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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6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3화

163화 속 쓰린 패배 (1)

 

 

 

 

“좋아! 아주 좋아!”

 

거대한 강철 구조물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한국의 88전차(K1A1)를 생각하고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포신을 만들 방법이 없어서 포기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밀한 가공이 필요한 포신을 만들 기술이 없어서 포기한 거다.

대신에 탑승 인원을 늘려, 강력한 전력을 태우고서 빠른 기동을 염두에 두었다. 모자란 화력이야 수류탄으로 때우면 그럭저럭 돌파력은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강철 구조물은 한국의 88전차(K1A1)보다는 조금 더 크다. 내부의 공간이 넓어 사람을 태운다면 30명까지는 넉넉하게 탑승할 수 있을 크기다.

무한궤도 대신에 강화 마법을 앤챈트한 다섯 쌍의 대형 바퀴를 장착했다. 전차라기보다는 APC 장갑차라고 보는 게 맞겠다.

장갑차를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뱅크스 요새의 전투에서 시즈 타워를 보고 난 다음이다.

물리 방어 마법이 걸린 목조 건축물에서 쏟아져 나오던 기사와 병사들.

말과 공성용 기둥(Battering ram)을 엮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성문을 향해 충돌하던 적군 사령관.

그것을 보고서 생각해낸 것이다. 단번에 성문을 부수고 곧바로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매우 효율적일 테니까.

 

“마음에 드나 윌슨 놈아?”

 

“물론, 아주 마음에 든다.”

 

트와토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답해 주었다.

 

“하지만 동력이 없는데 무슨 수로 이것을 움직이겠다는 거야? 무게만 40톤이 넘는다구!”

 

칭찬을 받아 의기양양해 하던 트와토른이 이내 입맛을 다신다.

포신도 포탑도 없는 강철 구조물인 데다가 내연기관과 같은 동력원이 없음에도 무려 40톤의 중량이다.

 

“동력이 없긴 왜 없어? 코너가 만들었잖아.”

 

“네? 제가요? 그런 적 없는데요?”

 

녀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껌뻑거린다.

강철 구조물에 더 다가가서 아래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거대한 바퀴를 이어 주는 축에 원통 형태의 커다란 쇠뭉치가 장착되어 있다.

 

“저기에 어떤 마법을 인챈트 했는지 기억 나냐?”

 

“단방향 이동 마법을 각각 인챈트… 아! 축이 고정되었으니 회전할 수 있겠군요!”

 

코너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발했다.

무게가 무게니 만큼 다섯 쌍의 바퀴에 모두 이동마법이 새겨진 장치를 부착한 상태다.

기능은 단순한 게 좋다.

기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나의 지식 수준으로는 골치 아프다. 그래서 단순하게 설계했다. 내공을 많이 주입하면 빨라지고 줄이면 느려진다.

브레이크?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니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인챈트 마법에 내공을 주입하면 된다.

조절을 잘못하면 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 좀 에러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마나 증폭 마법이 인챈트 된 기관을 별도로 탑재시켰다.

 

“이것의 이름은 탱크(Tank)로 한다.”

 

강철 구조물의 두꺼운 철판을 두들기면서 말했다.

전차라고 부르고 싶지만, 이곳 세상의 말이 끄는 전차와 혼동되기 싫어서 탱크라고 이름 지었다. 내게 익숙한 단어이기도 했으니, 입에 달라붙는 단어가 무난하겠다.

 

“오! 윌슨 놈아! 괜찮은 이름인데?”

 

“느낌이 좋아요. 윌슨.”

 

트와토른과 코너가 나의 작명 센스에 감탄한다.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상관없다. 탱크에 탑승해서 적의 성문을 파괴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탱크와 같은 거대한 강철 구조물이 움직일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거다.

대략 소드 익스퍼트 상급 정도의 기사가 전력으로 마나를 공급한다면 5분 정도를 이동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

물론 아직 시험해 본 적은 없다. 이제야 완성되었으니까.

탱크를 모는 것은 나와 세인트가 적합하다. 한계를 모르는 마나를 지닌 세인트는 마나 부족에 시달릴 이유가 없고, 나는 가슴에 박힌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사용하면 된다.

