음성으로 경고했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라면 치가 떨리는 나다.
어차피 황제가 제대로 한판 크게 벌리자고 한 이상, 예의를 차려줄 이유는 없겠지.
“끄으으…….”
오를레앙 공작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서 엄지로 놈의 목울대를 압박하고 있으니 괴로운 모양이다.
“내 말이 들리지 않으시오! 당장 놓으라 하였소! 기사들은 뭣들 하는가!”
나이 든 사내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 댄다.
오를레앙 공작의 멱살을 잡았던 오른손을 떼고서 나이 든 사내의 면상을 향해서 짧게 끊어쳤다.
빠악!
“어이쿠!”
나이 든 사내가 신음을 흘리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주먹을 뻗어 내는 풍압만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가한 것이다.
“닥치라고 했어!”
나이 든 사내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러고는 오를레앙 공작의 멱살을 다시 두 손으로 단단히 틀어쥐었다.
채재쟁!
사방에서 들려오는 금속성.
아 놔!
이 자식들이 사람 성격 테스트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말을 탄 기사들이 일제히 롱소드를 뽑아든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오를레앙 공작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어서인지,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오지 못했다.
그저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살기를 풍기는 게 고작.
“이 자식들 봐라?”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냥 곱게(?) 한 놈만 패려고 했는데,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컥! 커헉!”
이 와중에도 나의 팔을 붙들고 노려보는 오를레앙 공작.
아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기세는 싹 다 팔아먹고 얼굴이 벌게져서 버둥거린다.
“확 눈깔을 뽑아줄까?”
목울대를 누르던 힘을 슬쩍 풀어 주면서 위협을 가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꺼지라는데도 객기를 부렸는지 듣고 싶어서다.
“쿨럭! 크으윽! 이런 짓을 하고도…….”
말문이 트이자마자 되먹지 못하게 협박부터 가하는 오를레앙 공작.
괜히 궁금해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놈의 말을 끊고서 턱주가리에 주먹을 먹여줬다.
빠악!
“그륵!”
내공을 적당히 버무린 주먹에 오를레앙 공작이 눈을 뒤집고 쓰러진다.
왼손으로 놈의 멱살을 잡고서 창문을 통해서 끌어내 한쪽에 패대기쳤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혈도를 봉쇄하는 건 덤이다.
쿠당탕탕!
건장한 체구답게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가는 오를레앙 공작.
그런 모습을 본 호위기사들은 악에 받쳐 눈을 부릅떴다.
“가, 감히! 쳐라!”
오를레앙 공작 때문에 감히 다가오지 못하던 기사들이 분노해 소리친다.
그래, 어차피 곱게 보내 줄 시기는 지났다, 이 자식들아!
열 명의 기사가 살기등등한 기세를 뿌리며 다가왔다. 그 뒤에는 20명에 이르는 경기병대가 벽을 쌓듯이 자리를 잡았다.
아공간에 넣어 둔 디바인 소드를 꺼낼 필요성조차 안 생기는 놈들이다.
단전의 내공을 끌어와 다리에 집어넣었다.
거의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선에서 행해질 정도의 자연스러운 운용.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단전의 내공이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다.
파앙!
“우와악!”
지면을 박차고 달리자, 살기를 피우던 기사가 대경실색하면서 비명을 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투구 속에서 입을 쩍 벌린 녀석의 면상에 라이트 훅을 먹여 주었다.
까앙! 우적!
금속성과 함께 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하모니를 이룬다.
“죽여!”
뒤에 선 기사가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미 소리치는 놈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중이다.
뻐걱!
놈의 갑옷을 우그러뜨리면서 거의 손목 부근까지 파고들었다.
입을 쩍 벌린 채 고통을 즐기는(?) 놈을 뒤로하고서 나머지 놈들을 해치워 갔다.
훈련이 잘된 놈들인지, 마지막 두 명을 해치울 때 즈음엔 반격을 들어왔다.
물론 간단하게 롱소드를 빼앗아서 손잡이로 머리통을 날려 주긴 했지만.
“늬들은 어쩔래?”
한겨울임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주춤대는 경기병대에게 말했다.
경기병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더니,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내게 창을 겨눈다.
“쳐, 쳐라!”
“쯧!”
가볍게 혀를 찼다.
이해는 된다.
그냥 항복했다가는 먼저 쓰러진 기사들의 후환이 두려운 것일 터다.
