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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4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9화

149화 ……꽃향기(1)

 

 

 

 

스스슥! 스슥!

 

회백색 성벽에 얼룩이 진 것처럼 조심스럽게 외벽을 타고 오르는 51명의 흑기사들.

발루아 공작을 선두로 성벽을 기어오르는 흑기사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혹시라도 병기가 벽에 부닥쳐 소리가 날까 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성벽을 기어오르는 속도는 빠르지 못했다.

살아 있을 당시에도 이런 식의 잠입을 해본 경험이 없기에 움직임이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이상해…….’

 

발루아 공작은 부하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일부러 천천히 성벽을 오르는 중이다.

성벽을 올라갈수록 이상한 느낌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감각이 무뎌졌다는 건 이럴 때 참 불편하다. 오직 시각과 청각만 남겨진 탓에 적의 기척을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

 

“…….”

 

성벽에 올라 주변을 살피는 순간에 위화감은 더욱 커졌다.

성벽 위에는 군데군데 화톳불이 타오르고 있을 뿐, 횃불을 들고서 순찰하던 경계병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가슴속에서 피어오른다.

외부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겨난다.

 

‘상관없겠지.’

 

발루아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와서 물러날 순 없다.

아이언 남작에 대한 복수심으로 부활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니까.

아들의 원수이자 자신을 죽인 대상이 코앞에 있는데, 찜찜하다고 해서 물러날 순 없었다.

시각과 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포기한 대신에 강인한 육체를 얻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원수를 갚아주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결정을 내린 발루아 공작이 마침내 성벽 위로 올라섰다. 그러자 나머지 흑기사들도 뒤를 따라 성벽 위로 올라왔다.

 

“……!”

 

발루아 공작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꾹 다물었다.

아이언 영지의 기사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서 대열을 완성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대열의 가장 선두에는 자신에게 죽음의 패배를 안겨 준 아이언 남작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토록 조심했건만, 무리였던가?”

 

굳은 얼굴로 내려다보던 발루아 공작이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부하들을 세심하게 통제해서 기척을 숨겼으나, 이처럼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이건 우리가 접근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질 않은가!’

 

기가 막혔다.

일부러 시간을 보내다가 침투한 일련의 과정이 모조리 헛짓거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아이언 남작이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은 지난번 싸움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침투는 제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할지라도 발각당하지 않을 거로 믿었다.

 

‘번번이 예상을 뒤엎는 놈이야. 하지만 오늘은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언 남작.’

 

순식간에 얼굴의 웃음기를 지우고서 아이언 남작을 노려보았다.

 

“어이, 오느라고 수고했어! 이제 어떻게 할래? 싸울 거냐, 튈 거냐?”

 

기사단을 대기시켜 놓고서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윌슨.

내공을 담은 그의 목소리에 일부러 깨우지 않았던 병사들이 숙소에서 깨어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필요한 병력은 제외했다는 것인가? 영리하군.’

 

상황을 파악한 발루아 공작은 아이언 남작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이가 어려서 얕잡아 본 게 가장 큰 실수였다는 걸 깨달았다.

불필요한 소란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자신들의 습격에 대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지간한 중년 귀족급만큼이나 노련한 대처다.

 

‘한차례 큰 전쟁을 겪었기 때문인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어. 그렇지만 나와 적으로 만난 걸 후회해야 할 게다.’

 

이제는 굳이 존재감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뛰어내린다!”

 

발루아 공작이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성벽 위에서 그대로 훌쩍 뛰어내렸다. 나머지 흑기사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발루아 공작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조심조심 성벽을 오르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과감한 행동이었다.

 

쿵궁! 쿠궁쿵! 쿵!

우직! 와지직!

 

쏟아지듯 성안에 뛰어내리는 흑기사들이 착지하면서 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중간중간 뼈가 부서지는 듯한 묘한 소리가 섞여 있다. 그럼에도 흑기사들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가슴을 펴고 일어섰다.

