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7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5화
175화 치명적인 선물(3)
“숫자는?”
“첫 번째 경계 위치에 배치된 정찰병의 신호에 따르면 2,000기 이상으로 판단됩니다.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가 만나는 길목에서 합류해 진격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말을 타고 이동한다면 반나절이 조금 더 지나면 도착하겠군. 그런데 이상하군… 고작 2,000기의 기사단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듀카스 대공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00의 기사단이라면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기사 1명이 10명의 보병을 상대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 낼 정도니까.
게다가 흑기사라면 더한 공식을 적용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성을 방패로 의지해 싸울 생각이기에 기사단만 보내왔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이상할 것도 많소. 놈들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소?”
세인트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던 관심이 한순간에 연락병에게 쏟아진 것에 심통이 난 것이다.
무려 천 년이 넘는 삶아서 처음으로 느껴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것도 나름 제국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귀족들의 선망과 경외가 뒤섞인 눈빛.
다른 사람과 아무런 교류도 없이 살아왔던 세인트에게 있어서 그것은 온몸을 간질이는 것만 같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그런데 병사 놈이 난입해 기분을 잡쳐 놓아, 심통이 나서 아무렇게나 말한 것이다.
“오! 세인트 경, 무엇 때문에 놈들이 기사단을 이끌고 오는지 알려 주시면 고맙겠소.”
고개를 갸웃하던 듀카스 대공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물었다.
호칭을 붙이기가 모호했던 까닭에 그는 이름에 ‘경’이라고 덧붙였다. 세인트가 귀족이 아님에도 말이다.
다른 귀족들 역시 세인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대하며 눈을 빛냈다.
“험, 험! 별거 있겠소? 뱅크스 요새에 설치한 마법진을 파괴하려고 하려는 거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사단만 출병할 이유가 없잖소. 놈들은 대로로만 달리려는 속셈이 분명하오.”
귀족들의 시선이 몰리자, 세인트가 헛기침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과연! 과연 그렇겠소! 역시 세인트 경의 안목은 남다른 데가 있소이다!”
듀카스 대공이 자신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탄성을 발했다.
뱅크스 요새로 진격하던 프레하 제국군이 몬스터에 가로막혀 진격해 오지 못하고 있다는 건, 어제 세인트와 윌슨을 통해 들은 얘기다.
마법진을 파괴하려면 경지에 이른 검사의 오러 블레이드 혹은, 고위 마법사의 마법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2,000으로 구성된 기사 전력이라면 진격로가 잘 닦인 곳에서는 기사단만큼 위력적인 병과가 없다.
전군을 다 이끌고 올 시간이 부족하니, 기사단만으로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러 가겠다는 속셈이 분명했다.
“정말 대단하시오. 세인트 경!”
세인트 덕분에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듀카스 대공이 한 차례 더 고개를 끄덕여 칭찬했다.
“흠, 험… 그게 또 뭐 대단한 거라고…….”
귀족들의 시선이 다시금 자신에게 향하자, 세인트가 헛기침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이 틀림없었다.
“잠깐… 그렇다면 뱅크스 요새에서 퇴각해 오는 아군 병력은 어떻게 합니까?”
이제껏 잠자코 듣고만 있던 윌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뱅크스 요새의 병력이 아이언 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하루 정도를 더 행군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아이언 영지를 지나쳐 뱅크스 요새로 향한다면 큰일이다.
두 병력이 마주친다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너무나 뻔할 노릇이다.
“이런! 큰일이군. 이걸 어쩐다… 아이언 백작! 지하 공간의 대피 장소가 어디로 이어진다고 했는가!”
“영지 서쪽의 다리안 산맥 초입 부근입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렇다면 뱅크스 요새의 병력을 대피 장소로 이동해서 지하로를 통해 복귀시키는 수밖에 없겠어.”
“대공 전하,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맞지 않을 듯합니다. 어쩌면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에게 쫓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놈들이 지하로를 통해 침투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윌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출병한 시기가 너무나 절묘해 상황이 꼬일 대로 꼬여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진격해 오는 기사단의 진격을 늦추는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듀카스 대공이 지도를 바라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
“염병…….”
지금의 상황이 기가 막혀서 나직하게 툴툴거렸다.
아무도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백작 씩이나 되는 작위를 지녔음에도 노가다를 뛰고 있다는 사실에 급격히 우울해진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을 저지하기 위해 홀로 나와서 함정을 파는 중이다.
