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6화
146화 새벽의 손님들 (1)
브뜨아 요새의 후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대부분이 도망자의 신분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곳이다.
화전을 일구어 밭농사를 짓거나, 짐승들을 사냥해 다른 마을과 물물교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쁘즈랑 마을은 제법 규모가 크다.
오랫동안 전쟁의 위협을 겪지 않은 탓에 안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하 제국에서 소외된 자들... 이를테면 범죄자나 도망친 노예와 같은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었다.
국경선 부근에 인접한 마을임에도 반백년 가까운 평화가 마을의 규모를 키운 셈이다.
현재는 5천 명이 넘는 커다란 마을로 발전해 있어, 처음의 모습을 유추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자경단의 규모 또한 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나름의 체계를 구축한 상태.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 되자, 쁘즈랑 마을 외곽의 곳곳에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자경단이 야간 경계를 서기 위해서 화톳불과 횃불을 밝히는 것이다.
쁘즈랑 마을은 목책으로 이루어진 벽에 여섯 개의 망루를 운영하고, 두 개의 출입문에 초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프레하 제국의 방향으로 지어진 초소에는 네 명의 자경단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루이, 꼼지락거리지 말고 빠릿빠릿하게 좀 움직여 줄 수 없겠나?”
아메드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젊은 사내에게 인상을 썼다.
“아메드 아저씨, 새삼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신참이 들어왔으니까, 저도 좀 느긋해질 수 있잖아요.”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부려 먹을 생각부터 하는 거냐?”
“가르칠 게 뭐 있어야죠. 저쪽에 화톳불을 붙이는 게 전부잖아요.”
루이가 목책으로 이루어진 출입문을 반쯤 닫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 문을 닫아걸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딱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무려 100명이 넘는 자경단이 지키는 곳에 약탈하러 올 간 큰 도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니 방만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나름 탄탄하게 만들어진 출입문에서 손을 뗀 루이가 터벅터벅 걸어와 아메드의 곁에 섰다.
“아메즈 아저씨, 올해는 눈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도 성벽을 쌓죠.”
“그랬으면 좋겠지만, 어디 날씨가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어?”
“제국에 정식 마을로 등록되면, 우리도 제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이지. 촌장님께서 보름 전쯤에 직접 허가 신청을 냈다니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무려 오천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마을을 제국에서 가만히 놔둘 리가 있겠냐?”
아메드가 흐뭇한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정식으로 영지에 속한 마을로 인정되면 이제껏 미뤄왔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터다.
가령,
영지민임을 증명하는 신분패를 발급받거나, 영주의 군대에 입대하는 것과 같은 일들 말이다.
그동안은 반쯤 범죄자 취급이 되어서, 마을을 벗어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던 것도 사실.
“한 이삼 년만 더 공사를 계속하면 마을이 그럴듯한 모습으로 바뀔 거다. 네 녀석도 마을을 벗어나 쓸 만한 직업을 얻을 수도 있을 테고.”
“이런 날이 올 줄 어떻게 알았어요. 정말 기대된다니까요?”
“녀석… 응? 신참들 아직도 헤매는 것 같으니까, 도와주고 와라. 추운 데 감기 들라.”
아메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직도 화톳불을 붙이지 못해 꾸물대는 신참 자경단원을 가리켰다.
“하여간 어리바리하다니까요. 금방 다녀올게요. 아메드 아저씨.”
루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신참 두 명이 각자 화톳불을 입김으로 불면서 연기 때문에 콜록거리고 있었다.
‘저런 녀석들을 데리고 경계 근무는 무슨… 정식 마을로 허가만 떨어지면 이 촌구석 뜨고 만다.”
루이는 한심한 신참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 어둠 속에서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 누구…….”
아랫배에 힘을 주고서 크게 소리치던 루이는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화톳불에 입김을 불어 대던 신참들의 목이 땅바닥에 툭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광경.
머리를 잃은 신참들의 몸뚱이가 기우뚱거리다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화톳불 위로 쓰러졌다.
콰당, 쿠다당!
치이이익!
그나마 불붙기 시작한 화톳불에 핏물을 쏟아 내는 신참의 머리 잃은 시신.
이런 광경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루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빠져 몸을 떨었다.
마치 학질에 걸린 환자처럼.
‘아, 알려야 해!’
루이는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아메드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 아메…….”
사사삭!
막 입을 열어 경고성을 발하려는데,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와 은빛의 광채를 뿌린다.
스걱!
목 언저리에서 화끈한 느낌과 함께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루, 루이!”
익숙한 아메드의 음성이 귀에 들려왔다.
그러나 이내 세상이 검은색으로 물들면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사, 살려…….”
츠걱!
“미안.”
끌리욘이 중년 사내의 가슴팍에 브로드 소드의 검 끝을 쑤셔 넣고서 착잡한 얼굴로 짧게 말했다.
이제껏 군 생활을 하면서 지금처럼 기분 더러웠던 적은 없었다.
다른 나라에 원정을 나가서 민간인을 학살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오늘처럼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다.
‘어째서 이런 명령이 내려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생기를 잃어버린 중년 사내의 시신에서 브로드 소드를 빼내고 인상을 썼다.
같은 제국민에 대한 학살 명령이 내려질 줄이야…
이렇게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그저 한탄스러울 뿐이다.
비록 미등록된 마을이라고는 하나, 쁘즈랑은 마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지간한 지방의 남작령 규모였으니까.
