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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5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9화

159화 전운(戰雲)(3)

 

 

 

 

발루아 공작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커다란 음성으로 말했다.

마치 잔뜩 감기에 든 것처럼 듣기 괴로운 목소리였지만, 대신 기운이 충만해서 듣는 사람에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부활한 탓에 ‘재생 마법’을 이용했음에도 음성이 탁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를레앙 공작은 발루아 공작이 자신의 아버지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과연! 발루아 공작은 믿음직스럽구려.”

 

황제가 그제야 자세를 바로 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전 전쟁에서 죽은 오를레앙 대공의 실력을 알기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프레하 제국 최강의 검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힘이다. 비록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오를레앙 대공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고작 이십 대의 아이언 백작이 제아무리 대단해도 경륜은 어쩔 수 없을 터.’

 

발루아 공작과 양옆의 소드 마스터급 흑기사의 강렬한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는 황제였다.

 

“황제 폐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도록 하라, 발루아 공작.”

 

한결 기분이 좋아진 황제가 고개를 끄덕여 발언을 허락했다.

 

“오를레앙 공작에게 검술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황제 폐하.”

 

“오를레앙 공작에게?”

 

황제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오를레앙 대공은 그의 아들인 오를레앙 공작에게 가문의 검술을 모두 전수한 것으로 안다.

새삼 검술을 가르치고 싶다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지금 상황은 자연스럽지가 않다.

발루아 공작으로 위장한 인물이 오를레앙 대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곤란하다. 그의 아들인 오를레앙 공작은 발루아 공작으로 꾸민 인물이 타국의 소드 마스터로 알고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오를레앙 공작에게 검술을 가르치겠다는 건 누가 봐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인 오를레앙 공작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

 

오를레앙 공작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발루아 공작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제가 살던 왕국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하오.”

 

황제가 약간 멈칫거렸지만, 순순히 인정했다.

미리 말을 맞춰두긴 했으나,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어 대답하려니 순간적으로 머뭇거리게 된 것이다.

일부러 말을 맞추려는 걸 보면, 오를레앙 공작에게 반드시 전해 주고 싶은 검술이 있다는 걸 의미할 터다.

그래서 황제는 호기심이 동해 발루아 공작의 얘기를 막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오를레앙 공작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죽기 직전에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왕국이 사라진 이상 깨달음을 전할 후계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를레앙 공작에게 깨달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인가?”

 

황제가 발루아 공작의 말을 받아서 마무리 지었다.

 

“그러합니다. 황제 폐하! 오를레앙 공작의 잠재력이 대단하여, 저의 깨달음을 전수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발루아 공작이 확신하듯 힘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내게 잠재력이?’

 

오를레앙 공작은 그의 말을 듣고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잠재력이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발루아 공작의 확신에 가득한 음성을 듣는 순간, 은근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게 정말인가, 발루아 공작?”

 

오를레앙 공작과 마찬가지로 황제 역시 기대감에 물든 얼굴로 확인하듯 대답을 요구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오를레앙 공작에게 저의 깨달음을 전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황제 폐하.”

 

“흐음… 오를레앙 공작!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황제가 짐짓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선 오를레앙 공작의 의중을 물었다.

 

“발루아 공작이 프레하 제국에 협조적인 것은 분명하오나, 흑마법에 의해 부활한 그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사옵니다. 황제 폐하.”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에서 활활 타올랐으나,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프레하 제국을 돕는 건 맞지만, 그가 진짜 발루아 공작이 아니라는 걸 안다.

황제의 곁에 있는 발루아 공작이 진짜였다면 믿을 수 있다. 그는 흑마법에 의해 되살아났어도 자신과 유대관계가 유지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발루아 공작은 정체가 모호하다. 신뢰할 수 없으니, 알 수 없는 꿍꿍이에 당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오를레앙 공작.”

 

“하명하십시오. 황제 폐하.”

 

“발루아 공작의 가르침을 받게.”

 

황제는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의심을 지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발루아 공작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체가 밝혀질 경우, 오를레앙 공작이 길길이 날뛸 거라는 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오를레앙 공작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대공을 되살리는 편이 나았겠어.’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으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

발루아 공작이 가르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만큼, 오를레앙 공작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게 틀림없다.

그것은 프레하 제국의 전력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하오나 황제 폐하!”

 

“그대가 염려하는 바를 알겠네. 하지만 발루아 공작을 되살려 낸 무아를랑이 우리와 합류하게 될 것이야. 그는 내게 충성을 맹세했지.”

 

“…….”

 

오를레앙 공작은 뜻밖의 얘기에 눈을 크게 떴다.

지난번에 황제가 자신과 무아를랑을 따로 부를 때부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하긴 했다.

 

“위험한 결정이시옵니다. 황제 폐하!”

 

“우리 프레하 제국에는 무아를랑이 필요하다. 그러니 발루아 공작의 진심을 의심치 말라.”

 

황제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오를레앙 공작은 황제의 음성에서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침묵이 길어졌다.

아무리 황명이라고 해도 꺼림칙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황제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었다.

 

“대답하라, 오를레앙 공작!”

 

무거운 음성으로 다시 한 번 오를레앙 공작에게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무아를랑에게 ‘마나의 맹세’를 받으신다면 발루아 공작에게 검술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알겠네, 오를레앙 공작!”

 

황제가 기꺼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의 맹세’라는 건 일반적인 마법사고 흑마법사고 상관없이 마나를 담보로 하는 맹세다.

약속을 어기는 순간, 이제껏 쌓은 마나 고리를 모두 잃고 폐인이 되는 잔인한 맹세.

