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0화
140화 황족은 개뿔(3)
“중요한 문제입니다.”
“…날 놀리는 건가?”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린다.
“아침 식사에 ‘마나 억제제’라는 걸 섞었다고 들었습니다.”
“으응? 그런 얘길 어디서 들었는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던 듀카스 대공이 그제야 나의 얘기에 관심을 나타낸다.
“‘에르반 시안트’라는 근위기사가 증언한 내용입니다.”
“어쩐지 몸 상태가 이상하더라니…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것에 연연할 수 없네. 그보다 서두르세. 놈들이 쫓아오고 있어.”
“걸어오고 있습니다만?”
손으로 듀카스 대공의 뒤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느긋하게 걸어오는 일단의 무리.
마치 황제의 장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끄응… 나를 가지고 놀았군.”
듀카스 대공이 허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해된다.
듀카스 대공과 그가 이끄는 병력이 꽁지가 빠지라 도망… 아니, 후퇴해 오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다.
상대하던 적이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지 않다면, 혼비백산한 얼굴로 그렇게 후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작 추격해 오던 적들이 여유를 부리면서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으니…
나 같아도 짜증 나겠다.
놈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저놈은…….”
“맞아, 발루아 공작일세. 놈에게 당한 곳이지.”
듀카스 대공이 갑옷의 옆구리에 건틀릿을 착용한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아니! 저 자식이 여기서 왜 나와?
프레하 제국으로 돌아간 것 아니었던가?
그럼 대체 나머지 황궁의 소드 마스터들은 다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듀카스 대공 전하, 다른 소드 마스터는 어찌 된 겁니까?”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아마도 중독되어 어딘가에 감금되었겠지.”
“큭… 일단 갑옷부터 벗으시지요.”
“…….”
듀카스 대공이 또다시 날 미친놈 쳐다보듯 바라본다.
***
“자네…….”
듀카스 대공이 허리춤의 검집에 롱소드를 집어넣으면서 혀를 찼다.
갑옷이 튼튼하고 질겨서 위기를 겨우 넘기고 퇴각할 수 있었다.
아이언 남작이 어째서 빌려 주는 거라고 다짐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상황.
지금 상황에서 갑옷을 벗으라는 얘기는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꼭 이런 상황에서 갑옷을 돌려받아야 속이 시원하겠나?”
“치료하기 위함이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치료? 무슨 치료를 하겠다는 건가?”
“외상과 내상 둘 다입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윌슨이 듀카스 대공의 팔을 잡고 그레이트 홀로 들어섰다.
그레이트 홀 내부에는 조금 전에 후퇴한 병력까지 합쳐져, 숫자만으로 따지면 이황자의 병력과 비벼볼 만하겠다.
도망치듯 후퇴해 온 탓에 투기가 꺾여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해제!”
촤라라락!
듀카스 대공이 가슴에 손을 대고서 말하자, 뜯겨나가듯 갑옷이 그의 몸에서 분리되었다.
“크흡!”
옆구리 부근의 갑옷이 벗겨지는 순간에 듀카스 대공이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있었지만, 옆구리 부근에 생긴 상처는 얼핏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다.
“대공 전하, 찢으십시오.”
윌슨이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한 장의 종이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런 것도 있었는가?”
“서두르십시오.”
듀카스 대공이 반가운 얼굴로 힐링 스크롤을 받아 찢었다.
지익!
스크롤이 찢어지면서 하얀빛이 흘러나와 그의 전신을 감쌌다.
갈비뼈가 보이던 상처는 조금 아물어서 출혈이 멎는 정도까지는 호전되었다.
하얀빛이 사라지기 무섭게 윌슨의 손이 듀카스 대공의 등 뒤에 닿았다.
“크흑! 무슨…….”
“입을 다물어 주십시오.”
듀카스 대공이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등을 타고 뜨거운 열기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입을 다물라고 하지 않더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가 갈릴 정도로 몸속에 파고든 열기가 고통스러웠다.
