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6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1화
161화 전력 강화(2)
“그것만 약속하면 돼냐?”
분명 개소리인 것 같은데, 세인트의 얼굴이 지나치게 진지하다.
그래 웃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지?
“한 가지 더!”
“말해 봐.”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어째 점점 더 괴랄한 약속만 요구한다.
“웃지 않는 거 하고 화내지 않는 게 ‘힘’과 무슨 상관인데?”
“약속해라.”
기가 막혀서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지만, 세인트는 쓸데없이 단호하다.
“끄응… 알았다 약속할게.”
대체 무슨 괴상한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라면 녀석은 성공한 셈이다.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좋아! 확실히 약속한 거다?”
“간 좀 그만 보고 얘기해 봐. 크로노스 갑옷에 숨겨진 ‘힘’이란 게 뭐야?”
“완전체인 마왕과 싸울 수 있는 힘이다. 이전의 너라면 어렵겠지만, 지금의 너라면 충분한 자격이 있어.”
“완전체 마왕과 싸울 수 있는 힘? 마왕의 본체를 말하는 거야?”
이번에 솔직히 놀랐다.
마왕의 본체는 어쭙잖은 마왕이라고 해도 기본이 10미터에 달한다고 했다.
그런 마왕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 만큼의 ‘힘’이라면…
대단할 게 분명하니까.
“본체와 싸울 수 없다면 ‘힘’이라고 말하기가 그렇잖아? 내가 누군지 잊은 거냐, 윌슨? 나 천재 인챈터야.”
세인트가 턱을 치켜들고서 어깨를 으쓱거린다.
어지간히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알았으니까, 어떻게 거대한 마왕의 본체와 싸울 수 있다는 거야?”
“어떻게 싸우긴 어떻게 싸워? 너도 거대해지면 되는 거지.”
“내가? 크로노스 갑옷에 그런 힘이 숨겨져 있었어? 그게 가능해?”
“말했잖아, 나니까 가능한 거다. 크로노스 갑옷을 완성하는 데만 200년이 넘게 걸렸다고 했잖아.”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세인트.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기능이다. 어떻게 인간이 거대해질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과연 마법이라는 건가?
“대단해! 그래서 어떻게 하면 거대화할 수 있는 건데?”
“진짜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하는 건데… 절대로 화내거나, 웃으면 안 된다.”
흐뭇한 얼굴이던 세인트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알았다고 했잖아.”
“크로노스 갑옷을 장착한 상태에서 주문을 외우면 된다.”
“크로노스 갑옷을 입을 때처럼?”
“그렇지.”
“주문이 뭔데?”
“험, 험! ‘위대하신 세인트 님이시여. 힘을 주소서!’… 다.”
헛기침하면서 세인트가 눈치를 본다.
귀가 썩는 느낌이다. 대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개새…….”
“화내지 않는다며!”
얼굴이 벌게져서 나의 말을 끊고 소리치는 세인트. 한 가닥 양심은 있는지, 민망하긴 한 모양이다.
“무슨 주문이 그따위야!”
“지금 화낸 거지!”
“후우, 후… 아니… 무슨 주문이 그런 거야, 세인트?”
상처받았다는 얼굴로 인상을 쓰는 세인트 녀석 때문에 심호흡하고서 조금은 상냥(?)하게 질문을 던졌다.
“나도…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살다가 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억울해서 못 살겠더라.”
“나한테는 그런 주문 알려 주지 않았잖아.”
이건 좀 이상하다.
“그건 네가 크로노스 갑옷의 힘을 이끌어 낼 수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까는 자격 있다며?”
“맞아, 지금의 너라면 자격은 충분하다.”
“그럼 안 알려 준 거 맞잖아.”
“실력이 높아지고서 크로노스 갑옷을 착용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
“…….”
맞다.
생각해 보니, 화경의 경지에 오르고서 크로노스 갑옷을 착용한 적이 없다.
보통은 다른 갑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크로노스 갑옷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기도 했으니까.
“크로노스!”
속는 셈 치고 크로노스 갑옷을 소환했다.
터더덕! 터덕! 촤르륵!
오랜만에 소환하는데도 금속판이 부드럽게 전신을 감싼다.
성능은 둘 째 치고 착용감 하나는 정말 예술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물건이다.
철컥! 철컥!
우우웅!
“……?”
