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7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7화
177화 다짐 (2)
***
놈의 두개골이 흘러내리고 전투마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일부러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가 충분히 방어할 수 있게 검강을 발출했다. 그리고 상대가 검강을 처리하는 순간에 칼립의 안장을 밟고 뛰어올랐다.
다행히 놈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손쉽게 프레하 제국의 소드 마스터급 기사를 해치운 것이다.
칼립이 눈치 빠르게 속도를 올리고 달려온다. 디바인 소드를 검집에 밀어 넣고 두 팔을 벌려 균형을 잡으면서 칼립의 안장 위에 안착했다.
터억!
“푸륵!”
충격 때문에 비틀거렸던 녀석이 입을 털면서 다시금 자세를 회복하고 달린다.
<안돼에!>
멀리 두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하나가 비명을 지른다.
“돌아간다!”
두 명의 소드 마소터에게로 달려가는 칼립에게 명령을 내렸다.
혼자서 둘이나 되는 놈을 상대할 이유가 없다.
일 대 일이라면 조금 고민해보겠으나, 눈이 뒤집혀서 쫓아오는 놈들이 그런 얼빠진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을 거다. 내가 그런 순진한 제안을 할 리도 없고 말이다.
“서라! 서라 이놈!”
뒤에서 들리는 한 맺힌 음성을 무시하고 그대로 내달렸다.
두두두두!
놈들이 악착같이 뒤를 쫓아온다.
“기사로서 창피하지도 않은가!”
마나의 기운을 품은 음성에 온몸이 쩌르르 울린다.
듣기 싫은 쇳소리가 뒤섞인 음성은, 발루아 공작의 가면을 쓴 소드 마스터이리라.
두 손으로 칼립의 말고삐를 쥐고 있다가 오른 주먹을 번쩍 치켜들고서 가운뎃손가락을 힘껏 뻗었다.
“비, 빌어먹을 자식아! 네놈을 산 채로 씹어먹고 말 테다!”
발루아 공작한테 욕을 먹인 건데 엉뚱한 놈이 버럭 화를 내면서 고함을 지른다.
뭐라고 욕을 하든 도발에 응할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디바인 소드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집중되는 것을 느낀 까닭이다. 단전의 내공을 이끌어 검강을 형성하고서 뒤로 고개를 돌렸다.
발루아 공작이 클레이모어를 치켜들고서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를 덧씌운 채 뒤를 쫓아온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는 건 그의 전신에 가득한 긴장감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놈의 클레이모어가 뒤쪽으로 슬쩍 기우는가 싶은 순간,
“이여업!”
쇳소리와 뒤섞인 기합성과 함께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가 사선으로 날아들었다.
“제기랄!”
욕설을 터트린 뒤, 디바인 소드로 맹렬하게 회전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오러 블레이드를 후려쳤다.
콰앙!
“커헉!”
인상을 구기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놈들을 방심시키기 위한 연기다. 하지만 손아귀가 저릿할 정도로 강렬한 공격이었다는 것만큼은 인정한다.
놈들과 맞상대하기가 싫은 느낌을 받은 게 이유가 있었다. 검강을 쏘아 보낼 정도의 실력자였다니…
일대일이라면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발루아 공작의 옆에서 눈을 부라리는 근육 덩어리 흑기사 또한 소드 마스터급의 인물.
두 놈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한차례 공격을 받아주고서는 칼립의 배를 걷어찼다. 녀석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욱 속도를 높인다.
두두두두!
드디어 마지막 함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모두 퇴각하라! 퇴각하라!”
크로스 보우를 장전한 채 겨누는 아군 기사단에게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검강을 날릴 수 있을 정도의 고수라면 아군 기사가 위험하다. 발루아 공작의 탈을 쓴 인간의 무력이 예상보다 높으니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다.
나의 명령을 들은 아군 기사들이 일제히 말머리를 돌린다.
“끝장이다, 이놈!”