 

“자! 문 열고 움직여보자!”

 

드디어 시험 가동을 해볼 단계다.

물론 외부에 공개되어선 곤란하니, 일단은 지하 벙커 안에서 가볍게 시험 가동만 해볼 생각이다.

 

쿠쿵!

 

“으아아악! 윌슨 놈아! 지하실 다 무너진다아아아!”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

 

엘튼 제국의 황궁.

황제가 그레이트 홀에 귀족들을 모아 놓고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프레하 제국의 군대가 은밀히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듀카스 대공이 쓰라린 얼굴로 보고를 마쳤다.

 

“정녕 그것이 사실입니까. 듀카스 대공!”

 

필립 황제가 미간을 좁히면서 말했다.

 

“프레하 제국이 작정하고 본국의 첩자들을 처리했습니다. 놈들의 출병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천운이라고 봐야 합니다.”

 

“간악한 놈들! 어쩐지 프레하 제국을 오가는 상인조차 없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아르곤 상단의 주인인 아르콘트 자작이 앓는 소리를 냈다.

 

“명색이 제국이라는 것들이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는 일 아닙니까!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했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분한 얼굴로 모리스 공작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의 모습에 다른 귀족들도 덩달아 프레하 제국을 욕하면서 소란이 일어났다.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들 하십시오!”

 

황제가 마나를 담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마치 맹수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커다란 음성에,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욕하던 귀족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황공하옵니다. 황제 폐하!]

 

필립 황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귀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란 떨지 말고 자리에 앉으십시오.”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휘휘 내젓는 필립 황제.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대책 회의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황좌 아래에 기다란 테이블을 놓은 상황이다.

귀족들은 필립 황제를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삼황자로 있을 당시엔 가볍게만 보이던 필립 황제다.

하지만 조금 전에 들었던 성난 외침은, 이전 황제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박력이 넘쳤다.

젊은 나이와 얼떨결에 황제의 자리에 앉은 그를 무시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귀족들을 한꺼번에 무릎 꿇게 하는 필립 황제의 카리스마.

귀족들은 감히 불경스러운 마음을 먹을 수 없었다. 엘튼 제국을 받치는 듀카스 대공과 모리스 공작조차 찍소리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지금은 전시 상황입니다. 빠른 대처만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간악한 프레하 제국 놈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욕은 나중에 하시고 대책부터 내놓으십시오.”

 

필립 황제가 귀족들을 내려다보면서 눈에 힘을 주었다.

마치 ‘헛소리 지껄이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귀족들은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놈들은 자신의 영토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합니다. 어쩌면 지난 패전에 이어, 침략까지 당하면 사기가 저하될 것을 두려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합니다. 듀카스 대공.”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침략하는가, 침략당하는가.

그런 차이에 따라 심리적인 부담이 달라진다. 당하는 입장이 되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압박감을 느끼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우리가 국경을 넘으려고 했던 건데…….’

 

필립 황제가 주먹을 꾹 말아쥐고 이를 악물었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공격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프레하 제국이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화가 나지만 지금으로선 국제법이네 뭐네 하고서 따질 때가 아니다.

 

“프레하 제국에서 파병한 병력은 얼마쯤 된다고 합니까.”

 

“그것까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전쟁을 돌이켜 봤을 때, 대략 엇비슷한 숫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무리해서라도 지난번보다 더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만 무엇입니까, 듀카스 대공.”

 

근심이 가득한 듀카스 대공의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낀 필립 황제가 대답을 재촉했다.

 

“놈들의 흑기사가 몇이나 동원되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언 백작의 보고를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놈들은 저주받은 흑마법을 사용해 부활한 놈들입니다.”

 

[…….]

 

듀카스 대공의 말에 필립 황제를 비롯한 귀족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들이 직접 흑기사라는 존재를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라서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아이언 백작이 흑기사와 싸워 크게 다쳤다는 사실이 문제다.

지난 제국 전쟁과 이황자의 반란에서 보았던 아이언 백작의 무력은 엄청난 수준.

그런 아이언 백작이 흑기사를 상대로 싸우다가 오랫동안 앓아누웠다는 건 심각한 일이었다.

흑기사란 존재가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였으니까.