마지막으로 머리에 투구가 씌워지는 순간, 크로노스 갑옷 전체에서 이상한 진동음이 발생했다.
이제껏 이런 일이 없었기에 세인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녀석은 딴청을 피우면서 나의 시선을 피한다.
때를 같이해 귀에 파고드는 음성.
―인연을 맺은 자여!
―본인은 크로노스 갑옷을 만든 마법사 세인트다. 그대의 능력이 잠자는 나를 깨웠으니, 이것은 운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크로노스의 힘은 마계의 존재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마계의 최상위 존재인 마왕의 침입에 대비해 나는 여기에 힘을 숨겨 두었나니, 그대와 인연이 작지 않음이로다.
―만약 마왕이 인간계에 침입한다면, 크로노스 본연의 힘을 깨워 싸우길 바란다.
―숨겨진 힘은 마왕과 대적할 때만 발휘되는 것이니, 헛된 욕망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대,
―위대한 힘을 개척한 자여.
―소망하라!
―‘위대하신 세인트 님이시여. 힘을 주소서!’ 라고 외쳐라!
―그리하면 나와 운명으로 이어진 그대에게 강력한 힘이 깃들 것이로다!
.
.
.
“…이러고 싶냐?”
주절주절 이어지는 세인트의 음성을 들으면서 혀를 찼다.
목에 힘을 빡 주고서 녹음(?)했다는 티가 팍팍 난다. 그러나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아직도 주절주절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나 사람과 대화가 그리웠으면…
이해는 하는데 도저히 들어 줄 수가 없다.
“크로노스 해제!”
터러러럭! 촤르륵!
입을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해체되는 크로노스 갑옷.
세인트 녀석에게 시선을 던지는데, 여전히 딴 곳을 쳐다보면서 얼굴이 벌게져 있다.
“험, 험!”
“후우… 진짜 지랄하고 자빠졌다.”
“화, 화내지 않기로 했잖아!”
“화난 거 아니거든? 한심해서 그런다, 이 자식아.”
“크흑! 그만해라. 나도 네 녀석이 그걸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창피한 건 아는지, 세인트가 고개를 흔들면서 앓는 소리를 낸다.
“나가자!”
“어딜?”
“위대하신 ‘힘’을 확인해야지?”
녀석이 크로노스 갑옷에 남겨 둔 메시지 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따와서 말했다.
“그건 곤란하다.”
“왜?”
“마왕이 있어야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잖아!”
“너도 마왕이잖아?”
“난 ‘짝퉁’이라고 빌어먹을 자식아!”
세인트가 버럭 고함을 지르고는 씩씩대면서 밖으로 나간다.
내가 너무 깐족거렸나?
어쨌든, 마왕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비록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세인트 녀석도 있으니, 마왕 한 놈쯤은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게 된 셈인가?
잘하면 두 놈도…
그건 좀 오바인 듯하다. 아직 성능 평가도 제대로 되지 않은 크로노스 갑옷을 무작정 믿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
프레하 제국의 수도 뒤리스퐁.
황제를 비롯한 귀족들이 연일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이는 중이다.
엘튼 제국에서 선전포고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프레하 제국이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국민을 비롯한 귀족들은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었다. 지난 전쟁에서 패전한 탓에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
하지만 얼마 전 엘튼 제국이 표명한 전쟁의 명분이 공개된 순간, 제국민은 물론 프레하 제국의 귀족들이 분기탱천하고 말았다.
<프레하 제국이 마왕을 섬긴다.>
엘튼 제국에서 전쟁을 선포한 명분으로 내세운 게 바로 그것이었다.
증거라고 제시한 것은 발루아 공작의 시체.
황위 문제로 내란이 일어날 당시에, 발루아 공작이 내란에 가담했다는 내용을 서두로 다루고 있었다. 내란 진압 과정에서 아이언 백작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발루아 공작이 사악한 흑마법으로 부활해 아이언 백작의 영지를 습격했다는 얘기.
그런 와중에 부활한 발루아 공작이 아이언 백작에게 또다시 죽임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프레하 제국의 그레이트 홀에 모인 귀족들은 그래서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발루아 공작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엘튼 제국이 헛소리하고 있으니까.
붉은 융단이 깔린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에 귀족들이 의자를 놓고 갈라서서 목에 핏대를 세우는 프레하 제국의 귀족들.
“간악한 엘튼 제국의 주장은 참으로 억지스럽습니다.”