뒤에서 분노와 희열이 함께 느껴지는 고함이 터져 나온다.
“크로노스 해제! 칼리입!”
“푸르륵! 히히힝!”
무게가 가벼워지자 칼립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아이언 성에서 두 개의 커다란 기운이 급속도로 접근하는 게 느껴진다.
아군의 기세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칼립이 바닥을 차고 날아오른다.
파앗!
넓은 함정이 아래로 지나치는 것을 확인하고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설마 함정을 뛰어넘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놈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당황하기엔 이르다.
화르르륵!
흙벽에 착지하는 순간에 화끈한 열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칼립이 눈치 빠르게도 흙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안장에 달라붙듯이 자세를 잔뜩 낮추었다.
콰과과광!
흙벽 너머에서 연달아 폭음이 튀어나왔다.
“으하하하! 이노무 자식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와! 죽어라!”
허공에 떠 있는 세인트 녀석이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마법을 난사했다.
“자네, 괜찮은가?”
세인트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듀카스 대공이 안부를 물어온다.
원래는 놈들의 기사단을 막아서고 후퇴할 때 기사단을 이끌고 구원을 하기로 했던 듀카스 대공이다. 하지만 상황이 묘하게 바뀌는 바람에 세인트와 둘이서 급하게 아이언 성을 나선 게 틀림없었다.
“대공 전하, 저는 괜찮습니다. 어서 놈들을…….”
소드 마스터 둘을 해치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나는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어?”
이유는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떠 있는 세인트가 대신 설명해주었다.
발루아 공작과 나머지 소드 마스터의 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아깝게 되었군. 놈들의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 말일세.”
듀카스 대공이 아쉽다는 듯 쓰게 입맛을 다셨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전투마의 것으로 보이는 뼈 무더기와 마갑의 잔해만 남아 있었다.
“망할 놈들, 순순히 당해주면 좀 좋아?”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온 채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는 세인트.
“어떻게 된 거야?”
시답지 않은 녀석의 푸념 따윈 간단하게 무시하고서 궁금한 것만 물었다.
“스크롤 같은 걸 사용한 모양이다. 마법을 사용했더라면 마나 간섭 때문에라도 텔레포트에 실패했겠지. 쪼잔한 자식들.”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면서 아쉬운 얼굴을 하는 세인트.
아깝기는 하다.
제대로 엮인 상황이라, 세인트와 듀카스 대공의 지원을 받으면 놈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할 수 없지. 한 놈을 해치운 것으로 만족해야지.”
“응? 한 놈이라면, 소드 마스터를 말하는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눈을 크게 뜬다.
많이 놀란 모양이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정찰하러 나온 녀석이 소드 마스터라 성과를 낼 수 있었으니까.
함정을 파는 임무에 소드 마스터를 보내는 미친 생각을 해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전쟁은 우리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진행되는 셈이군.”
듀카스 대공이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면서 대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거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래, 소드 마스터 한 놈을 해치웠다는 게 어디야?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어쩌면 듀카스 대공의 말처럼 이번 전쟁 역시 우리 쪽으로 추가 기울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
“으윽!”
“커헉! 쿨럭! 쿨럭!”
발루아 공작과 메이튼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해 무아를랑의 앞에 나타나 괴로워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무아를랑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마나의 유동이 느껴지는 순간, 자신이 지급한 텔레포트 스크롤이 사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 스크롤은 지금 나타난 두 사람처럼 이동지점을 자신의 주변으로 설정해 두었다. 그러나 스크롤을 사용한 사람이 발루아 공작과 메이튼일 줄은 몰랐다.
“위급할 때만 사용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발루아 공작.”
눈살을 찌푸리면서 무아를랑이 말했다.
말을 타고 함정을 넘어간 게 불과 2~30분 전이다. 그런데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 나타났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했다.
텔레포트 스크롤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겨우 2~30분 거리를 이동하려고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고가의 물건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마나 유동이라니!”
무아를랑은 더 따질 수가 없었다.
