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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5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0화

150화 ……꽃향기(2)

 

 

 

 

윌슨은 진룡검법의 일 초식인 단천(斷天)의 수법으로 발루아 공작에게 헤로드 소드를 내려그었다.

단전의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와 모조리 헤로드 소드에 퍼부어 담았다.

부하들이 걱정되어 간을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최대한 빨리 발루아 공작을 처치하고서 흑기사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나 폭발로 인하여 기가 꺾인 부하들이 어렵게 싸울 것이라는 건 생각해 보나 마나다.

푸른빛 검강을 담은 헤로드 소드가 떨어지자, 발루아 공작이 방패를 들어 막았다.

 

꽈앙!

 

‘가벼워!’

 

윌슨은 방패를 강타한 순간,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헤로드 소드에 걸리는 감촉이 나빴다.

묵직한 맛이 부족하다.

곧바로 한발 내디디는 윌슨.

진각까지 담아 힘차게 발을 굴렀다.

 

꾸웅!

 

무시무시한 살기를 담은 롱소드가 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품은 채 윌슨의 목을 베어 왔다.

그는 진각을 밟은 반동력으로 상체를 돌려 헤로드 소드를 위로 쳐올렸다.

 

꽈앙! 카앙!

 

푸른 검강과 검은 오러 블레이드가 격돌하면서 두 번의 충돌음이 연달아 터졌다.

강력한 기운이 부서지는 소리와 두 사람의 병기가 부닥치면서 발생한 타격음.

 

“커헉!”

 

손해를 본 것은 윌슨이었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검강이 폭발할 정도의 강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비틀거리면서 뱉은 기침과 함께 주르륵 밀려났다.

그에 반해 발루아 공작은 그저 몇 걸음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하하하! 그렇지, 이랬어야지. 그래, 이랬어야 상황이 맞지.”

 

발루아 공작이 흡족한 표정으로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으윽!”

 

입가에 흐른 피를 손등으로 훔치면서 윌슨이 분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전력을 다하면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지난번보다 더 강해졌어.’

 

갈증이 일어난다.

여유 있는 얼굴로 다시금 검은빛의 오러 블레이드를 롱소드에 덧씌우는 발루아 공작의 모습 때문이다.

그리고,

 

“주, 죽지 않아!”

 

“이것들 괴물이야!”

 

“미친놈아! 물러나면 어떡해? 같이 공격해!”

 

“팔이 잘렸는데도 덤벼들고 있어!”

.

.

.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언 영지에 소속된 기사들의 두려움이 묻어나는 음성.

 

“싸워라! 버티고 있으면 영주님께서 도와주실 거다!”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시안의 음성이 혼란스러운 소음을 뚫고 들려왔다.

 

으득!

 

윌슨이 손등에 묻은 피를 갑옷에 대충 슥슥 문지르고는 다시 헤로드 소드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제길! 최악이야!’

 

평소에는 헤로드 소드의 손잡이를 잡으면 마음이 안정되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한창 공격에 열중하다가 발루아 공작의 방패에서 쏟아진 마나 공격에 노출된 게 치명적이었다.

 

츠즈즛! 츠즛!

 

“망할…….”

 

윌슨이 혀를 찼다.

단전의 내공을 인도해 검강을 만들었으나, 안정되지 못하고 위태롭게 흔들린다.

내공의 흐름이 불안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싸울 수 있겠나? 뭐, 순순히 죽어 준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이왕이면 반항해줬으면 좋겠어. 지난번엔 일방적으로 당했더니 아주 재미가 없었거든. 네놈도 그때 나를 쉽게 해치워서 재미없었겠지?”

 

고개를 모로 꼬면서 발루아 공작이 환하게 웃었다.

그의 롱소드에 맺힌 검은빛 오러 블레이드는 처음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완성된 형태로 맺혀 있었다.

 

“흑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았나?”

 

윌슨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싸우다 말고 잡소리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다.

조금이라도 대자연의 기운을 흡수하는 편이 공격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하지 않겠지만, 얘기를 길게 하고 싶진 않아. 멍청하게 주절거리다가 뒈진 놈들을 여럿 봤거든.”

 

발루아 공작이 빙그레 웃으면서 롱소드를 겨눴다.

마치 ‘네놈의 속셈쯤은 다 알고 있다.’라는 듯한 표정이었기에 윌슨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속내를 들킨 탓에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건다!’

 

단전의 내공을 박박 긁어 헤로드 소드에 모조리 쑤셔 박았다.

공격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다음 수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니, 생각할 수도 없었다.

내상을 입은 탓에 내공의 흐름이 원활하지가 않다.

검강과 같은 내공 소모가 많은 수법을 사용하면 반드시 경락(經絡)이 망가질 것은 뻔한 사실.