높은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음에도 흑기사들은 일체의 신음조차 없었다. 오히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서 태연하게 롱소드를 뽑았다.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크로스 보우를 바닥에 던지고는 방패를 팔에 끼웠다.

그런 광경에 윌슨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놈들의 몸에서 계속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있어. 이건 마치 트롤이라는 놈과 싸울 때 들었던 소리와 비슷해.’

 

윌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죽음의 대지’에서 마주쳤던 몬스터들.

그중에서 트롤이라는 놈은 재생력이 뛰어났다. 뼈가 부서지고도 눈에 보일 정도로 회복되는 놀라운 재생능력.

흑기사들의 몸에서도 트롤에게서 들었던 뼈가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미약한 소음 말이다.

인간의 몸이 저런 식으로 빠른 회복을 보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더군다나 성벽 위에서 아무런 준비과정도 없이 그냥 뛰어내렸다. 성벽의 높이는 무려 10 미터가 넘는다.

자신처럼 초절정의 경지를 개척한 무인이라면 준비 과정 없이 뛰어내려도 크게 탈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흑기사들의 수준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들지 못했다. 그 증거로 뛰어내린 몇몇 흑기사들의 몸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흑기사들을 살핀 윌슨은 정면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선두의 흑기사와 시선을 맞췄다.

눈을 맞추는 순간, 윌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군.”

 

발루아 공작은 자신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윌슨에게 잇몸이 드러나도록 웃어 주었다.

 

“…발루아 공작?”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윌슨이 말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 중에서 그가 아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가 아는 엘튼 제국의 소드 마스터 중에서 저런 음성을 지닌 사람은 없다.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이름은 발루아 공작이 유일했다.

하지만 입을 벌려 말을 해놓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의 손에 발루아 공작이 목숨을 잃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철컥!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날 잊지 않고 있으니 말이야.”

 

발루아 공작이 투구의 얼굴 덮개를 올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분명… 내 손으로 보내 줬는데…….”

 

윌슨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발루아 공작을 가리켰다.

 

“너무 반가워하니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군. 지난번에는 방패가 없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야. 오늘은 상황이 다를 거야. 기대해도 좋아. 아이언 남작.”

 

발루아 공작이 롱소드를 뻗어 윌슨을 가리키고는 전신에서 살기를 피웠다.

그러자 윌슨이 팔짱을 풀고 허리춤의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분명히 죽은 놈이었는데… 다른 놈들도 인간 같지는 않고…….’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전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루아 공작의 숨통을 끊었을 때, 그가 꿈틀대던 손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살아 돌아왔다는 건, 뭔가 마법적인 현상 혹은 그와 상응하는 현상이 개입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발루아 공작을 비롯해 흑기사들의 전신에 흐르는 기운이 괴랄하다. 살아 있는 인간의 육신에서 저런 기운이 흘러나올 리가 없다.

 

꾸욱!

 

검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쥔 윌슨이, 검 끝을 발루아 공작에게 겨누고 단전에 힘을 주었다.

 

“아이언 기사단과 블루드래곤 기사들은 절대로 놈들과 혼자 싸우지 마라! 인간이 아닌 것들이다.”

 

윌슨이 크게 소리치고는 헤로드 소드를 두 손으로 쥐고서 달려나갔다.

 

[와아아! 죽여라!]

 

아이언 기사단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이 저마다 함성을 지르면서 돌진해 들어갔다.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발루아 공작이 고함을 내지르면서 방패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예! 발루아 공작 각하!]

 

흑기사들이 무겁게 대답하면서 발루아 공작과 마찬가지로 방패에 마나를 둘렀다.

시커먼 51개의 방패가 어둠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서 불길한 기운을 마구 뿌려 대기 시작했다.

그런 흑기사들에게 윌슨을 비롯한 아이언 영지의 기사들이 일제히 롱소드를 휘둘렀다.

 

콰앙! 콰과광!

 

연달아 폭음이 일어났다.

고작 인간의 손에 쥐어진 롱소드와 방패가 부닥쳐 만들어 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폭발음.

