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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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5화
145화 언제 물어봤어? (2)
***
다각, 다각, 다각…
마차를 타고 영지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이번 여행을 돌이켜 보았다.
대략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황궁에서 지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지루했고, 반란이 일어나면서 정신없었다.
그리고 시에트와 결혼 얘기를 마무리 지을 때는 진땀을 뺐다.
한국의 여자나 이곳 세상의 여자나 뭐가 그렇게 복잡한 건지…
“흐흐흐…….”
손으로 내 입술을 만지면서 흐뭇하게(사실은 음흉하게) 웃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진심을 알리는 게 훨씬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드도 없이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아서 화가 났었다나?
여자들은 정말 복잡하다, 복잡해.
어쨌든 기습적인 키스로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다.
뭔가 더 진도(?)를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깝게 불발되었다.
레이놀드 남작을 수행해야 하는데, 오붓하게 그녀와 딴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
하여간 레이놀드 남작은 여자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도움이 안 된다, 진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피식피식 웃는데,
“영주님께서 오신다!”
[와아! 영주님께서 돌아오셨다!]
영지민의 거주 구역을 지나는 순간에 함성이 들려왔다.
내가 이렇게 인기가 좋았던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영지민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손을 흔든다.
쫄다구 녀석들 한가한 꼴 보는 게 싫어서 대민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열성적으로 환호하는 영지민에게 마차 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면서 거주지역을 지나갔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고서 환호하는 이들을 쌩 까는 건 좀 그렇잖아?
어쨌든, 기분은 좋다.
한 달을 넘게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건데, 영지민이 시큰둥했으면 그것도 조금 우울할 뻔했다.
손을 흔들어 주는 사이 마차는 영지민 거주지역을 지나쳐 영주 성의 초입 언덕에 올라서고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지 푸근한 느낌이 든다.
내 손으로 성을 세워서 그런지 더 정이 간다.
드드드드득!
영주성에 다가가는 동안에 쇠사슬로 연결된 도개교가 서서히 내려온다.
겨울이라 해자의 물이 꽝꽝 얼어서 딱히 의미는 없지만, 마차가 통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쿠우웅!
마침내 도개교가 완전히 내려왔다.
그 순간,
“윌슨 놈아아! 왜 이제 오는 것이냐아!”
트와토른이 괴성을 지르면서 짧은 다리로 도다다닥 달려오는 게 아닌가!
대체 또 무슨 일이야?
***
“난장이 똥자루 같은 자식들아, 똑바로 안 하지?”
지하 벙커의 작업실 문을 여는 순간에 들려온 날이 선 목소리.
“세인트가 어째서 저기에…….”
작업실에서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는 세인트의 모습에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드워프들이 꼼짝도 못 하고 그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드워프들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일 한 번 시키려면 드워프들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 골머리를 썩혔어야 했는데 말이다.
“큽… 윌슨 놈아 저 인간 좀 어떻게 말려 봐라. 도대체 살 수가 없다.”
곁에 선 트와토른이 분하다는 얼굴로 칭얼거린다.
마치 다른 곳에서 얻어터지고 와서 형에게 징징거리는 동생 느낌이다.
“왜 저렇게 쓸데없이 말을 잘 들어? 너희가 줘 터진다고 굴복할 놈들이 아니잖아?”
“비, 빌어먹을!”
트와토른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다.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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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그래?”
“저 인간은… 우리보다 훌륭한… 대장장이다. 니미…….”
더듬거리면서 괴로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트와토른.
“당연한 거잖아.”
“다, 당연해? 뭐가 당연하다는 거냐, 윌슨 놈아!”
트와토른이 발끈한다.
어지간히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오른손을 움켜쥐면서 마음속으로 디바인 소드를 불렀다.
“디바인 소드!”
스읏!
아공간에 잠들어 있던 디바인 소드가 나의 부름에 응해 손바닥에 쥐어졌다.
“이런 걸 만든 녀석이니까.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대단하구나.”
트와토른이 디바인 소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황홀해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아, 잘 만들어진 검이긴 한가보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그런데… 이걸 오래전에 만들었다고? 윌슨 놈아, 그게 말이 돼냐? 그럼 저 인간이 꼬맹이 때 이걸 만들었다고?”