‘이런 고통이라니!’
듀카스 대공은 뜨거운 기운이 자신의 내부를 휩쓰는 고통에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뜨거운 기운이 전신을 휘도는 동안에 듀카스 대공은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웨에엑!”
듀카스 대공이 입에서 핏덩이를 토해 냈다.
“다 됐습니다. 듀카스 대공 전하!”
“크흡!”
스스스슷!
짧은 신음과 함께 듀카스 백작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게 대체…….”
“치료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맙네. 갑옷을… 정말… 대단하군.”
듀카스 대공이 다시금 놀라워했다.
윌슨이 갑옷에 손을 대는 순간, 엉망으로 망가졌던 갑옷이 새것처럼 변해 있었다.
난전 중에 잃어버렸던 투구까지 어느새 완전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싸우면서 묻은 핏물은 어쩔 수 없었지만,
“입으십시오.”
“오늘 일 잊지 않음세. 착용!”
듀카스 대공이 깔끔하게 보수된 갑옷에 손을 대고서 말했다.
촤롸롸롹!
뒤덮어가는 갑옷의 모습을 감상하듯 듀카스 대공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차앙!
그가 허리춤에서 롱소드를 뽑았다.
진득한 핏물로 뒤덮인 검날.
마치 핏물에 푹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붉었다.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 롱소드의 튼튼함에 의지해 싸운 결과다.
“둘이라…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듀카스 대공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각오를 다지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그레이트 홀의 출입문에 고정되었다.
아직도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을 이황자의 병력을 기다리는 것이다.
‘일단은 발루아 공작을 선제공격하고서 카터 부단장의 개입을 최대한 피하는 게 낫겠어. 기회를 봐서…….’
듀카스 대공은 이황자가 거느린 두 명의 소드 마스터를 어떻게 상대할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철컥, 철컥!
하지만 곁으로 다가오는 금속성 발소리에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만 했다.
“아이언 남작?”
“하나만 상대하시면 됩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선 윌슨이 빙그레 웃었다.
“상대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일세.”
“어차피 발루아 공작은 절 죽이려 들 겁니다.”
듀카스 대공이 걱정스레 말했지만, 윌슨은 고개를 흔들었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에도 발루아 공작과 대치 중이었으니… 아무튼, 배짱 하나만큼은 알아줘야겠군.’
그는 윌슨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보았던 윌슨의 실력은 상급 익스퍼트 수준이었다. 그런 정도라면 근위기사단의 부단장인 ‘카터 헤밀턴’과 그럭저럭 검격을 나눌 정도는 되겠다고 판단했다.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격이 다르니까.
하지만 윌슨과 발루아 공작이 오전에 보였던 분위기로 봐서는 그게 쉽지 않을 듯했다.
‘발루아 공작을 도발하는 수밖에 없겠어.”
듀카스 대공이 그렇게 마음먹었다.
오를레앙 대공이 프레하 제국의 최강자로 군림하기 전까지만 해도, 발루아 공작 역시 이름을 날리던 검사(劍士)였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윌슨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는 건 엘튼 제국의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를 개척한 인물.
조금 더 시간이 흐른다면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어설 인재다.
꾸욱!
듀카스 대공이 롱소드의 손잡이를 으스러지라 움켜쥐었다.
당장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큰일이 더 남았다. 출입문을 주시하던 그는 고개를 돌려 삼황자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대공 전하! 놈들이 옵니다!”
곁에서 들리는 나직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
“알고 있네, 아이언 남작.”
다시 고개를 원위치한 듀카스 대공이 롱소드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뒷짐까지 쥐고서 여유로운 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황자.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군.”
“이황자 저하! 굳이 이리하셨어야 했습니까.”
듀카스 대공이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독하지 않으면 사내가 아니라고 했지. 순순히 투항하시오. 그리하면 대공의 자리는 보장하겠소.”