듀카스 대공이 내게 시선을 던지기 전에 먼저 하겠다고 얘기한 결과다. 어차피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인 바에야 시켜서 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보기 좋잖아?
그래서 작업 중이긴 한데…
이 짬밥에 혼자 뺑이 친다는 건 살짝 모양 빠지는 기분이 든다. 놈들이 진격해 오는 대로와 양옆의 야산에까지 구덩이를 만들었다. 파헤친 흙은 구덩이 뒤에 방벽처럼 세워 놓는다.
굳이 함정을 숨기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다. 함정을 사용해 피해를 주려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끌기 위함이니까.
이런 일련의 작업을 하는데, 한국에서 잠시 즐겼던 땅파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마나가 쭉쭉 빠져나간다는 게 에러긴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허리라도 펴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지금의 함정보다 훨씬 앞에 또 하나의 함정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지름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구덩이를 30센티미터 가량 깊이로 파두었다. 대략 30미터 가량의 거리에 빼곡하게 파두었으니, 진격해오는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발을 잠시 묶어둘 수 있을 터였다.
두 번째 함정도 이만하면 잘 만든 셈이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함정을 파러 이동해야 할 때다.
그전에 선물부터 남겨 둬야겠지?
아공간에서 커다란 통 서너 개를 꺼내 함정에 집어 던지고서 고개를 돌렸다.
“칼립!”
“푸르륵!”
녀석이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투레질하고선 곧장 달려온다.
그대로 뛰어올라 안장에 몸을 실었다. 빠져나간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서 진의심공을 약식으로 운용하면서 칼립에게 몸을 맡겼다.
***
두두두두!
검은색 갑옷을 입은 흑기사단과 은색 갑옷을 입은 피닉스 기사단이 대열을 이루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흑기사단이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피닉스 기사단이 뒤쫓아 달리는 대열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흑기사단이 선두에 선 것이다.
가장 선두에서 말을 달리는 네 명의 기사는 발루아 공작을 위시한 세 명의 소드 마스터와 새롭게 합류한 ‘드라스’라는 이름의 흑기사.
네 명의 소드 마스터가 풍겨 대는 강렬한 기운은 뒤를 따르는 흑기사들의 기운마저 날카롭게 벼려놓고 있었다.
프레하 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력을 구축한 기사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흑마법의 힘으로 부활한 존재라는 건 아쉬웠지만 말이다.
뱅크스 요새에 설치되었다는 마법진의 파괴가 이들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말을 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슬슬 무리가 오는 중이었다. 죽음에서 부활한 흑기사와 그들이 탄 전투마는 상관없었지만, 피닉스 기사단과 전투마가 문제였다.
상황을 가장 먼저 인식한 인물은 메이튼이었다.
“총사령관님, 쉬어야 할 때입니다. 피닉스 기사단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뒤에서 피닉스 기사단원들의 앓는 소리를 들은 그가 발루아 공작에게 말했다.
말발굽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괴롭히는 와중에도 멀리 떨어진 후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은 건 메이튼만이 아니었다.
“하여간 약골 자식들! 요즘 애새끼들은 걸핏하면 우는 소리를 해대서 피곤해.”
윈스터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모퉁이를 돌아서 적당한 곳을 찾아 쉬는 것으로 하겠소.”
발루아 공작이 손을 들어 전장을 가리켰다.
윈스터와 메이튼이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일 것 같아서 내린 명령이다.
신중한 성격인 메이튼이 다혈질의 윈스터와 말싸움이 붙으면 시끄러워진다. 수다를 떠는 대부분이 윈스터였으나, 메이튼이 가끔 한마디씩 툭 던지면 모닥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윈스터의 음성은 우렁우렁한 종류의 것이어서, 오래 듣고 있으면 골이 지끈거릴 정도다. 그게 싫어서 발루아 공작이 말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명령한 것이다.
“힘을 내라! 모퉁이를 돌아서 쉴 곳을 찾는다!”
메이튼이 발루아 공작의 명령을 듣고서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그러자 뒤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심지어 피곤을 느끼지 못하는 흑기사들마저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모퉁이를 막 돌아서 달리는 순간,
뿌각!
“푸히히히힝!”
“이, 이런!”
발루아 공작이 당혹성을 흘렸다.
잘 달리던 전투마가 갑자기 앞으로 푹 고꾸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황했을망정 머뭇거리지는 않았다. 그대로 전투마에서 몸을 날려 발로 안장을 한 차례 걷어찼다.
