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5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4화
154화 대책(2)
***
약간의 헤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진지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영지 개발 문제가 아니라서 재정을 담당하는 안토니는 제외되었다.
대신에 평소와 달리, 시안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장인 피터슨이 회의에 참석했다.
발루아 공작과 흑기사들이 난장을 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프레하 제국의 전쟁 도발이라고 정의하는 게 옳다. 그래서 전쟁과 관련된 인물을 모아 놓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안, 보고해.”
“예, 영주님. 아이언 기사단, 사망 3명, 부상 4명. 총인원 12명입니다. 보병의 피해는 없습니다.”
“블루드래곤 기사단, 사망 27명. 부상 9명. 총인원 73명입니다. 주둔병의 피해는 없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블르드래곤 기사단장인 피터슨까지 덩달아 보고를 올렸다.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레이놀드 영지에서부터 나와 함께 했던 아이언 기사단의 피해가 3명이나 된다. 상당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을 텐데도 사망자가 생기다니…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피해가 컸지만, 수준 미달인 기사들이 많아 이해할 수 있는 피해다.
그나마도 매일 아이언 기사단과 함께 훈련하면서 피해가 줄어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전까지의 블루드래곤 기사단 소속의 기사들은 무늬만 기사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흑기사 50명을 상대로, 두 배가 넘는 숫자가 달려들었는데도 이토록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놀랍다.
하긴…
이제는 제법 기사 티를 내는 시안 녀석이 힘겨워했을 정도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부족한 병력은 병사들 사이에서 차출하고, 병사는 보충하도록 한다.”
“예! 영주님!”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실 겁니다.”
시안과 피터슨이 각각 대답했다.
이런 쪽의 예의에 무지한 시안은 평소대로 짤막하게 대답한다.
녀석의 심각한 얼굴만으로도 얼마나 상심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놀드 영지를 떠나면서 같이 잘 살아보자고 맹세했던 부하들이다. 그런 녀석들의 죽음을 단지 숫자만으로 전해 듣는 건 괴로운 일이다.
“괴로운 건 알겠지만, 프레하 제국 놈들이 작정하고 노린 공격에 이 정도의 피해로 끝날 수 있었던 것도 영주님께서 미리 알려 주신 덕분입니다.”
피터슨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딱히 위로가 되진 않지만, 그의 말에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늦게까지 서류를 정리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황제의 장례식이나 황제 즉위식이 늦어졌더라면, 내가 없는 상태에서 발루아 공작과 흑기사들의 공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영주 성은 물론이거니와 영지민까지 몰살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거다.
새삼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발루아 공작이 다시 나타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분명 내 손으로 놈의 심장을 뚫어 버렸는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분명 이황자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발루아 공작의 심장을 확실하게 뚫어 놓았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서 놈이 데려온 두 명의 기사에게 관뚜껑까지 덮어서 전해 주었다.
그런데 다시 살아나서 나의 영지를 공격해 왔다.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
싸우면서 발루아 공작에게 흑마법사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아직도 의문스럽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내는 게 쉬운 일인가?
“흑마법이라면 가능하다.”
세인트가 단정 짓듯 짧게 말했다.
녀석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래,
실제 증거가 나와 함께 있다. 흑마법사들의 소환술로 마계에서 뛰쳐나온 마왕이 바로 세인트다.
죽었던 놈이 되살아나는 것을 의문스러워하기엔 녀석의 존재부터가 반칙이다.
“몇 번이고 살려낼 수 있는 건가?”
“그건 곤란하지. 아무리 흑마법이라고 해도, 한 번 마기에 물들였던 존재를 계속 반복적으로 되살릴 순 없어. 처음 되살려 낼 때 시체에 남은 모든 잠재력까지 뽑아서 사용하니까.”
세인트가 고개를 흔든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겠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다. 한 번 이상은 되살려 낼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다.
중간 과정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같은 놈과 몇 번이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문제는…
“프레하 제국이 어느 정도나 그런 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게 관건이겠군.”
“많이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거다.”
세인트가 안심하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하지만 나로서는 무턱대고 믿을 수만은 없다. 이미 죽은 발루아 공작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상황이다.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이번처럼 궁지에 몰리는 건 질색이다.
“어떻게 장담하지?”
“흑기사와 같은 놈들을 만들려면 상당한 수준의 흑마법사가 값비싼 마법 재료를 잔뜩 들여서 마계의 소환수를 시체에 녹여내야 가능해. 물건을 찍어 내듯 아무렇게나 만들 수는 없지.”
“프레하 제국이라면 흑기사를 몇이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중요한 문제다.
최대치를 대충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다.
“프레하 제국이라면 최소 천 마리에서 최대 삼천 마리 정도가 한계일 거다.”
“돈 때문에?”
“아니, 돈 때문이 아니야. 죽은 기사들의 숫자를 유추해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는 기사의 시체를 되살리는 건 비효율적이거든.”
“그렇군.”
이제야 이해가 간다.
흑기사로 부활시키려면 최소한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기사는 되어야 가치가 있다는 얘기일 거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부활에 들어가는 흑마법사의 노력이 상당할 터.
