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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3화

173화 치명적인 선물 (1)

 

 

 

 

―우리는 내일 슬런더 요새를 출발할 생각입니다. 오를레앙 공작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수정구를 통해 늙수그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영상까지 함께 투영되고 있어서 상대의 모습과 표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좋습니다. 베링 요새에 계속 병력이 투입되고 있으니, 내일 오후쯤 출발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베르나르 궁정 마법사님.”

 

오를레앙 공작이 수정구에 시선을 맞추고서 대답했다.

 

‘베르나르 궁정 마법사가 원래 저렇게 칙칙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던가?’

 

그는 대답하면서도 의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베르나르 궁정 마법사는 넉넉한 웃음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수정구를 통해서 보이는 모습은 여유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이 메말라 버린 사람처럼 느껴져, 마치 다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괴리감이 생긴다.

 

‘전쟁 때문인지도 모르지.’

 

의아해 하던 오를레앙 공작은 그렇게 결론지었다.

궁정 마법사의 신분으로 황궁에서만 생활하던 베르나르였기에 처음으로 전쟁에 참가하면서 긴장한 거로 생각했다. 궁정마법사마저 전쟁에 내몰아야 할 만큼 이번 전쟁은 제국의 사활을 걸었으니까.

 

―아울러서 한가지 좋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말씀하십시오.”

 

오를레앙 공작이 베르나르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뱅크스 요새를 공략하던 3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3군은 그저 적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군편제라고 들었습니다만.”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뱅크스 요새에 진군한 3군은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에 대한 방심을 노린 군단이라고 들었다.

1군과 2군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병력과 공성 장비를 주어 엘튼 제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실제로 3군이 가져간 트레뷔셰나 시즈 타워의 경우 겉모습만 그럴싸한 모조품이 뒤섞여 있다. 공격하는 흉내만 내는 정도의 군편제인 것이다.

그런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니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뱅크스 요새에 주둔하던 엘튼 제국의 병력이 후퇴했다고 합니다. 놈들이 후퇴하면서 몬스터를 요새에 잔뜩 소환해 놓았다는 소식입니다.

 

“몬스터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가능한 일입니까?”

 

―전해 들은 소식을 종합해 생각했을 때,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한 포털(Portal)을 설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으음… 몬스터와 맞상대하지 말고 뱅크스 요새를 빠르게 통과하는 건 어려운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엘튼 제국의 병사가 아니라, 몬스터 따위한테 가로막혀 진격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몬스터의 평균적인 지능으로 봤을 때 인간의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진격하지 못한다는 건, 오를레앙 공작의 상식에서 생각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뱅크스 요새에서 아이언 영지로 이동하는 길목에 차단 마법이 설치되어 몬스터가 아군 진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엘튼 제국 놈들이 제대로 꼼수를 부렸군요. 자이론 후작의 마법 능력이 그토록 대단했던 겁니까?”

 

베르나르의 얘기에 오를레앙 공작은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엘튼 제국의 마법 전력은 ‘자이론 후작’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악이라 말할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자이론 후작이 텔레포트와 같은 고위 마법을 이용해 포털을 설치할 정도의 수준일 줄은 몰랐다.

 

―그건 아닌 듯합니다. 엘튼 제국의 병력이 후퇴하기 직전 장벽 전체에 걸쳐 5서클의 파이어 월(Fire Wall) 마법이 구현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능력은 6서클의 수준에서는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지요.

 

“다른 마법사가 개입되었다는 얘기군요.”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게 생각하고서 작전을 구상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총사령관 각하.

 

“알겠습니다. 그러면 뱅크스 요새에 설치되었다는 차단 마법은 어찌해야 합니까.”

 

―오러 블레이드와 같이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 혹은 마법 공격을 병행하면 파괴될 거로 생각합니다. 기다리면 마법진이 자연 소멸할 수도 있겠으나,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3군의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 주십시오. 당장 구원하러 가야 할 수준이라면, 이쪽에서도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몬스터가 소환되어 봐야 얼마나 되겠느냐 싶었던 것이다.

 

―트롤과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만 대략 오백여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

 

오를레앙 공작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체 그렇게 많은 대형 몬스터가 어디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그만한 숫자의 몬스터라면 대륙 건너편의 ‘몬스터 랜드’와 같은 곳에 포털을 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숫자다. 어느 국가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몬스터 토벌을 꾸준히 해 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제아무리 지치지 않는 흑기사라고 할지라고 육체적인 능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을 터다. 더군다나 3군에 보낸 흑기사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긴급으로 제작했다.