 

“우웃! 씨앙! 더 몰아쳐! 짓눌러버려!”

 

당혹성을 흘린 시안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자 아이언 영지의 기사들은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미친 듯이 롱소드로 흑기사들의 방패를 후려쳤다.

그것은 윌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깟 방패 따위! 부숴 버리겠다!”

 

거의 전력을 다한 일격에도 부서지지 않은 발루아 공작의 방패에 또다시 헤로드 소드로 후려쳤다.

 

콰앙!

 

엄청난 굉음이 일어났다.

주변의 다른 타격음을 한순간에 제압해 버릴 만큼 엄청난 충돌음.

그럼에도 발루아 공작의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다.

바짝 약이 오른 윌슨의 푸른 검강에 더욱 강렬한 기운이 어렸다.

자잘한 타격보다는 작정하고 제대로 크게 먹여 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오러 블레이드를 품은 검은색 방패를 노리고 전력을 다해 내리치려는 순간,

 

“밀어라!”

 

이제껏 방어만 하고 있던 발루아 공작의 입에서 폭발적인 고함이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거북이처럼 방패를 앞세워 방어하던 흑기사들이 일제히 방패에 의지해 뛰쳐나왔다.

 

쿠구구구궁!

 

“아아악!”

 

“커헉!”

 

연달아 비명이 튀어나왔다.

흑기사들의 방패에서 압축된 검은 기운이 튀어나와 아이언 기사단에게 쏟아진 것이다.

 

“무, 물러나! 부상자들을 챙겨! 캬악, 퉤에!”

 

시안이 목청을 돋우어 소리치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침에는 핏기가 내비치고 있었다. 흑기사의 마나 폭풍에 휩쓸려 내부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사정은 윌슨도 마찬가지였다.

 

“쿨럭! 쿨럭! 꼼수를…….”

 

윌슨이 가슴을 움켜쥐고서 인상을 썼다.

강력한 일격을 퍼부으려던 순간에 발루아 공작의 방패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파악했다.

곧바로 내공을 회수해 방어했지만, 약간의 내상을 입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괴상한 몸뚱이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어!’

 

뿌드득!

 

윌슨은 이를 갈았다.

방금 당한 공격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 아는 까닭이다.

발루아 공작은 몇 차례 시도한 자신의 공격을 모아서 한꺼번에 되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격한 사람의 기운을 억지로 몸에 가두었다가 사용한 것이라 효율은 엉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인의 기운에 상대의 기운을 더해서 공격할 수 있으니, 위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거였다.

당연하게도 인간이라면 그렇게 무모한 선택을 할 리가 없다.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 내면서 상대방의 기운을 억지로 몸에 가두려면 본인의 육체가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런 짓을 서슴없이 해댔다.

 

“이, 이런!”

 

윌슨이 신음성을 흘렸다.

흑기사들이 부하들을 공격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신처럼 한계를 넘는 마나의 충격에 노출되어 입에서 피를 토하는 부하들이 상당했다.

거의 1/4 정도의 부하들이 이번 공격에 피해를 입은 듯 보인다.

흑기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하들에게 덤벼들었다. 위기에 처한 부하들을 돕고 싶었으나, 윌슨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앞에서 발루아 공작이 검은 빛깔의 오러 블레이드를 롱소드에 생성하고서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맛이 어떤가? 아이언 남작?”

 

야비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하는 발루아 공작.

그러자 윌슨은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면서 헤로드 소드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까부터 말해 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츠즈증!

 

푸른빛의 검강을 헤로드 소드에 생성하면서 상단세의 자세를 만드는 윌슨.

 

“유언인가? 유언 정도라면 얼마든지 들어 주지.”

 

발루아 공작이 방패로 가슴과 턱을 가리면서 롱소드를 가슴 높이에서 수평으로 쥐고서 비웃음을 흘렸다.

 

“나 백작이야! 개자식아아아!”

 

윌슨이 크게 한 걸음 내디디면서 벼락처럼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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