아무나 마구잡이로 살려 대는 건 그들로서도 부담될 터다.
“프레하 제국에 마왕이 있을 확률은?”
[…….]
세인트와 눈을 마주치면서 질문을 던지자, 집무실에 모인 녀석들의 눈이 커진다.
“윌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왕이라뇨?”
코너가 의문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만약 녀석이 먼저 끼어들지 않았다면 시안이나 피터슨이 질문을 던졌을 게 뻔하다.
“세인트에게 물었다. 코너.”
“네…….”
일부러 녀석의 말을 막았다.
결과가 중요한 거다. 중간 과정까지 이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좀 복잡하다.
세인트가 마왕이라는 걸 설명했다가는 이들이 어떤 혼란을 겪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마계에서 인간 세계에 나온 마왕은 넷이다. 그중에 한 놈은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은 마왕도 있나?”
“서열 49위의 마왕인데, 그 자식은 아직도 본인이 천사인 줄 알아. 정신이 어떻게 된 놈이라고 하더군.”
세인트가 눈을 껌벅거리면서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코너 일당은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인간 세상에 마왕이 벌써 넷이나 튀어나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그래도 마왕이잖아?”
“이미 인간계에 나온 지 200년도 넘었다고 한다. 하늘을 보려고 인간계에 나온 놈이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머지 세 놈이 문제야. 프레하 제국에 최소한 한 놈쯤은 있을 거라고 본다.”
“‘마르바스’라는 놈이겠군요.”
코너가 신음하듯 말했다.
“아마도 그럴 거로 생각한다. 흑기사 놈들이 그렇게 지껄이는 걸 보면…….”
세인트가 눈을 껌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기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의 태도에 코너 일당이 질린 얼굴을 한다.
상황을 설명하는 녀석이 마왕이라는 걸 안다면 저들도 충분히 세인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녀석의 목적이 참한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니, 마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현재는 로맨틱한 결혼보다는 육체적인 쾌락에 더 열중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세인트, 나머지 두 놈도 ‘마르바스’라는 놈과 함께 있을까?”
“함께 있을 확률은 높지 않아. 서열 10위 이내의 마왕들은 상하 관계가 아니거든. 일종의 경쟁자? 같이 행동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야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놈들이니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군.”
세인트에게서 들어야 할 얘기는 다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너 일당과 같이 들어야 할 얘기는 여기까지라는 의미다.
나머지 얘기는 세인트와 따로 얘기해야 한다.
“자! 모두 세인트 얘기 들었지? 이 녀석이 흑마법 쪽에 잠시 몸을 담았던 녀석이라 정보는 믿어도 좋아.”
“아… 그래서 흑기사들과 싸울 때 암흑의 기운이 약간 느껴졌던 거군요?”
코너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탄성을 흘린다.
“그때는 조금 흥분해서 과하게 힘을 쓴 거다.”
세인트가 볼을 긁적였다.
평소에는 마계의 기운을 숨기는 녀석인데,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에 과하게 힘을 쓴 모양이다. 그러니 코너가 마기를 눈치챘을 터다.
어쨌거나 코너까지 세인트의 얘기에 신빙성을 더해 주니 말하기가 쉬워졌다.
“발루아 공작이 우리 영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황궁에 전했어?”
“물론이죠. 아버지께서 크게 화가 나셨어요.”
“황제 폐하께선 별말씀 없으셨고?”
“네, 깨어나시거든 황궁으로 오시라는 말씀밖에는 없으셨어요.”
“염병… 죽다 살아난 놈한테 황궁으로 들어오라는 게 할 소리냐?”
기가 막혀서 툴툴거렸다.
이번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세인트 녀석이 늦게라도 와줘서 무사할 수 있었다. 살아나긴 했지만, 당분간 황명을 따를 순 없을 것 같다.
백 년 내공을 완성하긴 했지만, 아직 나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할 순 없으니까.
아프다고 징징대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당장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황제의 부름은 잠시 뒤로 미뤄둬야겠다.
“이번 일로 프레하 제국 놈들이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지 알게 되었을 거다. 그러니 우리도 철저히 대비해야겠어.”
분위기를 한번 팍 잡아 주고서 집무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같은 상황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은 마음이 없다.
놈들이 시체를 이용한 전투까지 벌일 정도로 악랄하게 나온다면, 우리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놈들에게 빅엿을 먹여 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영지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생각이다.
이름하여 ‘혹한기 훈련’.
봄이 올 때까지 기사와 병사들을 굴리고 또 굴릴 생각이다.
발루아 공작과 흑기사들로 인하여 생겨난 두려움과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부하들을 건져 내려면 말이다.
***
다각, 다각, 다가닥…
한 대의 마차가 숲을 가로질러 한가로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중무장한 기사들이 말을 타고 따르는 중이다. 10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말을 탄 기사들의 뒤로 여러 대의 짐마차가 뒤따르고 있었다. 짐을 지키기 위해서 20명에 이르는 경기병대가 마차를 보호하면서 따라가고 있다.
