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6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7화
167화 지긋지긋한 자식! (1)
아군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
울분이 쌓인다.
풀을 베듯 병사들을 도륙하면서 웃어 대는 흑기사를 당장에라도 쳐 죽이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아무 도움도 안 될 짓에 불과하니까.
흑기사의 뒤에서 전진하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를 공략해야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터다.
흑기사가 저렇게 대놓고 학살을 하면서 전진할 수 있는 건, 뒤를 받쳐주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있기 때문일 테니까.
“……!”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낼뻔했다.
학살을 벌이는 흑기사의 가장 후미에서 느긋하게 말을 몰고 가는 세 명의 흑기사.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의 강렬함이 범상치 않다.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세 명의 흑기사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른 강자라서가 아니다.
발루아 공작!
어째서 저놈이 살아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영상을 곁들인 통신 마법으로 발루아 공작의 시신을 보여 준 후에 확실하게 태워 버렸는데…
어떻게 다시 나타날 수가 있지?
지긋지긋한 자식!
이젠 슬슬 질린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난다면 다른 흑기사들 또한 그런 식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분명 흑기사의 재활용(?)은 안 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소름 돋는 인물의 등장에 멍한 사이, 세 명의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가 지나쳐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멍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놈들은 나중 문제다. 드디어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도주하는 아군 병사와 달리, 그들의 얼굴엔 승자의 여유가 묻어난다.
병사들의 숫자에 울컥하게 된다.
잘해야 10,000명?
몇 배나 많은 아군 병사가 1/4 수준의 적병에 밀려 도주하는 상황이라니…
그만큼 상대편 흑기사의 능력이 무시무시하다는 증거가 되겠다.
“크로노스 아공간!”
시야 한 귀퉁이에 나타난 아공간 내부의 모습.
거기에는 나무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4서클의 화속성 폭발 마법인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를 탑재한 수류탄을 담은 나무 박스다.
살기 짙은 미소를 띤 제국 놈들의 얼굴이 비참하게 바뀌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다.
박스를 굵은 나뭇가지에 내려놓고 차곡차곡 줄지어 들어 있는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
틱! 딸칵!
안전핀을 뽑고 버튼식 폭파 장치를 누르고 길을 꽉 메우면서 전진하는 프레하 제국의 대열에 던졌다.
기습을 결심한 이상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다. 내공까지 끌어올려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고 던지는 일을 반복했다. 대략 8번째 수류탄을 던질 때쯤,
콰광! 콰과광!
<아아악!>
<마, 마법이다!>
<어디, 어디냐! 마법사를 찾아라!>
.
.
.
폭발음과 함께 비명과 지휘관들의 명령이 들려온다.
효과는 확실하다.
수류탄이 폭발한 곳을 중심으로 대략 5미터 반경이 초토화되었다. 워낙 빽빽하게 대열을 유지하고 이동하는 중이라 폭발의 범위를 병사들의 육체가 축소한 탓이다.
놈들의 당황한 음성을 들으면서 연달아 수류탄을 계속 집어 던졌다.
슈슈슉!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한곳에 집중적으로 던지지 않았다. 빠르게 안전핀을 제거하고 버튼을 눌렀다.
지연 시간을 고려해서 공중 폭파를 한다면 더욱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으나, 그럴 여유가 없다.
놈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최대한 피해를 강요해야만 한다.
어느새 텅 빈 상자를 아공간에 넣고 새로운 수류탄 박스를 꺼냈다. 벌써 30발이나 프레하 제국의 병사에게 수류탄을 먹였다는 의미다.
죽일 땐 좋았지?
어디 이제 네놈들이 죽어 봐라, 자식들아!
***
발루아 공작은 지루한 표정으로 양옆에 새롭게 합류한 두 명의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와 나란히 말을 몰았다.
“꼴사나운 놈들이군.”
가볍게 혀를 차면서 미친 듯이 도주하는 엘튼 제국의 병사들을 비웃었다.
“하하하! 엘튼 제국 놈들이 멍청한 거야, 세계가 아는 사실 아닙니까? 번거롭지 않게 두 요새의 병력이 뭉쳐서 도주하니 얼마나 쉽습니까.”
옆에서 말을 몰던 윈스터가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일반 사람과 달리 입안이 온통 적갈색이었다.
‘그런 놈들한테 패했다네, 이 사람아…….’
발루아 공작이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고는 쓰게 입맛을 다셨다.
윈스터의 입속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것에 섬뜩함을 느꼈다. 자신도 저런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 새삼 자신 또한 흑마법으로 부활했다는 게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깨달았다.
오를레앙 대공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발루아 공작의 탈을 쓴 건 더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것에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오를레앙 대공이라는 신분의 인물은 1차 제국 전쟁에서 듀카스 대공과 싸우다가 죽은 걸 본 사람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지. 발루아 공작으로 여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말의 목 잔등을 툭툭 건드리면서 발루아 공작이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듀카스 대공과 다시 싸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요하다.
당시, 놈에게 실력으로 패배한 게 아니다. 말이 부실해서 재수 없게 패배한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신이 탑승한 전투마 또한 죽음을 거부하고 되살아난 존재다. 일반 전투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겁이 없다.
이지를 상실했기에 고통을 느낄 수도 없다.
고통을 참지 못해서 쓰러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신을 비롯한 흑기사들은 죽음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동물들이 다가서려 하지 않기에 전투마 또한 평범한 놈들이 아니다.
말조차 죽음에서 부활한 놈들이 필요했다. 비록 튼튼한 놈들을 골라 일부러 죽였다는 것이 약간의 찜찜함을 남기긴 했지만.