마을이 생겨날 당시에야 범죄자나 도망자로 구성되었겠으나, 지금도 구성원의 질이 나쁠 거라곤 보기 어렵다. 오랜 시간 동안에 조성된 마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이처럼 학살 명령이 내려진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부하들도 표정이 좋지 않아.’
끌리욘은 침울한 표정의 부하들을 살펴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간간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온다.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고,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무자비한 학살을 가한 결과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약탈을 벌일 때보다도 더 가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값나가는 물건을 챙기느라 정신없었을 부하들이, 그저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다.
“모두 모여라!”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던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집합!”
[집하압!]
눈치 빠른 부대장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복명복창하고선 달려온다.
대열을 이루고 선 병사의 수는 대략 400명. 이번 작전을 위해서 2개 대대가 투입되었다.
끌리욘이 받은 명령은 쁘즈랑 마을의 초토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서 무작정 내려진 명령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러나 우리는 군인이다. 명령이 떨어지면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예!]
끌리욘이 부하들을 위로하려고 말을 꺼냈지만, 좀처럼 무거운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복귀하기 전에 전체 회식이라도 시켜 줘야겠어. 회포도 풀 겸…….’
부하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지저분한 경험이 풍부한 자신도 기분이 우울해질 정도였으니, 경험이 부족한 부하들은 오죽하랴 싶었다.
이런 식으로 마을을 초토화해버린 것이 벌써 수차례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게 당연한 거였다.
“훌훌 털어 버리고 복귀할 준비를 마치고 다시 모이기로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병사들의 목소리.
평소라면 불호령을 내렸겠지만, 끌리욘은 쓰게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럼 해…….”
막 ‘해산’ 명령을 내리려던 끌리욘이 입을 다물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쯧! 잠시 대기.”
[잠시 대기!]
끌리욘이 굳은 얼굴로 명령을 내리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음침한 분위기.
하나같이 검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손잡이까지 검은 롱소드를 허리에 찬 사람들이다. 사용하는 방패마저도 음침하기 짝이 없는 검은색.
일명 ‘흑기사’로 부르는 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쁘즈랑에 대한 초토화 명령을 받으면서 동행하게 된 사람들.
‘인간 같지 않은 새끼들…….’
놈들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감정이다.
무표정한 얼굴에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싫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그들을 이끄는 인물이 더 마음에 안 들었다.
흑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로브를 걸친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와 비슷한 복장을 한 다른 젊은 마법사들.
늙은 마법사는 목소리조차 쇳소리가 뒤섞여 거북한 음성이었다. 그래서 흑기사들이 다가올수록 끌리욘의 얼굴이 더 굳어져 갔다.
“전부 처리했나?”
음침한 눈으로 끌리욘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늙은 마법사.
“원하던 대로 개미 새끼 한 마리 남겨 두지 않고 처리했소.”
끌리욘이 사무적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잘했군. 그런데 말이야… 이거 참 일이 좀 번거롭게 되었지 뭔가.”
“뭐가 번거롭다는 거요?”
“쁘즈랑 마을의 주민이 오천이 안 되니까 문제라는 거지. 이만의 숫자를 채우기엔 부족하지.”
음침한 마법사가 쇠를 긁는 듯한 음성으로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게 문제가 되오?”
“문제지. 숫자가 부족하면 곤란하거든.”
“뭐가 곤란하다는 거요?”
“숫자는 반드시 채워져야만 계획을 실행할 수 있으니까. 이제 주변엔 마을이라고 없으니…….”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였다.
그러자 끌리욘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부하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우린 이만 복귀하도록 하겠소.”
“아!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아.”
“뭐가 자꾸 곤란하다는 거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끌리욘이 약간의 짜증을 섞어 말했다.
“숫자가 부족하다고 얘기했잖아.”
“우린 명령대로 처리했으니, 나와 상관없는 얘기요.”
마법사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답답하군그래. 숫자가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나와는…….”
푸걱!
말을 하려던 끌리욘이 눈을 크게 떴다.
“으으으…….”
복부에 갑옷까지 뚫고 틀어박힌 시커먼 줄기들.
마치 연체동물의 촉수를 연상시키는 그것이 마법사의 손바닥과 연결되어 있었다.
“대대장님!”
“뭐, 뭐야! 우리 대대장님한테 무슨 짓이야!”
시무룩해 있던 병사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소리쳤다.
“어, 어째서…….”
끌리욘이 갑옷을 뚫고 자신의 아랫배에 박힌 검은빛 촉수를 붙들고 입을 벌렸다.
그러나 핏물이 왈칵거리면서 흘러나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숫자가 부족하다고 했잖아. 네놈들이 대신 채워 줘야겠어.”
“미, 미친 개새… 그륵! 그르륵…….”
“대대장님!”
“야 이! 개자식아!”
병사들이 핏물을 게워 내는 끌리욘을 구하러 뛰쳐나왔다.
그러나,
“쳐라!”
마법사가 촉수를 회수하면서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다.
[예!]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흑기사의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가 폭사 되었다.
“우욱!”
“마, 마나 블레이드…….”
“거, 검은색… 마, 마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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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욘의 죽음에 분노하던 병사들은, 흑기사들의 공포스러운 마나 블레이드를 발견하곤 겁을 집어먹었다.
“말했지만, 숫자가 부족하다.”
헝겊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마법사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