디바인 소드를 감상하던 트와토른이 눈을 부라린다.
“저 자식이, 네 눈엔 인간으로 보이냐?”
“…그럼?”
“최소한 인간은 아닐걸?”
차마 내 입으로 ‘마왕’이라고 할 순 없었다.
원래부터 녀석이 마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리치였을 때 알고 지내던 녀석이 마왕이 되어 인간계에 현신한 것뿐이다.
마왕인 것은 맞지만 마왕답지 않은 소박한 목표로 인간계에 나왔으니…
정말이지, 녀석의 정체를 정의하기가 좀 어렵다.
“큭… 드래곤은 아니겠지?”
“드래곤이었으면 네가 저 녀석 옆에 멀쩡하게 서 있을 수나 있었겠어?”
“하긴… 어쨌거나 저 인간 좀 데리고 나가줘라, 일정이 제멋대로 꼬이고 있단 말이다.”
트와토른이 볼멘소리를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무척이나 시달렸던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녀석한테 영지를 부탁하는 바람에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않았을 터다. 평소라면 영지민 거주지에 뺀질나게 드나들었을 세인트 녀석인데 말이다.
그러나 약속 하나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녀석이라, 이제껏 드워프들을 괴롭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워낙 밝히는 녀석이라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세인트가 대단하긴 대단한 녀석이다.
성깔 더러운 트와토른과 드워프들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 정도의 대장장이 실력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어쨌거나 트와토른이 힘들어하는데 그냥 놔두기도 그렇다.
“여어! 세인트!”
“응? 언제 온 거야?”
“방금.”
“약속은 지켰다. 윌슨.”
세인트가 드워프에게서 관심을 접고 내게로 다가왔다.
어째 더 근육질의 몸으로 변한 듯한 모습이다. 지난 한 달간 녀석도 대장간의 일을 했다는 의미인가?
“고생했다. 애들 그만 괴롭히고 나가자. 코너 녀석과 할 얘기가 많잖아?”
“응? 녀석들이 내가 괴롭혔다고 했나? 이 건방진 난쟁이 똥자루 자식들이! 기껏 생각해서 일을 가르쳐 줬더니!”
세인트가 눈을 부라리면서 트와토른을 내려다보았다.
“야, 야! 진정해! 내가 봤을 때 그렇다고.”
트와토른이 움찔 놀라는 모습을 보고서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쳇! 누가 찌깐한 놈들 아니랄까 봐, 허약하기 짝이 없어!”
그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작업실 내부를 노려보자, 평소 사람 알기를 우습게 보던 드워프들은 모른 척 망치질을 해댄다.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
“얼마나 애들을 조졌으면 저렇게 눈치를 보냐?”
“딱히 괴롭히진 않았다. 자식들이 게으름 피우길래, 일정을 좀 당겨 줬지. 투구 4천 개 만드는데, 뭔 일정을 석 달이나 잡아?”
“투구?”
“그래, 저거 말이다.”
세인트가 작업실 한 귀퉁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이번에 계획한 기사와 병사들의 신형 투구가 가득 쌓여 있었다.
“설마… 마법까지?”
“당연하지, 그런 것쯤 일도 아니다.”
“네가 한 거냐?”
“그런 귀찮은 짓을 내가 왜 해? 나는 마나만 넣어 줬지.”
“…….”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는 것은 코너 녀석에게 각인 마법을 모조리 맡겼다는 의미가 되겠다.
4천 개의 신형 투구는 병사와 기사들을 생각해서 온도 유지 마법을 인챈트한 것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체온을 유지해 주는 마법.
그런 정도의 효과만 있어도 병사들의 체력과 투지를 높일 수 있다. 수량이 많아서 뒤로 미루어 두었던 것인데, 한 달 조금 넘는 시간에 모두 완성되었다니…
“코너는?”
“그 약해 빠진 녀석? 이틀 전에 쓰러져서 치료받는 중이다.”
“…지독한 자식.”