 

‘이거 좋군. 오를레앙 공작을 핑계로 무아를랑의 맹세를 받아 낸다면, 나로서도 좋은 일이지.’

 

뜻밖에 명분을 얻은 황제는 고개 숙인 오를레앙 공작을 내려다보면서 눈을 빛냈다.

 

***

 

“그럼 살펴 가십시오. 황제 폐하! 충!”

 

마차에 올라타는 황제에게 군례를 올렸다.

 

“으으으… 머리 울리니까 소리 지르지 마라, 아이언 백작!”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곧바로 잘못을 빌었다.

지금 황제의 얼굴은 말이 아니다.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하더니, 아직도 술이 깨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에 반해 나와 듀카스 대공은 멀쩡한 모습이다. 과음한다고 해서 육체가 삐거덕거릴 정도로 나약하지 않으니까.

덕분에 황제만 무리해가면서 술을 마셔댄 꼴이다.

황제가 괴로워하는 걸 보니, 이틀 동안 영지를 정비한다고 날뛰었던 피로가 단박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잘 쉬었다가 가네. 아이언 백작.”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듀카스 대공 전하.”

 

듀카스 대공이 내민 손을 마주 잡고서 빙그레 웃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조만간 또 만나게 될 터다. 지난번 전쟁에서는 그의 곁에서 싸우지 못했으나, 이번 전쟁에서는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게 될 거다.

엘튼 제국 최강의 검사이자 최고 사령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봐야겠다.

 

드드드드…

 

황제가 마차에 오르자, 아이언 영지의 도개교가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충!”

 

단전의 내공을 담아 크게 소리치고 오른 주먹을 가슴에 대었다.

 

[추웅!]

 

영주 성에 대기하던 부하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리면서 소리쳤다.

황제를 떠나보내는 최고의 예우다.

 

“다음에 또 보자고, 아이언 백작!”

 

황제가 마차의 창문 밖에 손을 내밀어 흔든다.

으…

저 인간, 기껏 분위기 잡아줬더니 한 방에 보내버린다.

황제가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

하긴 뭐 진지한 황제는 재미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전 황제는 좀 쓸데없이 진지해서 말도 걸기 싫었던 게 사실이니까.

 

“제길!”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황제가 사라질 때까지 군례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마차가 징그럽게 느리다.

빌어먹을 숙취 때문에 마차를 천천히 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바로!”

 

대략 3분가량 군례를 유지하고서야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다음부턴 황제가 부르면 즉각 달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귀찮아서 안 가겠다고 버텼다가 된통 고춧가루를 먹어 버린 셈.

 

“정렬하라!”

 

[정려얼!]

 

병사들이 일제히 복명복창하면서 몰려든다.

어차피 모인 김에 병사들의 무장 상태를 점검할 생각이다.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앞에 정렬하는 병사와 기사들.

 

“충! 영지의 모든 병력 집합 완료했습니다!”

 

시안이 앞으로 나와 군례를 올리면서 크게 소리친다.

인원 파악이 끝나지 않아서 약식으로 보고를 마친 것이다.

만족스럽다.

부하들이 장비한 무기와 방패에 은으로 새겨진 기도문이 번쩍인다.

흑기사들과 붙게 되더라도 이전처럼 참담하게 밀리지만은 않을 거다.

기사와 병사가 쓴 투구 역시 ‘체온 유지 마법’이 인챈트되었다. 아직은 추운 날씨임에도 투구를 쓴 병사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손발이 시린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아무튼,

이로써 내가 부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했다.

그렇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가 싸울 놈들은 프레하 제국의 병력과 흑기사들.

과연 이런 정도의 무장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장담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이젠 프레하 제국과 전쟁이 거의 확실시된 상황이다. 황제 역시 그래서 전방의 요새를 점검할 겸해서 찾아다니는 거니 말이다.

부하들이 한자리에 모인 김에 이제는 확실하게 얘기해 두어야 할 때였다.

 

“황제 폐하께서 프레하 제국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신다!”

 

[…….]

 

갑작스러운 말에도 부하들이 동요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음직스럽다기보다는 시안을 노려보게 된다. 역시나 녀석이 나의 눈을 피한다.

비밀이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벌써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던 모양이다.

그러니 부하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 터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놀라지도 않는 거겠지.

 

“프레하 제국과 벌이게 될 싸움은 쉽지 않을 거다. 너희도 놈들의 흑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우우우…….]

 

부하들이 나직하게 앓는 소리를 낸다.

발루아 공작과 그가 데려온 50인의 흑기사가 습격해 왔던 날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다.

그들의 습격에 나 역시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팔다리가 잘려도 악착같이 덤벼들던 흑기사의 모습은 이들에겐 악몽과도 같았을 터.

 

“우리가 싸워야 할 놈들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각오를 단단히 하라!”

 

의도적으로 내공을 사용해 크게 소리쳤다.

부하들의 얼굴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 느껴진다. 단전의 내공을 일깨워 아랫배에 단단히 힘을 주고 입을 벌렸다.

 

“우리는!”

 

[엘튼 제국 최강이다!]

 

부하들이 악을 쓴다.

이제야 좀 두려움이 가신듯한 얼굴로 바뀌는 것 같다.

 

“훈련장 찍고 돌아온다. 선착순 200명!”

 

분위기 달아오른 김에 다시금 아랫배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다, 달려어!”

 

[와아아아!]

 

잠시 멍했던 부하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성문을 향해 달린다.

아무 생각 없이 빡세게 굴리는 것만이 공포를 없애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투철한 군인 정신이라는 건, 제정신이 아닐 때 가장 완벽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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