‘듀카스 백작… 아니, 듀카스 대공! 이번엔 제대로 승부 해봅시다.’
발루아 공작이 허리춤에 걸린 클레이모어의 폼멜(손잡이 끝의 장식)을 쓰다듬으면서 도주하는 병사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사악한 유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아를랑의 부름에 응했던 건 듀카스 대공 때문이었다.
인정할 수 없는 승부였기에, 다시 한 번 싸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안식을 마다하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총사령관 각하.”
굳은 얼굴로 시선을 고정한 그에게 메이튼이 말을 걸어왔다.
“음… 그 말은 거두시게. 총사령관의 자리는 나와 맞지 않소. 나는 그저 전선에서 마음껏 싸울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오.”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황제의 명령을 받아 총사령관의 자리에 앉았으나, 실질적인 지휘는 오를레앙 공작에게 맡겼다.
‘많이 컸어. 아니… 늙은 건가? 녀석의 얼굴에 주름이 생긴 것도 몰랐다니…….’
발루아 공작이 자조 섞인 헛웃음을 흘렸다.
한 번 죽음을 겪은 뒤에야 철이 들었다고 할까?
그동안 가족에 대해서 너무 무신경했었다는 것을 부활한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단지 자신의 깨달음을 아들인 오를레앙 대공에게 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기뻐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인 오를레앙 대공을 가르치면서 아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시범을 보면서 고뇌하던 모습.
죽기 전까지 ‘더럽게 진전이 느린 얼치기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총사령관의 영광된 자리를 아들에게 넘겼다.
“야전 총사령관은 발루아 공작 각하시질 않습니까.”
“굳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야 말리진 않겠소.”
발루아 공작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메이튼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총사령관’이라고 부르려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죽기 직전까지 최고의 자리에서 전투를 벌이던 인물.
최소한 제국의 총사령관을 옆에서 보좌하는 이인자의 위치라도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 아까 하려다가 말았던 얘기가 무엇이오?”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발루아 공작이 메이튼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놈들을 추격할 것인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조금만 더 간다면 아이언 영지라는 곳과 반나절 거리도 남지 않습니다. 본대가 베링 요새와 슬러더 요새에서 재정비하는 이상,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알고 있소, 이만큼 괴롭혔으면 저들이 다시 전투력을 발휘할 때까지 며칠 걸리겠지. 저기 보이는 언덕까지만 추격하는 것으로 합시다.”
발루아 공작이 대략 3~4킬로미터 전방에 위치한 언덕을 손으로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콰과광!
콰광! 콰과광!
막 메이튼이 흑기사에게 명령을 전달하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엄청난 폭음이 뒤쪽에서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러자 발루아 공작을 비롯한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일제히 뒤로 고개를 돌렸다.
“이럴 수가!”
발루아 공작이 눈을 크게 떴다.
뒤쫓아 행군하는 아군 병사 사이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면서 피 분수가 터져 나온다.
“저, 저게!”
“마법! 마법이 틀림없습니다!”
놀라기는 윈스터와 메이든도 마찬가지.
귀청을 터트릴 듯한 폭음이 연달아 들려오자 두 사람이 인상을 썼다. 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에 시력과 청력이 더욱 예민해진 상태다. 귀를 틀어막고 싶을 만큼 굉장한 폭발음은 부활한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괴롭혔다.
“마법 병단이 오지 않고서야 저런 식의 공격이 가능하단 말인가!”
발루아 공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구원하러 가야 합니다.”
“저 폭발 속을 뚫고 가자는 것이오?”
윈스터의 말을 들은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청난 폭발이 끊임없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소한 20명의 4서클 이상 마법사로 구성된 마법 병단이 공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서야 4서클 마법인 파이어 버스트가 저렇듯 끊임없이 폭발할 순 없는 일이니까.
“이보게 윈스터,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하네.”
메이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런 폭발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에 불과했다.
“저 안에 뛰어드는 것보다 마법 병단을 노리는 게 낫겠소.”
발루아 공작은 쉬지 않고 폭발이 일어나는 아군 진영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토록 강력한 마법병단을 꾸리다니… 무아를랑이 구성한 마법 병단 역시 이런 위력을 발휘할 게 틀림없겠지. 아군이라면 든든하지만, 적으로서는 최악이군.’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피 분수와 함께 팔다리 끊어져 날아다니는 것에 발루아 공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오나 총사령관 각하! 마법 병단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질 않습니까.”
메이튼이 다시 반대하고 나섰다.
아군 병사가 죽어 나가고 있으나, 애초에 프레하 제국 출신이 아닌 그였기에 안타까운 마음 따윈 들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나는 방향을 보시오. 넓게 원을 그리고 있지 않소?”
발루아 공작이 손을 들어 안군 진영에서 연속으로 터지는 폭발을 가리켰다.
“그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면 답이 나오는 거요.”
넓게 범위를 그리면서 설명하던 발루아 공작이 한쪽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은 숲이었다.
“마법 병단이 숲에 숨어서 마법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하지만 아무런 마나 유동도…….”
메이튼은 흐지부지 말끝을 흐렸다.
부활하면서 마나를 감지하는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인하러 가봅시다, 과연 어떤 놈들인지. 놈들의 마법 따윈 오러 블레이드로 갈라 버리면 되지 않겠소?”
차앙!
발루아 공작이 허리춤에서 클레이모어를 뽑아들고서 말했다.
“끼랴아!”
윈스터와 메이튼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발루아 공작이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다가닥, 다각!
“같이 가십시오, 총사령관 각하!”
먼저 훌쩍 떠나가는 발루아 공작을 따라 윈스터와 메이튼이 말에 박차를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