다음 수를 위해 힘을 아껴도 경락이 버티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필살의 일격을 준비하는 편이 더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차아아압!”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기합성을 지르면서 헤로드 소드를 머리 위로 들었다.

그러자 발루아 공작 또한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방패와 롱소드에 더욱 마나를 집중했다.

상대의 기세가 범상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윌슨과 발루아 공작의 시선이 허공을 격하고 뒤엉켰다.

서로가 이번의 격돌이 승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거라고 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큭!”

 

먼저 움직인 것은 윌슨이었다.

사방에서 부하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악!

 

꼼짝도 하지 않고 발루아 공작을 노려보던 윌슨의 등 뒤에서 폭발하듯 흙먼지가 일어났다.

 

“우웃!”

 

순간적으로 윌슨의 모습을 놓친 발루아 공작이 당혹성을 흘렸다. 눈앞에 상대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 순간, 망설일 것도 없이 몸을 돌렸다.

예상했던 대로 윌슨이 검을 앞세운 채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마나를 잔뜩 품은 방패로 윌슨의 검을 걷어 내고 곧바로 롱소드를 쭉 뻗었다.

 

푸각!

 

“……!”

 

발루아 공작이 눈을 크게 떴다.

 

“부, 분명…….”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자신의 가슴에 솟아난 검날을 믿을 수 없었다.

푸른빛 오러 블레이드에 휩싸인 검이 거의 두 뼘이나 갑옷을 뚫고 튀어나와있다.

 

스스슷!

 

그제야 눈앞의 윌슨이 부서지듯 흩어진다.

 

“잔상이라니…….”

 

발루아 공작이 말끝을 흐렸다.

고통?

없다.

대부분의 감각을 포기한 몸이다. 그중에 고통을 느끼는 감각도 포함된다.

가슴에 삐죽 튀어나온 검날을, 방패를 쥐었던 왼손으로 움켜쥐고서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투캉!

 

가슴에 박혔던 검날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발루아 공작은 육체의 구속이 풀리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오른손에 마나를 더욱 집중시켰다.

손에 쥔 롱소드에 칠흑의 오러 블레이드가 타오르듯 일렁거린다.

 

‘이것으로 끝이다, 이놈!’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디바인 소드!”

 

뜻 모를 소리가 발루아 공작의 귀에 들려온 건 그때였다.

 

뻐걱!

 

관자놀이에 무언가 파고든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어, 어…….”

 

전신에 힘이 한꺼번에 쫙 빠져나가는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음습하고도 강렬한 살기를 담은 칠흑의 오러 블레이드가 단박에 사라지고,

 

까드득!

 

머리가 고정된 채로 몸이 돌아가면서 목뼈가 어긋났다. 목이 반 바퀴 이상 돌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개 같은…….”

 

발루아 공작의 입에서 한탄스러운 욕설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관자놀이에 검을 쑤셔 박은 아이언 남작이, 입에서 핏물을 줄줄 흘리면서 노려보고 있다.

분명 상대는 한 자루의 검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자신의 머리에 박힌 이것은 무어란 말인가!

 

“크흑!”

 

잃어버린 감각이라 생각했던 고통이 엄습해 온다.

단순한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이다.

 

“쿨럭, 쿨럭! 꺼져라!”

 

윌슨이 피 기침을 토하면서 손아귀에 힘을 주자, 새파란 기운이 검날을 타고 밀려온다.

 

츠즈즛!

 

“아, 아, 안…….”

 

불길한 느낌에 흐느적거리는 손으로 투구을 뚫고 관자놀이에 틀어박힌 검날을 잡아 빼려고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강력하던 육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겨우 목이 돌아간 정도로 이렇게 무기력해 질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푸른빛이 검날을 타고 맺히는 모습이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마침내 푸른빛이 관자놀이에 닿을 때,

피부가 바스러지면서 엄청난 고통이 더해졌다.

 

“끄아아아!”

 

퍼엉!

 

비명과 함께 발루아 공작의 머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

 

“쿨럭! 쿨럭! 우욱!”

 

가슴이 으스러지는 것 같다.

내상을 입은 몸으로 무리하게 검강을 사용한 탓이다.

헤로드 소드가 부러지는 것과 동시에 아공간의 디바인 소드를 소환하면서 한 차례 더 무리하고 말았다.

평소라면 미미한 양의 내공 소모에 불과했으나, 내상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그것마저도 버거웠다.

이곳 세상에 떨어지고서 이토록 힘겹게 싸웠던 적이 있던가?

발루아 공작은 황궁에서 싸웠던 당시보다 훨씬 더 강했다. 가슴이 꿰뚫리고도 반격을 시도할 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우두둑!

