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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6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0화

160화 전력 강화 (1)

 

 

 

황제를 보내놓고 세인트를 집무실로 불러들인 상태다. 황제가 방문할 베링 요새와 뱅크스 요새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설마 황궁으로 돌아갈 때 다시 들르지는 않겠지?

끔찍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자. 지금은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다.

봄이 되면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건 기정사실.

대비하고 또 대비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나 곤란을 겪는 게 전쟁이다.

인간과 인간이 벌이는 전쟁에서도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판에, 상대가 예상을 벗어나는 힘까지 서슴지 않고 동원하는 상황이다.

원래 전쟁이라는 건 누가 더 비겁하고 이기적인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프레하 제국 놈들은 지나치게 비겁하고 야비하며 이기적이다. 죽은 자를 되살려 전쟁에 사용하는 건 둘 째 치고 치사하게 마왕까지 동원되었을지도…

응?

그러고 보면 우리 쪽에도 마왕이 있으니 남 얘기할 처지가 아닌가?

아무튼!

세인트야 자발적(?)으로 내게 협조하는 거고, 프레하 제국 놈들은 아니잖아?

어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세인트를 내가 부른 게 아닌 이상 나의 입장에서는 정당하다.

중요한 건,

프레하 제국에 존재하는 마왕이 하나가 아닐 거라는 점이다. 하위 마왕을 소환하려다가 세인트가 소환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레하 제국의 흑마법사들이 마왕 소환이 실패했지만, 순순히 포기할 거로 생각지는 않는다.

분명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또 다른 마왕을 불러냈으리라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잠깐…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지?

마계 사정에 밝은 녀석을 곁에 두고서 말이다.

 

“세인트.”

 

“왜? 자식이, 사람… 사람은 아닌가? 어쨌든! 불렀으면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계속 똥 씹은 얼굴로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너 대신 인간계에 소환된 마왕이 있을까?”

 

녀석의 툴툴거림을 무시하고서 질문을 던졌다.

한번 말을 받아 주면 끝도 없이 투덜거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천 년을 넘게 홀로 지내 왔던 놈이라서 제대로 말문이 터지면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나 대신?”

 

“그래, 프레하 제국 놈들이 순순히 포기하지는 않을 거잖아. 필요성이 있으니까, ‘데카라비아’라는 놈을 소환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세인트가 손을 들어 수인을 맺는다.

음침하고도 끈적끈적한 어둠의 기운이 그의 전신에서 뭉클거리고 일어난다.

외부로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게 나름의 배려까지 했다는 건 기특한 일이다.

아이언 영지의 유일한 마법사인 코너와 기운에 민감한 기사들을 배려해서이기도 할 터다.

집무실 내부에 시커먼 공간이 생겨나자, 세인트가 괴상한 언어로 중얼거린다.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인상을 쓰고는 수인을 풀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녀석의 말대로 마왕 하나가 인간계로 나갔다는데?”

 

“역시…….”

 

예상은 했지만, 현실이 되고 보니 입맛이 씁쓸하다.

 

“그럼 인간계에 나온 마왕은 너까지 합쳐서 여섯?”

 

“뭐 그런 셈이지. 나하고 그 멍청한 ‘크로셀’을 제외하면 넷이라고 봐야지.”

 

“이번에 소환된 마왕은 어떤 놈이지?”

 

“마계 서열 63위의 ‘안드라스’라는 놈이야. 항상 욕구불만에 차 있는 놈인데, 마르바스와 그다지 상성이 좋지는 않아. 녀석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골치 아픈 놈이 나왔군.”

 

세인트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안드라스’라는 놈이 골치가 아파?”

 

녀석이 쓴웃음을 짓는 걸 보니, 안드라스라는 마왕이 보통은 아닐 것 같다.

 

“전쟁을 즐기는 놈이야. 눈에 띄는 모든 것을 파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마왕이라고 할까? 마계 서열은 하위권이지만, 전투력만큼은 상위 마왕과 맞먹어.”

 

“그런데 왜 하위권에 있는데?”

 

“머리가 돌이거든. 무조건 들이박고 보는 놈이라, 부하가 없어서 세력을 가지지 못했지. 그런데도 마계 서열을 유지하는 걸 보면 대단한 놈인 것만은 확실하다.”

 

“…미치겠네.”

 

골치가 아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뭔 놈의 마왕이 이렇게 흔해?”

 

“어쩌겠냐. 애초에 마왕이 등장하지 못하게 막았어야 하는 거다. 마왕 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답 없어. 처음부터 마왕이 나오지 못하게 조심하는 수밖에.”

 

쓰게 입맛을 다시는 세인트.

확실히 녀석은 마계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계를 잘 아는 존재가 아군이라는 건 든든한데, 상대편엔 최소 둘 이상의 마왕이 존재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어쩌면 네 명의 마왕 전부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건 부담감을 넘어서는 수준.