자력으로 뱅크스 요새의 몬스터를 돌파하고 진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몬스터와 전투를 피하라 이르십시오.”

 

―불가능합니다. 만약 몬스터들을 그대로 풀어 두었다간 프레하 제국으로 몰려가게 될 것입니다.

 

“큭…….”

 

오를레앙 공작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거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이었다. 몬스터와 싸우자니 여력이 안 되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프레하 제국이 위험해진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전투는 벌이지 않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대기하는 것으로 해 주십시오.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알려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베링 요새에 한 명의 기사를 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사람입니까?”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제가 어째서 자신이 아닌 베르나르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정하게 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폐하께서 요즘 내게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느낌이야…….’

 

찜찜한 기분이 들어 표정이 나빠지는 그였다.

 

―‘드라스’라는 이름의 소드 마스터급 기사라고 합니다. 오해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총사령관 각하!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통신을 마치겠습니다.

 

베르나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영상이 사라졌다.

제멋대로 황제가 인사발령을 했다는 게 서운한 오를레앙 공작이었지만, 소드 마스터급 기사가 합류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서운한 마음을 애써 지운 그는 무덤덤한 얼굴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들으셨겠지만, 몬스터 때문에 뱅크스 요새에 3군의 발이 묶였다고 합니다. 이를…….”

 

오를레앙 대공이 천막으로 이루어진 임시 사령부에 모인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총사령관 각하! 큰일 났습니다!”

 

기사 하나가 헐레벌떡 임시 사령부 안으로 들어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슨 일인가!”

 

“발루아 공작 각하께서 후퇴해 오고 계십니다.”

 

“뭣이? 후퇴?”

 

오를레앙 공작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하지만 기사에게 대답을 얻으려는 건 아니었다. 그는 곧장 천막을 벗어나 아이언 영지와 통하는 길목을 바라보았다.

과연 기사가 보고했던 것처럼 발루아 공작이 돌아오고 있었다. 채 100명도 안 되는 흑기사와 기가 팍 죽은 병사들 2~3천명.

엘튼 제국의 패잔병을 추격하러 나갔을 때 보여 주었던 기세등등함은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미치겠군. 발루아 공작이 저런 모습으로 돌아올 줄이야.’

 

***

 

아이언 영주성.

 

“정신없네, 정신없어.”

 

영지 안에 바글거리는 병사들의 모습에 혼이 쏙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베링 요새와 슬런더 요새에서 퇴각한 병력만 45,000명가량이다. 그리고 듀카스 대공이 제국에서 이끌고 온 병력이 40,000명.

아이언 영지의 병력까지 합쳐서 90,000명에 이르는 병사와 기사다. 그런 병력이 영주 성 근처에서 난리를 피워대니 복잡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공 전하!”

 

집무실에서 창밖을 지켜보다가 정신이 사나워져서 듀카스 대공을 불렀다.

아이언 영지의 성은 최대 주둔 병력 20,000을 상정하고 지어졌다. 그런 곳에 90,000이나 되는 병사가 복작대고 있으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투석기 탄환 하나만 떨어져도 떼죽음을 당할 판이다. 지하로 대피 중인 병사도 있으나 이건 좀 아니다. 싸워야 할 병사를 지하에 콕 박아 놓는 건 영양가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듀카스 대공에게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패잔병까지 아이언 영지에 몰아넣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불만스러운 얼굴이군, 아이언 백작.”

 

“불필요한 병력입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수용했다가 자칫 놈들이 장기전을 벌이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듀카스 대공과 시선을 맞추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밥값 아깝다는 말을 돌려서 얘기한 것이다. 저 많은 인간을 먹이려면 대체 돈이 얼마가 필요한 거야?

30,000이 넘는 영지민까지 지하 벙커에 대피한 상태다. 아군과 영지민을 위한 식량을 두 달분을 비축해 두긴 했다. 그러나 현재 아이언 영지에는 영지민과 병사들을 합쳐 무려 120,000명이나 된다. 비축분 따윈 보름도 안 돼서 사라질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듀카스 대공과 패잔병들이 군량을 가져오긴 했지만, 딱히 위로가 되진 않는다. 패잔병이 가져온 군량이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도 않았고, 듀카스 대공 역시 아이언 영지를 믿고서 일주일 정도의 버틸 군량을 가져온 게 전부니까 말이다.

거기에 뱅크스 요새를 지키던 20,000 병력까지 이곳으로 온다면…

으윽!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 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듀카스 대공은 빙그레 웃음 짓기까지 한다.