녀석들을 해치우는 건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마나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경기병대의 공격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으니까.
비록 맨몸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우와악!”
“사, 살려줘어어어!”
창을 피하면서 경기병대를 한 놈씩 높이 높이 날렸다.
놈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대략 성벽의 2/3 지점가량 솟구쳤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축 늘어졌다.
콰앙! 쿠당! 콰당탕!
경기병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박자 삼아 걸으면서 오를레앙 공작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공을 담은 주먹에 맞아 뇌진탕을 일으켜 몸이 제멋대로 경련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어이,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끄으으으…….”
놈을 내려다보면서 나름 친절하게 말했지만, 괴로운 얼굴을 하고서 꿈틀거리기만 한다.
“어이, 어이!”
녀석이 꿈틀대기만 할 뿐 좀처럼 일어나질 않아, 발끝으로 옆구리를 툭툭 걷어찼다.
“으윽! 윽! 으으윽!”
그제야 오를레앙 공작이 인상을 벅벅 쓰면서 일어나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는 건 비틀거리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눈 깔라고 했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이러고도 프레하 제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오?”
분한 얼굴로 소리치며 시근덕거리는 오를레앙 공작.
“개소리 집어치워. 발루아 공작 새끼를 보낼 땐 언제고? 그나저나 머리는 장식이냐? 눈 깔라고 새꺄.”
“큭! 그대는 귀족으로서 자각이 없는 거요? 타국의 공작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오를레앙 공작은 얼굴을 와락 구기면서 이를 갈았다.
이런 놈은 곧 죽어도 입만 나불댈 인간이다.
힘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 줬음에도 기가 꺾이지 않다니, 나름 대가 세다고 해야 할까?
오른손을 들어 ‘V’자를 만들었다.
“……?”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이 분통을 터트리는 와중에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눈 깔라고 자식아!”
푹!
“아아악!”
***
검지와 중지로 눈 밑을 찔린 오를레앙 공작이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다.
‘어째서 마나가 꼼짝도 하질 않는단 말인가!’
그는 지금의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전신에 용솟음치던 마나가 지금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가 꺼지라고 했어, 안 했어? 응?”
화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아이언 백작을 피해 뒤로 물러났으나,
빠악!
“어흑!”
정강이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똑바로 안 서지?”
빠악!
“큭!”
고통 때문에 주저앉으려는데 이번엔 반대편 정강이에 엄청난 고통이 생겨났다.
“으윽! 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오를레앙 공작이 앓는 소리를 했다.
“몰라서 물어? 그냥 꺼지라는데 왜 말을 안 들어 처먹어? 내 말이 우습냐? 우스워?”
빠악!
“으윽! 지, 지난번에도 쉬었다 가지 않았소!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오.”
억울한 마음에 오를레앙 공작이 항의하듯 말했다.
“내가 여관방 주인이냐? 꺼지라고 할 때 꺼졌으면 이런 꼴도 안 당했을 거 아냐!”
“크흑! 심각한 외교 문제가 될 거라는 건 알고서 내게 이렇게 모욕을 주는 것이오? 프레하 제국의 사신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냔 말이오!”
더 맞았다간 정강이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신의 신분을 들먹이는 오를레앙 공작.
“후우… 사신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그러자 윌슨이 한숨을 내쉬었다.
“…….”
오를레앙 공작은 윌슨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래 봐야 한걸음이면 좁혀질 거리였지만, 오를레앙 공작은 윌슨과 조금이라도 떨어지려고 했다.
“우리 황제 폐하께서 뭐라는 줄 알아?”
“무, 무어라 하셨소?”
“화끈하게 한 판 붙자고 하시더라. 넌 운 좋은 줄 알아. 선전포고가 정식으로 프레하 제국에 알려졌으면 넌 나한테 뒈졌어. 알아?”
“그, 그냥 지나가겠소. 그러니…….”
윌슨의 과격한 말에, 오를레앙 공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야. 나 마음이 바뀌었어. 오늘 하루 푹 쉬었다가 가라.”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는 윌슨.
두려운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던 오를레앙 공작은, 눈앞에 불이 번쩍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
다음 날,
“으으음…….”
오를레앙 공작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한동안 적응할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
낯선 방에서 깨어난 탓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아!”
그러나 이내 탄성을 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아이언 백작의 영주 성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던 오를레앙 공작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춰졌다.
‘어째서 아이언 영주 성에 들어온 기억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