차라리 ‘제국에 이러한 사실을 알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곤란하다.

싸우기도 전부터 사기가 떨어질 테니까.

황제가 기세 좋게 전쟁을 선포했는데, 뒤늦게 깨갱 하는 거 모양 빠진다.

흑마법사들이 전쟁에 개입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게 여러모로 엘튼 제국에 유리하다.

어차피 총력전 상황.

흑마법사가 개입되었든 마왕이 개입되었든 달라질 게 없다. 우선은 세인트를 믿고 가보는 수밖에.

 

“‘안드라스’라는 마왕을 상대할 순 있겠어?”

 

세인트와 시선을 맞췄다.

녀석의 대답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터다. 안드라스라는 마왕을 세인트가 해결할 수 있다면, 프레하 제국에 마왕이 존재한다는 걸 당당히 밝힐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세인트가 우리의 편에 선 마왕급 흑마법사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할 수도 있게 된다.

계약을 맺은 마왕을 처치하고서 자유를 얻은 건 사실이니까. 마왕의 자리까지 승계받은 건 좀 에러지만, 그거야 숨기기 나름이다.

 

“싸워봐야 알겠지만, 승부를 장담할 순 없다. 안드라스를 직접 본 적은 없거든. 마족 녀석들의 얘기로는 내구력이 엄청나다고 하더라. 세력도 없는 주제에 아직도 마왕의 서열을 유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인상은 왜 써? 사람 불안하게…….”

 

녀석이 자신감을 드러내질 않는 걸로 보아, 만만치 않은 상대인 건 확실한 모양이다.

‘안드라스’라는 마왕을 해치우고 녀석이 멋지게 등장해야, 다른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차라리 황제한테 마왕이 출현했다고 알리는 게 나을까?”

 

“증거는 있고?”

 

“…….”

 

불안한 마음에 얘기를 꺼냈지만, 녀석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하는 반박에 할 말이 없다.

증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발루아 공작의 부활이 유일한 근거지만, 흑마법사도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증거로 제시하기에는 빈약하다.

이미 엘튼 제국의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기도 하고.

프레하 제국에 마왕이 존재한다고 무작정 우겼다간 미친놈 소리만 들을 테니… 이래저래 머리만 복잡해진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윌슨.”

 

“인마, 걱정 안 하게 생겼어?”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마왕이 출현했음에도 증거가 없어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거지같은 상황.

그렇다고 세인트 녀석을 마왕이라고 소개했다간, 나만 피를 보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마왕과 버젓이 함께 지내는 인간이 정상으로 보일 리가 없잖아?

자칫 내가 마왕의 추종자로 몰릴 위험성이 높다.

빌어먹을!

 

“내가 전에도 얘기했잖아. 너한테 그만한 힘을 줬다고.”

 

어떻게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세인트가 피식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너 말 잘했다. 내가 다 조사해 봤거든? ‘힘’이 숨겨진 게 대체 어떤 거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놈에게서 받은 마법 갑옷과 무기를 전부 점검해 봤지만, 어느 것에서도 ‘힘’을 의심할 만한 물건은 없었다.

 

“뭘 다 조사해?”

 

세인트가 눈을 끔뻑거린다.

 

“너한테 받은 물건들 말하는 거잖아? 자식이 사람 놀리냐?”

 

능청을 떠는 녀석한테 톡 쏘아붙였다.

가뜩이나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자식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실실 쪼갠다.

그런 의미에서 세인트 녀석을 힐난하듯 째려보았다.

 

“물건들? 난 너한테 준 거라곤 딱 하나밖에 없어. 크로노스 갑옷.”

 

“…….”

 

순간 뻘쭘해졌다.

그랬다.

녀석이 나한테 직접 선물해 준 것은 크로노스 갑옷 하나뿐이다.

디바인 소드는 녀석을 만나러 올라가기 전에 나에게 귀속된 것이라 그냥 얻은 거다. 그리고 나머지 갑옷과 무기들은 녀석과 상의 없이 ‘챙긴’ 거다.

 

“나머지는 네 멋대로 가져간 거잖아?”

 

“그런 사소한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 크로노스 갑옷에 ‘힘’이 숨겨져 있다고?”

 

녀석의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듣고 싶은 말부터 물어보았다.

 

“물론이지. 내가 마계로 넘어갈 때 했던 얘기 기억나? 다른 녀석의 손에 들어가면 골치 아파진다고 했던 말.”

 

“기억나. 하지만 크로노스 갑옷에선 ‘힘’이란 걸 찾을 수 없었어. 비정상적으로 화염 속성의 기운이 충만하다는 것 외에는.”