여유롭게 달리는 마차 안,
견고해 보이는 갑옷이 사람처럼 의자에 앉아 있고, 중년 사내가 갑옷 옆에 앉아 있다.
그리고 맞은편 자리에는 은발에 은색 콧수염을 기른 오십 대 정도의 사내가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
“뒤랑 후작, 왜 그렇게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습니까?”
갑옷 옆에 앉은 중년 사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붙였다.
“오를레앙 공작 각하, 걱정되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가 그리 걱정된다는 겁니까.”
“누군가 발루아 공작님의 모습을 흉내 내어 아이언 백작의 영지를 공격했다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해명을 위해서 엘튼 제국에 가는 것이고요.”
오를레앙 공작이 빙그레 웃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뒤랑 후작은 발루아 공작이 프레하 제국의 황궁에 있는 줄 알고 있다.
뒤랑 후작은 이전에 엘튼 제국과 벌인 전쟁에서 오를레앙 대공의 작전참모로 참전했던 인물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입심이 좋아서, 아이언 영지에서 벌어진 기습이 프레하 제국의 뜻이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 데려가는 거다.
“하지도 않은 일을 해명하러 가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애초에 발루아 공작 각하께선 황궁에 계시질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엘튼 제국이 승리했으니, 그들이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우리는 해명해줘야 하는 겁니다. 패전국의 현실이죠.”
“빌어먹을 엘튼 제국 놈들!”
뒤랑 후작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말아쥐면서 이를 갈았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사실 그대로만 얘기하시면 놈들도 우리에게 계속 억지를 부릴 순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기분은 정말 더럽습니다.”
뒤랑 후작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너무 화내지 마시고 진정하십시오. 조금만 더 가면 아이언 백작의 영지가 나올 겁니다. 거기서 하루 쉬었다가 가십시다.”
오를레앙 공작이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쉰다는 건 핑계다.
아이언 백작의 성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아울러서 아이언 백작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발루아 공작과 흑기사를 어떻게 처치할 수 있었는지, 그것도 알아볼 겸해서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차의 흔들림에 몸을 내맡기는데,
“……!”
함성이 들려왔다.
단순한 함성이 아니라, 구령에 맞춰 한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듯한 음성이다.
의아한 생각에 오를레앙 공작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대단하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아직도 한겨울이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괴로운 날씨.
그런데 아이언 영지의 병사와 기사로 추측되는 사내들이 아이언 영주 성으로 통하는 넓은 공터에서 뒹굴고 있다.
‘전에도 이런 공터가 있었던가? 저 구조물은 또 뭐란 말인가!’
오를레앙 공작은 넓은 공터에 세워진 괴상한 형태의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보고서 의아해 했다.
“뭘 보고서 그렇게 감탄 하시는 겁니까? 으음… 놀랍군요.”
뒤따라 마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뒤랑 후작 또한 탄성을 발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악을 쓰면서 훈련하는 아이언 영지의 병사와 기사들에게 놀란 것이다.
두 사람이 감탄하는 사이, 마차는 아이언 영지병의 훈련장을 지나쳐 갔다.
그제야 내밀었던 고개를 마차 안으로 집어넣는 두 사람.
“엘튼 제국의 모든 병사가 다 저렇게 겨울에도 훈련에 열중한다면… 만만치 않겠군요.”
뒤랑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성을 흘렸다.
“아닐 겁니다. 당장 우리가 지나쳐왔던 베링 요새의 병력만 해도 추위에 떨고만 있었지 않습니까. 아이언 영지의 병력이 유난한 걸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대체 아이언 백작이라는 인물은 무슨 생각으로 이 추운 겨울에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만나 보면 알겠지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를레앙 공작이 굳은 얼굴로 맞장구쳤다.
그로서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워어! 워어!”
마부가 말을 다루는 소리를 듣고서야 두 사람은 마침내 아이언 영주의 성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요!”
성을 지키는 경계병들이 정체를 물어 왔다.
그러자 마차 뒤에서 기사 하나가 말을 몰고 다가갔다.
“우리는 프레하 제국의 사신단이요. 오를레앙 공작 각하를 모시고 왔으니, 도개교를 내려 주시오!”
마차를 지나쳐간 프레한 제국의 기사가 크게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영주님께 보고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성벽 위에서 곧바로 화답이 오자, 신분을 알려 주었던 기사가 알았다는 듯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얼마쯤 기다리자, 다시 성벽 위에서 아까 말을 걸었던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를레앙 공작께 영주님께서 전하시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병사의 음성.
마차 안에 있던 오를레앙 공작은 병사의 말을 듣고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도개교를 내릴 생각은 안 하고, 아이언 백작이 자신에게 전하라는 얘기가 있었다니 궁금하긴 했다.
“내가 오를레앙 공작이다.”
“그럼 영주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어서 전하라.”
병사가 목구멍이 찢어질 정도로 소리치는 바람에, 오를레앙 공작이 덩달아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성벽 위에 선 병사가 두 손을 모아 입 앞에 가져가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꺼져 버려! 이 개자식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