이황자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거만한 태도로 투항을 요구해 왔다.
마치 투항하면 모든 일을 눈감아주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황제 폐하, 아직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황자의 곁에 선 사내가 이황자에게 눈을 맞춰왔다.
대담하게도 아직 황위 계승을 이루지 않았는데, ‘황제 폐하’라는 말을 거침없이 입에 담고 있었다.
“아, 아! 발루아 공작을 잊고 있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이황자가 탄성을 발하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듀카스 대공과 시선을 맞췄다.
‘황제 폐하’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조금 더 그의 턱이 치켜 올라갔다.
“대공 옆에 아이언 남작은 제외요. 여기 발루아 공작이 원하고 있으니까.”
“정녕 이황자 저하께서는 끝까지 반란을 이어 가실 생각입니까.”
“듀카스 대공, 반란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모르오? 일황자가 죽은 이상, 이것은 엄연히 황위 다툼이요.”
“…궤변입니다. 이황자 저하.”
듀카스 대공이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고는 잇새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황자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으로 응수해 왔다.
“궤변이라니, 섭섭하오. 저기 덜떨어진 셋째 녀석만 치우면, 누가 감히 내가 벌인 일을 반란이라고 할 수 있겠소?”
“둘째 형님! 첫째 형님을 죽였다는 겁니까!”
이제껏 듣고만 있던 삼황자가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래, 네 녀석도 사이좋게 보내 줄 테니 염려하지 마라.”
“미쳤어! 둘째 형님은 미쳤습니다!”
삼황자가 악을 썼다.
그럼에도 이황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나약한 자식! 황제 자리는 오직 하나뿐임을 알았어야지.’
이황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형님 소리를 해대는 삼황자를 비웃었다.
“멍청한 녀석, 황궁의 역사에 황제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우리에게 다른 혈육이 왜 없는지 알 것이다.”
“그건 ‘하간 대공’께서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네놈은 그러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
삼황자의 외침에 이황자는 냉소했다.
“그러지 않을 겁니다.”
“나는 못 믿겠다. 그러니 잡소리 그만하고 순순히 목을 내밀어라.”
“이이이…….”
분노에 몸을 떠는 삼황자.
숨을 헐떡거리면서 충혈된 눈으로 이황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좋습니다. 형님… 아니 이황자의 뜻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나 역시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훗! 그렇지, 네놈 역시 안 그런 척했지만, 결국은 황위를 탐내고 있었어. 안 그래?”
야비한 웃음을 흘리면서 이황자가 조롱했다.
“쓰바! 저거 진짜 개새끼네.”
불량기 가득한 음성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황궁에서는 듣기 어려운 상스러운 욕설.
욕설을 내뱉은 주인공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뭘 봐? 사람 처음 봐? 눈깔아, 확 후벼버리기 전에.”
아니꼬운 얼굴을 한 윌슨이 으르렁거리면서 이황자를 더러운 벌레 보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뭐라 했지?”
“개새끼라고 등신아! 귀먹었어?”
윌슨은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가, 감히!”
“감히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삼황자 저하도 죽이겠다는 새끼가, 우린 살려 주겠냐? 너 같은 등신이 황제가 되겠다고? 하아… 나라 꼬라지 잘 돌아가겠다, 인마!”
윌슨이 위아래로 이황자를 훑어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의 과격한 말에 양쪽으로 나뉜 사람들은 동시에 할 말을 잃고 멍해져 버렸다.
“자, 자네 황족 모독일세.”
“듀카스 대공 전하, 반란을 일으킨 이상, 반역자일 뿐입니다. 패배하고서 목숨을 구걸하느니, 승리하고서 다 죽여 버리는 게 낫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당황한 음성으로 얘기했지만, 윌슨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듀카스 대공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그렇군. 반역자에게 지켜 줄 예의 따윈 필요 없겠지. 나 역시 저런 놈을 황제로 모시고 살 순 없다네, 아이언 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