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9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1화
191화 변화 (4)
후웅!
둔중한 파공성이 들려오기 무섭게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파공음의 정체를 확인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주먹에 느껴지는 감촉이 얕았다는 건, 공격이 정타로 들어가지 않았음을 의미하니까.
뭐가 되었건 일단은 피하고 보는 게 상식이다. 수중에 무기가 없으니 찜찜한 건 거르는 게 답.
터덩! 텅!
공중제비를 돌고서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나를 공격한 게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이 등 뒤에 붙은 날개로 공격한 거였다.
언뜻 봤을 땐 몰랐는데, 놈의 날개에는 날카로운 뿔이 돋아나 있었다. 저런 거에 찔리면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저런 엄청난 근육질 덩어리를 공중에 띄울 정도라면 날개의 힘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어쩌면 녀석의 팔다리보다 더 대단한 근력을 지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런 날개에 달린 뿔에 맞았다가는 제아무리 강철로 이루어진 몸이라도 무사하긴 어려울 터다.
“지저분한 새끼네.”
심상치 않은 뿔을 노려보면서 툴툴거렸다.
음흉한 놈이다. 머리가 돌이라고 들었는데 싸울 때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놈인 듯하다. 일부러 메이스로 공격하다가 이 타이밍에 날개 공격이라니.
하마터면 어이없이 당할 뻔했다.
“눈치가 빠른 놈이군. 하지만 네놈의 능력을 알게 된 이상, 이제부턴 재미있어질 거야.”
안면을 가렸던 두 팔을 내리면서 음침하게 말하는 안드라스.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는 건 놈의 전신에 흐르는 기세가 말해 준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한순간에 놈의 전신에서 살기가 폭증한다.
“난 성질 없는 줄 알아?”
놈의 기세 변화에 꿇릴 내가 아니다.
상대는 어차피 마왕.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만 싸움이 끝날 터다. 기세 따위에 지고 들어갈 순 없다.
“그 입부터 뭉개 주지.”
날개를 활짝 펴고서 으르렁거리는 안드라스.
강철 거인한테 입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그런 시시껄렁한 걸로 고민할 때가 아니니까.
쿠웅!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지면을 박차고 달려드는 안드라스.
“차앗!”
내공을 모조리 쏟아부은 주먹을 내질러 광룡포(光龍砲)를 다시금 발휘했다.
놈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한 번 경험한 상태다. 그저 상대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견제 공격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진룡권법의 가장 강력한 마지막 수법이 견제용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쿠웅!
권강을 발사하는 즉시, 왼발을 밀어내듯 지면을 박차고서 옆으로 이동했다.
강철 거인의 거대한 동체가 진짜 내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었다.
“제길!”
측면을 공격하려다가 욕설을 터트렸다. 놈이 눈치채고서 메이스를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기습에 실패했으니 몸을 피하는 건 당연한 수순.
“어딜 도망가느냐!”
안드라스가 날개를 활짝 펴고서 급격히 방향을 틀어 쫓아온다.
“이런! 빌어먹을!”
당황해서 보법에 더욱 내공을 퍼부었다.
쫓아오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보법을 발휘해 몸을 피하려 했다.
“죽어라!”
하지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는 바로 뒤에서 음산하게 소리친다.
바우웅!
파공음이 뒤통수에서 들려온 순간, 자세를 낮추면서 바닥을 굴렀다.
쿠과과광!
무림에서 흔히 말하는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
…그냥 바닥을 굴렀다는 얘기다.
뒤통수가 깨질 판에 폼 잡고 뭐할 상황이 아니다. 벌떡 일어나서 상대의 위치부터 찾았다.
“씁!”
놈이 벌써 방향을 틀어 고속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쇄도해 오는 메이스를 진룡쌍권(眞龍雙拳)의 초식을 이용해 방어해 냈다.
퍼벙!
두 번의 정권을 내지르는 초식이었으나, 손바닥을 사용해 메이스를 받아 내는 형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놈의 공격수단은 메이스뿐만이 아니다.
“크하하하! 이 자식아! 넌 뒈졌어!”