 

의문스러운 눈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크로노스 갑옷이 나와 하나가 된 뒤로 나만큼 크로노스 갑옷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작자인 세인트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면밀하게 살폈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화속성 기운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지 못하면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세인트가 말하는 ‘힘’이라는 건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갑옷을 소환해서 살펴보았으나, 특이한 점은 찾지 못하였다.

 

“크로노스 갑옷을 만들 때, 어떤 심정이었는 줄 알아?”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거냐?”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모습으로 물어보는 통에 괜히 뻘쭘해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내가 마계로 끌려가게 된 다음을 걱정했다. 혹시라도 마왕이 나를 데려간 다음에 수작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크로노스 갑옷을 완성한 뒤에 던전을 만들고 보물이 있다고 소문을 냈어.”

 

“설마 크로노스 갑옷을 인간에게 전해 주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맞아. 이왕이면 근사한 여자가 던전을 돌파해 줬으면 했지. 하긴, 내 복에 무슨…….”

 

세인트가 피식 웃는다.

이 녀석이 진지하니까 더럽게 안 어울린다. 하지만 리치가 되고서도 인간의 편에 서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악랄한 던전이 인간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어이가 없어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인간을 존재 자체마저 지워 버리는 극악한 던전이었다. 나 역시 몇 번이나 죽음을 예감했었는지 모른다. 세인트는 내가 운이 좋아서 던전을 통과했다고 말했지만, 운이 좋은 게 아니다.

한국이라는 세상에서 던전 탐험과 같은 종류의 영화를 좋아했던 덕을 본 것이다.

아무리 악랄한 함정을 만들어도 세인트가 혼자 생각한 거라서 한계가 있다. 그에 반해 내가 살던 한국의 세상에선 수없이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영화를 완성했다.

이전과 똑같은 함정을 영화로 내놓았다가는 식상함 때문에 외면받는 곳.

그런 세상의 함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나였기에 세인트의 던전을 무사히 돌파할 수 있었던 거다.

물론 당시에 나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건 인정하는 바이다.

어쨌든 그런 던전을 만든 이유가 인간을 위해서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자!

어디 얘기 좀 해 보시지 세인트?

 

“능력이 되지 않는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내 필생의 역작이 쓰레기가 되어 버리지. 그건 정말 못 참아주겠더군. 좋은 물건은 좋은 주인을 만나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 윌슨.”

 

“뭐 그렇다고 치자고, 그래서?”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과격하긴 했지만, 일단은 인정했다.

세인트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다. 인간의 기준으로 녀석의 사고(思考)를 판단할 순 없는 일.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유리하겠다.

 

“네가 말한 ‘힘’이라는 게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다는 거야?”

 

재수 없으면 마왕과 맞짱 떠야 하는 상황이다. 숨겨진 힘이 있다면 이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 두어야만 한다.

 

“지금의 네 능력이면 어지간한 마왕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는 될 거다.”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얘기?”

 

“마왕이 동네 양아치쯤 되는 줄 알아? 그러면 마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겠냐?”

 

세인트가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현재 상태만으로 이기는 건 무리인 모양이다. 하긴… 발루아 공작한테도 절절매다가 당한 몸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백 년 내공을 완성한 다음이라, 다시 발루아 공작과 붙는다면 전처럼 어이없이 당하지 않을 터다. 아니, 압도할 수 있을 거로 본다. 하지만 마왕은 그보다 더 강력한 존재일 게 분명하다.

백 년 내공을 완성하고 화경에 접어들면서 느낀 세인트는 이전과 또 다른 느낌.

마계에서 소환될 당시에 보여 준 능력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화경의 경지를 개척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제야 녀석과 파워에서 대등해졌다고 해야 할까?

전투를 벌인다면 내가 조금은 유리하게 싸움을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

아무튼,

스스로 짝퉁이라고 말하는 세인트조차 이렇게나 강력한데, 진짜배기 마왕은 얼마나 강력할 것인가!

녀석이 어이없어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더 나한테 주었다는 ‘힘’이 절실하다.

 

“적당히 약 올리고 빨리 알려 줘라. 궁금해 돌아 버릴 것 같다. 자식아!”

 

“한 가지 약속만 해 준다면 알려 주마.”

 

“뭔데?”

 

녀석이 또 진지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걱정부터 앞선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약속까지 해 달라는 걸 보니 심상치가 않다.

 

“약속부터 해.”

 

세인트는 순순히 알려 줄 마음이 없는 듯하다.

제길!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하는 수없이 씁쓸한 얼굴로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뭘 약속하라는 거야. 너도 마왕이라고 영혼 같은 걸 달라고 그러는 거냐?”

 

“아니?”

 

“그럼 뭔데?”

 

“웃지 않겠다고 약속해.”

 

“…….”

 

이 자식,

진지하게 개소리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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