 

“전방에 기도문을 새긴 병기를 지급하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필립 황제는 듀카스 대공의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무기가 완성하는 즉시 전방 요새에 전하고 있습니다만, 모두를 무장시키는 건 역부족입니다.”

 

“드워프를 동원해도 어려웠다는 얘기입니까?”

 

“아시다시피 드워프들은 병기를 만드는 것에 비협조적입니다. 수량을 맞추려던 건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 계획이었습니다. 황제 폐하.”

 

듀카스 대공이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인간에게 비협조적인 드워프였기에 인간에게 도움되는 무기류는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병기에 기도문을 새기고 은으로 채우는 작업은 인간 대장장이의 몫이었다. 제작 물량이 부족해 모든 병력에 대해 기도문을 새긴 병기를 지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듀카스 대공은 프레하 제국의 침공을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게 좋으리라고 보시는 겁니까.”

 

답답한 상황이라 필립 황제는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며, 전략 회의를 해본 경험도 없다.

그러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수만의 병력… 아니, 어쩌면 제국의 운명까지도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

생각 같아선 모든 병력을 동원해 밀어붙이고 싶지만, 상대는 엘튼 제국보다 인구가 많아 병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쉽다.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

그러니 경험이 풍부한 듀카스 대공에게 의지하는 게 현재로선 정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필립 황제가 간절함이 느껴지는 눈으로 듀카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귀족들 역시 그를 따라 듀카스 대공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황명에 의해 귀족들이 한 달 전부터 병력을 파병해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집결한 병력을 아이언 영지로 보내야 합니다.”

 

“아이언 영지로 말입니까?”

 

필립 황제가 눈을 크게 떴다.

뜻밖의 얘기였기 때문이다. 베링 요새나 뱅크스 요새를 지원하라고 예상했었는데 말이다.

 

“우선 아이언 영지에 병력을 집결하고 상황에 따라 두 곳의 요새로 파병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가겠습니다.”

 

“듀카스 대공이 직접 병력을 이끄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리되면 트럼벌 요새를 지휘할 사람이…….”

 

필립 황제가 말끝을 흐렸다.

엘튼 제국 최고의 검사인 듀카스 대공은 트럼벌 요새의 상징과도 마찬가지인 인물.

만약 그가 아이언 요새로 출병한다면 제국민이 불안해할 것이 염려되었다.

 

“최후의 관문인 트럼벌 요새는 근위기사단장을 사령관으로 두고, 모리스 공작의 장자인 찰리 모리스를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지키게 해주십시오.”

 

“으음…….”

 

필립 황제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듀카스 대공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이언 영지의 모습을 직접 보셨을 겁니다. 놈들이 아이언 영지의 성을 적들이 공략에 성공한다면 위험합니다. 만약 아이언 영지를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우린 놈들의 후방을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프레하 제국의 브뜨아 요새처럼 아이언 영지의 성을 이용하겠다는 거겠군요.”

 

필립 황제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좋습니다. 듀카스 대공의 말을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나머지 귀족들은 듀카스 대공을 도와 전쟁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제 폐하!]

 

마침내 필립 황제가 승낙하자, 귀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

 

스스슥!

사사사삭!

 

어둠을 이용해 움직이는 일단의 무리.

이백 명에 이르는 인원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소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새카만 갑옷을 입은 흑기사들이 숲을 이용해 전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얼굴도 재를 묻혀 보이는 거라곤 회색으로 변색 된 흰자위뿐이었다.

 

“대기!”

 

선두에서 달리던 흑기사가 속도를 줄이면서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다.

속삭이는 듯한 음성임에도 뒤에서 쫓아오던 흑기사들이 용케 명령을 알아듣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베링 요새가 보인다. 엘튼 제국 놈들을 짓밟을 준비가 되었는가?”

 

흑기사들을 멈춰 세운 사내가 화톳불이 곳곳에 밝혀진 베링 요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열을 정비할 겸해서 흑기사들을 멈추게 한 것이다.

 

[…….]

 

그러자 흑기사들이 눈을 번들거리면서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한다.”

 

선두의 사내가 흑기사들의 대열이 정비된 것을 확인하고는 짧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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