 

“절반의 병력은 트럼벌 요새로 보낼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대부분의 패잔병을 돌려보내게 되겠지.”

 

“강행군하는 바람에 많이 지쳐 있을 겁니다.”

 

“할 수 없는 일일세. 패배감에 젖은 병사들을 데리고 싸울 순 없는 일 아닌가? 오늘은 쉬게 하고 내일 아침 일찍 트럼벌 요새로 보낼 생각일세.”

 

미소 짓던 듀카스 대공이 표정을 바꾸고서 쓰게 입맛을 다신다.

 

“알겠습니다.”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짤막하게 대답했다.

죽음의 공포를 겪으면서 도망쳐 온 병사들을 다시 이동시키려니 마음이 좋지 않은 게 틀림없다. 내가 내릴 명령은 아니니까, 일단 부담감은 덜었다.

 

“아이언 영지에는 6만의 군사도 많아. 지하 공간이 아니었다면 내가 데려온 병력도 절반 정도는 되돌려보내야 했을 거야.”

 

“그렇다고 해도 6만의 병사를 운용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 아이언 영지의 상황이 그렇다.

6만 명 수준으로 병력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병력이 남아돈다. 지하로 벙커로 통하는 입구가 넓다면 2교대로 전투를 치러 병사들을 휴식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통로가 좁아서 교대하는 데만 한세월 걸릴 게 확실하다. 결정적으로 3만의 병사가 싸울 만한 공간도 없다. 성벽 위에 빡빡하게 병사들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10,000명 정도나 올라갈 수 있을까?

 

“전에 황제 폐하와 술 마시러 왔을 때 했던 얘기가 있지 않은가?”

 

“어떤 얘기 말씀이십니까?”

 

“지하 벙커에 외부로 통하는 출구를 만들어 두었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렇긴 합니다만…….”

 

“눈치챈 모양이군.”

 

말끝을 흐리는 걸 보고서 듀카스 대공이 피식하고 싱거운 웃음을 흘린다.

지하 벙커를 통해 병력을 내보내 적의 후방을 급습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래서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이번 전쟁에서도 총사령관은 듀카스 대공이다.

기습 작전과 같은 명령을 내리면 작전을 수행할 놈은 당연히 내가 되겠다.

에휴… 그놈의 술이 원수다, 원수!

지난번 황제가 왔을 때, 기분이 좋아져서 주절주절 지하 벙커 얘기까지 다 해 버렸다.

술자리에서 한 얘기를 용케 기억하고 써먹을 생각을 하다니…

같이 술 같은 거 마시지 말아야 할 모양이다.

 

“전방 요새에서 이곳까지 서두르면 이틀 거리던가? 슬슬 지휘관들을 소집해야 할 것 같군.”

 

“알겠습니다. 소집하라 명하도록 하겠…….”

 

차앙!

 

대답하다가 말고 허리춤의 디바인 소드를 뽑았다.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기운이 응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듀카스 대공 또한 손잡이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롱소드를 뽑는다.

 

우우우웅!

 

벌떼가 날아다니는 듯한 진동음과 함께 집무실 중앙에 붉은빛이 엉긴다.

빛의 색상부터가 불길하다.

붉은빛이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 순간 활짝 벌어지면서 인간의 머리가 툭 튀어나온다.

 

“윌슨, 뭐하냐?”

 

“놀랐잖아, 이 자식아!”

 

디바인 소드를 거두면서 인상을 썼다.

세인트 녀석이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 집무실로 이동해 온 것이다.

누가 마왕 아니랄까 봐 고위 마법이라는 텔레포트를 너무나 쉽게 사용한다.

 

“대단하군. 자네가 말했던 확실한 녀… 분이 바로 이분이었던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감탄하면서 세인트를 바라본다.

차마 ‘녀석’이라고 할 수는 없었던지 ‘분’이라는 말고 바꿔서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세인트 녀석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세인트의 정체가 마왕이라는 걸 알면 쓰러지겠지?

 

“네, 맞습니다. 어릴 적에 알고 지내던 친구입니다.”

 

디바인 소드를 허리춤의 검대에 걸면서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듀카스 대공도 롱소드를 검집에 밀어 넣고서 세인트에게 다가갔다.

 

“엘튼 제국의 스텔론 듀카스 대공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호감을 주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미는 듀카스 대공.

세인트가 마주 손을 잡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반갑다, 인마.”

 

“…….”

 

“…….”

 

나와 듀카스 대공은 녀석의 싸가지 없는 인사에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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