“그러합니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아이언 백작 따위가 발루아 공작을 패배시켰다는 것부터가 헛소리입니다.”
“멀쩡히 살아계신 발루아 공작을 걸고 넘어가는 것부터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놈들은 우리 프레하 제국을 만만하게 보고 되먹지 못한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
.
.
귀족들은 잔뜩 흥분해서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엘튼 제국의 무도함을 성토했다.
혼란스러운 성황을 가만히 지켜만 보던 황제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
분노해 소리치던 귀족들은 황제의 작은 손짓 한 번에 입을 꾹 다물었다.
‘좋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디리온 황제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고는 귀족들이 열변을 토하는 와중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발루아 공작에게 시선을 던졌다.
“발루아 공작!”
“신 ‘에드몽 드 발루아’! 황제 폐하의 명령을 기다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발루아 공작이 쇳소리가 뒤섞인 우렁찬 음성으로 대답하고는 군례를 올렸다.
철컹!
준전시 상황으로 인하여 검은색 갑옷을 입은 그의 가슴에서 묵직한 금속성이 튀어나왔다.
마치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와도 같아, 흥분했던 귀족들이 일제히 발루아 공작을 바라보았다.
“엘튼 제국의 주장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는가.”
“들을 가치도 없는 주장입니다. 황제 폐하!”
발루아 공작이 대답과 동시에 이를 악물었다.
우우웅…
[오오오!]
귀족들이 탄성을 흘렸다.
발루아 공작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기세에 감동한 것이다.
귀족들은 그의 기세를 접하고서 죽은 오를레앙 대공이 환생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어쩌면 오를레앙 대공보다 더 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전의 오를레앙 대공조차 이렇게까지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의 기세를 일으키지는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대를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바이네.”
“충! 반드시 황제 폐하께 승리의 영광으로 보답할 것을 맹세합니다.”
자리에서 연으로 한 걸음 움직여 한쪽 무릎을 꿇고 군례를 올리는 발루아 공작.
[황제 폐하 만세! 만세!]
그의 결연한 모습에 귀족들이 감동한 얼굴로 환호성을 질렀다.
황제가 이렇듯 화끈하게 전쟁을 결심하고, 발루아 공작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전쟁에서 제외되었던 발루아 공작이었기에, 이번 황제의 결정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아르쿠르 백작을 후작으로 봉한다.”
아르쿠르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 ‘메데릭 드 아르쿠르’가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드높은 이름이 만방에 알려질 것입니다.”
[오, 오오오!]
귀족들은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탄생에 탄성을 발하며 기꺼워했다.
“발루아 공작이 비밀리에 육성한 소드 마스터 두 명이 엘튼 제국과 벌일 전쟁에 투입될 것이다. 윈스터 경, 메이튼 경은 들어오라!”
[…….]
황제의 선언에 환호하던 귀족들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번졌다.
갑작스레 두 명의 소드 마스터라니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살피를 잡지 못했다.
끼이익!
철컹, 철컹, 철컹…
그레이트 홀의 문이 열리고 검은 갑옷을 입은 두 명의 기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 들어왔다.
[오오! 대단해!]
잠시 멍했던 귀족들이 다시금 탄성을 발했다.
그레이트 홀 중앙으로 걸어오는 두 명의 흑기사가 풍기는 위압적인 기세에 귀족들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황제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두 명의 흑기사가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고서 크게 소리쳤다.
절대복종의 자세를 보이는 두 명의 흑기사에 귀족들의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황제는 귀족들의 반응을 즐기면서 흡족한 듯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 둘은 발루아 공작이 제국을 위해 비밀리에 키운 소드 마스터다. 그리고 오를레앙 공작은 현재 황궁의 지하 수련실에서 각성 중이다. 이번 전쟁은 절대로 패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걸 감히 장담하는 바이다!”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프레하 제국 만세!]
귀족들은 황제의 선언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치켜들고서 환호했다.
“그리고!”
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귀족들이 워낙 크게 환호하고 있어서, 마나를 수련하지 않은 황제가 소란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원했던 것처럼 귀족들의 환호가 잦아들고 다시 침묵이 깔렸다.
“마법사 무아를랑에게 공작의 자리를 주어, 이번 전쟁에서 마법 병단을 이끌도록 하겠다.”
[…….]
침묵이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만큼 ‘무아를랑’이라는 이름에 담긴 꺼림칙함이 강했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