함정의 흙벽 너머에서 엄청난 마나 유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앞에 고위 마법사가 있었소. 어쩔 수 없었으니 이해하시오.”
“쿨럭, 쿨럭! 그런 엄청난 화염 마법은 처음이었습니다. 빌어먹을!”
발루아 공작이 담담하게 말한 것과 달리, 메이튼은 질린 얼굴로 기침을 해대면서 말했다.
“그럴 거 같습니다. 이런 마나 유동은 적어도 7서클 급의 마법이 구현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무아를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마어마한 마나 유동에 흑마법으로 이룩한 여섯 개의 마나 고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야.’
멀리서 발생한 마나 파장에 그는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졌다.
엘튼 제국은 전통적으로 마법에 취약한 국가였다. 그런데 조금 전에 느낀 마나 파장은 자신이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은 마법이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이 이끌고 온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다.
‘이들과 힘을 합친다고 해도 어렵겠어. 하지만…….’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무아를랑은 고개를 돌려 무심한 얼굴의 흑기사 하나를 쳐다보았다.
발루아 공작과 메이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엄청난 마법이 사용되면서 발생한 마나 파장에도,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태연하기만 한 존재.
자신이 모시는 위대한 존재가 지원해준 흑기사였다. 자신으로서도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인물.
‘그래,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무아를랑의 놀란 표정이 점차 평온을 찾아갔다.
아무런 동요도 없이 ‘드라스’라는 이름의 흑기사는 여유롭게 전투마의 목덜미를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토록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전에 발생한 마나 파장 따위쯤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일 터.
그렇게 무아를랑은 ‘드라스’에게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발루아 공작,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진격하는 겁니까?”
심적인 여유를 되찾은 무아를랑이 낭패한 모습의 발루아 공작에게 말했다.
“대기하는 게 좋겠소. 1군단과 2군단이 합류하면 그때 아이언 영지를 도모하는 것으로 하겠소.”
“허면 뱅크스 요새의 구원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요.”
무아를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진과 따로 행동한 이유가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1, 2군단의 본진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무아를랑으로서는 발루아 공작의 바뀐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본진과 따로 행동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니, 기껏 따로 이동하고서는 이제와서 본진과 합류하겠다는 발루아 공작의 얘기에 기가 막혔다.
“당장은 어쩔 수 없소. 그대의 실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놈들의 마법 전력이 부담스럽소. 그러니 베르나르 경을 기다리는 편이 좋을 듯싶소.”
텔레포트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발루아 공작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발루아 공작.”
무아를랑은 순순히 뜻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현재의 능력으로는 조금 전에 느꼈던 마나를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끔찍한 놈이군. 어디서 그런 존재가 나타났단 말인가!’
무아를랑이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발루아 공작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일로 마법사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법사에 관한 상식이 무너졌다. 위력적인 공격 수단을 지녔으나, 공격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고정관념 말이다.
놈은 순식간에 아이언 성에서 빠져나와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강철도 녹여버릴 듯한 화염 마법을 발휘했다.
만약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결과가 어찌 되었을지 굳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전력으로 마나를 활성화 시킨다면 마법에 침습을 받지 않을 수는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듀카스 대공과 그 어린 녀석이 합세한다면…….’
발루아 공작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이언 백작이 윈스터를 살해할 때 보여주었던 플라잉 오러.
자신도 죽음에서 부활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술이다. 그런 고등 마나 기술을 고작해야 이십 대 초반의 아이언 백작이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전에 아이언 백작이 흑기사를 도륙했을 때도 이상함을 느끼긴 했었다. 놈을 추격하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오늘로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아이언 백작이라는 애송이는 프라잉 오러의 기술까지 구사할 수 있는 강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듀카스 대공과 의문의 마법사까지 합세한다면 다시 준비하고서 찾아간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궁정 마법사인 베르나르의 도움이 절실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를 상대하기에는 무아를랑이 미덥지가 않아서다.
“모두 본진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