안드라스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메이스와 날개의 뿔로 찍어 온다.
“제기라알!”
답답한 마음에 욕을 하고서 두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별다른 방어 초식이 존재치 않는 진룡권법이었기에, 진룡쌍권(眞龍雙拳)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메이스와 뿔을 쳐 내는 게 고작이었다.
콰과광! 콰광!
메이스와 날개의 뿔을 쳐 내는 소리가 굉음이 되어 고막을 두들긴다.
“우웁!”
숨이 턱 막힌다.
놈의 파상적인 공격을 완전히 막아 내기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정타를 허용한 결과다.
복부에 뿔이 찍히는 순간, 내장이 뽑혀나가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통증 때문에 나도 모르게 상체가 숙여지고 말았다.
바우웅!
“이런 씨앙!”
정신없이 파고드는 뿔 공격을 막아 내는 사이, 아래쪽에서 메이스가 솟구친다.
두 팔을 교체시켜 턱을 노리는 메이스에 대비하는 사이,
터덩!
“으윽!”
양쪽 어깨를 강타하는 두 개의 뿔이 주는 고통에 이를 뿌드득 갈았다.
시커먼 기운이 뭉클대는 메이스가 더 위험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떠엉!
두 팔에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
강철 거인의 두 팔로 막았으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었다.
메이스를 막아 냈음에도 몸이 붕 떠오른다.
놈이 이번 공격에 혼신의 힘을 다했음이 틀림없다. 방어 따윈 깡그리 무시하고 힘으로 짓이겨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공격.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두 팔과 양쪽 어깨의 고통에 정신을 잃을 수도 없었다.
쿠구궁!
떠올랐던 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굉음이 일어났다.
연무장을 둘러싼 야산의 나무가 형편없이 부러지면서 밀려나는 몸을 멈추게 해 주었다.
“크하하하하! 건방진 놈! 감히 이 몸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쓰바…….”
진짜 욕 나온다.
검(劍)…
검만 있었다면 이렇게 맥없이 당하지는 않았을 터다. 분한 마음에 주먹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쾅!
팔목까지 땅바닥에 파고드는 놀라운 위력.
이런 힘을 지니고서도 새대가리 놈한테 맥을 못 추는 현실이 답답하고 짜증난다.
검이 있었다면 이렇게 맥없이 밀리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충분히 괴롭혀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프잖아.”
홧김에 땅바닥을 내려친 것까지는 좋았으나, 안드라스의 공격에 충격이 쌓여 팔 전체에서 고통이 엄습해 온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주겠다! 기대해도 좋아! 암! 기대해도 좋을 거다!”
안드라스가 메이스를 어깨에 턱 걸치고서 느긋하게 다가온다.
쿵, 쿵, 쿵!
일부러 강하게 발을 구르면서 걷는다.
내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가 분명하다. 어쩌면 절망감에 물들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염병!”
하지만 놈의 뜻에 따라 줄 마음 따윈 없다.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억울해서라도 못 죽겠다!
땅바닥을 내리쳤던 주먹을 뽑았다. 충격이 가시지 않아 덜덜덜 손이 떨린다.
세인트가 어째서 강철 거인과 감각을 공유하게 만들었는지 이번 싸움으로 알 것도 같았다. 만약 감각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안드라스의 공격에 강철 거인의 몸이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어지간한 공격은 몸으로 때우려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고통 때문에 강철 거인의 몸이 보호되었다고 봐야한다.
다만, 인간의 육체와 똑같이 잔경련이 일어나는 건 괴롭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면 안드라스와 싸우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떨림을 멈추게 하려고 습관적으로 왼손으로 오른 팔목을 감싸 쥐었다.
“……!”
그러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검은 빛깔의 강철 손바닥에 붉은 점.
세인트의 던전에서 디바인 소드를 얻은 뒤에 생겨난 점이 강철 거인의 손바닥에도 존재해 있었다.
“디바인 소드?”
의아한 생각에 디안 소드의 이름을 불렀다.
츠즈즈즈즛…
“……!”
강철 손바닥에 소환된 디바인 소드가 점점 덩치를 키워 간다.
