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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0화

170화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1)

 

 

 

 

베링 요새.

야전 사령부로 사용 중인 대형 천막에선 프레하 제국의 주요 지휘관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베링 요새를 쉽게 함락하는 바람에 야전 사령부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슬런더 요새는 어찌 되었습니까?”

 

오를레앙 공작이 간이 의자에 앉은 가렐 남작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르쿠르 후작의 지휘로 무사히 슬런더 요새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곳 베링 요새에서 도주한 패잔병과 슬런더 요새에서 도주한 병력이 합쳐졌다는 소식입니다.”

 

가렐 남작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전 전투에서 이렇다 할 전공도 세우지 못하고 휴전하는 바람에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그에 반해 아르쿠르 후작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하면서 작위가 올랐다. 거기에 2군 사령관의 직책을 받아 무사히 슬런더 요새를 접수한 상황.

공을 세우기 좋은 시기에 평범한 지휘관… 아니, 단순히 정보를 취합해서 보고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발루아 공작께서 추격 중이시겠군요. 위험하진 않으실지 걱정됩니다.”

 

“차근차근 패잔병들을 처리하는 중이라고 오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흑기사를 앞세워 적에게 공포를 심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언 영지와 반나절 거리까지만 추격하시겠다고 발루아 공작 각하께서 소식을 전해 오셨습니다.”

 

“그렇군. 역시 대단하신 분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황제의 명령으로 발루아 공작에게… 아니,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존재에게 검술을 배우라는 걸 듣고는 자존심이 상했었다.

발루아 공작의 모습을 한 전혀 다른 존재라는 걸 알기에 믿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실제로 발루아 공작에게 검술에 관한 가르침을 받으면서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겨우 한 차례 검술을 시연한 것만으로 순식간에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거기에 깨달음으로 가는 마음가짐과 이치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진짜 제자를 대하듯 자신에게 아낌없이 모든 걸 전수하는 발루아 공작에게 감동하고 말았다. 인간이 아니라 언데드에 불과한 인물임에도 존경심이 생겨난 것이다.

자신에게 총사령관의 영광된 자리마저 넘겨주기까지 했으니, 존경심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가슴속에 똬리를 틀었다.

 

“흑기사 전력이 우리 프레하 제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두 아실 겁니다.”

 

[네! 총사령관 각하!]

 

천막 안에 모인 지휘관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으로는 승복한 듯 대답하고 있었으나, 꺼림칙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데다가, 최소한의 수면조차 취하지 않는 흑기사의 모습이 기괴하다.

흑마법사가 개입되어 있으니 흑기사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귀족들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위 흑마법사로 알려진 무아를랑을 공작위에 앉히고서 부사령관에 임명한 바에야…

불만을 드러냈다가는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서 귀족들의 대답에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꺼림칙해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흑기사들은 한때 우리의 형제이자 동료였습니다. 약간의 편법이 섞이긴 했으나, 그들이 우리의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흑기사로 거듭난 존재인 발루아 공작에게 감명을 받은 오를레앙 공작과 달리, 귀족들은 찜찜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눈치챈 오를레앙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대신에 피를 흘리는 게 누굽니까. 저들의 도움 없이 베링 요새와 슬런더 요새를 점령하려면 얼마큼의 희생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까.”

 

[…….]

 

오를레앙 공작의 말에 이번엔 다른 의미에서 지휘관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기분이 더 착잡했다. 마치 괴로운 전투는 모조리 흑기사에게 떠넘기고서, 승리의 즐거움만 자신들이 즐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질책받는 것 같아, 지휘관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러분을 질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 침울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저들 역시 우리와 함께 싸우는 ‘동료’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거듭 ‘동료’라는 단어를 강조하자, 지휘관들이 일제히 가슴에 주먹을 대고서 약식으로 군례를 취했다.

흑기사를 동료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인사였다. 그제야 오를레앙 공작이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습니다. 그럼 무아를랑 부사령관께서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실 것입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옆에 앉은 음침한 분위기의 무아를랑을 소개했다.

한때는 그 역시 무아를랑이라는 흑마법사를 꺼림칙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발루아 공작의 호의를 받아들인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더럽고 음습한 기운을 품고 있다고 해서, 인간 자체가 더럽고 음습할 거라는 편견을 버리게 된 것이다.

 

‘저 인간은 아닌 것 같긴 하지.’

 

웃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겨우 참아 내는 중이다.

편견을 버리기로 마음먹었지만, 한순간에 공작의 작위를 꿰차고 부사령관의 위치에 오른 무아를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항상 돈, 돈 거리던 인간이 귀족의 자리에 올랐다고 황제에게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별로였고 말이다.

그런 오를레앙 공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아를랑이 한차례 헛기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의 벽에 걸어 둔 지도 옆에 섰다.

 

“보다시피, 우리는 현재 엘튼 제국으로 통하는 세 개의 요새를 모두 공략한 상황입니다. 그중에서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지요. 그러니 뱅크스 요새는 포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확인하듯 설명하는 무아를랑.

부사령관인 동시에 전략관의 역할도 같이 수행하는 중이다. 직접적인 병력의 통솔은 오를레앙 공작의 권한이지만, 진격로를 정하는 것은 부사령관인 무아를랑의 권한이다.

물론, 총사령관의 승인하에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군 조직 체계상 어쩔 수 없는 노릇.