털썩!

 

발루아 공작의 시체에서 머리가 분리되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투구와 함께 꿰뚫린 해골이다.

디바인 소드에 검강을 담는 순간, 피부와 뇌가 가벼운 폭발을 일으키면서 터져나가고 두개골만 남았다.

덮개를 올린 투구 안에 해골이 눈구멍으로 회백색 뇌수와 시커멓게 죽은 피가 흘러내린다.

바닥에 너부러진 발루아 공작의 몸통에서도 시커먼 피가 꾸역꾸역 기어 나온다.

인간의 피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온몸이 거대한 해머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린다.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몸 상태가 최악이다.

 

“머리, 머리를 공격해!”

 

“아, 안 죽는단 말이다!”

 

“완전히 부숴버려! 다시 움직인다! 아아악!”

.

.

.

 

부하들의 절규가 고막을 터트릴 듯 몰아쳐 온다.

한가하게 아프다고 징징거릴 때가 아니다.

부하들이 흑기사들을 상대로 힘겹게 혈투를 벌이고 있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쓰바!

원래 우두머리 놈을 죽이면 잔챙이는 알아서 죽는 거 아니었나?

발루아 공작만 해치우면 나머지 놈들도 저절로 쓰러질 거로 생각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끄응!”

 

와자작!

 

발루아 공작의 투구를 밟고서 디바인 소드를 뽑아냈다.

그런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뼈마디가 덜그럭거리면서 부서지는 느낌이다.

진의심공(眞意心功)의 법문에 따라 몇 차례 호흡을 갈아 쉬고 몸을 돌렸다.

내상을 치료하려다가는 부하들이 전부 골로 가게 생겼다.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난전이 벌어진 현장으로 달려갔다. 시안 녀석이 겨우겨우 흑기사의 공격을 막아 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바스’님을 위해 죽어라!”

 

흑기사가 감정의 고저조차 없는 음성으로 시안을 향해 롱소드를 휘두른다.

지금 속도로는 놈의 공격에서 시안을 지켜 내기란 불가능하다. 단전의 내공을 쥐어짜 비룡보법의 두 번째 운용법인 광룡질풍(光龍疾風)을 발휘했다.

 

“큽!”

 

절로 신음이 튀어나온다.

디바인 소드에 검강을 유지한 채로 내공을 더 끌어올리는 바람에 단전에 무리가 생긴 모양이다.

단전이 찢겨나가는 듯한 통증과 함께 흑기사가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착지와 동시에,

 

꾸웅!

 

야구 방망이로 공을 치듯이 디바인 소드를 풀 스윙으로 휘둘렀다.

 

스가각!

 

시안에게 롱소드를 내려치려던 흑기사의 팔과 목을 한꺼번에 베었다.

목이 떨어지는 순간, 흑기사의 머리가 ‘퍽’ 소리를 내면서 터져 나간다.

 

“어헉! 여, 영주님!”

 

놀란 얼굴로 시안이 소리친다.

 

“쿨럭! 소리 지르지 마! 골 울려!”

 

지끈거리는 두통에 짜증을 담아 소리쳤다.

어찌어찌 늦지 않게 시안을 구하기는 했으나, 현기증이 일어나 사물이 두세 개로 보일 지경이다.

 

“끄로얀을 네놈이! 크아아압!”

 

블루드래곤 기사단 소속 기사의 목을 치고는 괴성을 지르면서 덤벼드는 또 다른 흑기사.

조금 전에 죽인 흑기사와 친분이 있었던 놈인지,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며 롱소드를 세워 들고서 달려온다.

역시나 시커먼 기운이 그의 검신을 휘감고 있다.

결코, 인간의 것일 수 없는 색채의 마나 블레이드다.

 

“여, 영주님!”

 

시안이 찢어지는 음성으로 소리친다.

팔목이 탈골되었는지, 롱소드를 쥔 채로 덜렁덜렁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내가 저 세상으로 보내 준 흑기사와 격돌하면서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힘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놈이, 힘에 밀려 팔목이 탈골될 정도다. 흑기사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 주는 방증이다.

 

“알아! 안다고!”

 

달려오는 흑기사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접근하는 흑기사의 모습이 두어 명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시야가 흐릿하다. 그런 와중에 디바인 소드에 맺힌 검강의 색이 주황 빛깔을 띤다.

내공의 흐름이 불안정해 검기 형태로 약화 되어감을 의미한다.

 

“염병!”

 

둘로 보이는 흑기사에게 욕설을 흘리면서 디바인 소드를 휘둘렀다.

두 번의 공격.

 

쉬익! 스각!

 

한 번의 헛손질을 대가로 디바인 소드에 묵직한 감각이 걸린다.

 

“끄윽! 으으… 으아악!”