파앙!
“함정이다! 멈춰라!”
허공을 유영하면서 마나를 뽑아 있는 힘껏 소리치는 발루아 공작.
쇳소리가 뒤섞인 음성이라 듣기 거북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경고성이 확실하게 기사들의 귀에 틀어박혔다.
“히히히힝!”
“우와악!”
.
.
.
그럼에도 흑기사와 전투마의 피해는 컸다.
네 명의 소드 마스터는 전투마가 구덩이에 다리가 빠져 넘어지는 것에도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흑기사들 모두가 무사할 수는 없었다.
달리던 속도가 있었기에 뒤따르는 동료가 넘어진 전투마와 흑기사에 걸려 무너지는 일이 속출했다.
한마디로 아수라장.
“빌어먹을…….”
뿌드득!
멀찌감치 몸을 날려 착지한 발루아 공작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를 갈았다.
최소 20미터가 넘는 대로가 온통 구멍투성이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구멍이 파여서 대처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
‘교활한 놈들…….’
발루아 공작은 함정을 설치했을 엘튼 제국 놈들에게 분노했다.
짓밟힌 흑기사들이 인상을 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니 아파서라기보다는 제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재수 없게 머리가 짓밟힌 흑기사는 가망이 없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총사령관 각하!”
메이튼이 눈살을 찌푸리고서 쓰게 입맛을 다셨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함정에 걸려 피해가 발생할 줄이야. 전원 기사단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정찰대를 운용하지 않은 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만약 정찰대를 운용했더라면 이런 식의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하긴… 의미가 없겠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기사단에게 정찰대를 운용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기사단이 속보 정도로 이동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어차피 쉬기로 했으니, 부상자를 수습하고 쉬기로 한다. 윈스터 경!”
“예! 총사령관 각하!”
“그대가 날랜 흑기사 열 명을 이끌고 정찰 임무를 수행하길 바라오. 같은 일을 또 당하는 걸 원치 않으리라 생각하네.”
“물론입니다. 총사령관 각하!”
윈스터가 군례를 올리고는 서둘러 밑으로 내려갔다.
“메이튼 경! 그대는 기사단을 이끌고 함정 지대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라 이르시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메이튼 역시 군례를 올리고는 난장판이 된 함정 지대로 훌쩍 뛰어내려갔다.
“메이튼! 다녀온다, 심심하다고 울지 마라.”
윈스터가 어느새 흑기사 열 명을 추려서 전투마에 올라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사고 치지 말고 빨리 다녀와라. 총사령관님 심기가 불편하시다.”
“나도 알아, 그럼 이따 보자. 끼랴앗!”
윈스터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고서 전투마에 박차를 가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전투마였으나, 생전의 습관이 남아서 그런지 곧바로 반응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해 봐라,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겠어.”
살기 짙은 미소를 흘리면서 전투마를 몰았다.
구불거리는 대로를 따라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미친…….”
살기를 뿌리면서 말을 달리던 윈스터가 입을 쩍 벌렸다.
멀리 대로를 틀어막은 함정의 위용에 기가 질려 버렸다. 흙으로 이루어진 벽 아래로 구덩이가 파인 형상이었다.
‘저런 함정을 팔 수 있었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대로 전체… 심지어 함정을 우회하지 못하게 나무 숲까지 흙벽이 만들어져 있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함정에 가까이 다가간 윈스터가 혀를 내둘렀다.
적어도 5미터에 이르는 깊은 함정.
함정의 건너편은 못해도 3미터 정도의 흙벽이 쌓여 있었다. 함정을 만들면서 파낸 흙을 쌓아둔 게 틀림없었다.
“윈스터 각하! 여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말에서 내려 함정을 살피던 흑기사 하나가 리본까지 묶인 나무 상자를 들고 다가오면서 말했다.
“선물?”
윈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은 의심부터 들었다. 이런 짓을 한 놈들이 남긴 거라면 좋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거기에 놔두고 뚜껑을 열어 보아라!”
윈스터가 상자를 들고 오는 흑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흑기사가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었다. 아무렇게나 풀어 버리기엔 정성이 가득한 포장이었다.
찰칵!
리본을 풀어내던 흑기사가 이상한 금속성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러는가!”
윈스터가 의아한 얼굴로 흑기사를 바라보았다.
“리본을 푸는 데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소심한 자식아! 그냥 바닥에 패대기…….”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