“나는 말이다. 1,000년을 넘게 밤새워 일했어도 끄떡없었어. 자식이 겨우 이틀 밤만 새면 자꾸 쓰러져 싸서 얼마나 사람을 귀찮게 굴던지… 에잉! 하여튼 다들 약해 빠졌다니까.”
“너랑 애들이 똑같냐? 생각 좀 해라, 이 자식아!”
기가 막혀서 혀를 끌끌 찼다.
어째서 트와토른과 드워프들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있나 했더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병사들의 신형 투구가 완성되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드워프들과 코너가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짠하긴 하다.
뭐,
내가 없었을 때 일어난 일이니까, 양심의 가책은 뒤로 미뤄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지?
이것으로 약간의 전력 강화가 이루어졌으니 영지에 도움이 된 것만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가? 하긴… 나도 인간이었을 때는 그렇게까지 일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긴 하군. 워낙 오래전 기억이라서 말이야. 그래도 일 처리는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싫어할 이유는 없잖아. 그래도 자식아, 애들 좀 적당히 갈궈. 올라가자. 저 녀석들 좀 쉬게.”
녀석의 말에 적당히 대꾸해 주고는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나가봐도 되지? 이젠 네가 돌아왔으니까.”
내 곁에 나란히 선 세인트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말을 걸어온다.
무슨 생각에서 물어보는 건지는, 금방이라도 침을 흘릴 것 같은 얼굴만 봐도 알겠다.
“너무 밝히는 거 아니냐? 마왕이나 되는 놈이…….”
녀석의 소박함(?)에 헛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된 놈이 틈만 나면 여자를 밝힌다. 한편으로는 녀석에게 믿음이 가기도 한다.
내가 없는 동안에 부탁을 잊지 않고 영지에만 붙어 있었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성에 돌아오기 전까지 도개교가 올라가 있었다.
그렇다는 건 녀석이 제멋대로 성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다. 물론 도개교 따위가 녀석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없다는 건 별개의 문제고 말이다.
“인마, 다른 마왕 놈 같았으면 이런 부탁은 들어주지도 않았을 거야. 친구니까 내가 이러는 거지. 당장 프레하 제국 놈들만 봐도 모르겠어?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서 안달이잖아.”
“하긴, 그렇기는 하지. 그렇기는 한데…….”
녀석의 말에 습관적으로 대답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무슨 표정이 그래?”
세인트가 걸음을 멈춘 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갑자기 프레하 제국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당연히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지.”
“나를 불러낸 놈이 어디 놈들이었는지 생각해 봐.”
한심하다는 느낌을 듬뿍 담은 세인트의 음성.
“……!”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마계에서 세인트를 부른 것은 프레하 제국의 흑마법사들이었다.
“마왕이 필요해서 널 불러낸 것 아니었어?”
“맞아.”
“네가 여기에 있으니까 상관없는 거네. 뭐.”
자식이 갑자기 분위기 잡는 바람에 괜히 섬뜩했다.
프레하 제국의 흑마법사가 마왕을 소환하는 의식에 성공했으나, 정작 마왕은 나와 함께 있다.
“놈들이 부르려 한 것은 ‘데카라비아’라는 놈이야.”
“네가 죽였다고 하지 않았어?”
“싸가지 없게 굴어서 소멸시키긴 했지.”
“그럼 문제 될 게 없잖아?”
잠시 섬뜩했던 감정을 털어 냈다.
이 녀석은 마왕이 되더니,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만 늘어난 모양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마왕에도 서열이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데카라비아’는 마계 서열 5위에 있는 ‘마르바스’의 부하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복잡하게 말 돌리지 말고 간단하게 얘기해 봐.”
다시 걸음을 멈추고 녀석에게 눈살을 찌푸리고서 투덜거렸다.
세인트가 수다스럽다는 걸 알기에 결론부터 듣고 싶었다. 지금처럼 얘기하다가는 스무고개 문제를 내는 것처럼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테니까.
“프레하 제국에 ‘마르바스’가 현신해 있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마왕이 마계에서 인간계로 나와 있지.”
세인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으스스하게 웃는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이런 심각한 얘기로 장난할 녀석은 아니다.
“그런 얘길 왜 이제 하는 건데!”
“언제 물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