 

두 명의 흑기사가 똑같은 모습으로 목을 움켜쥐고서 괴로워한다.

목에서부터 피부가 바스라지기 시작하더니 턱까지 부서져 갈 때쯤,

 

푸걱!

 

덮개를 내린 흑기사의 투구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허억, 헉… 쿨럭! 쿨럭!”

 

숨이 차오른다.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기침이 튀어나온다. 비릿한 맛을 남기면서 핏물이 기침을 따라 울컥 솟구친다.

 

“영주님, 뒤!”

 

시안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면서 붉은 검기에 휩싸인 디바인 소드를 휘둘렀다.

 

스각!

 

역시나 두 개로 보이는 흑기사.

반사적으로 휘두른 공격에 놈의 얼굴이 투구째 갈라져 있었다.

공격은 성공했으나,

 

“끄으으으…….”

 

괴로운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흑기사의 검이 갑옷을 뚫고 나의 가슴에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우웁! 크흑!”

 

가슴에 검을 박은 채 무너지고 말았다.

 

스스슷…

 

붉은빛으로 일렁이던 검기마저 디바인 소드에서 꺼졌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가물거리는 시야에 흑기사 넷…

시야가 흔들려 넷으로 보인다.

둘이건 넷이건 현재 상태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

 

“여, 영주님! 이, 이번엔 제가 지키겠습니다.”

 

우두둑! 우둑!

 

시안이 탈골된 팔목 관절을 억지로 껴맞추면서 앞을 가로 막아선다.

제기랄!

한 놈도 처리하지 못한 놈이 두 놈을 막겠다고 나서는데 짜증과 분노가 한꺼번에 솟구친다.

상대가 안 될 걸 알면서도 나를 지키겠다는 놈이 짠하다.

 

“쓰바! 비, 비켜!”

 

가슴에 박힌 흑기사의 롱소드를 뽑아내고 시안을 옆으로 밀쳤다.

 

“어엇! 여, 영주님!”

 

시안이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친다.

가볍게 밀친 것만으로도 나뒹구는 주제에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자식아!

 

“크윽!”

 

롱소드를 뽑아낸 가슴에서 뜨거운 불길이 확 솟구치는 느낌이다.

달려오는 두 놈의 모습이 이제는 여섯으로 보일 정도로 시야가 엉망이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다.

숫자를 줄여 놓아야 부하 놈들의 부담이 덜할 테니까.

 

“와라!”

 

디바인 소드를 늘어뜨린 채로 달려오는 놈들을 노려보았다.

크게 소리쳤지만, 불안감이 왈칵 생겨난다.

놈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디바인 소드를 움켜쥔 손에 감각마저 사라졌다.

 

“이야아아아!”

 

비명인지 기합인지 분간할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최후의 일격!

허무하게 빗나가더라도 지른다.

순간,

 

콰앙!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지면이 흔들린다.

덕분에 디바인 소드를 휘두르려던 나는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보았다.

나의 앞을 가로막은 근육질 사내의 등판.

등장과 함께 은은한 꽃향기가 짙은 피비린내를 압도하면서 사방에 번진다.

 

“…세인트?”

 

역시나 두세 개로 보이는 세인트의 등에 대고 이름을 불렀다.

녀석은 양손으로 흑기사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꺼억!”

 

“으으으…….”

 

몸을 붙잡힌 흑기사들이 괴로운 신음을 흘리면서 무기마저 놓친 채 세인트의 팔을 잡고서 버둥거린다.

저렇게 쉬운 놈들이었다고?

세인트가 양손에 흑기사의 목을 틀어쥐고서 둘의 머리를 박치기시킨다.

 

꽈앙!

 

시커먼 핏물과 함께, 흑기사의 머리가 완전히 으깨졌다.

 

“으윽!”

 

가슴에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에 다시금 신음을 흘렸다.

마치 용암을 얹은 것처럼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열기에 정신이 가물거린다.

 

“윌슨! 내가 왔다! 안심… 이, 이런! 무슨 일이냐!”

 

바지만 입은 채 나타난 세인트가 잇몸을 드러내고 웃다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오, 오지 마!”

 

나는 다 죽어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땀에 번들거리는 상체의 근육을 꿈틀거리면서 다가온다.

녀석이 다가올수록 더욱 꽃향기가 짙어진다.

 

“우욱!”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오바이트를 하는 순간, 세인트가 나의 머리를 팔로 받친다.

 

“우웨엑!”

 

끔찍할 정도로 진한 꽃향기에 다시금 핏물을 뿜었다.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비릿한 밤꽃 향기……

치솟는 열기와 맞물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다가오지 말라니까…….”

 

현기증과 함께 세상이 캄캄하게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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