 

“부사령관 어째서 뱅크스 요새를 포기한다는 말인가?”

 

오를레앙 공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총사령관 각하께 이번 전쟁의 세부 전술을 아직 전달받지 못하신 걸 깜빡했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무아를랑이 깍듯하게 존대하면서 군례를 올렸다.

이전에 안하무인으로 막말을 해대던 그와 동일 인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흠, 흠… 얘기해 주십시오.”

 

오를레앙 공작이 헛기침하면서 말했다.

자신은 습관처럼 이전에 사용하던 말투로 물어봤는데, 상대가 잔뜩 존중하고 있으니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안함을 담아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사실 자신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수련을 마치고 어제 베링 요새에 도착했는데, 발루아 공작이 다짜고짜 총사령관의 자리를 떠넘겼으니까.

미처 듣지 못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무아를랑의 얘기에 집중했다.

 

“뱅크스 요새는 애초부터 공략 요새가 아닙니다.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를 주요 진격로로 삼아, 아이언 영지와 뱅크스 요새를 함께 노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좋습니다.”

 

“하지만 뱅크스 요새에 투입된 6만의 병력과 300의 흑기사 전력은 아깝지 않습니까!”

 

“신병과 신입 흑기사를 위주로 병력을 구성했습니다. 뱅크스 요새를 압박해 아이언 요새의 병력을 분할 해주는 역할입니다.”

 

“으으음…….”

 

오를레앙 공작이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뱅크스 요새를 공격하는 3군 사령관이 푸아 자작이었던 게 떠올랐다.

이전 전쟁에서 마법을 지원하던 인물이었다. 맹탕인 귀족을 3군 사령관으로 앉혀 놓았기에 의아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발루아 공작 각하와 황제 폐하께서 이미 사전에 논의가 끝난 부분입니다. 당시 총사령관의 지위를 오를레앙 공작 각하께 이양하는 것도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계속 하시지요.”

 

오를레앙 공작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황제 폐하께선 내게 한 마디도 없으셨단 말인가… 아니, 어째서 알현조차 허락지 않으시고 전장으로 보내셨던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오를레앙 공작이 미간을 좁히면서 생각에 빠졌다.

조금 전, 자신에게 정중한 태도로 설명하던 무아를랑의 눈에 비웃는 듯한 기색을 읽었다. 눈치 못 챘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 찜찜하다.

공작의 자리에 올라 부사령관의 자리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감히 자신에게 저런 눈빛을 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말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처럼 하고 있으나, 꿍꿍이를 숨겨 두고 있는 듯한 태도.

 

‘저 인간은 예전부터 음흉했어. 좋게 봐주려고 했더니, 역시나 믿을 수 없는 놈이야. 놈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건데…….’

 

오를레앙 공작은 진지한 태도로 설명하는 무아를랑을 바라보면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발루아 공작의 호의(好意) 때문에 잠시 눈에 콩깍지가 쓰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뭐가 되었든 걸리기만 해 봐라.’

 

***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발루아 공작 일당과 맞서 싸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듀카스 대공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내가 무사할 수 있었을까?

육체와 내공이 완전한 상태에서라도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어찌하면 비벼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당시에는 화가 많이 났던 건 분명하다.

아군 병사가 처참한 모습으로 도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혔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드 마스터 셋과 싸우겠다는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자네, 대단하더군.”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듀카스 대공 전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칼립을 타고 가는데, 듀카스 대공이 옆에서 엄지를 척 들고서 미소 짓는다.

 

“자네가 홀로 놈들과 싸우려 들 줄은 몰랐다네. 나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야. 다시 봤다네.”

 

“아… 별것 아닙니다.”

 

대놓고 칭찬을 해오니 얼굴이 화끈거려서 몸이 배배 꼬이는 기분이다.

 

“별것 아니기는 뭐가 별것 아니란 말인가? 병사들을 보시게 자네를 보는 눈이 다르지 않은가.”

 

듀카스 대공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하고는 턱짓으로 병사들을 가리킨다.

 

“…….”

 

그의 말을 듣고 주변을 훑다가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병사들이 힐끔거리면서 훔쳐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 얘기를 하면서 ‘최고’라느니, ‘훌륭한 분’이라니 할 때마다 닭살이 돋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움찔거린다. 병사들의 얘기가 아부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얘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나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못하는 걸세.”

 

“퇴각하면서 기사들을 이끌고 퇴로를 막았던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이은 칭찬을 듣기가 민망해서 화제를 바꾸려 했다.

 

“크로어 백작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죽었잖은가?”

 

“…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일세. 살아 있어야 병사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는 법이지. 왜? 이상한가?”

 

듀카스 대공이 피식 웃으면서 묻는다.

솔직히 저런 식으로 말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죽은 다음에 무슨 소용인가. 병사들을 살리겠다고 자네가 죽었으면? 그랬다면 나는 혼자서 셋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겠지.”

 

“…….”

 

“목숨을 아끼라는 거야. 병사 몇을 살리겠다고 자네가 죽으면 더 큰 위험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일일세.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여기 있는 병사들보다, 자네 한 사람이 더 가치 있다는 것만 알아 두었으면 좋겠군.”

 

이제껏 미소 짓던 듀카스 대공이 얼굴을 굳히고서 나직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 역시 얼굴을 굳힌 채 대답했다.

칭찬인 것 같은데, 질책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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