색상만 검게 변한 디바인 소드가 강철 거인의 크기에 맞춰서 손아귀에 잡힌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굳이 궁금해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의 손에 검(劍)이 생겼다는 거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진룡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쿠궁!
진각을 밟으면서 거대하게 변한 디바인 소드로 안드라스를 겨누었다.
놈은 다가오다가 멈춰 서서 긴장하고 있었다. 맨몸이었던 내게 무기가 생기니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녀석이 마왕으로 변하기 전, 나에게 검술로 형편없이 깨졌던 상황이 떠오른 게 분명하다.
“안드라스! 넌 뒈졌어, 이 자식아!”
울분을 담은 고함을 지르면서 놈에게 달려들었다.
쿵, 쿵, 쿵, 쿵!
이제 제대로 싸워 보자고, 새대가리 놈아!
***
프레하 제국의 황궁.
그레이트 홀에 귀족들을 모아 놓고 디리온 황제가 회의를 진행 중이다.
회의의 주제는 당연하게도 엘튼 제국과 벌이는 전쟁에 관련된 사안들이다.
“줄리앙 백작, 그게 사실이오?”
디리온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가 검지와 중지로 턱을 받치고서 기우뚱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줄리앙 백작이 몸을 움츠렸다.
화가 나가거나 고민할 때 디리온 황제가 저런 태도를 취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어허! 퇴각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이오?”
디리온 황제는 기가 막혀서 턱을 괴었던 오른손을 말아쥐고서 황좌의 손잡이를 내려쳤다.
텅!
“그 많은 병력을 이끌고 가서 퇴각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될 일이란 말인가!”
“고정하시옵소서. 황제 폐하! 본국의 소드 마스터가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 그리고…….”
디리온 황제의 서슬에 잔뜩 몸을 움츠린 줄리앙 백작이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내가 왜 이런 보고를 맡아서 황제 폐하의 분노를 감당해야만 하는 거란 말인가!’
속으로 절규하는 줄리앙 백작이었다.
고위 귀족들은 전부 엘튼 제국을 공격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프레하 제국에 남은 귀족이라고는 전투 능력이 부족한 귀족들뿐이다.
황궁에 불려 온 대부분의 귀족은 마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존재들.
그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 줄리앙 백작이었기에, 전선에서 들어온 통신 내용을 보고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좋은 소식이었으면 모르겠으나, 최악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까닭에 잘못한 것도 없이 움츠러드는 거였다.
“그리고 무엇인가? 얘기하다가 관두면 어쩌자는 것인가!”
디리온 황제의 음성이 커졌다.
가뜩이나 답답한 소식을 들은 판이다. 그런 와중에 보고하는 줄리앙 백작이 눈치만 살살 보고 있으니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그게… 마왕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마왕?”
디리온 황제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시종장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다시 줄리앙 백작에게 시선을 던지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께옵서 전장에 내보내신 안드라스 경이 마왕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
줄리앙 백작의 말에 디리온 황제는 물론, 그레이트 홀에 모인 귀족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귀족들은 믿을 수 없는 얘기라서 입을 다물었고, 디리온 황제는 진실을 알고 있기에 입을 다물었다.
‘주인님께서 본체를 드러내야 할 정도의 존재가 엘튼 제국에 있다는 건가?’
디리온 황제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당장 안드라스를 도울 방법이 없으니, 지금은 그저 황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정답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어찌 마왕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허황된 보고를 한 마법사를 엄벌에… 엄벌에…… 크흑!”
분노해 소리치던 디리안 황제가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황제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고정하시옵소서!]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디리온 황제에게 줄리앙 백작이 놀라서 고개를 조아렸다.
나머지 귀족 역시 디리온 황제가 분을 참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아서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금 본황이 진정하게 생겼… 크워어어헝!”
가슴을 움켜쥐고서 분노 어린 고함을 지르던 디리온 황제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놀란 귀족들이 황제를 바라보는 순간,
황제의 옷이 터져 나가면서 커다란 늑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엇!”
“괴, 괴물!”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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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눈을 크게 뜨고 입만 뻐금거렸다.